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64화 (564/1,307)

# 564

“……!”

현수 혼자 나타나자 건들거리던 네 녀석이 흠칫거린다.

“나 기다렸어? 호리호리해서 만만해 보였나 보지?”

“와, 왕 형은 어디에 있어?”

“그 녀석이 왕씨였나? 지금쯤 지옥 문턱을 넘고 있을 거야. 아마 그 속에서 수백억 년은 썩어야 할 것 같아. 워낙 나쁜 짓을 많이 했으니까. 안 그래?”

“너, 넌 누구냐?”

현수의 범상치 않은 표정과 말투, 그리고 몸짓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듯한 표정이다.

“나? 지구 유일의 마법사! 너희를 지옥으로 인도할 분이지.”

“마법사? 무슨 말도 안 되는…….”

일행의 맏이인 듯한 자의 말은 맺어지지 못했다. 현수가 중간에 끼어든 때문이다.

“홀드 퍼슨! 홀드 퍼슨! 홀드 퍼슨!”

“으윽! 몸이 안 움직여.”

“아앗! 왜, 왜 이래?”

“우, 움직일 수가 없어.”

세 녀석이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 현수는 피식 웃는다.

“봤지? 나 마법사야. 지구에 하나밖에 없는……! 흐음, 가만히 있어. 이 녀석들의 기억 좀 읽어볼게. 메모리 스캔!”

“……!”

“어허! 동생들 놔두고 도망가려 하면 안 되지. 스테츄!”

“……!”

기회를 틈타 도주하려던 녀석이 동상처럼 굳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녀석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메모리 스캔!”

“……!”

네 녀석 모두 탈북여성을 짐승처럼 취급했다. 강간은 기본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하고, 굶겼다.

너무 못 생겼거나, 늙어서 상품가치가 없다 판단되면 각막, 신장, 간 등을 적출하는 작업도 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려는 것이 아니므로 산 채로 마취도 하지 않고 장기들을 꺼냈다. 당하는 사람이 어떤 고통을 느끼는지는 관심 밖이던 놈들이다.

그렇게 죽은 여성의 숫자가 50이 넘는다.

“도저히 용서해 줄 수 없는 놈들이군. 지옥에 가면 천벌을 받을 거다. 아공간 오픈! 입고, 입고, 입고!”

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 녀석이 아공간으로 빨려든다. 남은 녀석은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오줌을 지리고 있다.

“사, 살려주십시오. 시,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제,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탈북여성들이 배가 고프니 음식을 달라할 때 넌 들어줬나?”

“네? 그, 그건…….”

“살려달라고 할 때 생살을 찢고 간을 꺼냈지? 그런데 살려달라는 말이 나와?”

“……!”

이놈은 굶주리고 지친 탈북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혀 있을 때 일부러 그 앞에서 고기를 구워가며 술을 마셨다.

먹다가 실수하여 바닥에 고기가 떨어지면 개에게 던져 주었다. 이 녀석의 기억 속엔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아사한 사람의 숫자가 열이 넘는다.

누구보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대꾸하지 못한 것이다.

놈을 여전히 허공에서 일렁이고 있는 시커먼 공간을 보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짓는다. 저 구멍 속으로 빨려드는 즉시 지옥으로 간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양심도 없는 개새끼! 지옥에 가거든 고생 좀 해. 입고!”

현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빨려든다.

“아아악!”

“아공간 클로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CCTV가 있나 싶어서이다. 다행히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자리로 돌아오니 까차가 기다렸다는 듯 묻는다.

“웬 화장실을 그리 오래 있다 와요? 사람이 많았어요?”

“응? 그, 그래요.”

“관광할 코스는 다 정했어요. 근데 정말 같이 못 다녀요?”

“내일 회사 일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그래요. 그 일이 빨리 끝나면 합류할게요.”

“네에, 그럼 그러세요.”

셋이 식당을 나선 것은 밤이 점점 깊어질 무렵이다. 호텔로 들어가려다 노천식당에서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더 했다.

* * *

오전 9시, 천진시 외곽에 위치한 무룡빌딩 로비에 발을 들여놓으니 누군가가 다가선다.

“어서 오십시오.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김현수 사장님이시지요? 기다렸습니다.”

“그럼, 비룡 국제무역유한공사의 장 부사장님이십니까?”

“네, 장구민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아! 네에. 저도 반갑습니다.”

현수는 얼른 명함을 꺼내 건넸다. 상대 역시 명함을 건넨다.

“예서 이럴게 아니라 사무실로 가시죠.”

“네, 그러시죠.”

장 부사장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사업 잘 되시죠?”

“네, 요즘 경기가 제법 괜찮아서 저흰 좋습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도 좋지요?”

“하하! 네에. 저희도 좋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은 17층이다. 엘리베이터를 내리는 순간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이브즈드랍!”

“네?”

나직이 중얼거리는 소릴 들은 모양이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무실 인테리어가 괜찮네요.”

“아! 인테리어요? 공사한 지 얼마 안 됩니다. 한국 사람들은 안목이 세련되었다고 하는데 사장님 보시기엔 어떠합니까?”

국제적인 무역을 하기에 바이어들이 많이 드나들 것이다. 그래서인지 지나의 전통적인 문양을 많이 이용한 인테리어이다.

아무튼 새로 해서 그런지 깔끔한 느낌은 든다.

“좋네요. 우리 회사도 인테리어 좀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요? 칭찬 고맙습니다. 하하하!”

장 부사장이 안내한 곳은 접견실이란 팻말이 붙어 있었다.

“자아, 안으로 드시지요.”

“네.”

현수가 안에 들어서자 긴 생머리 아가씨가 정중히 고개 숙이며 인사를 한다. 접견실 담당이라 인물을 보고 뽑은 듯 매우 아름다워 보인다.

“어서 오십시오. 비룡 국제무역유한공사입니다.”

아가씨가 공손히 인사를 하자 장 부사장이 끼어든다.

“이 친구는 귀빈 접견실 담당 비서입니다.”

“네, 진려시라 합니다.”

다시 한 번 정중히 고개 숙여 예를 갖춘다.

“반갑습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김현수입니다.”

현수가 환히 웃어주자 진려시 역시 웃는다.

“네, 알아요. 인터넷 동영상보다 훨씬 잘 생기셨네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8장 지하에 감춰진 것

이때까지만 해도 현수는 신화창조 티저 영상이 얼마나 많이 재생되는지 모른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제가수 싸이의 기록은 네 가지이다.

공개 첫날 최다 조회수, 가장 많이 본 온라인 동영상, 가장 많은 좋아요(Like)를 받은 온라인 동영상, 조회수 10억 건을 기록한 첫 번째 동영상이다.

신화창조 티저 영상은 이미 이 기록들을 모두 깼다. 그리고 현재에도 신기록을 매 순간마다 경신하고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2012년 7월 15일에 유투브에 올려졌다. 2013년 7월 15일엔 조회수가 18억이다.

1년에 이만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신화창조 티저 영상은 2013년 9월 30일에 처음 올려졌다.

그리고 채 석 달도 되지 않은 2013년 12월 20일 오늘 조회수가 20억이다. 가히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중이다.

이런 상황이니 웬만하면 알아보는 것이 정상이다.

“이쪽에 앉으세요. 차는 뭐로 준비할까요?”

“미스 진! 그거 있잖아. 대홍포.”

“네? 아, 알겠습니다. 대홍포로 준비하겠습니다.”

진 비서가 정중히 고개 숙이고는 물러난다.

현수는 평상시에 차를 즐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어떤 차가 어떤 맛을 내며, 값은 얼마나 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대홍포라는 차가 상당히 귀한 것이란 예상은 했다.

장 부사장이 말을 꺼냈을 때 진 비서의 놀란 표정을 보고 짐작한 것이다.

실제로 진품 대홍포차는 매우 비싸다.

오룡차의 일종인 이것은 수령 350년 이상 된 나무 3그루에서 채취된다. 일 년에 약 300∼350g 정도 채취된다.

희소성으로 인해 가격이 상당히 높다. 2012년엔 20g짜리가 약 3,500만 원에 낙찰된 바 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 것이다.

이러니 진 비서가 놀란 표정을 지은 것이다.

장 부사장은 이실리프 무역상사 대표 김현수와 상담할 물건이 쉐리엔이라 짐작하였기에 최고 귀빈 대접을 하는 것이다.

잠시 후 진려시가 조심스런 걸음으로 다가와 다구를 세팅하고는 찻물을 따라준다.

“대홍포차가 뭔지는 아시지요?”

“설명을 해주시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홍포차는…….”

잠시 장 부사장의 설명이 있었다.

“그렇게 비싼 겁니까? 에구, 저는 차 맛도 잘 모르는데.”

“일단 드셔보십시오.”

“네, 그럼 감사히 맛보겠습니다.”

엄청 비싸다니 조심스레 입안에 머금어보았다. 녹차의 청향과 홍차의 달고 깔끔한 맛이 느껴진다.

“어떻습니까?”

“좋은 것 같습니다.”

차 맛을 제대로 모르니 웃는 수밖에 없었다. 장 부사장은 찻물을 머금고는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리곤 천천히 삼킨다.

아주 귀한 것을 맛보았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이는 계산된 표정이다. 방금 내놓은 대홍포는 진품이 아니다. 다시 말해 맛만 비슷하게 만든 싸구려이다.

그럼에도 대홍포라 하는 것은 상대에게 비싼 것을 대접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진품 대홍포는 지나인들 가운데에서도 극히 일부분만이 그 맛을 본다. 따라서 진품이 맛이 어떤지 아는 사람 역시 일부분이다.

그러니 웬만하면 모두 감탄하는 표정을 짓는다. 몰라도 아는 척하려는 인간의 습성 때문이다.

아무튼 찻잔이 비자 장 부사장이 시선을 맞추며 웃는다.

“먼저 저희 회사를 택해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네? 아. 네에.”

“어떻게 저희 회사를 알고 연락을 주셨는지요?”

“저희 회사 직원이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추천하더군요.”

“아! 그렇습니까? 그 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야겠군요.”

현수가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뿐이다. 18층에서 20층까지를 지나 국가안전부(MSS) 3국이 쓴다는 것이다.

엄규백 팀장이 준 자료를 보고 혹시나 해서 무룡빌딩을 검색해 보니 국제무역을 하는 회사가 있어 연락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이런 대꾸를 한 것이다.

“그나저나 쉐리엔 수출 건으로 오신 거지요?”

“네……? 아, 그럼요. 그런데 귀사의 배급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요?”

“배급력이요? 저흰 지나 전역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지나인 아니라 할까 봐 허풍을 떨고 있다.

“그래요? 현재 취급하고 있는 품목은 어찌 되는지요?”

“현재는 의류와 다류 등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장 부사장은 거저 굴러들어올 막대한 이익을 생각하는지 환한 웃음을 짓는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저희가 실제 배급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능합니까?”

“네? 그걸 왜……?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수출만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장 부사장의 표정이 급 당황으로 바뀐다.

사실 지나 전역을 커버할 배급력은 없다. 그 정도면 무룡빌딩에 세를 들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이만한 건물 정도는 여럿 보유할 정도로 자금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배급력이 있다고 큰소리를 친 것은 쉐리엔이 있다고 하면 돈 싸들고 줄 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쉐리엔의 제조사인 대한의약품에서 수출 전에 꼭 확인하라는 요청이 있어 그렇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배급력을 확인하려는지요? 저희가 일일이 안내를 할까요?”

“아뇨, 지사 또는 지점의 주소록을 주시면 저희 직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확인할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배급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면 쉐리엔을 독점적으로 공급하실 수 있게 될 겁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 지점들의 주소록을 준비해야겠군요. 근데 그 일은 시간이 조금 걸리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여전히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래야겠지요. 그나저나 화장실 좀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을 갈아 먹어서 그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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