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
등에 손을 대니 역시 움찔거린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내에게 나신을 보였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의 손길을 느낀 때문이다.
연희와 이리냐도 똑같은 과정을 겪게 한 후 다시 지현에게 다가갔다.
“대답하지 말고 들어. 길을 확실히 기억하는지 확인할게.”
“……!”
현수의 손이 다시 등에 닿았지만 아까처럼 움찔거리진 않는다. 체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어 휘몰아치는 마나 때문에 정신없었던 것이다.
“흐음, 다행이야.”
셋 다 마나의 경로를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현수는 잠시 기다렸다. 마나가 체내에 어느 정도 자리 잡기를 기다린 것이다.
대략 20분쯤 지난 후 지현에게 다시 다가갔다.
“이제부터 마나 마사지를 할 거야. 천천히 눕힐게.”
지현이 바닥에 눕자 현수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군데도 빼지 않고 주무르고 비비며 쓰다듬었다. 이쯤 되면 둘 다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지현과 현수 모두 입술을 악물고 견뎌냈다.
연희의 나신도, 이리냐의 나신도 현수의 손끝에서 연주되었다. 폭발할 것 같은 욕념을 참아내는 시간이 흘렀다.
밤 11시쯤 시작된 일련의 과정은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모든 것이 마쳐졌을 때 현수의 의복은 푹 젖어 있었다.
셋에겐 긴장하지 말라 해놓고 정작 본인이 긴장한 때문이다. 과도한 심력 소비로 땀이 흥건했다.
“수고했어. 가서 샤워해.”
“네, 수고하셨어요.”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욕실로 들어간 뒤 현수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을 꺼내 마셨다.
들끓는 욕망을 재우기 위함이다.
넷은 각기 다른 방에서 수면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치곤 스키를 즐겼다.
맛있는 점심을 먹은 뒤엔 설경을 즐겼다. 시간이 흘러 밤이 되자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훨씬 친밀해져서 부끄러움이 조금 덜해졌다는 것이다.
비슷한 나날이 지났다.
아홉 번째 수퍼 포션을 복용시킨 현수는 이리냐의 교구를 마구 주물렀다. 다음은 지현이고 마지막은 연희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다른 날보다도 현수가 훨씬 많은 땀을 흘린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끝났음에도 셋은 샤워를 하지 않았다. 커다란 타월을 두 장씩 겹쳐 놓고는 그 위에 반듯이 누워 있다.
이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자, 이제 마나 심법을 운용해. 마지막으로 내가 마나를 불어넣으면 체내에서 반응이 올 거야. 절대 거스르려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잊지 않았지?”
셋 다 고개를 끄덕인다. 말을 하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 연희부터 불어넣을게.”
현수의 두 손이 연희의 부푼 가슴에 닿는다. 그리곤 마나를 불어넣었다. 잠시 후, 연희의 눈썹이 바르르 떨린다.
바디체인지가 시작된 것이다.
잠시 전신이 떨리는 현상이 지속되었다.
그러더니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전신 모공과 땀샘이 열리면서 체내의 노폐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은 지현이다. 지현 역시 다시 맡고 싶지 않은 지독한 냄새를 풍긴다. 이리냐도 마찬가지이다.
“에어 퓨리파잉!”
공기 정화 마법을 구현시켰다. 그래도 완전하지 않는다.
“에어 퓨리파잉!”
샤르르르릉―!
거푸 마법을 구현시키고야 숨을 쉴 만하다.
이 순간 세 여인의 체내에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신체로 재구성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또 지독한 냄새가 난다.
이번에도 공기 정화 마법을 두 번이나 구현시켜야 했다.
바디체인지는 열두 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별장 관리인 등에게 미리 언질을 해놓았기에 아무도 오지 않아 다행이다. 왔다면 이게 무슨 냄새냐면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을 것이다.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리커버리! 리커버리! 리커버리!”
샤르르르르릉―! 샤르르르르릉―! 샤르르르르릉―!
서늘한 푸른빛 마나가 세 여인의 교구로 스며든다.
2014년 1월 5일에 일어난 일이다.
“휴우∼! 현수 씨, 이제 끝난 건가요?”
가장 먼저 눈 뜬 지현이 시선을 마주치며 묻는다.
“그래, 수고했어. 잘 참았고.”
“고마워요. 현수 씨 덕이에요.”
“그래, 가서 샤워해. 뭐가 달라졌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네, 그럴게요.”
열흘이나 홀딱 벗은 몸을 보여줘서 그런지 덜 부끄러워하며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어머머! 어머머머! 어머! 어머!”
“대체 왜 그러지?”
고개를 갸웃거리곤 욕실로 향했다.
“지현 씨! 왜 그래? 뭐가 잘못됐어?”
“아뇨. 아니에요. 저 금방 나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연희와 이리냐도 욕실로 들어갔다.
그사이에 창문을 열어 환기시켜야 했다. 고리고리한 냄새가 밴 듯한 느낌이 든 때문이다.
이 별장에 당도한 후 항온마법진을 설치해 주었기에 대류 현상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대강 환기가 되었을 때 다시 공기 정화 마법을 거듭해서 구현시켰다.
“현수 씨!”
지현의 부름에 시선을 돌린 현수는 ‘완벽한 균형이란 이런 것이다’를 볼 수 있었다.
지현은 올해 스물일곱이다. 며칠만 지나면 스물여덟이 된다. 그렇기에 조금씩 늙는 중이다.
그런데 스물세 살로 보인다.
바디체인지가 되면서 얼굴의 주름이 사라진 결과이다.
“고마워요!”
“이리 와.”
뭔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지현이 쪼르르 달려와 현수의 품에 안긴다. 곧이어 뜨거운 키스가 이어졌다.
“자기야, 날 좀 봐요.”
이번엔 연희다. 스물세 살로 보인다. 전에도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얼굴 가득 햇살이 머문 광이 난다.
“……!”
말 대신 두 팔을 벌렸다. 지현과 같이 와락 품에 안긴다. 연희와도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이리냐는 아예 스무 살로 보인다.
세 살이나 어려 보이는 것이다. 이리냐 역시 현수의 품에 안겨 감미롭고 행복한 순간을 보냈다.
“고마워요. 현수 씨 덕분이에요.”
지현이 감사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환히 웃는다.
“저도요. 아무것도 안 발랐는데 피부가 너무나 매끄럽고 촉촉해요. 고마워요.”
“나두요. 어릴 때의 몸이 된 것 같아요.”
“모두들 잘 끝나서 진짜 다행이야. 근데 소감은 어때? 이제 150살까지 살 거잖아.”
“헤에. 당연히 좋죠.”
“자기야랑 더 오래 있을 수 있으니까 난 좋아요.”
“맞아요. 우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요.”
셋 모두 행복에 겨운 웃음을 짓는다.
이 순간 모두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가 바디체인지의 결과로 150살까지 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맨 처음 이 방법을 창안해 낸 네크로맨서는 현수보다 마법의 경지가 낮다. 그는 9서클 비기너를 갓 넘긴 상태이고 현재의 현수는 9서클 마스터를 넘어서 있다.
굳이 따지자면 10서클 마스터에 근접해 있다.
체내 마나양도 차이가 있다. 그 네크로맨서의 마나 보유량을 1이라고 가정하면 현수는 100이 넘는다.
켈레모라니의 비늘 속에 담긴 정제된 순수 마나와 현수의 휴먼 하트 속 마나양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체내 마나 마사지부터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수퍼 포션도 다르다.
현수가 제조한 쪽이 훨씬 더 정순한 기운을 담고 있다.
네크로맨서에겐 정밀한 계량 및 계측 기구가 없었다. 또한 성분을 따로 뽑아내는 증기법이 서툴렀다.
게다가 수퍼 포션만 복용시킨 것이 아니라 회복 포션을 같이 썼다. 마지막으로 리커버리 마법까지 시전되었다.
이 마법은 네크로맨서는 모르는 마법이다.
이런 것들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예상된 결과보다 훨씬 더 큰 이득을 얻게 되었다.
셋의 수명이 300년으로 늘어난 것이다.
20대의 미모는 150살이 되도록 유지될 것이다. 다시 말해 150살이 되어야 30살로 보인다.
180살엔 40세로, 210살엔 50세로, 240살엔 60세로, 270살은 70세로, 300살이 되어 수명이 끝날 때가 되면 80세로 보이게 된다.
네크로맨서의 예상은 첫째 아이만 뛰어나다는 것이다.
키 크고 잘생기고, 두뇌 명석하고 건강하며, 재능 풍부하고 마나 감응이 예민하다는 것 등등이다.
하지만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축복 받은 유전자를 가진 훌륭한 자식들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아이를 몇이나 낳더라도 모두 뛰어나다는 것이다. 물론 첫째가 그중 가장 나을 것이다.
현수와 세 여인은 행복에 겨운 오후 시간을 보냈다. 스키를 타곤 와플과 핫쵸코를 즐겼다.
그리고 밤이 되었다.
킨샤사에서 있었던 결혼식 이후 딱 열흘째 되는 밤이다.
이날 지현과 연희, 그리고 이리냐는 한 사내의 진정한 여인이 되었다. 모든 게 만족스런 밤이다.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황홀이라는 이름의 기쁨을 처음으로 겪어본 날이기도 하다.
“현수 씨…….”
“잘 잤어?”
“네. 자기는요? 피곤하지 않아요?”
“괜찮아. 그러는 연희는? 아프지 않아?”
“저도 괜찮은 거 같아요.”
현수의 품에 안긴 연희가 배시시 미소 짓는다. 이때 등 뒤에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진다.
“지현이도 잘 잤어?”
“네. 근데 이거 꿈 아니죠?”
“그래, 꿈 아니야. 지현이도 연희도, 그리고 이리냐도 이제 내 아내야. 우린 한 가족이고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살 거야. 이리 와.”
몸을 돌려 지현을 꽉 안아주었다. 행복하다는 듯 현수의 등을 어루만진다.
“치이! 또 나만 빼고.”
모닝커피를 만들어오던 이리냐가 입술을 샐쭉거린다.
“그건 이리냐가 여기 없으니까 그랬지. 그거 내려놓고 이리 와.”
기다렸다는 듯 쪼르르 달려와 덥석 안긴다. 이마에 입맞춤을 해주곤 와락 안아주었다.
처음 만난 날 이후로 일편단심인 여인이다. 선택되지 않았던 날엔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던 순정파이다.
그렇기에 교구를 와락 끌어안고 잠시 등을 토닥여 주었다.
“하루 종일 그러고 있을 거예요? 커피 식어요.”
“그래,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옮겨갔다. 그리곤 이리냐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커피를 마셨다.
“나 왕이 된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왕비들이 셋이나 있으니까.”
“앞으로 왕비들 잘 모실 거죠?”
지현이 상큼한 미소를 짓는다.
“당근이지. 이리 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품에 안긴다.
“좋다!”
현수의 이 한마디에 모두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현수 일행이 킨샤사에 당도한 것은 2014년 1월 10일이다. 보름짜리 신혼여행이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그래, 잘 다녀왔어?”
“네, 어머니. 불편하지 않으셨죠?”
“그래. 여기 참 좋구나. 다들 친절하게 잘 대해줘서 정말 편하고 좋았다. 아버지도 더 있었으면 하신다.”
“그럼 더 계세요. 그러셔도 되니까요.”
“그럼 그럴까? 그러자꾸나.”
“네. 며느리들도 모두 마음에 드시죠?”
“그럼! 어디서 이렇게 예쁘고 착한 아이들을 만났니? 이 어미는 며늘아기들이 너무나 좋구나.”
어머니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어린다. 진심인 것이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오신 김에 김치 좀 담가주세요. 며느리들에게도 김치 담는 법을 알려주시고요.”
“그래, 그렇게 하자꾸나.”
부모님을 먼저 뵙고 이연서 회장을 찾아뵈었다.
다음은 권철현 고검장 부부이고, 마지막으로 이리냐의 모친을 뵙고 절을 올렸다.
모두들 흡족해했기에 아주 화기애애했다.
저녁나절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현수가 마법사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연서 회장뿐이다. 이야기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밝혔다.
예상대로 크게 놀란다. 지구 유일의 마법사가 손서이며 회사 직원이니 어찌 안 놀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