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63화 (563/1,307)

# 563

현수는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나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다. 그렇기에 넉넉하게 사육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조선돼지를 사려는가 하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때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

“별로 안 올랐어! 싼 건 400위안 정도 하고, 비싼 것도 3,000위안은 넘지 않아. 그러니까 적당한 걸로 하나 더 사라고. 싱싱하고 좋아.”

“흐음, 3,000위안이라…….”

구미가 동한다는 듯 턱밑을 쓰다듬자 앞에 앉아 있던 놈이 말을 잇는다.

“참고로 3,000위안짜린 최상급이야. 열아홉쯤 된 얼굴 반반한 게 그 정도 해.”

“열아홉? 반반해?”

“그래, 그거 하나 사서 실컷 써. 전에 산 건 싫증 안 나냐? 그거 싫증났거나 돈이 필요하면 다른 놈들에게 팔면 되잖아.”

이 말을 듣는 순간 현수의 뇌리로 스치는 기억이 있다.

지나에선 탈북여성을 조선돼지라고 부른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읽었던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로 끝나면서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고, 생필품은 부족하여 먹고살기 힘든 지경이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이 국경을 넘어 지나로 잠입한다.

탈북자의 수효는 대략 5만∼10만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중 80% 정도가 여성이다.

지나에선 이런 탈북여성을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한다.

북한으로 보내지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에 탈북여성들은 속수무책으로 인신매매 된다.

이들을 조선돼지라 부르는 이유는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고, 자기 마음대로 인권을 유린해도 무방한 짐승 정도로 여기기 때문이다.

탈북여성들은 농촌지역으로 팔려가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거나 자녀 출산을 위한 성적 노리개로 활용된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을 받고 또 팔아넘긴다.

결혼하기 힘든 장애인이나 정신지체가 있는 사람들이 이들을 사들인다.

가만히 보니 생긴 건 멀쩡한 놈들이다. 이런 식당에 와서 음식을 먹을 정도면 가난한 자들도 아니다. 그런데 조선돼지를 언급하였기에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보았다.

한 놈은 전문적인 인신매매 조직원이다. 그 앞에 있는 놈은 성적 쾌락을 위해 탈북여성을 계속해서 갈아치우는 듯하다.

‘이런 시러배 잡놈들이……!’

북한과 적대적 대치관계를 이루고 있지만 큰 울타리에서 보면 같은 민족이다. 그런데 냄새나는 지나놈들이 북한여성들을 짐승 내지는 물건 취급을 하니 부아가 치민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둘의 대화는 이어지고 있다.

“어때! 조금 있다 한번 가볼 테야? 어제 새 돼지들이 들어왔어. 내가 보니까 아직 손을 안 탄 것 같은데.”

“그래?”

사려는 녀석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다.

“얼굴이 아주 반반한 것도 있어. 몸매도 괜찮고. 우리 두목이 3,000위안이라고 가격을 매겨놨는데 자네가 사게.”

“내가? 흐음, 3,000위안이라……. 조금 비싸.”

둘이 대화하고 있는 3,000위안은 한국 돈으로 약 55만 원이다. 얼굴 예쁜 처녀를 이 가격에 사고파는 것이다.

“알잖아, 우린 비싸게 안 받아. 다른 조직에선 5,000위안도 받고, 임자 만나면 6,000위안까지 받는다구.”

“그건 알아! 그러니까 널 만나자고 한 거지.”

“어때? 말 나온 김에 갈까? 가서 골라. 내가 두목에게 말해서 조금 깎아주라고 할 테니까.”

“거기 조선돼지가 몇 마리나 있는데?”

“지금 있는 건 스무 마리쯤이야.”

이놈들은 아예 짐승 취급을 하는지 단위가 명이 아니라 마리이다. 갈수록 괘씸해지는 상황이다.

“스무 마리? 그중 하나만 괜찮다는 거지?”

“아니! 절반 정도가 괜찮아. 못 먹어서 비쩍 말라 있는데 잘 먹이면 아주 푹신푹신해질 거야.”

“크흐흐! 그래? 좋았어. 이거 다 먹고 가지.”

“좋은 선택이야.”

“참, 전에 샀던 거 그거 되사줄 거지?”

“전의 건 얼마짜리였지?”

“3,000위안!”

“그래? 그건 1,000위안 쳐 줄게.”

“너무 짜잖아. 1,500위안을 줘야지.”

“이 사람아! 그 돼지 사다가 일 년이 넘도록 실컷 했잖아. 자네가 살 땐 신삥이었지만 이젠 중고라구!”

“쳇! 처녀라고 해서 샀는데 아니었다구. 물어보니까 자네 조직의 어떤 놈이 나보다 먼저 손을 댔다구 하더군.”

“그래? 흐음, 알았어. 그럼 1,200위안까진 해줄게. 됐지?”

“오케이! 얼른 먹고 가자.”

“좋아!”

둘은 식탁에 남은 음식을 먹으며 온갖 음담패설을 늘어놓는다. 그러다 까차가 눈에 띄었는지 나직이 속삭인다.

“이보게! 저런 물건은 취급 안 하나?”

“흐음, 저건 한 10,000위안까진 거뜬히 받을 수 있겠군.”

“아니, 15,000위안이라고 해도 살걸.”

“자네라면 그 가격에 산다고?”

“그래! 기꺼이 지불하지, 저 정도면……. 크흐흐흐!”

입가에 침까지 흘리며 음흉한 시선으로 까차를 바라보고 있다. 아주 색욕에 미친놈들 같다.

“잠시 기다려.”

“왜?”

“전화 한 통만 걸고 올게.”

인신매매 조직원이 자리를 비우자 남은 녀석은 까차의 전신을 샅샅이 살핀다.

굽실굽실한 머리카락부터 시작하여 어깨, 가슴, 허리, 둔부, 허벅지를 거쳐 쪽 뻗은 종아리까지 핥듯이 바라본다.

같은 순간 현수는 이브즈드랍 마법으로 방금 나간 녀석의 통화내용을 엿듣고 있다.

“두목! 여기 진짜 쓸 만한 물건 있습니다. 아뇨, 한국돼지는 아니고 서양계집인데 15,000위안까지 낸다는 놈도 있습니다.”

상대방이 뭐라고 하는지 잠시 조용하다.

“네, 네! 이쪽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네, 네! 알겠습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 이브즈드랍 마법으로도 저쪽에서 한 말은 엿듣기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은 충분히 짐작된다.

까차를 납치하기 위해 조직원을 보낸다는 것이다.

‘으음, 도저히 그냥 갈 수 없겠군.’

아르센 대륙의 흑마법사나 같은 무리라는 판정을 내린 현수는 세상에서 지워 버릴 생각을 품었다.

이때 까차를 바라보느라 정신없던 놈이 단숨에 술잔을 비우곤 화장실 쪽으로 이동한다.

“어허! 시원하다.”

굵은 소변줄기를 보며 혼자 중얼거린 놈의 뒷공간이 일렁인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나직한 소리가 들린다.

“스테츄! 메모리 스캔!”

“……!”

갑작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 녀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스테츄는 눈동자 굴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대인마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개 같은…….”

빠르게 녀석의 기억을 읽던 현수가 욕지기를 내뱉는다. 그도 그럴 것이 용서받기 힘든 죄를 저지른 때문이다.

이 녀석은 탈북여성 넷을 샀다.

헐값에 사서 성노로 부리는 것으로 모자라 온갖 일을 시켰다. 말을 듣지 않거나 반항하면 심한 구타를 하였다.

그 결과 셋이나 죽었다. 그녀들의 시신은 현재 마을 뒤쪽 야산에 암매장되어 있다.

이 녀석은 현재 조그만 공장을 운영한다.

탈북여성들은 하루 종일 이 공장에서 고된 일을 해야 했다. 작업자의 건강 따윈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일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된 폐수는 다량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비만 오면 무단 방류되었다.

이로 인해 인근 마을 식수원이 오염되어 많은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공안에게 뇌물을 줬고, 그 결과 인근 다른 공장 사장이 처벌받았다.

그가 연행되어 가던 날 밤, 그의 부인은 겁간을 당했다. 누명을 씌운 것으로도 모자라 가정파괴까지 시도한 것이다.

여기까지 기억을 읽은 현수가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공간 오픈! 입고!”

소변을 보던 자세 그대로 아공간으로 녀석이 사라진다.

살려둘 가치가 조금도 없는 놈이기에 세상에서 지운 것이다.

화장실을 나선 현수가 다시 좌석으로 돌아갈 때 밖으로 나갔던 인신매매 조직원 또한 안으로 들어선다.

힐끔 바라보니 인상 참 더러운 놈이다.

개기름이 번들번들 흐르는 얼굴엔 탐욕의 빛만 있을 뿐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작하던 녀석이 들어오지 않자 나직이 중얼거린다.

“어! 이 친구 어디로 갔지?”

잠시 후, 이 녀석도 화장실로 향한다. 소변을 보던 사람들이 나가고 녀석 혼자만 남게 되자 마법을 걸었다.

“스테츄! 메모리 스캔!”

이놈도 마찬가지였다. 탈북여성들을 강간하는 것으로 모자라 폭력을 행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기밀매를 하기 위해 사람들을 납치했다.

그 결과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인육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그중 일부는 인육 분말 캡슐 속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살려둘 가치가 없는 자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당장 아공간에 넣지는 않았다. 일당까지 잡으려면 아직은 살려둬야 하기 때문이다.

“매직 캔슬!”

“으윽! 왜 그랬지?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은 때문이다.

“뭐야? 귀신인 거야?”

갑자기 오싹한 기운을 느꼈는지 겁먹은 표정으로 주위를 휘휘 둘러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

현수는 이미 화장실 밖으로 나간 뒤이기 때문이다.

녀석이 오싹한 기분을 느낀 것은 아마도 저승사자가 가까이 다가간 때문일 것이다.

자리에 돌아오니 까차와 드미트리는 여전히 여행코스를 잡느라 여념이 없다.

현수는 시끄러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꾹 참았다.

제거해야 할 인간쓰레기들이 곧 당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아, 이제 된 거죠?”

“내일 아침 8시부터 움직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거야.”

“알았어요. 늦잠 자지 말아요.”

“걱정 마.”

펼쳐 놨던 것들을 주섬주섬 옮겨 담는데 입구의 문이 열린다. 그리곤 네 녀석이 들어왔다. 예상대로 바로 옆 좌석에 앉으며 힐끔거린다. 대상은 까차이다.

“이브즈드랍!”

“저년이야?”

“그래! 어때? 깔쌈하지?”

“저걸 15,000위안에 판다고?”

“그래, 기꺼이 낸다는 녀석이 있어. 근데 잠시 어딜 갔나 봐.”

“15,000위안이면 너무 싸지 않아? 저 정도면 특A급이잖아.”

“그치? 두목이 먼저 시식하고 하면 우리가 차례로……. 장강에 배 지나간 자리는 표시 안 나잖아. 안 그래?”

“크흐흐! 그건 그렇지. 시식도 안 해보고 팔 수는 없으니까.”

“그치? 근데 옆에 있는 두 녀석은 어쩌지?”

“한 놈은 호리호리해서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저쪽에 덩치가 좀 있는 놈만 어찌하면 될 것 같은데?”

“그치? 그럼 먼저 호리호리한 놈부터 어떻게 할까?”

“그래. 그다음에 저 덩치를 어떻게 하자고.”

“겉보기에 싱싱한데 간하고 신장, 각막 공장으로 보내려면 죽이면 안 돼.”

“시체는 인육 분만 캡슐로 만들자고.”

“당연하지. 그것도 다 돈인데. 좋아, 먼저 호리호리한 놈을 맡지. 이 건물 뒤에 가 있을 테니 자네가 유인해 오라고.”

“오케이! 그럼 먼저 나가 있어. 내가 어떻게 해볼게.”

대화가 마쳐지자 네 녀석이 밖으로 나간다. 현수는 짐짓 모르는 척하며 남은 잔을 비웠다.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네, 그래요.”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곁에 있던 놈도 따라나선다. 화장실을 찾는 척하며 두리번거리자 녀석이 나가왔다.

“무얼 찾습니까?”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화장실은 이 건물 뒤에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서 뒤로 돌아가면… 아니, 같이 갑시다.”

“아! 고맙습니다.”

“이쪽으로…….”

유인하던 녀석이 손짓으로 건물 뒤편을 가리킨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아공간 오픈! 입고!”

시커먼 공간이 생기는가 싶더니 녀석의 몸이 확 빨려든다. 기다렸다는 듯 저승사자가 녀석의 혼을 낚아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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