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53화 (553/1,307)

# 553

자신의 방으로 올라온 현수는 아공간의 전문 서적들을 꺼냈다. 그리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집중하여 읽었다.

워낙 머리가 좋아졌기에 한 번만 읽어도 모두 이해되었다. 아울러 중요하다 싶은 것들은 몽땅 외우기까지 한다.

학교 다닐 때 이랬으면 수능 만점도 가능했을 것이다.

* * *

“강 형, 오랜만이야!”

“그래, 어서 와. 길 안 막혔어?”

“출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괜찮았어.”

태백조선소 본사 앞에 당도하자 강전호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부쩍 친해진 느낌에 악수를 했다.

“근데 무슨 일인데 부른 거야?”

“그건 가보면 알아. 자, 날 따라와.”

전호가 현수를 안내한 곳은 태백조선소 본관 뒤쪽에 있는 고등학교이다. 태백조선소가 장학 사업으로 설립한 학교이다.

“여긴 고등학교잖아. 여길 왜……?”

“글쎄, 따라와 보면 알아.”

“알았어. 어라? 저 사람들은……?”

학교 강당 앞에서 서성이는 두 인영은 프랑스에서 만났던 우정훈과 박창민이다. 왼 가슴에 꽃을 꽂고 있다.

무슨 행사라도 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입니다.”

“네, 어서 오십시오. 안으로 드시지요.”

강전호와는 친구 먹기로 했지만 이들 둘과는 아직 서먹한 사이인지라 존대를 한다.

“참, 마드모아젤 베아트리체와는 잘되어가지?”

“그럼! 누구 덕인데. 내년에 결혼하기로 했어.”

“우와! 정말? 축하해.”

“고마워. 결혼식 날짜 잡히면 연락할게.”

“당연하지. 대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연락해 줘.”

“왜?”

“그럴 일이 있어.”

현수는 지앙뤼지 아폰테 사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융프라우 별장을 빌려줄 생각이다. 자가용 제트기를 그전에 인수받으면 그것 역시 동원할 생각이다.

현수는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았다. 하여 친구가 별로 없다.

새 친구를 사귀는 건 나이와 관계없다. 그렇기에 먼저 베풀어볼 생각이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상당히 많은 사람이 웅성거리고 있다. 이때 전호가 단상 위를 보며 손을 흔든다. 이게 신호인 듯 사회자의 발언이 시작된다.

“자자! 오늘의 귀빈이 당도했습니다! 모두 착석해 주십시오!”

“……?”

단상 위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착석한다. 이때 웬 아가씨가 다가와 현수의 왼 가슴에 카네이션을 꽂아준다.

“이게 뭐야?”

나직이 물었더니 전호가 피식 웃는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말을 하며 앞쪽으로 움직이는데 사회자의 발언이 재개된다.

“천지건설 김현수 전무님! 이쪽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

현수가 눈짓으로 묻자 전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올라가라는 수신호를 한다. 하여 단상을 바라보니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어라! 회장님께서 어떻게 여길……?’

천지그룹 총괄회장 이연서가 귀빈석에 앉아 있다.

“험험, 지금부터 감사장 전달식이 있겠습니다. 감사장은 본사 총괄회장이신 최인섭 회장님께서 직접 낭독하시겠습니다.”

“……!”

여직원의 안내를 받아 현수가 당도한 곳은 단상 앞이다. 이연서 회장과 비슷한 나이의 노인이 서 있다.

“어서 오시게.”

마이크를 통하지 않은 나직한 음성이다. 현수는 얼른 정중히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태백그릅 총회장 최인섭은 용접공으로 시작하여 대그룹을 일궈낸 산업 역군이다.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기에 얼른 예를 갖춘 것이다.

현수가 허리를 펴는 순간 사회자의 발언이 시작된다.

“그럼 지금부터 감사장 수여가 있겠습니다.”

“허험! 감사장! 천지건설 김현수 전무는…….”

최 회장이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감사장 전문을 낭독했다.

내용은 MSC사가 발주한 12,000TEU급 컨테이너선 12+18척 수주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하는 뜻으로 당사 임직원들의 마음을 담아 이 감사장을 드립니다. 2013년 12월 16일, 태백그룹 총괄회장 최인섭!”

드디어 전문을 다 읽은 최 회장이 감사장을 접어 현수에게 내민다.

“우리 회사를 위해 애써준 것을 다시 한 번 감사하네.”

“네, 감사합니다.”

공손히 두 손으로 감사장을 받았다.

“다음은 당사 임직원들의 감사의 뜻을 담은 마음을 전달하겠습니다. 모두 기립하여 박수쳐 주십시오.”

“와와와와와와!”

짝짝짝짝짝짝짝짝!

얼른 뒤로 돌아서서 허리 숙여 예를 갖췄다.

현수가 밑으로 내려서자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는다.

“다음은 특별 진급 대상자에 대한 표창장과 포상금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호명하는 분은 단상 앞으로 올라와 주십시오. 먼저 선박영업부 강전호 과장, 단상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강전호가 흐트러진 머리를 대충 정리하곤 단상 앞에 선다. 이번에도 최 회장이 직접 내용을 낭독한다.

“표창장! 선박영업부 과장 강전호. 위의 사람은 당사가 MSC사의 컨테이너선 30척을 수주하는 데 있어 지대한 공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에 회사는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로 2계급 승진을 결정하며 표창장을 수여합니다. 2013년 12월 16일, 태백그룹 총괄회장 최인섭.”

최 회장이 표창장을 수여하자 강전호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이때 사회자가 말을 잇는다.

“계속해서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됩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최 회장이 푸른빛 융단으로 포장된 것을 펼친다.

“임명장! 선박영업부 과장 강전호. 위의 사람을 2013년 12월 16일부로 엔진 제조 및 신조선박 기획부 부장으로 임명함. 2013년 12월 16일, 태백그룹 총괄회장 최인섭.”

임명장을 건네자 강전호는 상기된 표정으로 그것을 받는다. 승진될 것이라는 건 눈치챘다. 모두가 포기했던 것의 불씨를 되살려 큰 것 한 방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계급 승진이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흥분한 것이다.

어쨌거나 임명장을 받고 강전호가 한 발짝 물러서서 공손히 고개를 숙이자 사회자의 말이 이어진다.

“강전호 부장에겐 2개월간의 유급 휴가와 통상 급여액의 2,400%에 해당하는 특별 상여금이 지급됩니다. 우리 모두 박수로서 축하해 주십시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온다. 모두 몹시 부럽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시기하는 얼굴은 없다.

사실 태백조선소는 대대적인 인원 감축이 있을 예정이었다. 회사의 살림이 어려워지기 시작한 때문이다. 그런데 기적적으로 30억 달러에 이르는 신조선박 수주 계약이 성사되었다.

덕분에 구조조정 계획은 없던 일이 되었다.

말은 안 했지만 모두 권고사직 당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하는 마음이 있었다. 누가 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전호 덕에 그런 불안감이 싹 가셨으니 기꺼운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고 박수도 쳐주는 것이다.

“자, 다음은 권철 전무님, 단상 앞으로 나오십시오.”

권 전무가 앞에 서자 최 회장이 표창장의 내용을 읽는다.

강전호의 그것과 비슷하다. 다만 2계급이 아니라 1계급 진급이 다를 뿐이다. 유급 휴가는 없고, 액수 미상의 포상금이 담긴 봉투가 수여되었다.

권철 전무가 최 회장에게 정중히 예를 갖추자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아아! 이것으로 감사장 전달식 및 표창장 수여식을 마칩니다. 여러분, 생각보다 일찍 끝났지요? 시간은 좀 이르지만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 외빈께서는 저희가 준비한 리셉션장으로 이동하여 즐겨주십시오.”

사회자의 말이 끝나자 우르르 이동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태백조선소 과장급 이상 전원이다. 천지그룹에서 현수를 특별 진급시킨 이후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동기 부여가 된 때문이다. 하긴 연봉 60억에 보너스만 100억 원이다. 어찌 동기 부여가 안 되겠는가!

그렇기에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직원들까지 부른 것이다.

조선소는 특성상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그렇기에 멀리 남해로부터 온 사람들이 많다. 오전 10시에 시간을 맞추려면 일찍 출발하였거나 어젯밤에 당도했어야 한다.

사내들만 몰려왔으니 당연히 아침을 굶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르르 몰려간 것이다.

“허허! 축하하네. 자네가 내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러우이.”

이연서 회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회장님?”

“저 친구가 지난달부터 졸랐네. 감사의 뜻을 전달하고 싶은데 천지그룹 사람이니 내 허락을 얻으려 한 거지.”

이연서 회장이 기분 좋다는 웃음을 지을 때 최인섭 회장이 환히 웃으며 다가왔다.

“김 전무는 TV로 본 것보다 실물이 훨씬 낫습니다.”

“에구, 말씀 놓으십시오, 회장님!”

“하하! 그럼 그럴까? 아무튼 부럽네, 이 회장!”

“허허! 그렇지? 허허허! 많이 부러워하게. 허허허허!”

이연서 회장은 계속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한다. 이런 인재를 품을 수 있다는 자체가 기분 좋은 것이다.

“이보시게, 김 전무.”

최 회장은 아주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네, 회장님.”

“우리 회사에 아주 큰일을 해주었네. 고맙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제 힘으로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래도……. 듣자 하니 강전호 부장과 친구라던데?”

“아, 네. 친구 맞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게.”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현수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

“네, 제 힘으로 가능하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그룹도 계열사가 많다는 걸 잊지 말아주시게.”

이 또한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한번 찾아뵐 생각을 했습니다.”

이연서 회장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무슨 뜻이냐는 것이다.

“회장님께는 따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러게. 언제든 환영일세. 우리 태백그룹으로 옮기겠다면 그 또한 환영이고.”

“예끼, 이 사람아! 탐낼 걸 탐내게.”

이 회장의 말에 최 회장은 빙그레 웃을 뿐이다.

“자아, 우리도 뭣 좀 먹어야지? 이 비서, 가서 권 부사장과 강 부장 불러오게. 오늘의 주인공이니.”

“네, 알겠습니다.”

이 비서가 둘을 부르러 간 사이 현수는 이연서 회장에게 가에탄 카구지와 했던 말 중 일부를 빠르게 설명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제 빠르게 성장하고 개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걸 천지그룹이 독식한다는 건 능력 부족이고 어불성설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 가운데 아나콘다가 악어를 잡아먹다가 배 터져 죽은 것이 있다.

천지그룹이 꽤 큰 재벌사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영토의 23.5배나 되는 나라 전체를 어찌 혼자 개발할 수 있겠는가!

혼자 어쩌려다 힘이 미치지 못해 진척이 늦어지면 아주 강력한 상대를 만나 일을 빼앗길 수 있다.

그러기 전에 적절히 나누는 것이 현명하다. 기왕 그럴 거면 국내 기업이 좋을 것이다.

아주 간결하게 설명했지만 이연서 회장은 현수의 말을 금방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말하길 아무런 대가 없이 주지는 말라는 것이다.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데 권 부사장과 강전호가 온다.

“인사드리게. 천지그룹 이연서 회장님이시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처음 뵙습니다, 회장님!”

권 부사장과 강전호가 깍듯하게 예를 갖춘다.

“진급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저도 감사드립니다.”

또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자자, 일단 배부터 채우세. 저쪽으로 가지.”

최 회장의 수행비서인 이 비서의 안내를 받아 간 곳엔 조촐한 식탁이 차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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