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58화 (558/1,307)

# 558

엔진도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이 아니니 시간 걸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찍 마무리하고 나올 수가 없다.

결과에 비해 걸린 시간이 너무나 적으면 대한민국 해군의 모든 배를 손봐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에휴! 아무튼 다녀오는 게 먼저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으로 향했다.

* * *

“어, 왔니?”

“네, 어머니.”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기다리고 있던 어머니가 현수의 손을 잡아끈다.

“이리 좀 와봐라.”

“네, 어머니.”

“어제 물어보려다 못 물어봤는데, 패물은 어떻게 했어? 준비했지? 지현이도 봤어?”

“네, 지현이가 보고 좋다고 했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네가 하도 바빠서 결혼식 준비는 내가 대강 했다만 걱정이 되는구나. 근데 저쪽은 어떻게 되어가니?”

“저쪽이요? 지현이네 집이요?”

“아니, 킨샤사 말이야.”

“아! 거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연희랑 이리냐가 두 분 장모님과 함께 준비했으니까요.”

“그래? 그럼 함 질 친구는 정했어?”

“함진아비요?”

“그래. 그냥 가져다 드릴 거니?”

“흐음, 어쩌죠?”

함진아비는 아예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답하기가 뭐해 우물쭈물했다.

잠시 기다리던 어머니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마땅한 친구가 없으면 그냥 가져가도 돼. 그리고 식 올리기 전에 사돈댁에 꼭 들러라.”

“네? 그거 그래야 하는 거예요?”

“그래, 인석아! 딸을 주셔서 고맙다고 인사는 드려야지. 아무리 바빠도 이건 빼먹으면 안 된다.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너흰 건강진단 안 해보니? 다들 결혼 전에 하던데.”

“전 건강한데요, 뭐.”

“그래도 하는 거야.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병원에 가서 검사부터 해. 그래서 결과가 나오면 사돈댁에 드려. 알았지?”

“네, 그럴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현수는 병원에 가서 검사 받을 생각이 없다. 바디체인지를 겪으면서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건강한 신체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굳이 수치로 나타내자면 현수는 현재 100% 건강체이다.

공해로 찌든 지구에 살지만 각종 유해 물질로 인한 피해를 거의 받지 않는다. 발암 물질이라 할지라도 현수의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병원에서 하는 건강검진은 받을 필요가 없다.

“머리가 조금 길다. 결혼식 전엔 이발도 좀 해.”

“네, 알았습니다.”

이 말은 따라 드릴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길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참, 이건 신부님께 드리려는 건데 한번 봐라.”

“아, 그래요? 주세요.”

어머니가 내민 반지엔 무언가가 새겨져 있다. 자세히 살피니 십자가의 길 14처가 양각된 것이다.

참고로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고 십자가를 멘 채로 골고다까지 가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을 때까지의 열네 모습을 의미한다.

천주교에서는 매 장면을 묵상하며 그에 따라 자기 죄를 뉘우치며 기도를 드린다.

안력을 높여 살펴보니 조금 조악하다. 좁은 공간 안에 14가지 모습을 새겨 넣으려니 그럴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버지가 그러시는데 더 정교한 문양을 넣으려 했지만 워낙 작아서 어렵다고 하더구나. 근데 그 안쪽에 네가 말한 마법진인지 뭔지를 새겨 넣을 수 있는 거냐?”

“네, 충분해요. 내일 아침까지는 새겨놓을 테니 잘 보관하세요. 아셨죠?”

“그럼, 신부님 드릴 건데.”

“저 그럼 올라가요.”

“그래, 출출하면 말해라. 라면이라도 끓여줄 테니.”

“네.”

자신의 방으로 올라온 현수는 새삼스런 눈으로 방 안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연한 핑크빛으로 벽지가 바뀌어 있다.

바닥도 장판이 아닌 진짜 목재이다.

전등도 바뀌어 있고 스위치도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다.

심지어 창틀까지 전과 다르다. 눈에 익은 거라곤 책상과 의자뿐이다. 침구를 들춰보니 침대도 바뀌어 있다.

“하아, 내가 이런 데 둔하긴 엄청 둔하구나.”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새삼스런 눈으로 살피니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이걸 몰랐다니 어이가 없다.

“아무튼 이거 먼저…….”

마법진을 새길 도구와 신부님께 드릴 반지를 꺼내 들었다.

“인라지!”

확대 마법을 거니 반지가 거의 팔찌만 해진다.

반지를 두들겨 새겨진 문양을 지웠다. 확대해서 보니 조악함이 그대로 드러난 때문이다.

기왕 작업을 하는 것이라 약간 넓게 만들었다. 그리곤 휴대폰의 사진을 참고하여 무언가를 새겼다.

서울 마포구에는 절두산(切頭山)이란 지명이 있다.

조선시대 때 한강을 건너던 양화나루터 옆에 있는 언덕으로 개화기 시절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곳이다.

이곳이 절두산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병인양요 이후 전국 각지에서 잡아온 1만여 명의 가톨릭(천주교) 신자들의 목을 이곳에서 잘라 처형한 데서 연유한다.

아무튼 이곳 절두산은 한국 천주교의 순교 성지이기에 성당이 지어져 있다.

이곳엔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병인박해 10주년 기념 성당 입구의 문이 그중 하나이다.

순교자 기념탑과 십자가의 길 또한 독특한 디자인이다.

현수는 몇 년 전 어머니를 따라갔다가 이것의 사진을 찍어놓은 바 있다. 이것을 반지 위에 그대로 옮기는 중이다.

한 줄로 새기면 너무 작아지기에 두 줄로 새긴다. 그러면서 순서를 알 수 있도록 로마자를 새겨 넣었다.

인라지 마법으로 크게 확장시킨 상태에서도 정교해 보이니 원래대로 축소해 놓으면 걸작처럼 보일 것이다.

반지의 안쪽엔 바디 리프레시와 임플로빙 이뮤너티 마법진을 새겼다. 사목 활동 하느라 지친 심신에 활력을 주는 마법과 면역력 증진 마법이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신부님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화룡점정을 하듯 마나석을 박아 넣고는 오토 리차지 마법진을 그렸다. 이제 반영구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언제나처럼 마지막은 인비저빌러티 마법진이다. 사람들의 눈에 뜨여 좋을 일 없기에 보이지 않도록 한 것이다.

“흐음! 좋군.”

확대 마법을 취소하자 스르르 줄어들어 반지가 된다. 벨벳으로 감싼 상자에 반지를 넣고는 뚜껑을 닫았다.

샤워를 하곤 아공간 속의 서적들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새벽 한 시가 약간 넘었을 때 휴대폰이 진동한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누구지, 이 시간에? 어라? 교수님이네.”

문자를 보내셨다. 이메일을 확인해 보라는 내용이다.

하여 이메일을 확인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친애하는 김현수 군에게.

오늘 P와 NP 문제에 대한 최종 확인을 마쳤네. 내 의견은 자네의 접근이 옳다는 것이네. 축하하네.

리만 가설을 검토 중인 블라디미르 보에보토스키의 전언에 의하면 아주 신선한 발상이라며 흥미롭다고 하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은 로랑 라포르그가 검토하는데 자네의 해석 방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네.

아직 오류 발견을 못했다고 하네.

내비어―스톡스 방정식은 포항공대 박현주 교수가 살피고 있네. 문자가 왔는데 이 문제의 풀이법이 드디어 나온 것 같다면서 흥분했더군.

호지 추측은 뉴욕대 미하일 그로모프 교수가 검토 중이네. 이 양반은 결론이 나기 전까진 연락하지 않을 사람이네.

자네의 풀이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면 벌써 연락했을 텐데 아직 그러지 않았네. 좋은 소식 기다리는 중이네.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은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한상균 교수가 검증하는 중이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서울대 강서진 교수가 검토 중이네. 파일을 넘긴 지 얼마 안 되기에 아직은 소식이 없네.

만일 이 모든 풀이가 맞는다면 자넨 수학의 신기원을 기록한 사람으로 사서에 기록될 것이다.

어쩌면 페르마나 가우스보다도 더 위대한 수학자로 이름을 떨칠지도 모르네.

박현주 교수는 내년에 개최되는 세계수학자대회 때 자네가 직접 나서서 이것들을 풀이했으면 하네.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이런 풀이를 볼 수 있어 행복하네. 고맙네.

현수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스승이 기뻐하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빙그레 웃었다.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하여 회신 문자를 보냈다.

5장 그건 왜 알고 싶은 겁니까?

―교수님께서 검토해 주셔서 저는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며칠간 해외 출장을 다녀와야 합니다. 그 일을 마치면 찾아뵙겠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살펴주십시오.

김현수 올림.

문자를 보낸 현수는 아공간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 미스릴로 만든 아무런 문양도 없는 밋밋한 것이다.

여기에 작은 보석 하나를 박았다. 초록빛 에메랄드이다. 이 보석이 갖는 의미는 행운과 행복, 그리고 고귀함과 건강이다.

인라지 마법으로 확대하곤 신부님께 드릴 반지에 새긴 것과 같은 마법진들을 그려 넣었다.

늦은 시간까지 연구실을 떠나지 않기에 운동 부족일 것이다.

아울러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니 신진대사도 원활치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라는 뜻에서 만든 것이다.

적당한 상자를 찾아 넣고는 예쁘게 포장까지 했다.

* * *

충격! 직장인의 신화 천지건설의 김현수 전무!

세계 최고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판명됨.

이것은 2013년 12월 18일자 조간신문 1면에 실린 가장 굵은 제호이다. 그 아래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려 있다.

김현수 전무는 지난 11월 2일 대전에 위치한 모 심리연구소를 방문하여 웩슬러 성인용 지능 검사를 받은 바 있다.

검사 결과 김현수 전무의 IQ는 255로 판명되었다.

현존 세계 최고는 IQ 230인 호주 출신 테렌스 타오이다. 김현수 전무는 이 기록을 단숨에 깨고 정상에 등극했다.

심리연구소에서는 의외의 검사 결과에 놀라 여러 번 확인 작업을 거쳤다고 한다.

김현수 전무는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나머지 내용은 추측성 기사이다.

모 일간지에 실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현수는 운전 중이었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네,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아침 신문 보셨어요?”

“아뇨. 무슨 큰일이라도 났어요?”

“네, 신문에 사장님 기사가 실렸어요.”

“아, 그래요?”

현수는 별일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잉가댐 공사를 수주한 이후 심심치 않게 기사가 실리곤 했기 때문이다.

“근데 사장님, 정말 IQ가 255예요?”

“…끄응! 그게 기사화된 거예요?”

“어머! 모르고 계셨어요?”

“그 사람들 참……!”

현수는 마땅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장실로 들어갔다. 컴퓨터를 켜고 포털사이트로 들어가니 ‘김현수 전무’가 검색어 순위 1위에 등극해 있다.

기사 먼저 확인했다. 심리상담소의 누군가가 언론에 흘린 듯하다. 수없이 많은 댓글이 달려 있지만 보지 않았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인터컴을 눌렀다.

삐리리리리―!

“네, 사장님!”

비서 역할까지 담당하는 이은정 실장의 밝은 음성이다.

“언론과의 인터뷰는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찾아올 사람이 있어요. 창광상사 엄 과장이라는 분이 오면 보내주십시오.”

창광상사 엄 과장은 국정원 엄규백 팀장의 위장 신분이다.

“네, 알겠습니다.”

“드미트리 씨와 예카테리나 변호사도 올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들여보내세요.”

“알겠습니다. 또 다른 지시 사항은 없습니까?”

“민주영 실장에게 전화하여 곡물 종자 확보되었는지 물어보고, 그렇다고 하면 전부 이쪽으로 보내라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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