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581화 (581/1,307)

# 581

느낌상 투명하거나 자색인 것이 가장 좋을 듯하다. 균일한 색상 분포를 보이기 때문이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일대는 세계적인 자수정 산지로 100여 개의 자수정 광산이 있다.

약 48.7톤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 브라질, 우루과이, 잠비아, 멕시코, 러시아, 미얀마, 스리랑카, 영국 등이다.

한국의 수정은 품질이 우수한 반면 브라질의 그것은 하등품이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시베리아에서 났는데 지금은 산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흐음! 브라질에서도 수정이 생산된다는 말이지? 그렇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닌데.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다.”

현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항온 마법진이 적용된 아파트를 건설하면 그 기술을 알고자 전 세계가 들썩일 것이다.

이건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을 발명한 것보다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만들어낸 것보다도 훨씬 혁명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현수에게서 기술이 나왔다는 것을 알면 납치도 불사할 것이다. 그리고 고문을 해서라도 알아내려 할 것이다.

물론 당할 현수가 아니지만.

아무튼 세계의 이목을 끌어 좋을 일이 없다. 그렇기에 리우데자네이루 항온 아파트는 아예 생각 목록에서 지웠다.

하지만 본인이 살 집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양평 저택과 킨샤사와 모스크바의 저택, 그리고 스위스 융프라우의 별장과 유니콘 아일랜드의 개인 별장들엔 항온 마법을 적용시킬 것이다.

가족 또는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덜컥―!

“여어, 잘 다녀왔나?”

문이 열리며 신형섭 사장이 들어선다. 두 팔 가득 도면을 들고 있다. 설계실에서 개념 설계할 때 쓰는 것이다.

“아! 사장님, 오셨어요?”

“그래, 회장님도 오셨네.”

“네? 회장님께서요?”

“하하, 난 뭐 여기 오면 안 되나? 김 사장, 잘 다녀왔지?”

“아! 그럼요.”

신형섭 사장과 이연서 회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어떻게 되었나?”

“아! 네에, 북한에 들어가서…….”

현수는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한 보고를 했다.

그리곤 김정은이 큰 틀에서 합의한다는 뜻으로 작성해 준 친서를 보여주었다.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역시 자네야. 하하! 기분 좋네.”

신형섭 사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파안대소한다.

“이번 건은 20년이 넘도록 어느 누구도 성사시키지 못했던 일인데 자넨 정말…….”

이연서 회장은 아예 말을 잇지 못한다.

현수가 이루어낸 일은 말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일을 예로 들자면 월남전 때 까두산 요새 탈환 작전이 있다.

월남전이 한창 치열할 때 주요 시설인 부숑 비행장은 베트콩의 까두산 요새에 의해 위협받고 있었다.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안전을 위해 이 요새는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 하여 프랑스군의 대부대가 여덟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공격을 가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월남군 역시 수십 차례에 걸친 대규모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모조리 실패했다. 미군도 마찬가지이다.

12년 동안 수백만 발의 포탄을 쏘고 수천 명의 전사자를 냈음에도 결코 빼앗을 수 없었기에 프랑스군과 미군, 그리고 월남군은 패배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 1965년 11월, 갓 월남에 파병된 청룡부대(해병 제2여단) 제2대대는 까두산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다음 날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 개시 두 시간 후 프랑스와 월남군, 그리고 미군 사령관은 느긋하게 프랑스식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화제는 지금쯤 한국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거라는 것이었으며, 얼굴엔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상황이 충분히 짐작되었기 때문이고, 자신들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까두산 요새 공격을 일종의 참전 신고식 정도로 생각한 것이다.

어쨌거나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미군 사령관은 청룡부대 대대장으로부터 한 통의 무전을 받는다.

목표 제압 완료!

아군 피해 없음!

생포한 적, 전원 압송 중!

기절할 노릇이다!

12년 동안 아무리 애를 써도 난공불락이어서 내심 포기하고 있던 베트콩의 아성을 완벽하게 제압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단 두 시간 만에.

한국군은 이제 막 전장에 도착했다. 전쟁의 맛을 아직 못 본 것이다. 게다가 물설고 낯선 곳이다.

작전 지도를 주기는 했지만 그림과 실물은 다른 법이다. 따라서 요새를 점령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실패는 당연한 것이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상할 수도 없는 보고가 왔다.

수없는 전사자를 내었다 하더라도 점령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고, 수많은 포로를 잡았다는 너무도 충격적인 보고이다.

미군과 프랑스군, 그리고 월남군 지휘관은 의외의 결과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이 자리에 동석해 있던 프랑스 르몽드지의 기자는 다음 날 신문에 이런 기사를 썼다.

대체 우리 연합군에게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지금 이연서 회장의 심정이 이러하다. 지지난 정권 이전부터 추진했지만 어느 누구도 성사시키지 못한 일이다. 그런데 북한을 딱 한 번 방문하여 완수했다니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 회장의 이런 심사를 짐작하지 못한 신 사장이 묻는다.

“그나저나 반대급부가 있었을 텐데, 무엇을 요구하던가?”

“식량, 전기, 의약품, 그리고 원유지요.”

“으음! 그렇겠지. 그래서 어떻게 해주기로 했나?”

“그건 이걸 보시면…….”

합의서를 보여주었다.

북한쪽 대표는 김정은이 수결을 하였고, 천지건설은 이창진 회장을 대리하여 현수가 사인한 것이다.

“흐음, 목재 보일러 및 펠릿 염가 제공 및 기술 전수, 이건 어렵지 않은 일이고, 태양광 발전 설비 염가 제공 및 기술 전수도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어느새 신색을 되찾은 이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근데 생산량이 많은 작물 종자 염가 제공, 이건 좀 어렵지 않겠나?”

“이건 제가 최선을 다해 수습해 보겠습니다.”

신 사장이 얼른 다이어리에 뭔가를 메모한다.

“그건 그러게. 흐음! 의약품 염가 제공, 이게 가장 쉬운 일이군. 이건 김 부사장이 할 거지?”

“그럼요. 이실리프 무역상사를 통해 처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전부 염가로 되어 있네. 어느 정도 가격이지?”

이 회장의 시선을 받은 현수는 준비된 답을 내놨다.

“의약품은 천지약품에 수출되는 단가 정도면 될 듯합니다.”

“그럼 펠릿과 보일러는?”

“펠릿은 콩고민주공화국에 조성되고 있는 이실리프 농장 및 축산을 만들면서 나오는 목재들을 이용할 겁니다.”

“거기서 만들어 온다고?”

“네, 이 기회에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에 펠릿 제조 공장들을 지으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이 회장의 시선이 신형섭 사장에게로 향한다.

“신 사장, 뭐하나?”

“네? 뭐 말씀이십니까?”

“김 전무가, 아니, 김 부사장이 펠릿 제조 공장을 짓는다 하지 않는가? 메모했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게.”

“아, 네. 알겠습니다.”

반둔두 및 비날리아 지역의 농장에 관한 주요 공사는 이실리프 상사가 시행자이고 천지건설이 시공자이다.

이실리프 상사는 아직 맨 파워가 열악하여 대부분의 정보를 천지건설에서 제공하고 그중 취사선택해 시공한다.

이실리프 상사는 펠릿 제조 공정에 대해 아는 바가 적을 것이다. 그것을 도와주라는 뜻이다.

“보일러는 어떻게 하겠는가?”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목재 보일러 생산 공장은 중소기업입니다. 그 정도 규모로는 북한 전역에 공급할 물량을 제조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 회사들을 인수하여 천지보일러로 키울까?”

“그것도 한 가지 방안입니다.”

“그래, 그럼 그러지.”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는 표정이다.

“그 보일러 회사의 사장을 천지보일러 사장으로 고용해 주십시오. 직원들도 모두 고용 승계해 주시고요.”

“…알겠네. 자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감사합니다.”

“아닐세. 나도 윤리 경영이라는 것이 뭔지 아네. 중소기업의 고혈을 빨아 덩치를 키우는 재벌도 있지만 우리 천지그룹은 가급적 그걸 피하려 애썼네.”

“……!”

현수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지난 5월, 대리점에 과도한 밀어내기 때문에 망신살을 겪은 그런 회사가 되지 않으려 노력했지.”

“그렇습니까?”

“덩치가 이만해지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준 것도 있었을 것이야. 하여 복지재단을 만드는 등 사회 공헌에 신경 쓰고 있네.”

“알겠습니다. 보일러 건은 그렇게 해결하지요.”

“의약품과 펠릿, 그리고 보일러는 해결되었군. 태양광 발전에 관한 건 어찌 생각하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작업 중인 그쪽 전문가들과 상의할 계획입니다. 그들에겐 일감이 늘어나는 것이니 별문제 없을 겁니다.”

“좋아, 식량 문제는 신 사장이 알아서 조사해 주게.”

“물론입니다, 회장님!”

“남은 건 원유뿐이군. 이건 어쩌지?”

미국이 대북경제제재를 가하는 중이다. 따라서 원유를 보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때 현수가 나직이 속삭인다. 바로 앞에 앉은 신 사장이나 이 회장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작은 음성이다.

“사운드 인슐레이션(sound insulation)!”

지금부터 하는 말을 어느 누구도 도청할 수 없도록 차음 마법을 구현시킨 것이다.

오는 동안 엄 팀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청와대를 방문한 순간 이후부터 미국의 에셜론이 추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서 도청기 식별 방법과 도청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미국은 몰라야 하는 것이다. 하여 조심하고자 마법을 구현시킨 것이다.

“회장님, 북한엔 숙천유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숙천유전?”

“네, 이게 그것에 관한 자료입니다.”

잠시 현수가 내민 서류를 확인한 이 회장은 그것을 신 사장에게 건넸다.

“이걸 어쩌기로 했나?”

“미국의 대북경제제재 조치 때문에 남한의 기업은 돈과 기술이 있어도 개발이 불가능합니다.”

“알고 있네.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 애를 쓰셨지만 결국 이루어내지 못하셨지.”

“하지만 러시아는 투자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눈치를 안 보는 거의 유일한 국가니까요.”

4장 웨딩숍에서

“러시아가? 자국 가스전도 투자 받아서 개발하는데?”

신 사장이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가즈프롬은 아닙니다.”

“그럼?”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느냐는 표정이다.

“레드마피아죠.”

“뭐라고?”

“……!”

신 사장은 물론이고 이 회장까지 화들짝 놀란다.

레드마피아는 악명 높은 깡패 조직이기 때문이다.

“제가 운영하는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러시아의 드모비치 상사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드모비치 상사의 실질적인 주인이 바로 레드마피아입니다.”

“……!”

“총 보스가 될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모스크바 보스는 조직을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둘은 대꾸 없이 현수만 바라본다.

“레드마피아가 돈을 대고 콩고민주공화국의 이실리프 상사가 기술을 지원하는 것으로 하면 가능할 듯싶습니다.”

“이실리프 상사는 농사나 축산에 관련된 기업이지 않은가?”

“뭣하면 회사 하나를 더 만들면 되지요. 그리고 천지건설에 하도급을 주는 것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아니면 아예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흐음, 이건 생각 좀 해봐야 하네. 자칫 천지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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