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19화 (619/1,307)

# 619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대출 위주라면 은행이 아니라 일반적인 대부업체를 만드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일반 대부업체보다 은행이 금감원 같은 감독기관의 터치를 더 많이 받기에 한 말이다.

“기왕에 은행을 만드는 겁니다. 예금에 대한 홍보를 할 계획은 없지만 이실리프 그룹 임직원들에 대한 급여 통장은 필요합니다. 그리고 러시아와 콩고민주공화국, 그리고 에티오피아 등 무역 거래에도 필요하고요.”

“아……!”

이해된다는 표정이다. 자기 소유 은행이 있는데 굳이 다른 은행을 이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국은행장이 생각지 못한 것이 있다.

이실리프 뱅크가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 진출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엄청난 고용이 발생된다. 이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계좌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당연히 해외 진출이 필요한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은행장이 고개를 끄덕일 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혹시 은행들이 ATM기기(현금입출금기) 사용료나 타행환 수수료 등으로 얼마나 챙기는지 아십니까?”

“……!”

“뿐만 아니라 통장 재발급, 타행환, 명의 변경, 사고신고, 부도 처리, 수탁어음 반환 등도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건 그렇죠.”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은행은 총 열여섯 가지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자사 ATM기에서 타행 송금을 할 때, 제사고 신고를 할 때, 어음 수표 사고신고 시, 통장 분실 신고 시, 그리고 증명서 발급을 요청할 때 건당 2,000원씩 수수료를 챙깁니다.”

“……!”

은행장의 대꾸가 없기에 현수는 말을 이었다.

“이 밖에 은행 간 자동납부 이체 수수료, 가계당좌 신용평가 수수료, 어음수표 연장 수수료, 자기앞수표 교환전 수수료 등이 있죠.”

“잘 알고 있습니다. 헌데 이 이야긴 왜……?”

“지난 2008년 통계 자료를 보니 은행들의 이체 및 현금입출금기 수수료 수입이 4,584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랬습니까?”

“여론이 좋지 않자 은행들은 원가보다 낮게 수수료를 받는다고 주장했죠. 그때 공정위에선 ‘원가를 산정하지 않는 은행도 있고 계산을 해도 주먹구구식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으음!”

한국은행장은 나직한 침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다.

“저희 은행은 가급적 수수료를 받지 않을 계획입니다. 진짜로 비용이 발생된다면 그만큼만 받을 생각입니다.”

“아, 좋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찬성합니다.”

“참, 한은에서 추가로 금을 매입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있습니다. 그쪽에서도 가능한지요?”

“당장 가져가실 수 있는 것은 약 200톤 정도일 겁니다. 매입하시겠습니까?”

“그 돈도 이실리프 뱅크의 자본금이 되는 겁니까?”

외화가 해외로 유출되느냐는 물음이다.

“당장은 빠져나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중 상당 부분은 이실리프 상사에서 국내 기업들로부터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는 데 쓰일 겁니다.”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에, 그리고 아디스아바바 등지에 새로 짓고 있는 건축물들은 많은 자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자재가 두 나라에 없는 것이 많다. 당연히 국내에서 매입하여 운송하여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좋습니다. 매입하죠. 같은 시기에 운송 가능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도록 하겠습니다. 금괴 매입계약서가 더 가져오시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현수가 한국은행을 나선 것은 오후였다. 은행 설립에 관한 여러 의견을 청취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것이다.

10조 800억 원에 달하는 금괴 추가 매입 자금은 이실리프 상사의 계좌로 보내기로 했다.

금액이 크기에 이것들은 정부가 관여되어 있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그리고 우체국 계좌로 나뉘어 송금되는 것으로 합의 보았다.

2013년 현재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약 44조 원이다. 주식회사이기에 수많은 주주가 있다.

이실리프 상사의 경우는 주인이 김현수 한 사람이다. 그런데 계좌에 입금될 현금만 22조 3,200억 원이다. 이것은 모두 현수의 돈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로 등극한 것이다.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 농장이 완성되면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다. 물론 나중에 일어날 일이다.

* * *

“아, 사장님, 어서 오세요.”

이은정 실장이 발딱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킨샤사 저택에서 있었던 비공개 결혼식에 참석했던 은정은 현수에 대해 다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권력 서열 1위와 2위이다.

조제프 카빌라와 가에탄 카구지!

콩고민주공화국 권력 서열 1위와 2인자이다.

기르마 올데 기오르기스와 비아니 아자한!

에티오피아 권력 서열 1위와 2인자이다.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와 지르코프!

지금은 서열 조정 중이지만 조만간 러시아 레드마피아 서열 1위와 2위가 될 사람이다.

세 나라 정상들과 레드마피아라는 엄청난 조직의 최상층부가 하던 일 팽개치고 와서 결혼을 축하했다.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는 내각 전원이 참석했다.

저택은 또 어떠하던가!

영화에서만 보던 유럽 귀족의 중후함과 화려함이 겸비된 커다란 저택이다.

큰 도로에서 저택에 이르는 약 5㎞에 달하는 진입로부터 인상이 깊었다. 좌우 수목 모두 다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택의 어마어마한 위용도 놀라웠는데 같은 크기의 별관과 경호관이 있음에 또 한 번 놀랐다.

하나는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내무장관이 결혼 선물로 지어준 것이다. 다른 하나는 레드마피아의 보스 가운데 하나가 선물한 것이라 한다.

저택 안은 각종 장식물로 너무도 아름다웠다.

시중들어 주던 하녀와 집사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예의 바르고 정중했으며 우아했다.

결혼식 당일 빈관에 머물게 되었다. 초특급 호텔 스위트룸도 이보단 못할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모든 것이 좋았다.

빈관 로비엔 반둔두 지역에 조성될 이실리프 농산 및 축산의 개념도 및 조감도가 걸려 있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그러다 경호관을 가게 되었다. 이곳 로비엔 비날리아 지역에 지어질 이실리프 농장의 개념도와 조감도가 걸려 있었다.

규모를 보곤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러다 두 곳 모두 200년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조차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혼이 반쯤 나간 듯 멍해 있었다.

은정은 현수가 자신이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큰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꽃처럼 아름다운 세 여인과 결혼을 했지만 그에 대한 반감이 조금도 없다.

어쨌거나 이은정은 현수를 존경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렇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깍듯이 예를 갖춘 것이다.

“결혼식 도와줘서 고마워요.”

“어머! 아닙니다. 다시 한 번 결혼 축하드려요.”

“네. 내년 3.1절은 이 실장님 차례지요?”

“네에.”

새삼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그동안 밀린 일 많죠?”

“네, 바로 준비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온 김에 후다닥 해치웁시다.”

“네.”

사장실로 들어온 현수는 새삼스런 눈으로 살폈다.

울림네트워크에서 가져다 놓은 엔진이 보인다. 커다란 선박 엔진을 보다 그것을 보니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두 손을 비비며 의욕을 드러냈다. 결혼이 인생 항로의 변곡점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잠시 후, 이 실장이 상당히 많은 결재 서류를 들고 온다. 뭐라 하기 전에 이 실장인 먼저 입을 연다.

“서류가 좀 많지만 제가 전결한 것도 엄청 많아요. 이건 사장님이 꼭 봐주셔야 하는 거라 가져온 겁니다.”

“그래요? 어디 봅시다.”

첫 번째 결재판을 열었다.

기다렸다는 듯 이 실장의 보고가 시작된다.

“이건 이번에 바뀐 거래선에 관한 것입니다. 종전에 거래하던 제약사들이 우리를 기피해서 그런 겁니다. 거래 조건은…….”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알바로 생활비를 보태야 했던 학생에서 커리어우먼으로 탈바꿈된 듯 청산유수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여러 제약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거래 조건은 전액 현금이다. 그리고 나날이 거래량이 늘고 있다.

다른 제약사 입장에선 꼭 잡고 싶은 거래처이다. 그러던 차에 다국적 제약사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그 자리를 국내 제약사들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신규 거래 조건으로 종전 매입가보다 할인을 더 해준다는 겁니까?”

“네, 전보다 적게는 2.5%, 많게는 5%까지 매입가가 낮춰졌어요.”

매입가가 낮춰졌다 함은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이윤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나 잘했죠?’ 하는 표정이다.

사인할 자세를 갖췄던 현수는 펜을 내려놓았다.

“이거 다시 한 번 알아보세요. 우리가 제약사들 쥐어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종전가대로 매입하세요.”

“사장님, 그럼 회사 이익이…….”

“이러지 않아도 우리 회사 이익금 꽤 되잖아요. 그리고 하나 더 팁을 주자면 앞으로 거래량이 대폭 늘어날 수도 있어요.”

“……!”

“현재 아디스아바바에 천지약품 지사가 조성되는 중입니다. 참고로 2013년 현재 콩고민주공과국의 인구는 7,500만 명이고, 에티오피아의 인구는 9,300만 명입니다.”

“그럼……?”

이은정 실장이 눈을 크게 뜬다.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킨샤사로 보내는 것보다 아디스아바바로 보내는 물량이 더 많을 거예요.”

콩고민주공화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11달러이고, 에티오피아는 351달러이다. 단순 비교를 해보면 약 1.67배이다.

게다가 인구는 1.24배이다. 이 둘을 곱하면 2.07이다.

이대로라면 킨샤사로 보내는 것보다 에티오피아로 보내는 물량이 두 배 정도 많음을 의미한다.

“우리 회사는 남들을 착취하는 기업이 아니길 바랍니다. 그럴 만큼 사정이 어렵거나 소득이 적은 게 아니니까요.”

“네, 알겠습니다. 다시 확인해 봐서 제약사의 이익을 우리가 깎아먹는 거라면…….”

은정이 말을 이을 때 현수의 뇌리를 스치는 상념이 있다.

“아닙니다. 그러지 마세요. 그냥 기안 올린대로 사인할 테니 그 수치대로 매입하세요.”

“네?”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냐는 표정이다.

“우리가 깎아주면 좋아지는 건 그쪽 경영진일 뿐입니다. 차라리 모아두었다가 체육대회 같은 걸 하면서 그쪽 직원들에게 풀어주는 게 더 나을 듯합니다.”

“네?”

은정이 큰 눈을 더 크게 뜨자 현수가 말을 잇는다.

“우리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제약사들과 연합하여 체육대회를 하든 등산대회를 하든 뭔가 합시다.”

“……?”

“신규 계약으로 회사에 잡히는 이익으로 그 비용을 쓰자는 말입니다.”

현 상황을 살펴보면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갑(甲)이고 납품하는 제약사들은 을(乙)에 해당된다.

지금 갑이 을 회사 직원들을 생각해 주고 있는 것이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은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무슨 소린지 이해한 것이다.

“자, 다음 건은 뭐죠?”

“이번 건은 두바이의 라일라 아지즈 씨 관련입니다. 아지즈 씨는 우리가 보내준 항온 의류 샘플을…….”

장난의 결과로 라일라의 부친 아미르 아지즈가 실업자가 되었다. 그리곤 정신병자로 오인되어 한국까지 와야 했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항온 의류 두바이 특약점을 제안했다. 제안 서류와 함께 항온의류 샘플을 보냈는데 그것에 대한 회신이 온 것이다.

친애하는 김현수 사장님께.

귀하의 제안은 본인과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주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제안을 전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다자인도 좋지만 입었을 때의 쾌적함은 정말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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