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22화 (622/1,307)

# 622

드모비치 상사엔 스피드 전담 A/S팀이 구성되어 있기에 즉각 출동했다. 그리곤 아무 이상 없다고 하였다.

축구선수는 말도 안 된다면서 차를 끌고 다녔다. 그리고 다시 확인했다. 그럼에도 연료 소모량은 많지 않았다.

오기가 솟아 쉬는 날을 이용하여 장거리 주행을 했다. 그리고 다시 연료량을 체크했다.

그 결과 시내 주행 연비가 리터당 112㎞이며, 고속도로의 경우는 무려 166㎞나 주행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의 어떤 스포츠카가 이런 연비를 내겠는가!

깜짝 놀라 FC 안지의 모든 선수들에게 이런 이야길 했다. 이에 흥미를 느낀 여러 선수들이 차를 주문했다.

람보르기니나 포르쉐에 비하면 저렴하기에 세컨드 카의 개념으로 주문한 것이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중 하나이다.

오늘 현수가 손보게 될 엔진 중 하나가 히딩크 감독에게 간다는 것이다.

“아, 그래요? 그럼 신경 좀 써볼까요?”

히딩크 덕에 한국 축구가 중흥했다는 것을 알기에 환히 웃었다. 박 대표 역시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계약이 밀려 출고 대기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하, 네. 그럼, 수고 부탁드립니다.”

“네, 조립 작업 하려면 시간깨나 걸릴 테니 직원들 데리고 나가서 맛있는 거나 사주십시오.”

고도의 집중이 유지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 있었기에 박 대표는 두말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지요.”

박동현 대표가 직원들을 데리고 나간 뒤 현수는 엔진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보곤 마법진을 부착시켰다.

일련의 작업이 끝날 즈음 직원들이 되돌아왔다.

“우와, 벌써 다 하신 겁니까?”

“아뇨, 아직이요. 그나저나 저녁 맛있게 드셨어요?”

“하하, 네. 오랜만에 포식했습니다.”

직원들이 환히 웃으며 좋아한다. 현수 덕에 회사가 안정을 찾은 것은 물론이고 나날이 번창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손본 것들을 가져가 조립 작업을 시작하세요. 저는 나머지 것들을 손볼 테니.”

“알겠습니다.”

울림네트워크 직원들이 조립대 위에 엔진을 올려놓고 작업하는 동안 현수 또한 작업하는 척했다.

박동현 대표는 대체 어떤 원리로 그렇게 되는지 궁금했지만 꾹 참는 기색이 역력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는데 왜 그런지 알고 싶어 배를 갈라보면 어떤 일이 빚어지겠는가!

괜한 호기심은 화를 부를 수도 있기에 참는 듯하다.

현수의 작업은 저녁 늦도록 계속되었다.

12장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

“근데 저게 전부입니까? 돈이 부족했나요?”

울림 네트워크는 현금 유동성 부족을 겪을 리 없다.

스피드와 엘딕이 선적되면 그날 이실리프 무역상사에서 현금으로 결제를 해주기 때문이다.

“아뇨. 돈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확보된 엔진은 저것뿐입니다. 그 이유는…….”

잠시 박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드모비치 상사로부터 추가 공급 요청을 받은 바 있다.

하여 엔진 제조사에 보다 많은 물량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불가하다는 통지를 받았다.

울림네트워크보다 훨씬 큰 회사에 납품을 하고 있는데 그것에 공급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라니 할 말이 없다.

“그럼 엔진 제조사 설립은 어떻게 되어갑니까?”

“현재 김형윤 사장이 기존 엔진 제조업체 인수를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왜죠?”

“그게… 만만한 회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뜻인지 금방 감이 온다.

기술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하니 돈을 과하게 달라거나 팔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

“그럼 이렇게 하세요. 먼저 엔진 제조와 관련된 기술 인력을 채용하세요. 정년퇴직한 사람들을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는 동안 설비를 갖추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람이야 그런다 쳐도 그러려면 돈이…….”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편이 돈이 덜 든다.

적지 않은 은행 빚이 있을 것이니 그걸 떠안고 나머지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런 이야길 하려는데 현수가 말을 끊었다.

“1년에 100만 대 이상의 엔진을 제조할 수 있도록 터를 넉넉히 매입하세요. 인력도 그 정도를 뽑으시고요.”

“네에?”

“설비 투자도 돈을 아끼지 마세요. 나중에 확장하는 것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참, 우리가 만들 회사는 정년퇴직 개념이 없다고 하세요.”

“그게 무슨……?”

박 대표가 말을 이으려는데 현수가 먼저 말을 잇는다.

“아울러 변속기 등 각종 부품 제조 공장 설립도 알아보세요. 어차피 주요 부품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울림네트워크는 국내 여섯 개밖에 없는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이다. 현대, 기아, 한국 GM, 르노 삼성, 쌍용, 그리고 울림네트워크이다.

다른 회사들과는 규모 자체가 비교되지 않는다.

이 중 가장 큰 현대자동차는 2012년 한 해 동안 441만 357대를 팔았다. 이것의 판매 대금은 71조 3,065억 원이다.

전 세계 곳곳에 판매한 대금이다.

이에 비해 울림네트워크는 2010년에 10대, 2011년 22대, 2012년엔 5대를 팔았을 뿐이다. 현대자동차를 공룡에 비유하면 울림네트워크는 개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전무님, 아니 부사장님. 아니, 사장님이라고 해야 하나요? 뭐라 부르지요?”

천지건설 전무이사에서 부사장으로 진급한 것과 천지기획이라는 새로운 계열사의 사장이 되었다는 건 온 국민이 아는 사실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결혼식을 올린 직후 모든 일간지 및 잡지 등에서 현수에 대해 다뤘기 때문이다.

“그냥 편한 대로 부르세요.”

현수 본인도 호칭이 애매함을 느끼고 있기에 피식 웃었다.

“그럼 사장님이라 부르겠습니다. 아무튼 김 사장님, 부품 제조까지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자동차는 약 2만 가지 부품이 조립되어 만들어집니다. 이중 주요 부분은 직접 제조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럼 엔진 이외에 변속기 등을 만들라는 말씀이십니까?”

현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엔진과 변속기 이외에도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기술이나 자재를 이용하여 제조하는 모든 부품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현수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엔 배경이 있다.

한국의 산업은 상당 부분에서 일본의 기술, 부품, 소재 등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으로부터 이것들의 공급이 끊기면 고사하는 기업 또는 산업이 많다.

2013년까지 한국에게 일본은 제2위 수입 상대국이며, 일본에게 한국은 제3위의 수출 상대국이다.

지금까지 일본이 한국에 부품 소재를 팔아왔던 것이다.

만일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어 수입, 수출이 끊길 경우 부품, 또는 소재 확보 곤란을 겪을 분야는 다음과 같다.

LCD 제조 장치 80.8%, 플라스틱 65.9%, 글라스 60.1%,

광학기기 54.7%, 화학공업 제품 51.5%, 철강판 51.2%,

석유화학 중간 원료 50.3% …….

자동차의 경우를 살펴보면 현대자동차는 소나타와 그랜저 엔진에 사용되는 타이밍 체인을 일본 쓰바키모토 체인에서 매년 100만 개씩 수입하고 있다.

르노 삼성은 변속기나 엔진의 주요 부품 등 부품 전체의 15%를 닛산기공, 아이신정기, 자트코 등에서 수입한다.

한국 GM은 라세티와 쉐보레 스파크에 탑재되는 자동변속기 전부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인도의 마힌드라사에 팔린 쌍용자동차는 코란도C에 사용되는 실린더블록을 후쿠시마에 소재한 니혼마쓰 공장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를 어찌 계속 두고 보겠는가!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낮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이다. 이런 걸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은 적지 않은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오로지 자사 이익만 챙기려 한다. 그렇기에 투자 대비 이익이 적으면 손을 뗀다.

그래서 부품 및 소재 개발을 위한 투자가 매우 인색했다. 하지만 현수는 아니다. 돈은 거의 무한정으로 있다.

아공간에 담긴 금만 처분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전체를 사고도 남는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 전부를 살 수도 있다. 따라서 부품 및 소재 개발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장님, 그러려면 돈이…….”

“돈은 걱정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조달할 테니.”

“……!”

박동현 대표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수가 방금 한 말을 이루기 위해선 수백, 수천억 원이 소요된다.

어쩌면 1조 이상의 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무 태연하니 혹시 몰라서 이러나 싶은 것이다.

이쯤해서 뭔가 확신을 줘야 할 것 같다.

“조만간 이실리프 뱅크라는 것이 만들어질 겁니다.”

“네에? 으, 은행을 만드신다는 말씀입니까?”

놀랐는지 말을 더듬는다. 이에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직은 비밀이니 보안을 유지해 주십시오.”

박동현 대표가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합니다. 입 꼭 다물겠습니다.”

“아무튼 소재 및 부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조달할 수 있을 겁니다. 가급적이면 일본의 영향이 큰 것부터 국산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합시다.”

“그래도… 그런 걸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100억, 200억이 아니라 수천억이 들 수도 있습니다.”

“당연하죠. 참고로 이실리프 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5조 400억 원입니다. 더 될 수도 있구요. 그 돈은 전액 제가 관여되어 출자되는 겁니다.”

“헐! 초기 자본금만 5조 400억 원이라구요?”

박 대표는 입을 딱 벌린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네. 그러니 자금 걱정 마세요. 참, 스피드 말고 다른 모델도 디자인하세요. 세상 사람들 모두가 스포츠카만 타고 다닐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려면 비용이…….”

“필요한 자금은 제가 조달한다니까요.”

“아! 참…….”

방금 전 너무나도 큰 금액에 관한 이야길 들었다.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이다.

하긴 대한민국에 누가 있어 혼자서 은행을 만들겠는가!

“혹시 그 은행, 상장하십니까?”

“아닙니다. 이실리프 엔진이나 이실리프 상사처럼 제 개인 기업이 될 겁니다.”

“……!”

박 대표는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주식회사로 만들어 출자를 받으면 규모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참, 울림모터스로 분사하셨지요?”

“네, 얼마 전에 분사 완료되었습니다.”

“주식 지분율은 어떻게 되죠?”

“제 지분이 45%, 김형윤 사장 지분이 10%, 그리고 김 사장님 지분 45%입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실리프 엔진이나 이실리프 부품, 또는 소재 관련 회사를 만들 때 출자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가진 주식 중 일부를 처분하여…….”

박 대표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그것 전부 제가 매입하겠습니다. 그러니 팔 때 꼭 이야기해 주십시오.”

“네, 그렇게 하죠.”

나중에 일어날 일이지만 박 대표와 김형윤 사장의 울림모터스 지분은 28%와 9%로 줄어든다.

처분되는 18%의 주식은 민주영을 비롯한 이실리프 상사 초창기 멤버들이 전부 매입한다.

울림모터스의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의 현재가는 273원이다. 이것이 12,676,900원으로 오르는 것은 얼마 후에 일어날 일이다. 46,435배나 오르니 모두 부자가 된다.

“앞으로 만들어질 회사들은 주식회사이긴 하지만 기업 공개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상장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는 뭡니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 몇 푼 들고 와서 이익만 따먹고 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스피드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갈 것이다.

다른 차들은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저렴한 유지비가 든다. 당연히 경쟁 상대가 없다. 얼마나 많은 이익이 발생되겠는가!

주식 지분이 있으면 막대한 배당이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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