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5
이 사태의 주범은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이다. 그 중심에 투신사 67곳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는 부유층으로부터 유치한 돈에다 시중은행이나 단기자금 시장에서 빌린 돈을 더해 머니게임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주택버블이 더욱 심화되는 중이다.
이들이 빌려 쓴 돈은 글로벌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나 정부가 돈을 퍼붓던 2009년부터 급증했다.
미국 금융을 뒤흔든 불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이 전체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크다.
블룸버그12)는 ‘이극강과 주소천이 일으킨 자금난은 투신사 등에 뭉칫돈을 빌려주는 군소 은행들을 징벌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라고 평했다.
지나가 제1교역국인 한국은 이로 인한 쇼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버냉키 쇼크와 C.C 사태 모두 한국에겐 악재이다.
이보다 먼저 아베노믹스가 있었다.
2012년 일본의 총리가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는 디플레이션13) 탈출을 위해 양적완화 경제정책을 펼쳤다.
이는 일본 살리기에만 초점을 맞춘 이기적인 것이기에 현해탄 건너 한국에 강한 충격을 줬다.
엔화 약세(엔저)로 국내 수출 기업은 물론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가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아베노믹스→버냉키 쇼크→시진핑 리스크’로 이어지는 3각 파도에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라 힘들었는데 주식 가치마저 일제히 하락해 버린 것이다. 이 와중에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만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말씀인데, 주식 매입을 당부 드립니다.”
한국은행장의 마지막 말에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증시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행장님, 저는 주식에 대해…….”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은행장이 준비해 놓은 서류를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건 뭡니까?”
“김 사장님께 들어가는 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될 때의 전망치입니다. 살펴봐 주십시오.”
“……!”
내민 서류를 받아 든 현수는 주가 상승으로 인한 코스피 및 코스닥 지수의 그래프가 위로 꺾이는 그림을 보았다.
피터 로스차일드에게 처분한 금괴 대금 중 30억 달러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지하자원 지분의 대가이다.
이 돈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외채 상환에 쓰였을 것이다.
추가 30억 달러는 이실리프 농산 및 축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이 돈은 현재 영국 은행에 입금되어 있다.
나머지 60억 달러는 한국에 있는 이실리프 상사 계좌로 보내졌다. 이 밖에 한국은행에 처분한 금괴 대금 15조 1,200억 원 역시 이실리프 상사 계좌로 입금될 것이다.
총액 22조 3,200억 원이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외국인 자본에 맞먹는 거액이다. 당연히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액이다.
현수가 서류를 보는 동안 한국은행장의 말이 이어졌다.
미국, 지나, 일본에 의한 쇼크로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저치인 1720선까지 내려가 있다. 코스닥은 420선이다.
최고였던 때와 비교해 보면 코스피는 16%, 코스닥은 20% 정도 빠진 것이다.
한국은행장의 의견은 현수가 주식을 매집하기 시작하면 기관투자자와 개인도 적극적으로 매입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부되면 주가는 이전 수준까지 반등이 가능하다.
어차피 정기예금 이자율도 낮으니 차라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일 수 있음을 주지시키려 했다.
“이실리프 뱅크가 설립되어도 전액이 하루아침에 대출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러니 설립은 설립대로 하면서 주식에 투자를 해주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저희 직원과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십시오. 그리고 금괴 매각 대금은 금일 중으로 이실리프 상사 계좌로 이체될 것 입니다.”
“알겠습니다.”
한국은행을 나선 현수는 가까운 증권회사에 들렀다.
상담을 청하니 ‘태풍이 불면 바다에 나가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이야기한다. 현 상황에선 주식보다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다.
다른 곳을 가보니 금융 시장이 흔들리면서 많은 투자자가 위험 자산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찌 보면 자산 가치가 낮아진 지금이 오히려 고수익을 얻는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몇 군데를 더 다녀봤는데 하는 말이 모두 다르다.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다.
“흐으음! 주식이라…….”
주식을 사고파는 사람들 대부분은 장·단기 매매 차익을 얻기 위함이다. 그럴 목적이 아니라면 주가 변동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아도 된다.
시황판을 보니 천지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그것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암울하다.
“금괴를 더 처분할 수 있으면…….”
아공간엔 여전히 엄청난 양의 금괴가 담겨 있다.
이것을 처분할 수만 있다면 우량 기업들의 주식을 매집할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세계 경제는 조금 더 위축될 듯싶다. 이는 산업생산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요를 늘리는 방법을 찾아야겠군.”
인근 PC방으로 들어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도했다.
그러던 중 눈에 띄는 뉴스가 있다. 독일이 미국과 영국, 그리고 프랑스에 보관한 금괴를 회수한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3,396톤의 금괴를 소유하고 있다.
이 중 45%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13%는 영국 중앙은행에, 그리고 11%는 프랑스 중앙은행에 보관되어 있다.
그런데 독일 언론에서 미국이 맡고 있는 금괴를 미 연방은행이 민간 금융계로 대출하여 회수할 수 없는 상태일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일종의 음모론임도 밝혔다.
그래도 여론의 지적이 거세지자 타국에 맡겨져 있는 금괴의 소재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각국 중앙은행 간의 역사적인 관행을 깨고 본국으로 회수하기로 했다.
“흐음! 이거 잘하면…….”
보도된 내용을 보면 독일이 미국에 맡겨놓은 금괴는 약 1,500톤이다. 이 중 300톤만 회수한다.
영국과 프랑스에 맡겨놓았던 것은 전량 회수하면서 미국만 이런 것에 대한 여러 추측이 있다.
그중 하나는 음모론처럼 미국 연방은행에 돌려줄 수 있는 금괴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서둘러 미국이 보관하는 금괴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미국 켄터키주 포트 녹스엔 약 8,000톤의 금괴가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달러가 안정적인 기축통화로 대접받고 있는 배경은 이곳에 보관된 막대한 양의 금괴 덕분이다.
뉴욕에 있는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지하에도 금괴가 보관되어 있다.
현재는 약 7,000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 5층 금고에 있는 것은 일본, 사우디, 유럽 등 각국 중앙은행에서 맡겨놓은 57만 4,000개의 금괴도 포함된다.
금고의 문은 두께 2.74m로 90톤짜리 철제 회전문이다. 웬만한 폭탄으론 흠집조차 내기 힘들다.
각국 중앙은행이 이곳에 금괴를 보관하는 것은 무료이다. 하지만 금괴를 매매하거나 이동할 때에는 수수료를 낸다.
이곳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다이하드 3(Die hard with a vengeance, 1995)’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마저 검색을 해보니 일본은 보유하고 있던 금괴 45.2톤을 매각했다. 같은 시기에 인도와 지나는 금을 매입했다.
현수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곤 뭔가를 메모하기 시작했다.
현수의 생각은 이러하다.
콩고민주공화국 금광에서 채광된 금괴 중 일부를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 회사 가스프롬(Gazprom)에 매각한다.
이 회사는 러시아 GDP의 25%를 차지하며, 전 세계 천연가스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거대 에너지 기업이다
러시아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에서 매입한 금괴는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보내지고 이것은 다시 미국 연방준비은행 지하 금고로 보내진다.
이렇게 들어간 금괴엔 피터 로스차일드에게 매각했던 금괴처럼 귀환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진 않는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마법진이 발동된다.
이때 금괴를 기준으로 상하좌우 50m 이내에 있는 모든 이동 가능한 물체가 현수의 아공간으로 옮겨지게 된다.
물론 생물체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무런 움직임도 없을 때에만 마법진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관할지는 모르지만 상당량이 딸려올 것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기관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는 국제 금융 재벌들의 소유이다.
세계 경제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이며, 미국 화폐인 달러화 발행총국인 연방준비은행 FRB가 민간 소유 법인인 것이다.
이 법인의 주주는 록펠러, JP 모건, 폴 와버그, 로스차일드 등이다. 이들은 다른 은행들도 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해 있는 시티뱅크는 록펠러와 쿤롭사(Kuhn, Loeb and Co.) 소유이다.
퍼스트 내셔널 뱅크는 JP 모건 가문 소유이다.
뉴욕 내셔널 상업은행은 폴 와버그의 것이며, 하노버 은행은 로스차일드 가문의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유태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연방준비은행이 보관하고 있던 외국 정부 소유 금괴가 사라진다면 이들이 물어내야 한다.
버냉키 쇼크 후 부자들은 양적완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을 사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여 금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이 썰물처럼 빠졌다. 시티그룹 조사에 의하면 이렇게 처분된 것만 약 500톤이다. 이는 ETF 전체 보유량의 20%에 해당한다.
투자은행인 크레디스위스의 귀금속 담당 애널리스트 톰 캔덜은 ‘장기 펀드가 금 매도세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2012년 4월, 금값 폭락 당시 반등을 주도한 인도와 지나의 금 사재기 열기도 없다. 하여 금 투자자의 손실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6장 눈 오는 겨울 밤
연방준비은행에 보관되어 있던 7,000톤 전부가 사라진다면 금값은 어떻게 될까? 누가 봐도 반등할 것이 뻔하다. 그만큼 사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은행의 소유주인 유태인들에겐 큰 타격이 될 것이다. 반면 현수로선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일이 된다.
한국은행 역시 득이 되는 일이다. 현수로부터 사들인 금괴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러시아에 금괴 매입 요청을 해야겠군. 그런데 누굴 보내지?”
장인인 알렉세이 이바노비치나 지르코프가 나선다면 일은 100% 성사될 것이다.
“흐음, 금의 양은 얼마나 하지?”
연방준비은행 금괴 보관소에 보관 의뢰를 하려면 적은 양은 곤란할 것이다.
“한 10톤이면 될까? 값은 얼마나 받지? 그 돈으론 뭐한다 하지? 지르코프 상사에 투자? 아님 드모비치 상사?”
현수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금괴를 매각하고 대금을 빼온다고 하면 러시아 정부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하여 적절한 용처를 구상해 보았다.
“어휴! 골치 아프군. 머리나 식힐까?”
메모하던 것을 덮고 밖으로 나왔다. 눈이 오고 있다.
함박눈이다. 이런 날은 사정없이 전화를 걸어줘야 한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띠리링!
“여보세요. 현수 씨?”
“그래, 퇴근 언제 해?”
“호호! 눈 오는 거 봤어요? 저 조금 있다 퇴근할 거예요.”
“그래? 그럼 내가 서초동으로 갈게. 에이원이라고 커피도 팔고 맥주도 파는 집 알아?”
“네, 국민은행 옆에 있는 거죠?”
“그래. 거기서 기다릴 테니까 천천히 일 보고 와.”
“네. 퇴근하는 대로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현과의 통화는 상냥한 대답으로 끝났다.
현수가 약속 장소에 나타난 것은 네 시 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