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66화 (566/1,307)

# 566

‘흐으음!’

잠시 고심하던 현수는 CCTV에 시선을 주었다. 컴퓨터의 본체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찍히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하여 어찌할까 고심했다.

‘그렇지. 메모리 마법이 있었어.’

CCTV의 사각지대로 자리를 옮기곤 마법진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CCTV 앞으로 가서 잠시 동안 놈들의 업무 모습을 녹화했다.

“액티베이션!”

이제부터 CCTV는 멀쩡히 작업하는 모습만 녹화할 것이다.

“모두가 잠들지어다. 매스 슬립!”

샤르르르르릉―!

“하암, 왜 이렇게 졸리지? 끄응!”

“쿠울―!”

“으음, 졸려.”

사무실에 있던 이십여 명이 동시다발적으로 고개를 처박고 잠이 든다. 놈들을 끌어다 한곳에 모았다.

“딥 슬립!”

샤르르르릉!

수면 마법이 중첩되자 놈들의 몸이 축 늘어진다. 아주 깊은 수면상태로 빠져들면서 온몸의 근육이 이완된 때문이다.

현수는 본체들을 하나하나 떼어내 아공간에 담았다.

본인도 모르게 테러의 대상이 되어 있음을 알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이것을 선물할 생각이다.

수취인은 엄규백 팀장이 되겠지만 누가 주는 건지는 모르게 할 생각이다.

일련의 작업을 마치곤 살그머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컴퓨터 본체 가운데 하나가 엘리베이터를 통제하던 것인 모양이다.

“이런다고 못 나갈 내가 아니지.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나타난 곳은 웨스턴 천진호텔의 객실이다. 혹시 몰라 좌표를 확인한 덕분이다.

‘제기랄! 이러다 늦겠군.’

서둘러 밖으로 나온 현수는 택시를 타고 무룡빌딩으로 향했다. 현대식 빌딩이지만 천진 최외곽에 만들어놓은 이유는 핵기지가 인근 지하에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플라이!”

다시 투명 은신 마법으로 몸을 감추곤 옥상으로 올라갔다. 예상대로 출입구가 잠겨 있다. 하지만 현수에겐 소용이 없다.

“언락!”

철커덕―!

삐이꺽―!

문을 열자 경첩 마찰음이 들린다. 계단을 딛고 아래로 내려가니 30여 명의 인원이 긴 테이블 좌우에 앉아 있다.

“에, 그러니까 조금 전에 말한 그 부분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하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현안 보고를 받지. 부국장, 베트남 건은 어떻게 되었나?”

“그놈들 어선이 우리가 휴어기 해역으로 지정한 황암도를 포함한 북위 12도 이상 해역에 자주 들어온다는 보고입니다. 하여 나포할 수 있으면 나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래, 잘했네, 괘씸한 놈들 감히 우리 해역에서 허가 없이 어로 행위를 하다니.”

팻말을 보니 국안부 3국장은 이름이 종위(鐘衛)이다.

지나와 베트남은 서사군도 영유권 분쟁으로 지난 1975년에 해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엔 베트남이 패전했다.

현재에도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으며, 지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도와 원유채굴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나는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르는 편이 쉬운 해결 방법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을 그어놓은 해역에 베트남 어선이 들어오면 나포하라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저쪽의 공격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무자비한 반격을 가할 속셈인 것이다.

방금 언급한 황암도을 필리핀에선 파나타그라고 부른다. 다른 국가들은 스카보러 섬이라 부른다.

이 섬은 지나보다 필리핀에 훨씬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영토분쟁 중이다.

지나 언론에 필리핀과 전면전 불사하라는 보도가 있었던 이 섬의 크기는 8.26㎡(2.5평)에 불과하다.

해면 위로 솟구친 높이는 어른 키만큼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섬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인근에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나는 한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과 영토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필리핀은 어때? 요즘도 무력 증강이 꾸준한가?”

“네, 그런데 요즘은 우리 쪽엔 신경 못 씁니다.”

“대만 어부 사망사건 때문에?”

“네, 강경한 대만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3국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은……? 참, 그 친구에 대한 걸 누가 맡았지?”

“김현수 건이라면 제가 맡았습니다.”

부국장 곁에 앉아 있던 놈이 손을 든다.

“어떻게 되었나?”

“삼합회에서 파견한 놈들은 한국 국정원으로 잡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녀석의 주위를 국정원 등이 경호하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원거리 저격을 시도하는 건 어때?”

“워낙 바쁘게 움직이는 녀석인 데다가 알려진 스케줄 확인이 어려워 저격은 난망합니다.”

“그럼 흑룡은 뭐하는데?”

“한국에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놈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때 저격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놈 하나 제거 못하는 건 자네가 무능해서지?”

“죄송합니다.”

3국장의 시선을 받은 자가 고개를 떨군다.

국장의 말처럼 현수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데 명령을 받고도 몇 달째 제거하지 못하기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 자식 때문에 내가 얼마나 닦달을 당하는지 알아? 이번엔 실수없이 제거하도록.”

“알겠습니다. 흑룡에게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흑룡 가지고도 어려우면 인원을 조금 더 파견해. 근데 결혼식장이 어디야?”

“광장동 성당이라고 합니다.”

“여차하면 결혼식 날 그 성당을 날려 버려.”

“네? 그러다 잘못되면 로마 교황청과…….”

“우리가 언제 그따위들 것 신경 썼어? 그리고 흔적은 남기는 건 프로가 아니지. 그러니 솜씨 좋은 놈들 보내서 한꺼번에 보내는 것도 고려해 봐.”

“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누굴 보내야 하는지는 알지?”

“네!”

9장 최선의 방어는 공격

“좋아, 크리스마스이브에 놈이 죽었다는 보고를 하도록. 다음, 일본 담당!”

“네!”

“녀석들이 핵무기를 어디에 감춰뒀는지 확인되었나?”

“아직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밑에 있을 것이라 추측되지만 확인은 못했습니다.”

일본이 보유한 플루토늄의 양은 북한의 965배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되었다. 일본은 미국이 도와주겠다는 것을 거부했다. 사무라이의 자존심 때문에 거절한 것처럼 보고되었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어딘가에 핵무기를 다량 제조하여 은닉한 것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중이다.

국안부 3국은 이것을 확인하는 임무를 배정받았던 것이다.

“왜지?”

“놈들이 철저히 접근을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길 가겠다는 지원자도 없어서…….”

“뭐야? 이건 국가의 중대사야. 근데 제 한 몸 챙기겠다고 안 간다고 해? 어떤 놈들이야?”

“국장님! 지금 그쪽은 방사능에 워낙 심하게 오염되어 있습니다. 들어갔다 나오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위험에 처합니다.”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연료풀 내 세슘량은 체르노빌 사고 때 방출된 것보다 여덟 배나 많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수치상으론 180테라베크럴이다. 인체에 해로운 다른 종류의 핵물질을 제외한 세슘의 양이다.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즉사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감추려 하지만 각국 언론은 이미 보도했다. 이러니 지원자가 없는 것이다.

“누가 몰라? 아무튼 인원을 파견해서 수일 내로 보고해. 나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거 알지?”

“…알겠습니다.”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앉는 자의 낯빛이 어둡다. 부하들 가운데 몇을 죽음의 길로 인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잠시 회의가 진행되었다. 투명 은신 마법으로 이 회의를 보고 있던 현수는 한 놈도 살려둘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가차없이 할 놈들이며, 실제로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동북공정에 대한 보고를 받을 땐 마법 한 방으로 몽땅 태워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놈들은 지나 땅에서 발굴되는 고조선 유물들을 철저하게 파괴하거나 은닉하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홍산옥기이다.

고조선이 실존 국가임을 입증해 주고 지나가 획책하는 동북공정의 허구성을 증명하는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류의 4대 문명인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문명, 황하문명, 이집트문명보다 무려 1천 년 이상 앞선 홍산문명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참고로 1922년 내몽골 지역에서 프랑스인 에밀 리쌍이 약 8,000년 전의 문명을 찾아냈다. 인근에 붉은 빛깔 봉우리들이 많아 홍산문명, 또는 홍산문화라 이름 붙였다.

이 발견을 가장 반긴 것은 지나였다.

4대 문명보다 더 오래된 문명이며, 그것의 뿌리가 될 수 있는 문명이 지나 한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신나게 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출토되는 유물들을 살피니 고조선의 것이 분명하다. 하여 발굴작업을 중단함은 물론이고 팠던 것도 덮었다.

지나로선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지나 한족과 전혀 관계없는 적석총, 옥귀걸이, 웅녀상, 빗살무늬 토기 등이 자꾸 나왔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것은 발굴된 유골의 mt DNA 변이3)가 지나 한족에는 잘 나타나지 않고 현대 한국인의 유전자에 나타나는 변이라는 것이다.

현대 한국인 중 6∼7%는 이 변이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따라서 N9a―16172라는 유전자 변이 형태를 가졌다면 웅족의 직계 후손이라는 뜻이다.

국장은 한국인 학자들이 이 지역 인근에 접근하는 것을 엄히 차단할 것이며, 몰래 발굴하는 자가 발견되면 즉시 체포하라는 명을 내렸다.

그것에 대한 후속조치를 묻자 지나에서 1년에 실종되는 한국인 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되묻는다.

담당자가 즉석에서 자료를 찾아보니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실종된 한국인의 수는 514명이다.

한국에서의 실종자를 확인해 보니 2011년엔 여성만 2,372명이라고 한다.

2012년 통계를 확인해 보면 실종자 수가 무려 95,832명이나 된다. 이 중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는 한국이 실종자 찾기를 게을리한다는 뜻이니 동북공정에 방해되는 자가 눈에 뜨이면 압박을 가해 돌아가게 하거나 제거하라는 명을 내린다.

죄없는 남의 나라 국민을 살해하라는 지시이다.

분노가 치솟았지만 대체 어디까지 가는지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내버려 두었다. 그랬더니 점입가경이다.

지나산 농약범벅 농산물, 무게를 늘리기 위해 납을 넣은 꽃게, 볼트를 넣은 조기 등을 수출해 놓고도 한국의 항의에 강경책으로 대응하라고 한다. 무역보복을 지시한 것이다.

현수는 국안부 3국 간부회의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지나인들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들이 다치든 말든, 손해를 입든 말든 자기들만 배부르면 된다.

환경이 오염되거나 말거나, 사막이 점점 더 늘어나서 봄철 황사현상이 심해지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다. 오로지 돈만 벌어 등 따습고 배부르게 살면 된다는 심보이다.

‘설마 지나인 전체가 이런 건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아공간에 담긴 니퍼를 꺼내 CCTV의 회선을 모두 끊었다.

이제부터 발생될 장면이 녹화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매직 캔슬!”

샤르르르릉―!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국장의 뒤쪽에 현수가 나타나자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헉! 누, 누구냐!”

“누구야?”

“저놈은 뭐야?”

부하들의 반응에 놀라 뒤돌아본 국장 또한 깜짝 놀란다.

현수는 걸터앉아 있던 책상에서 내려서며 태연히 대꾸했다.

“나? 조금 전에 너희가 암살하라고 했던 천지건설 김현수 전무야. 내 얼굴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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