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55화 (555/1,307)

# 555

3장 신혼집 준비 안 했어?

“여기예요!”

커피숍에 들어선 현수는 구석에서 손을 흔드는 강민경 기자를 보고 환히 웃었다.

“어젠 고마웠어요.”

“고맙기는요. 독종을 했으니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워해야죠. 그 기사 나가고 김 전무님 인기를 실감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오늘 그 경찰서, 거의 폭격당했을 겁니다. 어떻게 국민전무인 김 전무님을 가해자로 몰 수 있었느냐면서 네티즌들이 난리를 피웠거든요.”

“에구!”

“이 경사, 김 순경은 견책 및 감봉이고, 박 경위는 정직에 타 부서 발령이 추가되었다고 해요.”

“헐!”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상벌위원회까지 열린 모양이다.

“강 변호사는 당분간 수임할 일이 없을 거예요. 어느 동네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인지 인터넷에 완전히 까발려졌거든요.”

“저 때문에 여럿 피해 보네요.”

“그럴 만한 짓을 했잖아요. 참, 제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했잖아요? 뭐죠?”

“흠, 여기선 조금 그래요. 괜찮으시다면 조금 걸을까요?”

“좋아요.”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둘은 산책하듯 삼청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사람이 없어 오붓했다.

‘와이드 센스!’

마법을 구현시켜 주변을 확인해 보니 적어도 100m 내에는 인적이 없다.

“전에 드렸던 그 자료, 아직 가지고 있죠?”

“당연하죠. 근데 그거 터뜨려요?”

강민경 기자는 고대하던 일이 성사되는 것 같아 다소 흥분된 표정이다. 이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럴 때가 된 거 같아서요.”

“오! 그래요? 이거 터뜨리면 파장이 클 텐데. 저도 나름대로 확인해 봤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연루되어 있어요. 특히 집권 여당 인사들이 많던데…….”

“집권 여당이든 야당이든 부정한 짓을 했으면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강 기자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한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야 당연히 그렇지요. 좋아요, 언제 터뜨릴까요?”

“기회다 싶을 때 터뜨리세요. 근데 H신문사에서 감당할 수 있겠어요? 조금 전에 말한 대로 정치권 인사들이 많은데.”

심히 염려스럽다는 표정이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놈들을 쳐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알아요. 그래서 독종은 어렵고 특종으로 해야지요. 각 신문사마다 저와 뜻이 비슷한 기자들이 있어요. 그들을 총동원하여 한 번에 터뜨려야죠. 안 그러면 권력에 밀리니까요.”

“인터넷 매체도 있죠?”

“당연하죠. 총동원할 겁니다.”

“오늘 강 기자님 사서함으로 우편물 하나가 당도할 겁니다. 그걸 검토해서 터뜨려 주십시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밤새워서 기사 써야겠군요.”

“논조는 어찌 잡으셨는지요?”

“첫째는 고리에 관한 것이에요. 이번 기회를 빌려 법정 이자를 초과하는 고리업체 전반에 대한 조사가 있도록 할 거예요.”

“네, 그 고리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지치기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겁니다.”

“당연하죠. 그리고 둘째는 정치권 인사의 물갈이입니다. 구태의연하고 부패한 인사들은 척결 대상이 될 겁니다.”

“인원은 얼마나 되는데요?”

“조사해 보니 국회의원 3분지 1 정도가 연루되어 있더군요. 모두 갈아치워야죠.”

“가능할까요? 제수를 성추행했다는 사람도 국회에 있는데.”

“이번 기회에 언론의 힘을 보여주려고요.”

강민경 기자가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동안 단단히 벼른 듯하다.

“강 기자님이 다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세요. 나중에 또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감수해야 하는 게 있으면 해야죠. 저 잘리면 이실리프 상사에 원서 넣을 건데 그때 좀 붙여주세요.”

“하하! 네. 그건 걱정 마십시오.”

현수가 강 기자와 헤어진 것은 일곱 시가 약간 넘은 시각이다. 저녁이라도 같이 먹어야 했지만 약속이 있어서이다.

* * *

“어서 오십시오.”

“네, 처음 뵙습니다.”

현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내와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곳은 대한민국 금융 전반을 아우르는 한국은행 총재실이다.

대통령과의 면담 때 부탁하여 만들어진 자리이다.

“저를 꼭 만나야 한다고 말씀 들었습니다.”

“네, 늦은 시각까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건 괜찮습니다. 그래, 용무가 뭐죠?”

“먼저 이것을 좀 봐주십시오.”

현수가 가방에서 꺼내 건넨 것은 콩고민주공화국 내무장관 가에탄 카구지가 육필로 작성한 친서이다. 내용은 100톤에 달하는 금괴를 한국은행에서 매입해 주길 희망한다는 것이다.

“흐음! 100톤이면 양이 엄청나군요.”

“네, 가에탄 카구지 장관께선 저와 관련이 있는 한국이 매입해 주길 희망한다고 합니다.”

한국은행은 금 보유량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입안한 상태이다. 그리고 그 양은 마침 현수가 제안한 100톤이다.

“가격은 국제 금 시세에 준하는 겁니까?”

“거기에서 1%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으음!”

한국은행장은 눈을 감는다. 생각해 보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금을 매입하려고 나선다면 이보다 더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괴를 처분한 돈은 전액 이실리프 상사의 출자금이 될 겁니다.”

“…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제가 설립한 이실리프 상사는 콩고민주공화국에 대단위 농장을 조성하는 중입니다. 거기서 생산되는 농산 및 축산물의 50%가 그곳에서 소비될 겁니다.”

“……!”

한국은행장은 말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더 들어봐야 알 것 같아서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국내로 들어올 겁니다. 지나산과 달리 인체에 유해한 농약을 사용치 않을 것이고, 저농약 또는 무공해 청정 농축산물이 될 겁니다.”

“그러니까 황금 100톤을 처분한 돈 전액을 한국에 있는 이실리프 상사에 투자한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많은 고용 창출이 발생될 겁니다.”

“고마운 말이군요.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은 후진국입니다. 자기 앞길 닦기도 바쁜데 굳이 투자하겠다는 의도는 뭐지요?”

한국은행장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현실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제가 조성하려는 농장의 규모는 1,500㎢짜리와 3,000㎢입니다. 참고로 서울시 전체 면적은 605.25㎢입니다.”

“네에?”

예상했던 대로 한국은행장의 눈이 커진다.

인구 1,046만 명이 사는 도시가 서울이다.

그런데 그것의 두 배 반과 다섯 배짜리 농장이 만들어진다는 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황금 100톤은 약 60억 5천만 달러이다. 1%를 할인해 준 가격이다. 이걸 원화로 환산하면 5조 400억 원을 상회한다.

두 군데에 농장을 개설하려면 이 돈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따라서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투자한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그 돈이 한꺼번에 쓰이는 것은 아니지요?”

“본격적인 공사가 이루어지려면 1년 내지 2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정글을 개간하는 일이 우선이니까요.”

“그럼 그 돈은 어떻게 쓰실 생각입니까?”

한국은행장은 국채 매입을 권하려 했다.

“이실리프 금융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설마 제2금융권에 편입하여…….”

일부 저축은행 때문에 문제가 많았다. 하여 우려를 표하려는데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제가 알기론 법정 최고 이자율이 연39%입니다. 근데 이건 너무 높습니다. 이 때문에 제1금융권에서 대출 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

“제가 이실리프 금융을 만든다면 서민들을 위한 저리 신용대출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른 금융 회사에서 빌린 고금리 대출을 갈아타게 하려는 겁니다.”

한국은행장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평균 이자율은 연 29.9%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부업체는 이보다 높은 38.1%이고요. 제1금융권도 신용대출 금리는 꽤 높더군요.”

은행장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반면 은행의 정기예금 이자율은 3% 정도입니다. 리스크가 높은 신용대출이지만 대출해 줄 때 이자를 너무 많이 받습니다. 하여 이실리프 금융을 만든다면 신용대출 이자율을 최대한 낮춰볼 생각입니다.”

“흐음, 이자를 낮춰요?”

“네, 우선은 연리 6% 정도면 어떨까 합니다.”

“연 6%요?”

“네, 고금리 신용대출을 받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할 계획입니다. 담보대출은 생각지 않습니다.”

“흐으음!”

은행장은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듯 침음을 낸다.

“그럼 예금이 별로 없을 겁니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가 클수록 금융기관은 돈을 번다.

그런데 현수가 방금 말한 대로 연 6%짜리 신용대출이 주된 거래가 되면 리스크도 만만치 않지만 이득도 적다.

“그건 상관없습니다. 외부에서 투자되는 게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금괴를 또……?”

“최근 상당히 좋은 금광이 개발되었습니다.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께서 말씀하시길 한국은행이 원하면 더 공급할 수 있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흐음! 금이 안전 자산이기는 한데…….”

금 보유는 일종의 정책이다. 금은 시대가 변해도 화폐에 비해 가치변동이 적기 때문이다.

IMF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금융 위기가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여 그때를 대비한 비축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늘렸다.

경기는 침체에 빠져 있지만 외환 보유액 자체는 조금 늘었다. 2013년 4월 기준으로 보면 3,288억 달러에 달한다.

IMF 위기 직전에 6억 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다.

은행장은 잠시 상념에 잠겼다. 금을 매입해도 되는지 여부를 고심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 현수도 생각을 했다.

고금리 사채 때문에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빌린 돈의 수십 배를 이자로 챙기고도 돈 갚으라는 협박을 일삼는 악질 사채업자들이 많다.

사회악인 그들은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할 대상이다.

금만 처분할 수 있으면 돈은 얼마든지 조달할 수 있다.

따라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5조로 부족하면 50조를 투입하면 된다. 참고로 국민은행의 자본금은 2조 5천억 원 정도 된다. 우리은행은 3조원, 신한은행은 7조 원이다.

“주식회사로 할 겁니까?”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 기업 공개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럼 거의 개인 기업이 되겠군요.”

“그래도 된다면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으음, 금융기관 설립은 시간을 좀 주십시오. 자칫 시장 교란이 발생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입니다. 기존 은행과의 마찰은 저희도 바라지 않습니다. 고금리로 고통받는 서민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업무만 고려하고 있을 뿐입니다.”

예금을 받는다면 기존 은행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생각이다. 대출은 기존 은행에서 꺼리는 신용대출만 취급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다.

서민들을 위한 신용대출은 마구잡이로 해줄 생각은 없다.

그렇기에 대출 창구 의자에 마법진을 그려 넣을 생각이다.

얼웨이즈 텔 더 트루스 마법진이다.

이 마법에 걸린 변의화 전 국회부의장은 속내까지 몽땅 털어놓았다. 그 결과 많은 정치권 인사가 쓴맛을 보게 되었다.

상담 창구 의자에 이 마법진을 그려놓으면 대출 받으러 온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물었을 때 절대 거짓을 말하지 못한다. 갚을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출금을 갚을 의지가 희박하거나 빌려간 돈과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대출해 주지 않을 것이다.

자선사업체가 아니니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처음부터 갚을 능력과 의지가 겸비된 사람에게만 대출 승인이 떨어진다. 어찌 보면 아주 안전한 대출이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실리프 은행의 손실률은 0%에 가깝다. 대출해 간 사람의 99.9%가 성실히 갚기 때문이다.

나머지 0.1%는 목숨을 잃는 등의 불의의 사고 등으로 경제 능력이 0가 되는 경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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