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16화 (616/1,307)

# 616

2014년 1월 12일.

현수는 지현과 함께 귀국했다. 권철현 고검장 부부도 같이 들어왔다. 일행은 고검장 댁으로 향했다.

이 자리에서 잠시 세정 캐피탈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니 조금 더 있다 터뜨리는 게 좋을 듯하네.”

“여당 쪽 인사들이 많으니 방해가 만만치 않겠죠?”

“그래. 그래서 조금 더 키워서 터뜨려야 하네. 지금 하면 자칫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네.”

고검장의 말대로 섣불리 건드렸다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 처벌이 어려워진다.

일사부재리12)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강 기자에게 그렇게 말해놓겠습니다.”

“그래, 지금 은밀히 내사 중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게.”

“네, 아버님. 그럼 저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현수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자 환히 웃는다. 여러모로 흡족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그래, 이제 가서 편히 쉬게.”

고검장의 말이 끝나자 안 여사가 딸을 바라본다.

“지현아, 김 서방 잘 대해줘라.”

“네, 엄마. 걱정 마세요.”

“바쁘다고 아침 굶기면 안 되는 거 알지?”

“당연하죠. 걱정 마세요. 뚱뚱해질 때까지 먹일 테니.”

지현이 생긋 웃으며 소지품을 챙긴다.

“아버님, 어머님,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해서 가게.”

서초동 장인 댁을 떠난 현수와 지현은 우미내 마을로 직행했다. 신혼여행 동안 옆집 사람에게 리노와 셀다의 사료를 부탁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서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두 녀석이 꼬리를 흔든다. 다행히 굶지는 않은 듯하다.

“녀석들, 잘 있었지?”

“어머, 얘들하고도 의사소통이 돼요?”

“으응, 약간은…….”

말끝을 흐리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정갈하게 정리 정돈된 모습 그대로이다. 신혼방으로 들어서니 지현이 우물쭈물한다.

단둘만 있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부끄러운 것이다.

“피곤할 테니 먼저 씻어. 난 업무 복귀 준비해야 해서 준비할 게 좀 있어.”

“네.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게 하지 않을 거죠?”

“당연하지. 금방 올 거야.”

지현이 욕실로 들어간다. 현수는 서재로 사용하려 꾸며놓은 옆방으로 들어갔다.

“흐음! 너무 오랫동안 손을 놨네. 뭐부터 해야 하지?”

다이어리를 꺼내 벌여놓은 일들을 점검했고, 진행되는 과정을 다시 파악했다.

북한 일이 가장 먼저이다. 다음은 함선 업그레이드이다. 보나마나 공군도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결혼식에 여러 장성들이 참석했다. 쌀, 화환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받았으면 갚는 것이 인간된 도리이다. 따라서 공군의 전력 증강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냉큼 컴퓨터를 켜고 대한민국 공군의 전투기 보유 현황을 찾아보았다.

대한민국 공군엔 월남전 때(1960∼1975년) 활약했던 F―4 팬텀이 아직도 배치되어 있다.

비교적 신형인 F―15K 슬램 이글은 60대, KF―16 파이팅 팔콘은 140대, F―16은 40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것만으론 창공을 지킬 수 없다. 일본과 지나의 공군 전력이 나날이 증강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F―15K의 경우는 마하 2.3까지 속력이 난다. 최대 작전 반경은 1,800㎞, 항속 거리 5,700㎞이다.

최대 이륙 중량 34.742톤이다.

엔진에 마법진을 적용하면 항속 거리는 68,400㎞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지구 둘레 길이는 약 40,000㎞이다.

만일 동체에 그리스 마법과 경량화 마법진을 부착하면 속력은 더 빨라지고 항속 거리는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작전 반경의 의미가 사라진다. 그리고 음파 및 전파 흡수 마법진을 달면 스텔스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공군은 동북아의 패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수는 공군력 증강에 대한 메모를 해두었다.

다음으로 체크한 것은 수학 6대 난제와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의 새로운 증명이 어찌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있을 일에 아주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세계 최고의 천재라서 가능했다는 설명이 먹혀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교수님에게 선물하려 준비한 반지를 확인했다. 아울러 시간 날 때 전화하라는 메모를 했다.

강민경 기자에게 전화를 걸던지 만나서 보도 시기를 늦춰달라는 요청도 해야 한다.

다음은 킨샤사와 비날리아의 개간 및 개척에 관한 사항을 점검해야 한다고 썼다.

아울러 펠릿 공장 설립 등에 관한 것을 알아보아야 한다.

공사 중인 양평 저택은 경호동을 없애는 대신 펜션 형태의 주택 단지 조성으로 설계 변경이 되어야 한다.

러시아에서 온 36명을 위해 짓는 집은 여섯 가구씩 단지로 묶어 여섯 곳에 분산, 배치해 달라고 할 것이다.

장차 이실리프 그룹의 가족들을 위한 이실리프 가드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들 또한 머물 곳이 필요하기에 추가로 몇 개 단지를 더 지어달라고 할 것이다.

이는 유사시 방어를 위한 것이다.

다음은 쉐리엔 원료 확보이다.

라세안은 현수로부터 컨테이너 500개를 받아갔다.

겨울이 되어 서리가 내리면 쉐리엔을 구하기 어려워진다. 그러기 전에 최대한 수확해 오겠다며 떠난 것이다.

본인이 채취 작업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래고니안을 동원하였거나 라수스 협곡에 인접해 있는 영지들을 방문하여 정중하게 협조 요청을 했을 것이다.

본인이 채취 작업을 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차원이동을 하면 라세안부터 만나 이것을 받아올 계획이다.

그때 테세린에도 꼭 들러야 한다. 21개의 쥐틀을 수거하여야 하며, 디오나니아의 잎사귀를 채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곳으로 가기 전에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있다.

9장 나랑 같이 일하지 않을래?

라이셔 제국 황제의 어려움을 덜어줄 비아그라가 그것이다.

비싼 정품을 살 생각은 없다. 특허가 풀리면서 여러 복제 약이 나왔다. 그중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를 것이다.

성질 더럽기로 유명한 공주가 원하는 것은 9서클 마스터이며 그랜드 마스터인 현수조차 구할 수 없는 것이다.

유니콘과 페가수스13)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뿔이나 날개 달린 말은 구할 수 없지만 공주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은 있을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아 메모만 해두었다.

이때 핸드폰이 진동한다.

지이이이이잉―!

지현이 카톡을 보냈다.

사랑하는 낭군님!

언제 오시렵니까?

소녀, 기다리다 지쳐 졸고 있사옵니다. ♥

피식 웃고는 다이어리를 덮고 컴퓨터를 껐다.

신방으로 가니 지현이 얇은 잠옷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다. 빠르게 샤워를 하곤 침대로 직행했다.

* * *

“어서 오시게. 신혼여행은 잘 다녀오셨나?”

“네, 잘 다녀왔습니다. 바쁘실 텐데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이네.”

심흥수 제2함대 사령관이 환히 웃는다.

“준비는 되어 있죠?”

“충무공 이순신함, 문무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 모두 대기 중이네.”

“작전 중일 텐데 어떻게 집결시키셨습니까?”

현수의 말에 심 소장이 환히 웃는다.

“지금 작전이 대수인가, 여기 와서 달라지는 게 우선이지. 후후!”

심흥수 소장이 제안하고 해군참모총장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KD―2 이순신함급 구축함 여섯 척은 모두 평택항에 집결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함장들은 물론이고 1함대와 3함대 사령관들까지 무슨 일이 있느냐는 질의를 했다. 하지만 참모총장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본인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현수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날을 기준으로 집결된 여섯 척의 구축함엔 전에 없던 파격적인 명령이 떨어졌다.

각 함의 승조원 수는 280명이다.

이들 모두에게 휴가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든 장병은 즉시 휴가를 떠날 것이며, 별도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 함선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당연히 함장들의 반발이 있었다. 참모총장은 이를 항명으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한 번 항명의 의사 표시를 하면 다음번 진급 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경고했다. 함장들은 계급에서 밀리니 깨갱 하고 휴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 현수가 온다는 소식을 들은 해군은 헌병을 풀었다. 사전에 붉은 줄이 그어진 임시 출입증을 받지 못한 인원의 이동을 제한하기 위함이다.

“이순신함부터 엔진 분해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네. 고복현 대위와 배영원 상사, 그리고 최공모 상사가 작업하네. 다 되면 연락이 올 것이니 차나 한잔하세.”

“알겠습니다.”

커피잔을 사이에 놓고 앉자 심 소장이 빙그레 웃는다.

“전엔 어떻게 해서 그러는지 이해되지 않았네. 근데 이젠 이해가 되네. IQ가 세계 최고라고?”

이런 말을 들으니 IQ 검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에구, 조금 남세스럽네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닐세. 자넨 이제 우리의 보물이네. 이렇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걸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네.”

“알려져 봤자 저만 피곤하잖아요. 그러니 앞으로도 보안 유지는 쭉 유지해 주십시오.”

“당연하네. 당연히 그리 할 것이네.”

심흥수 소장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한다.

“참! 깜박 잊었네.”

“네? 뭘요?”

“참모총장님께서 자네에 대한 경호를 명령하셨네. 자네를 불편하게 하진 않을 것이네. 아무튼 그리 알게.”

“……!”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왜 이러는지 알기 때문이다.

“국정원에서도 저를 경호한다는데 해군까지 이러시면…….”

“국정원에서? 걔들은 걔들이고 해군은 해군이네.”

“끄응, 알겠습니다.”

선의로 보호해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일은 아니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인터컴에서 소리가 난다.

삐이이잉―!

“사령관님, 이순신함 준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심 소장이 ‘너도 들었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제 시작이군요. 저도 일이 많아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 고 대위님 팀도 분발해 달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걱정 마시게. 전력을 다해 작업할 테니. 자네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이 되니 말이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사령관실을 나선 현수는 준비해 온 장비들을 헌병들이 타는 지프차에 옮겨 실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손일 수 없기에 그럴듯한 것들을 담은 가방이다.

명령을 받은 듯 헌병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곧장 이순신함으로 안내했다.

“필승! 어서 오십시오.”

이순신함에는 고 대위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었다.

“아, 고 대위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참, 결혼 축하합니다.”

“네, 와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곤 엔진실로 내려갔다.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일하기 좋게 분해해 놓았다.

“터빈도 분해 부탁드립니다.”

“네, 지금 작업 중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현수는 엔진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곤 혹시 있을지 모를 몰래카메라를 찾았다.

어떤 방법으로 엔진의 연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지 궁금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런 꼼수는 부리지 않은 듯하다.

현수는 먼저 엔진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전에 보았던 양만춘함의 엔진과 달랐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엔진 속에서 어떤 과정이 일어나는지를 시뮬레이션 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각종 마법진 설치이다. 해봤던 것이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음은 작업하는 듯한 효과음 내기이다.

망치질도 하고 용접기도 켰다가 껐다. 그리곤 아공간 속의 소파를 꺼내 앉았다.

여러 전문 서적들을 읽으면서 시간을 때우곤 가스 터빈실로 갔다. 이건 양만춘함에 있던 것과 같다.

당연히 금방 끝났다.

중간에 간식 먹으라며 가져왔지만 거절했다. 일하는 데 방해되니 나중에 달라 하곤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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