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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627화 (627/1,307)

# 627

아무튼 그 금액이 약 8,000억 원이다. 이러니 무식하다 해도 좋을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 * *

“여기가 이레나 상단 맞죠?”

“네, 맞습니다. 상단 본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50세쯤 된 속알머리가 훌렁 벗겨진 사내가 친절한 미소로 맞는다.

“사람 좀 만나려 왔습니다.”

“사람이요? 누굴 찾으시는지요?”

“에머랄 에델만 드 로이어 서기님을 뵈려 하는데요.”

“서기님이요? 그런데 어쩌죠? 지금 자리에 안 계십니다.”

“그럼, 상단주님은 계십니까?”

현수의 물음에 상인이 뒤통수를 긁적인다.

“죄송합니다. 상단주님도 현재는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소문을 들어 아시겠지만 영지에 문제가 생겨서…….”

“흐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조금 전 현수는 이곳 시간으로 어제 혼쭐내 준 뒷골목 불량배 다섯 명으로부터 라이셔 제국에 도는 소문 50가지를 들은 바 있다.

피할 수 없는 저주 마법에 걸렸다고 생각했는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소문을 수집해 온 것이다.

그 결과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첫째, 황제는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정력이 매우 약하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어린 시절 시녀를 탐하다 들킨 적이 있다. 그때 모후로부터 너무 심한 야단을 맞은 후 너무나 오랫동안 금욕 생활을 강요받은 때문이다.

둘째, 부황의 갑작스런 서거 후 황위를 물려받으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과다했기 때문이다.

셋째, 과음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2)을 만드는 효소의 기능을 떨어뜨린 때문이다.

그 결과 황제는 현재 고환의 크기가 줄어든 상태이다.

정자 생산력도 떨어져 있다. 그래서 젊은 나이임에도 아직 자식을 보지 못한 것이다.

현수는 이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그 결과 몇 가지 처방을 얻어냈다.

첫째는 붉은 포도이다.

껍질에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3) 성분이 건강한 정자 생성에 도움이 된다.

둘째는 참치이다.

성욕을 없애주는 글로블린(SHBG) 수치를 크게 줄이고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90% 이상 증가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는 아보카도4)이다.

나쁜 콜레스테롤인 저밀도 단백 콜레스테롤(LDL)은 동맥을 막을 뿐만 아니라 발기부전을 일으키고 성기 주변의 혈액 순환을 원활치 못하게 한다.

아보카도에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는 불포화지방을 섭취하면 LDL이 적고 테스토스테론이 많다.

넷째는 석류(Pomegranate)이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석류주스는 발기부전 남성의 47%를 개선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다섯째는 마늘이다.

마늘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Cortisol)을 낮춰주는 알리신(Allicin)을 함유하고 있다. 근육 세포 안에서 코티솔이 줄어들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한다.

여섯째는 계란이다.

계란 노른자의 콜레스테롤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의 전구체라 할 수 있다. 하루에 세 개까지는 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참고로 전구체(Precursor)란 어떤 물질 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을 뜻한다.

현수는 황제의 정력 증강을 위해 석류주스와 참치샐러드, 그리고 적포도주를 처방으로 준비했다. 참치샐러드엔 참치뿐만 아니라 양배추와 삶은 계란이 포함된다.

이것은 장기적인 개선을 위한 것이고 단기 처방은 비아그라 복제약을 준비했다. 물론 황제를 만났을 때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이것은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때 대신 사용할 것은 홍삼이다.

인삼정과5) 없는 기생첩방 없다는 옛 속담이 있다. 예전엔 인삼이 정력제의 하나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홍삼은 음경 해면체 평활근을 이완시켜 말초혈관의 확장 및 혈액 흐름 저항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하여 발기부전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홍삼은 부작용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준비한 것이다. 물론 백두마트에서 털어온 물건 중 하나이다.

두 번째 소문은 성질 고약한 공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황제의 여동생인 공주는 안하무인의 극치를 달린다고 한다.

오빠가 황제이니 황녀라 불려야 하나 굳이 공주라 부르라고 한다. 작고한 선황이 오냐오냐 하며 기른 결과이다.

하여 현재엔 황제인 오빠를 제외한 어느 누구도 공주의 말에 거역하지 못한다.

그랬다간 장미궁에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식사를 거르며 울며불며 난리를 치기에 어느 누구도 건드릴 생각조차 못한다. 그건 외조부인 공작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공주가 유니콘과 페가수스를 잡아오라며 성화라고 한다. 누군가의 헛소리가 라이셔 제국 황궁에 재앙을 뿌린 것이다. 다행인 점은 현세에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말을 믿어 심하게 난리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가이아 신전의 성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올해 스물다섯 살이 된 성녀가 가끔씩 사라진다는 괴담이 나돌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누군가와 눈이 맞아 밀회를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다.

그리고 이 소문은 크게 번지지 못하고 있다.

신전에서 알면 신성 모독으로 처벌 받을 확률이 엄청나게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소소한 소문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현수에게 고블린 퇴치를 의뢰했던 이름 모를 마을과 관련된 이야기인 듯하다.

라이셔 제국의 수도엔 유명한 공방이 있다. 못 만드는 것이 없는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곳이다.

몇 년 전, 그 공방은 크나큰 위기를 만났다. 어느 날 갑자기 공인 20명이 가족과 함께 사라져 버린 일이 그것이다.

이들을 이끌던 인물은 쉰 정도 된 인물로 이름은 론슨이며 헨리라는 어린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와 동료였던 이는 피터이고 딸의 이름은 세실리아라고 한다.

이들의 특기는 보석 세공이다. 하여 수도의 귀족가엔 예전에 이들이 만든 반지며 팔찌 같은 장신구가 비싼 값에 거래된다고 한다. 드워프와 맞먹는 세공 솜씨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수가 이레나 상단을 찾은 이유는 장인과 큰처남이 될 사람을 만나려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이번엔 제대로 신분을 밝히고 만나리라 마음먹었다.

일루신이 절절매던 것을 생각해 보니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두 번째는 황궁으로 들어갈 끈을 만들기 위함이다.

이레나 상단은 라이셔 제국에 본점을 둔 거대 상단이므로 황궁과의 연계가 있을 것이라 추측한 것이다.

그런데 둘 다 자리에 없다니 다소 난감하다. 하여 뻘쭘한 표정을 짓는데 상인이 조심스레 묻는다.

“저어… 혹시 어디서 오신 뉘신지요?”

“테세린에서 온 하인스라고 합니다.”

“허억! 그, 그럼… 이, 이실리프의……!”

상인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다.

눈앞의 C급 용병 차림 젊은이가 누군지 짐작되기 때문이다. 현수는 상대가 신분을 알아차렸음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랐으면 합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여, 영광이옵니다. 허어, 세상에……! 이,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현수는 상인의 뒤를 따라 본점 내부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복도 몇 개를 지나니 제법 중후한 멋을 내는 문이 나온다.

“아, 안으로 드십시오.”

“그러지요.”

“아이고,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전 그냥 평범한 평민입니다. 어떻게 마탑주님께서……. 주인님이 아시면 저 죽습니다. 제발 말을 놓아주십시오. 네?”

지은 죄도 없건만 몹시 애처로운 표정이다.

그리고 더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절절매는 바로 그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문을 열고 공손히 허리를 숙인다.

안으로 들어가라는 뜻이다.

방은 상당히 컸다. 적게 잡아도 50평은 됨 직하다.

거대 상단의 본점이니 귀족들의 방문이 잦아 이 정도 규모인 듯하다.

널찍한 방에는 없는 집기가 없으나 워낙 넓어 부족한 듯싶다. 아무튼 커다란 책상 앞에 소파 비슷한 의자들이 있어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차, 차를 준비할깝쇼?”

“아닙니다. 그런데 이름과 신분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아이고, 그럼요! 소인은 알렉스라 하옵니다. 이레나 상단에서 부서기를 맡고 있습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부서기라면 에머랄 형님을 보좌하는…….”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위대하신 마탑주께서 말을 잇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는 듯 알렉스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굽실거린 때문이다.

“네네, 그럼요! 제가 주제넘게 차기 상단주가 되실 서기님을 뫼시고 있습니다요.”

“그래요? 그럼 현재 상단을 주관하고 있겠군요.”

“저어, 마탑주님, 죄송하지만 제게 말을 놓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위대하신 마탑주님께서 그렇게 공대를 하시니 미치겠습니다. 제발 당부 드리니 하대하여 주십시오.”

“……!”

현수는 이곳이 철저한 계급사회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상대는 50대 중반이고 본인은 이제 서른이다. 그럼에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듯 안절부절못한다.

“알겠네. 그럼 말을 놓지.”

“아이고, 고맙습니다요.”

또 고개를 조아리며 황송해한다. 이래선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지만 어쩌겠는가!

“이레나 상단에선 황궁과 거래하나?”

“그럼요. 저희가 라이셔 제국에서 제일 큰 상단입니다요. 당연히 황궁과 거래를 하고 있습죠.”

“그래? 그거 다행이군. 듣자 하니 황제의 정력이 형편없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네? 그걸 어떻게……?”

이실리프 마탑의 마탑주이자 매지션 로드이며 그랜드 마스터가 물어볼 말은 아니기에 뭔 소리냐는 표정이다.

“황제에게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네.”

“아, 네에. 모두들 쉬쉬하지만 그렇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황자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황궁에 선 좀 대어주게.”

“네? 그러시다면 그냥 연통을 넣으시면…….”

적어도 아르센 대륙에선 매지션 로드라는 명함만 내밀면 잠자던 드래곤조차 만나줄 것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랜드 마스터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구든 못 만날 사람이 없는 막강한 위치이다. 대륙 최강의 무력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만나고 싶다고 애원할 사람들이 널려 있다.

현수는 매지션 로드이면서 그랜드 마스터이다. 대륙의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데 현수는 그걸 드러내고 싶지 않다.

이실리프 마탑주는 아드리안 공국의 수호자이다. 그리고 아직은 아드리안 공국이 카이엔 제국의 제후국이다.

이곳은 현재 카이엔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라이셔 제국이다. 신분을 드러내서 좋을 일이 없다.

괜한 오해를 양쪽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흐음, 내 신분은 드러내고 싶지는 않네.”

“네? 그건 왜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신분을 드러내면 제국의 공작 따위는 언제든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선은 장인이 될 에델만 백작님이 시달리는 게 싫어서이네.”

“아, 네에.

이실리프 마탑주가 에델만 백작의 사위라는 소문이 돌면 몇 가지가 변경될 것이다.

첫째는 장인의 작위가 올라가게 될 것이다.

어쩌면 공왕으로 승격될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라이셔 제국이 요구하는 작은 도움 정도는 들어줘야 한다.

그게 인접한 타국을 공격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2장 폐하! 정력엔 이게 최곱니다

어쨌거나 현수의 존재 덕분에 이레나 상단은 명실공히 대륙 최고의 상단이 될 것이다.

나머지 상단에서 스스로 알아서 규모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장인은 무지막지한 정신적 고문을 당할 것이다.

현수를 포섭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확률은 100%이다.

끌어들이기만 하면 어마어마한 전쟁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반복 사용 가능한 50메가 톤짜리 전략핵6)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라이셔 제국 입장에선 밑져야 본전이니 에델만 백작을 달달 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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