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65화 (565/1,307)

# 565

“아! 배탈이 나신 모양입니다. 화장실은 엘리베이터 홀 부근에 있습니다. 다녀오십시오.”

“그러죠.”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장 부사장이 말을 잇는다.

“저희 사장님을 만나 말씀하신 바를 전하고 지점 연락처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한 10분이면 될 겁니다.”

“네, 그럼 전 화장실을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현수가 밖으로 나가자 장 부사장은 얼른 옆방으로 들어간다.

이제부터 있지도 않은 지점 수십, 수백 개의 주소록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화로 연결하여 비룡 국제무역유한공사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만한 곳이어야 한다.

같은 순간, 현수는 복도를 걸으며 사방을 살폈다.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복도 양 끝에 CCTV가 있다.

화장실로 들어가 확인해 보니 그 안에는 없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투명은신 마법을 구현시키자 현수의 신형이 사라진다.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까지 더블 캐스팅을 한 현수는 복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를 천천히 걸었다.

10분 후, 현수는 접견실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장 부사장은 여전히 자리를 비운 채이다.

진려시가 상냥한 표정으로 묻는다.

“차 한 잔 더 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부사장님은 언제 오시는지요?”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사장님과 말씀 나누는 중입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다시 10분이 지났지만 부사장은 오지 않았다. 현수는 탁자 위의 카탈로그들을 살피는 척하며 위층의 대화를 엿들었다.

그러던 중 중요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국안부 3국은 18층부터 20층까지를 쓴다. 옥상의 안테나 시설 모두 국안부가 사용하는 것이니 옥상도 쓴다고 봐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하 6∼7층도 쓰고 있다.

이 건물의 메인 엘리베이터는 지하 5층까지만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더 내려가려면 주차장 구석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써야 하는데 교묘히 가려져 있어 알아채기 힘들다.

3국장의 집무실은 최상층인 20층이며, 층당 200명 이상의 인원이 상주한다. 지하층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국안부 3국은 내근인원만 1,000명 가까이 되는 방대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흐음! 3국장만 조질까, 아니면 일벌백계를 할까? 응?’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가 들린다.

오늘 오후 3국 간부회의가 열린다. 보안을 위해 간부가 아닌 자들은 퇴근을 하거나 아래층에서 대기하도록 되어 있다.

“흐음! 잘되었군.”

나직이 중얼거리는데 장 부사장이 들어온다.

“아이고,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속은 괜찮습니까?”

“네. 염려 덕분인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게 저희 지점 주소록입니다. 언제든 연락해 보시면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언제쯤 알아보실 건지요?”

“이걸 팩시밀리로 보내면 직원들이 사흘쯤 후엔 각 성별로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겁니다.”

“그래서 확인만 되면 쉐리엔을 저희가 수입하여 배급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그렇습니다. 그럼 이게 확인되었다는 전제하에 가격 이야기를 하십시다.”

“하하, 네에.”

“아시다시피 쉐리엔은 가장 탁월한 다이어트 보조제입니다. 경쟁상대가 없으므로…….”

잠시 대화가 오갔다. 공급하지도 않을 쉐리엔의 가격에 관한 내용이다. 일부러 센 가격을 불렀더니 깎아달라고 애원을 한다. 깎는 만큼 남기 때문이다.

오전 11시쯤 점심을 같이 먹자는 청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번들거리는 개기름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오후에 3국 회의를 참관할 계획이기에 멀리 갈 수 없어 인근 식당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웠다.

그리곤 다시 무룡빌딩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투명 은신 마법을 구현시킨 상태인지라 어느 누구도 현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5층으로 내려갔다.

땡―!

경쾌한 신호음과 동시에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서며 시선을 돌려보니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지하 주차장 치곤 과한 설치이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 보니 정보대로 구석에 엘리베이터가 있다.

겉보기엔 합판을 세워놓은 듯 위장되어 있다.

‘흐음, 이걸 타야 내려간다는 뜻이지?’

버튼을 눌러 문을 열고 내려갈까 하다 멈칫거렸다.

지나 국안부는 능력을 인정받는 정보기관이다. 따라서 보안이 허술하지 않을 것이다.

지문 등을 남길 이유가 없기에 잠시 망설이는데 기계음이 들린다. 밑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듯하다.

한쪽으로 비켜서니 두 녀석이 나온다.

문이 열렸을 때 얼른 올라탔다. 혹시 중력 감지 장치 같은 것이 있을지 몰라 플라이 마법을 구현시킨 상태이다.

문이 닫히자 저절로 내려간다.

‘어라! 버튼 안 눌렀는데. 누가 또 올라가려고 하나? 응? 버튼이 없네.’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지하 7층에 당도했다고 표시된다.

도착 신호음과 동시에 문이 열려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왜 이러지?’

이 엘리베이터는 다른 것과 다르다. 안에 조작버튼이 없다.

열리고 닫히는 것은 물론이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까지 통제실에서 조작한다.

올라가거나 내려가려 할 때, 또는 긴급상황이 발생되면 엘리베이터 내외의 내선통신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다.

“지하 6층으로 올라가야겠습니다. 조작해 주십시오.”

띵―!

스르르르르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덩치 둘이 올라탄다. 현수는 그사이에 연기처럼 빠져나갔다.

지하 7층을 둘러보니 여러 개의 연구실과 작업실, 그리고 창고로 구성되어 있다. 몇몇 곳을 들여다보니 작전 중에 필요한 무기 및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다. 사람들도 많지만 모두 일에 몰두하는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복도의 끝에 당도해 보니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습기 때문인지 문이 닫혀 있다.

슬쩍 밀어보니 맥없이 열리기에 나가보았다.

동굴은 드래곤의 레어에 비견될 정도로 크고 길다. 바닥엔 도로가 닦여 있어 이동하는 데 무리가 없다.

안쪽 약 3㎞ 정도 들어가 보니 또 다른 문이 있다. 이번엔 철문이다. 밀고 당겨보았지만 열리지 않는다. 잠긴 듯하다.

“언락!”

철커덕―!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방사능 주의 표시가 보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또 다른 문이 있다. 이것도 잠겨 있어 마법으로 열고 계속해서 들어가 보았다.

이렇게 해서 현수가 통과한 문은 모두 아홉 개다. 이동한 통로의 길이는 약 30㎞이다.

“여긴 뭐지?”

두리번거리면서 안으로 들어서던 현수의 걸음이 멈춘 것은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통제실을 본 때문이다.

안에는 군인들이 있다. 군기 빠진 당나라 군사들처럼 아주 한가로운 모습이다. 그러던 중 눈이 번쩍 뜨인다.

한쪽에 세워진 거대한 미사일을 본 것이다.

“뭐야, 이건……!”

표면에 DF―21C라 쓰여 있다.

이건 2006년에 발견된 것으로 사정거리 1,700㎞짜리이며, 원형공산오차(Circular Error Probability)가 순항미사일 수준인 30∼40m로 높아져 정밀 공격이 가능해진 핵미사일이다.

이 정도면 한국, 일본, 태국, 베트남 전역과 인도 일부지역이 사정거리 안에 든다. 다시 말해 한국과 전쟁이 벌어질 경우 사용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단 좌표부터 확인!”

현수는 얼른 이곳의 좌표를 확인하고 기록해 두었다.

지나는 약 240∼400기의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혹자는 2,350∼3,500기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이것들 대부분 핵무기로도 타격할 수 없는 지하에 보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하다. 핵무기를 보관할 정도면 상당히 깊어야 하는데 지하 7층이라면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현수의 착각으로 인한 오해이다.

동굴의 도로는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하여 지하 300m쯤 되는 곳에 당도한 것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확인한 결과 이곳은 지나군 제2포병부대 중 하나이다. 현수가 이동한 통로는 비상시를 대비한 것으로 납이 든 육중한 철문으로 혹시 있을지 모를 방사능 피해를 대비한 격실들이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노트북을 켰다.

그리곤 DF―21C에 대한 검색을 해보았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곳이라 위키 백과사전 검색을 한 것이다.

지나는 보유한 핵무기들을 보관하기 위해 하북 지역 지하에 총연장 5,000㎞짜리 지하 만리장성을 구축했다.

수백m 깊이에 조성된 이곳을 지나 사람들은 지하미궁이라 부른다고 한다. 수십만 톤급 핵탄두 수십 개로 공격해도 일부만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다.

지나가 이것을 조성한 이유는 2차 핵공격 능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적이 먼저 핵무기로 타격을 가할 경우 그게 대한 반격 능력을 가지려고 조성했다.

“흐으음! 이건 좀 그렇군.”

한국과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렇기에 나지막한 침음을 낸 것이다.

노트북을 덮은 현수는 계속해서 통로를 이동하며 일일이 확인해 보았다.

그 결과 DF―21A 한 기가 보관되어 있음을 알아냈다. 90kt 핵탄두 1발을 탑재하며, 사거리 2,700km짜리이다.

어찌할 것인지를 한참 고심하던 현수는 귀환 마법진을 꺼냈다. 그리곤 핵미사일로 다가가 그것을 부착시켰다.

물론 인비저빌러티 마법진까지 그려져 있어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동했던 통로를 따라 다시 무룡빌딩으로 돌아왔다.

지하 7층은 여전했다. 창고마다 열어 안에 있던 것들을 아공간에 담았다.

다음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6층에 올라가보았다.

이곳의 메인은 통신실이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직원들의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위를 날면서 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살폈다. 그러던 중 한국과 관련된 부서를 찾았다.

인천 등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삼합회 조직원 가운데 일부가 국안부 소속이라는 것이 확인된다.

비어 있는 컴퓨터로 검색해 보니 놈들의 거점이 기록되어 있다. 마침 누군가의 USB가 꽂혀 있기에 얼른 내려받았다.

그 순간 모니터에 경고메시지가 뜬다. 작업 중이던 모든 인원이 고개를 들고는 서로를 바라본다.

“또 고장인가 봐.”

“빌어먹을 놈들! 이런 거 하나 제대로 못해주나?”

“맞아! 툭하면 이러니 일에 집중이 안 되잖아.”

“기술실 녀석들은 밥도 주지 말아야 해. 에이, 짜증나!”

자신들 이외엔 아무도 없음이 확인되자 모두가 투덜거린다.

‘제법이네.’

허락되지 않은 다운로드에 곧바로 경고 메시지가 뜨는 걸 보면 지나도 이제 IT 쪽에 제법 기술이 쌓여가는 모양이다.

내친 김에 컴퓨터의 기록들을 조금 더 살펴보았지만 이곳에선 더 건질 정보가 없다.

현수가 정보를 취급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이렇게 느끼는 것이다. 만일 엄규백 팀장이 왔다면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가져가고 싶었을 것이다. 알고자 하는 자료의 바다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아직도 한참 남았군. 좋아, 그렇다면 조금 더 살펴봐 주지.’

이 폴더 저 폴더를 열어보던 중 외국에서 수집한 정보들을 모아놓은 것을 발견했다. 특A부터 시작하여 A, B, C, D, E, F급으로 분류된 정보들이다.

국가별로 분류되어 있는데 미국과 일본, 그리고 북한에 관한 자료들도 다수 눈에 뜨인다.

‘흐음, 이걸 가져다주면 엄 팀장이 좋아하려나?’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컴퓨터의 숫자는 대략 30여 개다. 모두 같은 자료가 들어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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