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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625화 (625/1,307)

# 625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샘플로 받아온 항온전투복 세 벌은 완전 분해되었다. 실오라기 하나까지 모두 조사한 것이다.

단추를 쪼개보기까지 했다.

이것은 본국에서 파견된 과학자와 기술진들이 한 일이다. 하지만 결론은 ‘어떻게 해서 체온이 유지되는지 전혀 모르겠다’이다.

박근홍 사장은 특허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바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는 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똑같은 걸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왜 특허를 내지 않겠다고 했는지 이해된다.

특허를 낼 경우 만료 기간이 되면 누구나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그러지 않겠노라 공언했다.

현재의 기술론 항온전투복을 복제해 낼 수 없다. 이는 영원히 기술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쉐리엔 또한 그러하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쉐리엔은 요즘 웃돈이 붙어 판매된다. 품귀 현상 때문이다.

쉐리엔 역시 김현수가 관여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도 제법특허나 물질특허를 내지 않았다.

하여 미국의 거의 모든 제약사 및 식품 회사들이 쉐리엔과 같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결과는 모두 실패이다.

쉐리엔의 성분 중 뭔지 알 수 없는 물질 두 가지가 있다.

뭔지 모르니 복제도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살 빠지는 효과를 내는 가장 중요한 물질이라 추측된다.

“켈리 중령, 본국에 긴급 보고 해야겠네.”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나가자 폴 헐리 준장은 이맛살을 좁혔다.

김현수라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을 왜 세상이 주시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은 때문이다.

* * *

“역시 그래서 그랬구나.”

해군 2함대 사령관 심흥수 소장의 고개 또한 끄덕여지고 있다. 김상우 대령과 고복현 대위 역시 그러하다.

“진짜 천재였음을 모르고 있었네. 얼마나 더한 결과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안 그런가?”

“그렇습니다. 머리가 좋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진짜 천재가 아니면 연비를 1,200%나 향상시키는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김현수 부사장님이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이 순간부터 존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 내 심정도 그러하네. 진짜 대단해!”

심 소장의 말이 끝나자 노크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린다.

똑, 똑, 똑―!

“사령관님, 참모총장님 오셨습니다.”

“…그래? 어서 모시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이 들어선다.

“필승! 어서 오십시오.”

“필승! 대령 김상우입니다.”

“필승! 대위 고복현입니다.”

“필승! 그래, 수고가 많네. 그런데 뭘 들고 있는 건가?”

“아, 이거요? 참모총장님도 한번 보십시오.”

호외를 받아 든 강병훈 참모총장의 눈이 커진다. 수학 7대 난제가 어떤 건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아들 가운데 하나가 서울대 수학과 전임강사로 재직 중이다. 그 아들이 꼭 이루어내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가 7대 난제 중 하나라도 풀어내는 것이다.

그러기만 하면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국내 최초로 수여 받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서울대나 포항공대, 또는 카이스트에서 종신 교수로 재직해 달라는 청을 받게 될 것이라 했다.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선 수학에 관한 한 최고 권위자인 때문이다.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면서 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에 현수가 이루어낸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안다.

아들 또한 천재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녀석이다. 중,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내내 전교 1등을 했다.

서울대학에 입학할 때에도 최상위권으로 들어가 4년 장학금을 받았다. 그런데 남아 있는 난제 중 어느 것 하나도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나이인 현수가 모조리 풀어냈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특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357년간 전 세계 수학자들의 골치를 썩이던 것이다. 그런데 앤드류 와일즈의 풀이보다도 더 명쾌하게 증명했다는 구절이 있다.

이 정도면 천재의 범주를 뛰어넘은 것이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대단하군, 이 친구!”

“참모총장님, 이런 말씀 드리기 외람되지만 김현수 부사장은 친구가 아닙니다.”

“심 소장! 방금 뭐라 하셨소?”

“친구라 부르기엔 너무나 위대한 인물이라는 뜻입니다.”

“아, 맞네. 내 실수요.”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이 계면쩍은 웃음을 짓는다. 심 소장의 말에 절대 동감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오늘 날 부른 이유는 뭡니까?”

“KD―2가 새롭게 탈바꿈했음을 보고 드리기 위함입니다.”

“KD―2라면 충무공 이순신함, 문무대왕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이 아니오? 그런데 탈바꿈이라니요?”

“김현수 부사장이 협조하여 KD―2 여섯 척 모두 스텔스함이 되었습니다. 연비는 종전에 비해 열두 배 증가하였고, 소음은 30 데시벨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또한…….”

잠시 설명이 이어졌다.

강병훈 참모총장은 너무도 놀라운 보고에 눈을 크게 뜬다.

“방금 그 보고가 사실입니까?”

“물론입니다. 어찌 참모총장님께 거짓을 보고하겠습니까?”

“세상에!”

해군에서 잔뼈가 굵었기에 심흥수 소장의 보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안다.

대한민국 해군은 적의 이지스함 등을 단숨에 잡아낼 절대 병기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순신함급을 전부 보내달라고 했던 겁니까?”

“그렇습니다. 미리 보고 드리지 못한 것은 김현수 부사장의 신신당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 소장의 이 말은 사실과 약간 다르다.

현수가 보안을 요구한 것은 맞지만 참모총장까지 모르게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

양만춘함이 개조된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강병훈 참모총장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심 소장의 말이 이어진다.

“오늘 총장님을 이곳까지 오시라 한 이유는 대양해군을 위한 우리 전함 전부를 이곳에 집결시켜 달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그것도 다 해준답니까?”

“그렇습니다. 세종대왕함급 세 척, 천지함금 세 척, 그리고 고준봉함급 네 척과 독도함, 마지막으로 장보고함급 아홉 척과 손원일함급 세 척을 손봐주기로 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한 일인가?”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척당 최소 여덟 시간 이상 작업을 해야 합니다. 김현수 부사장 같은 천재 중의 천재가요.”

“척당 여덟 시간이라도 스물세 척이면…….”

참모총장이 속으로 암산할 때 김상우 대령이 끼어든다.

“하루에 두 척씩 계산하면 12일이 소요됩니다.”

“겨우 12일 만에 우리 해군이…….”

방금 언급된 전함 전부가 스텔스함이 된다면 지구상 어떤 나라 해군과 맞붙어도 지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세계 최강 해군의 참모총장이 된다는 뜻이다.

“총장님, 한데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단서 조항? 돈을 많이 달라고 했나?”

“그건 아닙니다. 거의 무료 봉사에 가까운 비용만 청구했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미안해할까 봐 형식적으로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그럼 어떤 단서 조항을 붙였는가?”

“우리 전력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을 해군 장성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그게 가능한가? 작전 나가면 금방 드러날 일이네.”

“그렇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보안을 유지해 달라고 합니다. 특히 정치권 인사들을 주의해 달라고 합니다.”

“정치권?”

감병훈 참모총장이 무슨 뜻이냐는 듯 눈을 크게 뜬다.

“네, 정치권 중 여당 쪽은 친일파와 친미파가 득실대는 곳 아닙니까. 그래서 대통령님에게도 절대 보고하지 말아달라는 청이 있었습니다.”

“대통령까지?”

“네,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치권은 결코 믿을 수 없다고요.”

“흐으음!”

강병훈 참모총장은 턱밑을 쓰다듬었다. 현수가 요구한 보안을 어찌 유지시킬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현수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정치권엔 쓰레기만도 못한 인사들이 득실거린다.

친일파, 친미파뿐만 아니라 사리사욕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저지를 인간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이야기할 일은 없다.

한데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 것은 조금 주저된다. 어찌 되었건 국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이다.

“김현수 부사장은 분명 대통령도 언급했습니다. 알아서 좋을 일 없다고요. 때론 모르는 게 약이니 보고하지 마십시오.”

심 소장은 일이 잘못되어 현수가 개조 작업을 해주지 않겠다는 말을 할까 두렵다는 표정까지 짓는다.

“알겠네. 최대한 보안 유지를 해보세. 그러려면 몇몇을 구워삶아야겠군. 안 그런가?”

각각의 전함에 승선하는 병력 가운데 누구라도 입을 놀리면 보안은 물 건너간다. 그렇기에 필수 인원을 선발하여 보안 교육을 하라는 뜻이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좋아진 성능에 관한 보안 유지를 각 함 함장들에게 특별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알겠네. 특급 보안으로 분류하여 최대한 보안이 유지되도록 해보세.”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김 부사장이 여성가족부 해체를 또 요구하면 어쩌지? 걱정이네. 좋은 묘안 없나?”

“으으음!”

심 소장을 비롯하여 김상우 대령, 고복현 대위까지 침음을 낸다. 정말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 공군이나 육군에서도 우리 일을 압니까?”

“공군참모총장만 약간 아네.”

“……!”

심 소장 등이 왜 말했느냐는 표정을 짓자 강병훈 참모총장이 얼른 수습에 나선다.

“미안하네. 그땐 이렇게 될 줄 몰랐네. 그 후론 그것에 대한 대화를 하지 않았으니 보안은 유지될 것이네.”

“총장님, 기왕 이렇게 된 거 공군참모총장님께는 말씀하십시오. 그리고 협조를 요청하십시오. 여성가족부 해체에 동참해 달라고요. 해군과 공군이 연합을 하면…….”

김상우 대령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흐음, 알았네. 조만간 공군참모총장과 술 한 잔 해야겠군.”

강병훈 참모총장은 심 소장 등과 상당히 오랜 시간 밀담을 나눴다. 보안 유지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나머진 여성가족부 해체를 어떤 방법으로 유도하고 이루어내는 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 * *

“안녕하시죠? H일보 강민경 기자입니다. 전화 주셨던 박근홍 사장님이시죠?”

“아, 네.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박근홍이 명함을 건네자 강 기자는 소파에 앉으며 사무실을 둘러본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기에 박 사장은 본인의 집무실을 소탈하게 꾸며놓았다.

어찌 보면 너무 휑하다 할 정도로 간결하다.

“그런데 정말 김현수 부사장님이 저만 불러 인터뷰하라고 하셨습니까?”

“네, 가장 믿을 만한 기자라고 하더군요.”

“에구…….”

강 기자는 면전에 대놓고 칭찬을 하니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 보이는 이 옷은…….”

박근홍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강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항온 의류는 완전 신개념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시베리아의 혹한에서도 추위를 느끼지 않을 겨울용이 있으며, 열사의 사막에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을 정도로 더위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그 결과는 항온 의류를 직접 입어보는 것이다. 걸치고 있던 파카를 벗고 봄 점퍼처럼 얇은 항온 의류를 입었다.

그리곤 찬바람 쌩쌩 부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이곳에서 강 기자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전능의 팔찌』 26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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