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8
현수의 입에서 귀환 마법이 구현되었다.
무룡빌딩의 화재 및 붕괴 사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여느 때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핵기지 요원들은 갑작스런 경고음에 시선을 돌렸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삐잉!
“헉! 뭐야? 핵미사일 어디 갔어?”
“누가 발사한 거야?”
“미친놈아! 발사 버튼을 안 눌렀는데 어떻게 발사가 돼?”
“근데 왜 안 보여? 어디 갔어? DF―21C 어디 갔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어라! DF―21A도 없어졌어.”
“뭐야? 뭐가 없어져? 미친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진짜입니다. 야! 빨리 비상 버튼 눌러! 어서!”
“네! 비상 버튼 누릅니다.”
삐용! 삐용! 삐용! 삐용!
요란한 경고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 폐쇄회로 모니터에 이상한 것이 보인다. 지하통로를 따라 약 200여 명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비친 것이다.
“저건 뭐야? 모두 비상! 비상! 어서 비상 발령해!”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다 화들짝 놀라 튀어 나온 기지 사령관의 명령에 부관이 마이크를 집어 든다.
“네! 전 대원은 들어라! 지하통로로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무리가 다가온다. 모두 무장하고 집결하라. 반복한다. 전 대원은 무장하고 지하통로 입구로 집결하라. 집결하라!”
요란한 경고음과 비상소집 명령이 섞이자 우왕좌왕이다. 과연 당나라 군사의 후예답다.
그런데 갑자기 지하통로의 조명이 모두 꺼진다. 무룡빌딩이 붕괴되면서 공급되던 전기가 끊긴 것이다.
모니터의 화면이 시커멓게 변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상황실 장교가 명령을 내린다.
“전 대원 즉시 집결하여 난입하는 자들을 제압하라.”
“왕 상교님! 사격을 명령하시는 겁니까?”
“그래! 전원 제압하라. 다시 반복한다. 지하통로를 통해 난입하는 자들을 제압하라. 발포도 허용된다.”
“왕 상교님! 적인지 아군인지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자칫 아군에게 발표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안다! 하지만 지금은 비상상황이다. DF―21C와 DF―21A가 사라졌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이 달려오는 중이다. 이 기지를 탈취하려는 적대세력일 확률이 매우 높다.”
“……!”
부관은 왕 상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놈들은 조명을 파괴하여 우리의 이목을 가리려는 수작을 부렸다. 따라서 적으로 간주하고 일단 제압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이 상황이 끝나면 기지 전체를 뒤져서 사라진 핵무기의 위치를 확인하라. 이상!”
“넷! 명령 받았습니다.”
복창한 장교가 얼른 마이크를 잡는다.
“아아! 전 대원은 들어라. 비상 연결 통로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사격 개시한다. 놈들이 어떤 무기를 가졌는지 알 수 없으므로 엄폐와 은폐를 확실히 하도록! 이상.”
부관의 말이 스피커를 통해 전파되자 핵기지 요원들이 일제히 산개하여 자리를 잡는다.
같은 순간, 무룡빌딩 지하 7층에 머물던 국안부 3국 요원들은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다. 지하 7층까지 붕괴되면서 엄청난 소음과 더불어 먼지가 쇄도하기 때문이다.
“어서 달려! 빨리! 어서 문 열어!”
“헉헉! 헉헉! 헉헉헉!”
내근직 요원들인지라 숨이 턱까지 차올라 제대로 뛰지 못하는 놈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쌩쌩한 놈들은 달린다.
“됐다. 이 문만 열면 돼!”
철커덕―!
열쇠를 넣고 놀리곤 문을 열었다.
“이젠 살았다! 빨리 달려.”
선두에 있던 놈이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핵기지 요원 가운데 누군가가 소리친다.
“전 대원 사격 개시!”
타탕! 타타타타탕! 타탕! 타타탕! 타타타타탕!
두두, 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두!
“아악! 으악! 컥! 케엑! 끄윽!”
“왜 우리에게……? 아악!”
“아군이야, 아군이라고… 케엑!”
“국안부 요원이다. 요원이란 말이야. 왜……? 아악!”
“물러나라. 물러나! 아아악!”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 비명과 함께 춤추듯 몸을 흔들던 자들이 와르르 쓰러진다. 뒤쪽에 있던 자들 역시 한순간에 쓰러졌다. 핵기지 요원들의 소총과 더불어 두 정의 88식 경기관총이 위력을 나타낸 결과이다.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사격을 중지하라!”
탕탕! 타타타탕! 탕탕! 탕!
누군가의 명령에 총성이 잦아든다. 어두운 통로에 엎드려 있던 자들은 숨죽인 채 상황을 살피는 중이다.
10장 야간열차 안에서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핵기지 요원의 물음에 누군가 대답한다.
“우린 국가안전부 제3국 소속 요원들이다.”
“뭐야? 뭐라고?”
“국안부 3국 요원들이란 말이다. 대체 왜 우리에게 총을 쏜 것이냐?”
“국가안전부 3국……? 근데 너희가 왜 이쪽으로 왔나? 아무런 연락도 없이.”
“본부에 화재가 발생하여 대피한 거다.”
“화재……? 화재가 났으면 바깥으로 나가면 되는데 왜 이쪽으로 왔나? 그리고 우리에게 연락할 수단이 없었나?”
“지하 7층에선 엘리베이터 외엔 위로 올라갈 수 없는데 전원이 끊겼다.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
핵기지 요원들은 할 말을 잃었다는 표정으로 일어선다.
상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군을 학살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저쪽에선 일체의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모두 비무장이라는 뜻이다.
“손 머리 위에 올리고 앞으로 나와라.”
“알겠다.”
어둠 속에 엎드려 있던 인물 셋이 손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그런 그들의 눈엔 동료들의 시신이 보인다.
멀쩡한 시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
머리통이 터져 나갔고, 팔목이 잘려 나갔다. 창자가 쏟아진 시신도 있고, 눈알이 없어진 것도 있다.
디디는 발걸음마다 선혈이 질척인다. 순식간에 바닥 전체가 핏물이 된 것이다.
“으으으! 으으으으!”
너무도 어이없는 상황에 3국 요원들은 나지막한 신음만 낸다. 200여 명 중 겨우 셋만 살아남았다.
그렇게 되는데 불과 2∼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긴 한 군데 몰려 있는데 거기다 대고 집중 사격을 했다.
당연한 결과이다. 오히려 살아남은 게 신기할 지경이다.
“천천히 움직여 다가와라. 그리고 신분증을 제시하라.”
핵기지 요원의 명령에 따라 이동한 자가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건넸다.
“이걸 어디에서 확인하지?”
“3국이 사용하던 빌딩 전체가 붕괴된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 신분은 국안부 본부에서만 가능하다.”
“국안부 본부? 으음! 잠시 기다리게.”
장교의 어투가 달라진다. 국안부는 공식적으론 본부 이외에 17개 공작국과 10개 행정지원국이 있다.
이외에도 밝혀지지 않은 조직들이 있다. 어쨌거나 국안부는 상당한 권력기관이다.
일개 핵기지의 사령관 정도는 언제든 갈아치울 힘이 있는 부서이다. 그런 국안부의 요원 200명을 학살했다.
사실이라면 후환이 두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어투가 바뀐 것이다.
장교가 건넨 국안부 신분증을 들고 안쪽으로 들어갔던 핵기지 요원이 되돌아온 것은 10분쯤 지났을 때이다.
“조 중교님! 국안부 소속이 맞답니다.”
“끄으응……!”
우려가 현실로 판명되자 조 중교라 불린 자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국안부에 끌려가 상당한 고초를 받는 것은 물론이고, 진급과 보직에도 상당한 장애가 생길 것을 직감한 것이다.
“우리에게 왜 사격을 한 건가?”
죽어 널브러져 있는 동료들을 보며 핏발 서린 눈으로 노려보며 묻는 말에 조 중교는 잠시 대꾸하지 않았다.
너무도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된 때문이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을 수 없기에 입을 열었다.
“…조금 전 핵미사일 2기가 사라졌습니다. 그쪽이 핵무기를 탈취하고 우리를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인하고… 미안합니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해결될 것 같지 않다.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군.”
“……!”
조 중교는 대꾸하지 못했다. 책임과 처벌이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짐작되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에도 핵기지 전체엔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는 중이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비상상황은 아직 수습되지 않은 것이다.
“일단 시신부터 수습한다. 가서 바디 백5)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의무병! 의무병은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요원이 있는지 확인하라.”
“네, 알겠습니다.”
조 중교의 명에 따라 병력들이 움직인다.
자신들이 벌여놓은 일이지만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 버린 시신을 만지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나중에 조 중교와 왕 상교 등은 직위 해제되고, 군 형무소로 향한다. 국안부 부장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던 군부의 궁여지책이다.
기지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처형된다.
2기의 핵미사일을 잃은 것에 대한 처벌이다. 기지 요원들 역시 전원 영창을 면치 못한다.
놈들이 시신들을 수습할 때 현수는 나직이 투덜대고 있다.
“흐음! 다 된 건가? 참! 흑룡이라는 놈에 대해 못 물어봤군. 끄응! 컴퓨터를 다 뒤져 봐야 하나? 근데 어느 게 어떤 놈 것인지 확인 안 했는데.”
현수는 호텔로 되돌아갔다. 마침 까차와 드미트리가 관광을 마치고 들어서던 중이라 로비에서 만났다.
“어머! 일 다 보셨어요?”
“아, 네에. 이곳에서의 일은 어느 정도…….”
“그럼 내일 아침에 단동으로 가는 건가요?”
“아니, 오늘 저녁 기차로 이동합니다. 7시 6분 출발이니 들어가서 샤워하고 나와 체크아웃합시다.”
“그래요? 그럼 언제 도착하는데요?”
“내일 아침 7시 17분 도착입니다.”
“그럼 밤새 기차에 있어야 하는 건가요?”
12시간이 넘기에 물은 말이다.
“네! 가면서 맥주 한잔하고 그러면 되죠. 4인실 연와(軟臥)로 예약했으니 잠도 잘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근데 연와가 뭔가요?”
까차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나 기차의 침대칸은 경와와 연와로 구별됩니다. 경와는 매트리스가 딱딱한 거고, 연와는 부드러운 겁니다.”
“그래요?”
“그리고 침대칸은 4인실과 6인실 두 가지가 있는데 우린 일행이 셋이니 4인실 하나를 예약했습니다. 미스 까차는 1층을 쓰십시오.”
“네? 아! 네에. 고마워요. 배려해 주셔서.”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 같지 않고 좁을 것이다. 따라서 2층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을 짐작하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는 드미트리에게 시선을 주었다.
“미스터 드미트리도 1층을 쓰십시오.”
“네? 아닙니다. 제가 어찌 보스를 놔두고……. 그냥 밤새 맥주나 마시죠.”
“뭐, 그건 가면서 상황을 봅시다. 체크아웃하고 나오면 여기서 식사나 합시다. 먼 길 가야 하니까요.”
“네, 그러죠.”
셋은 샤워를 마치고 호텔 양식당으로 향했다. 지나의 향신료가 아직은 익숙지 못한 때문이다.
* * *
“생각보다 괜찮네요. 근데 지나의 기차는 다 이래요?”
“KTX보다 느리죠? 그건 이 기차가 그냥 쾌속열차라 그래요. 빠른 것도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이걸로 예약했습니다.”
“그래요? 그나저나 북한에 들어가면 누굴 만나는 건가요?”
까차는 몹시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일단 들어가 봐야 압니다.”
“혹시 김정은,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건가요?”
“아마도 확률이 높을 겁니다. 웬만해선 우리 일을 명쾌하게 결정해 줄 수 없을 테니까요.”
“그 사람이 순순히 대해줄까요?”
현수가 하려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 섞인 표정이다.
“속내를 드러내진 않겠지만 뭔가를 바라겠죠. 그걸 우리가 해줄 수 있으면 일사천리겠지만 아니라면……. 아무튼 잘 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