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24화 (624/1,307)

# 624

볼일을 마치곤 곧장 천지건설 사옥으로 출근했다.

“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부사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부사장님.”

박진영 과장, 김지윤 대리, 황만규 주임, 구본홍 사원이 차례로 인사를 한다.

“네, 좋은 아침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쉬는 날인데 왜 출근했죠?”

“그건… 일을 해야죠.”

김지윤 대리가 말을 얼버무린다.

“아무튼 좋은 아침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주말과 공휴일엔 근무하지 말고 쉬세요. 아셨죠?”

“네, 부사장님!”

부사장실로 들어가니 김지윤 대리가 커피를 들고 온다.

“부사장님, 커피 드세요.”

“네, 고마워요.”

커피를 내려놓은 김지윤이 현수에게 시선을 준다.

“부사장님, 제가 그 회사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아, 그래요? 환영합니다. 황만규 주임과 구본홍 사원 중엔 누가 오나요?”

“구본홍 씨가 옮기기로 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쪽 일도 해야 하니까요.”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김지윤이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나간다. 현수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받쳤다.

13장 이게 정말인가?

“천지기획, 천지기획…….”

장차 어떤 일을 할지 방향 설정조차 되어 있지 않은 회사이다.

천지그룹 전체에 일감을 주는 업무 정도라는 것만 개념으로 잡혀 있다.

‘어차피 콩고민주공화국 개발은 천지그룹 혼자의 힘만으론 부족해. 그러니 태백그룹이나 백두그룹에게도 일을 줘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분담하지?’

킨샤사에서 결혼식이 끝난 후 조제프 카빌라 대통령과 가에탄 카구지 내무장관과의 면담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국가 개발에 속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에게 눈에 보이는 성과를 제시하고, 미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속도로, 항만, 공항, 철도, 발전소, 통신 시설, 학교, 병원, 상하수 처리 등 인프라 증설이 가장 눈에 뜨일 것이다.

거의 모두 건설회사가 관여될 일이다. 이 모든 걸 어찌 천지건설 혼자서 한다는 말인가!

혹자는 사람만 더 뽑으면 될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나중에라도 천지그룹과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간의 유착설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쩝, 일 나눠 주는 것도 어렵겠네.”

엄청난 공사비가 들 일이다. 그런데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돈이 없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현수가 가지고 있다.

아공간에 담긴 막대한 양의 황금이 그것이다.

공사는 한국 기업이 하고 대금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가 지불한다. 이것은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지하지원의 지분을 현수에게 팔아서 조성된 돈이다.

대금으로 지불된 금괴는 로스차일드, 또는 록펠러 같은 유대 자본가들에게 매각될 것이다.

이것들은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아공간으로 모두 회수된다. 그때는 주변에 있던 것들도 딸려올 것이다.

암중에서 세계 장악을 획책하고 있는 프리메이슨이나 일루미나티, 그리고 빌더버그의 힘을 빼기 위함이다.

아무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채굴된 각종 자원은 국내로 반입되어 적절한 회사에 매각된다.

그 돈은 이실리프 자원 등 조만간 발족될 회사로 입금될 것이다. 아공간의 금괴는 줄어들지 않으면서 돈만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사회 기반시설이 갖춰지는 이득을 얻는다. 건설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적절한 이득을 취한다.

현수 역시 막대한 금액을 벌어들인다. 이 과정에서 손해 입는 것은 오로지 유태 자본이 될 것이다.

일련의 과정이 정리되자 인터컴을 눌렀다.

삐이이잉―!

“네, 부사장님.”

연희가 없어서 지윤이 비서 역할까지 맡는 모양이다.

“김 대리, 다들 안으로 오라고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똑, 똑―!

문이 열리고 박 과장 등이 들어선다.

“거기 앉아요.”

모두가 자리에 앉자 벽에 걸린 대형 지도 앞에 섰다.

“여러분에게 업무 지시를 하려고 합니다. 여기 이 지도가 어느 나라 것인지 아시죠?”

“네, 콩고민주공화국 전도입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이 나라의 자연 환경을 가급적 훼손하지 않는 한도에서 개발 계획을 수립해 오세요.”

“네? 그게 무슨……?”

박진영 과장이 의아하다는 눈빛이다. 다른 나라 개발 계획을 왜 우리가 해야 하느냐는 표정이다. 그건 그 나라 행정가들이 면밀한 검토를 거쳐 입안하고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는 내게 개발 계획 의뢰를 한 바 있습니다. 가급적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계획을 만들어주십시오. 여러분이 입안할 것은 철도, 항만, 공항, 도로, 발전소, 병원, 상하수도 등등입니다.”

“……!”

직원이라곤 딸랑 다섯 명밖에 없는 천지건설 기획영업부이다. 그중 하나인 강 대리는 콩고민주공화국 현지에 파견 나가 있다.

나머지 넷더러 대한민국보다도 훨씬 큰 나라 전체의 개발 계획을 짜오라니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김 과장, 그리고 구 대리.”

“네?”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부터 천지건설이 아닌 천지기획 직원입니다. 인재를 스카우트한 것이니 각각 한 직급씩 승차시켰습니다.”

“……!”

박진영 과장과 황만규 주임이 멍한 시선으로 둘을 바라본다. 느닷없는 승진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도 당분간 이 일에 매진하세요. 필요한 인력은 더 뽑아도 됩니다. 그리고 건설의 업무지원팀을 활용하도록 하세요. 업무지원팀장에게는 협조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김지윤 과장이 먼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면서 박진영 과장을 힐끔 바라보니 안색이 별로이다.

천지기획으로 옮기지 않으려는 이유는 강연희와 부딪치기 싫어서이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것이다.

새 연인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 김 대리를 보냈다. 그런데 자신과 같은 직급이 되니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이번 일이 성공리에 완수되면 박 과장님과 황 주임님의 직급 또한 한 단계 올라갈 겁니다. 그러니 두 분도 열심히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박 과장이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뭔가를 결심할 때의 습관이다.

직원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려놓고는 곧장 차원이동을 했다. 필요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 * *

“우와, 엄청나게 잡혔구나.”

현수는 지금 테세린 곳곳에 설치했던 거대한 쥐틀을 살피고 있다.

가로, 세로 1m에 높이 0.5m짜리인 이것은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려 있다. 하여 하나당 거의 3만 마리씩 들어 있다.

뒤쪽에 달린 산소 탱크의 밸브를 열어 공기를 공급시키곤 곧장 아공간에 담았다.

주변엔 정식 백작으로 서임된 로니안 백작과 기사, 그리고 병사들이 도열해 있다.

“금방 다녀올 것입니다.”

“그, 그러시게.”

21개의 쥐틀 모두 아공간에 담기는 모습을 본 로니안 백작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외부에서 보았을 때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투명한 창이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쥐들이 우글우글하다.

상자의 크기와 비교해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지마법사로 정식 취임한 롤랑이 공간 확장 마법이 걸렸기 때문이라 설명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3만 마리가 들어 있으면 엄청 무거울 것이다.

그래서 이걸 어찌 옮기나 했는데 아공간에 담는 걸 보니 기가 막힌다. 너무도 간단히 옮겨진 때문이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릉―!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신형이 안개처럼 흩어진다.

“세상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로니안 백작이 멍한 시선으로 보고 있을 때 현수는 캐러나데 사막의 오아시스 주변에 나타나 있다.

“우와! 엄청 자랐네.”

살아서 돌아다니는 생쥐는 한 마리도 없다. 디오나니아가 싹쓸이 사냥을 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디오나니아의 숫자가 늘어 있다. 한꺼번에 영양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개체수를 늘린 모양이다.

“좋아, 이것도 먹고 얼른 자라라.”

21개의 쥐틀이 열리자 생선 비린내를 맡은 생쥐들이 쏜살처럼 달려간다. 그러나 근처에 다가가기도 전에 디오나이아의 잎사귀들이 생쥐를 감싸 버린다.

발버둥 치겠지만 디오나니아의 잎사귀는 사람의 힘으로도 풀 수 없는 것이다. 63만 마리의 생쥐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전속력으로 얀디루와 라이냐 더미로 달려간다.

이를 잡기 위해 디오나니아 잎사귀들이 펄럭이면서 바람이 인다. 목숨이 걸린 치열한 전투지만 일방적인 학살이나 다름없다. 잎사귀에 감싸인 생쥐들은 눈앞의 생선을 먹지 못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듯 찍찍거린다.

“며칠 후에 보자!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 나타난 곳은 라이셔 제국의 수도 코린이다.

“흐음, 어디 보자. 그래, 저쪽이군.”

현수가 코린에 위치한 이레나 상단 지부를 찾는 동안 한국에선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 * *

“우와! 이게 뭐야?”

갑작스레 뿌려진 호외에 큰일이라도 났나 싶어 주워 들던 회사원의 눈이 커진다.

믿을 수 없는 기사 때문이다.

국민전무 김현수 대형사고 치다!

IQ255,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두뇌 김현수 천지건설 부사장 겸 천지기획 사장이 수학계에 큰 획을 그었다!

미국의 부호 랜던 클레이는 지난 2000년에 클레이 수학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7대 난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한 사람에게 100만 달러씩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7대 수학 난제는 P대 NP 문제, 리만 가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내비어―스톡스 방정식, 푸앵카레 추측,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호지 추측이다.

이 가운데 푸앵카레 추측은 2006년 러시아의 페렐만이라는 수학자가 해결했다. 여섯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풀이를 내놓지 못했다.

그런데 김현수 천지건설 부사장이 이 모든 문제의 풀이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증명해 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수학계 인사들이 나섰다.

블라디미르 보에보토스키, 로랑 라포르그, 포항공대 박현주 교수, 뉴욕대 미하일 그로모프 교수,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한상균 교수, 서울대 강서진 교수 등이 그들이다.

수학계의 쟁쟁한 인사인 이들에 의해 김현수 부사장의 풀이 및 증명이 옳다는 판정을 받았다.

김현수 부사장은 수학과 학부 졸업생으로……<하략>.

호외를 주워 든 회사원은 꼼꼼하게 기사 내용을 살펴본다.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수학계는 세계 최고가 된다. 월드컵 우승보다도 PGA 우승보다도 더 값진 일이다.

삼류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후 취업을 하지 못해 80장의 이력서를 쓴 것은 이미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다.

그러다 천지건설에 입사를 하게 되고, 그곳에서 직장인의 신화를 쓰고 있는 중이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위대한 일을 이룩해 냈다.

전 세계 수학자 및 과학자들이 달려들어도 풀어내지 못한 것을 한꺼번에 이루어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우와! 이 사람 진짜…….”

회사원은 현수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인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위대한 인물과 동시대에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 영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각, 똑같은 내용이 담긴 호외를 읽는 사람이 있다.

오정섭 국방장관이다.

“으으음! 역시…….”

저도 모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흔든다.

항온전투복이 대체 어떻게 해서 만들었을까 하여 샅샅이 살펴본 바 있다. 평범하지만 질 좋은 군복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어떤 원리로 체온이 유지되도록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호외를 보니 평범한 사람들이 범접할 수 없는 두뇌의 소유자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거의 비슷한 시각, 오정섭 국방장관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한미군 제19전구지원사령부 폴 헐리 사령관(준장)과 로버트 켈리 보좌관(중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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