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39화 (639/1,307)

# 639

2009년에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조사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소년소녀가장의 세대수는 총 1,337세대이다.

총인원은 2,058명이다.

소년소녀가장이 발생되는 이유는 부모의 사망 40.9%, 부모의 가출 22.3%, 부모의 질병 11.3%, 그리고 부모의 복역이 2.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부모의 이혼 때문이다. 전체의 약 4분지 1이 부모가 갈라서면서 발생되는 것이다.

이실리프 복지재단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한 모두에게 깨끗한 거처를 제공해 주게 된다.

세대당 가족 수에 따라 14평, 또는 21평짜리 아파트가 제공된다.

임대료, 관리비, 전기, 수도, 가스요금 모두 무료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까지 생활비와 등록금도 대준다.

음악이나 미술, 또는 체육 분야에 특출한 재능이 있다면 그걸 살릴 수 있도록 예체능 교습도 받을 수 있다.

그러는 동안 외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나 협박을 받지 않도록 법률적인 도움을 베푼다.

자상한 부모가 있는 것 같은 처우를 해주는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소년소녀가장이 된 경우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경우만 혜택을 준다.

무턱대고 다 돕는다면 양육이 힘들다 여겨지면 잘살던 부부도 가정을 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상당히 많은 돈이 남기에 생활보호대상자들을 살펴 도움의 손길을 베푼다.

일단은 독거노인과 병자 가족이 우선이다.

이들에게도 깨끗한 거처가 제공된다.

병자가 있는 가정엔 건강식품을 가장한 미라힐Ⅰ, 또는 미라힐Ⅱ가 제공된다.

모든 상처를 치유케 하는 컴플리트 힐이나 부조화 상태를 조화롭게 바꿔주는 리커버리에는 비할 수 없지만 웬만한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아르센으로부터 연유한 음악이 어려움에 처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불우한 가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추가로 서류가 필요하거나 계약서 날인이 필요한 경우는 제 아내와 의논해 주세요. 모두 위임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조 대표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악보를 챙긴다. 곧바로 스튜디오로 가서 곡을 확인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제가 두 분의 오붓한 데이트를 방해한 건 아닌지요?”

“방해하신 거 맞아요.”

“아, 이런.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신혼이신데.”

“알면 나중에 저녁 한번 사세요.”

지현의 농담에 조 대표가 얼른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고, 물론입니다. 언제든 전화 주시면 뭐든 원하시는 걸로 사드리겠습니다.”

조 대표는 환히 웃고 있다. 이런 미인에게 밥을 사는 건 언제든 환영이기 때문이다.

“날씨도 춥고 눈도 많이 오니 조심해서 가세요. 우리도 이제 슬슬 가야 하니까요.”

“아, 네. 오늘 고마웠습니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시오.”

조 대표가 물러간 후 둘은 빙그레 웃었다.

“아까 들어보니까 멜로디가 정말 좋았어요. 나가면 히트 칠 거예요.”

“그렇게 들렸어? 그거 다행이네. 자, 이제 우리도 갈까?”

“네, 가요! 근데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어떻게 가죠?”

밖으로 나와 보니 강남역 인근은 자동차로 꽉 차 있다.

역삼역 쪽으로 가는 야트막한 경사로에 헛바퀴가 도는 차들이 있어서 정체가 빚어진 모양이다.

“자기 집으로 가야겠는데?”

권철현 고검장 댁에 가면 우미내로 가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기에 한 말이다.

이 자리에서 곧바로 갈 수도 있지만 그래선 안 된다. 아까부터 파파라치인 듯한 자가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요, 그럼.”

“그럼 또 슬슬 걸어볼까?”

“네, 좋아요.”

여전히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거리의 자동차는 쌓인 눈 때문에 거북이처럼 기고 있다.

현수는 지현의 어깨를 보듬어 안았다.

항온마법진이 있기에 추위를 전혀 느끼지 않지만 분위기를 잡으려는 것이다.

둘은 권 고검장 댁에 들렀다가 우미내로 텔레포트했다.

장인인 고검장이 귀가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아니라면 게서 술을 또 마셔야 했을 것이다.

“역시 집이 좋지?”

“호호, 네. 커피 한 잔 드려요?”

“좋지. 저기 앉아서 같이 해.”

창가의 티 테이블을 가리키자 지현이 배시시 미소 짓는다.

이날 밤 현수의 침실은 모든 창문이 닫혀 있었건만 뜨거운 바람이 불었다. 그게 뭔지는 결혼한 사람들만 알 것이다.

* * *

스튜디오에 있는 조연 대표의 입이 함박 벌어져 있다.

“우와아∼!”

기타리스트가 연주한 ‘지현에게’라는 곡의 너무도 아름다운 멜로디에 전율을 느낄 정도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세상에! 홍 반장, 이 곡 정말 괜찮지 않아?”

“그러게요. 정말 좋은데요? 처음부터 이런 느낌 주는 곡 만나기 정말 쉽지 않은데……. 대표님, 이거 다이안이 부를 거죠?”

“당연하지. 근데 홍 반장 보기에도 정말 괜찮아?”

“네!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으음, 이거 제 느낌대로라면 불후의 명곡이 될 겁니다. 사장님, 이거 연주 제가 할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 부르지 마십시오.”

“그래? 그렇게 해, 그럼.”

“참, 이럴 게 아니라 다이안 멤버 다 불러요. 나머지 세션 팀원도 전부 부르고요.”

“그, 그럴까? 근데 너무 늦은 시간 아냐?”

“지금 시간이 문제예요? 이런 건 빨리 맞춰봐야 해요. 어서요. 어서 불러요. 전부!”

말을 마친 기타리스트가 다시 악보에 시선을 주고 처음부터 연주한다. 그 즉시 아름다운 선율이 스튜디오를 감싼다.

이때 조 대표는 동생에게 전화를 거는 중이다.

“환이냐? 애들 자니? 안 자? 그럼 다 데리고 나와.”

조 대표는 귓전을 울리는 멜로디를 들으며 말을 잇는다.

“여기? 스튜디오야. 그래, 농담 아니야. 파티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래, 다 데리고 나와. 화장 같은 건 안 해도 돼. 아무튼 최대한 빨리. 급한 일이야. 그래, 그래!”

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조 대표는 베이스기타, 드럼, 키보드 세션맨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국내의 세션맨은 400명 정도 된다. 이 중 지명도 있는 30여 명이 녹음 음반 거의 전부를 연주하고 있다.

‘지현에게’를 처음으로 연주해 본 기타리스트 홍 반장은 이들에 끼지 못한다. 소위 말하는 B급이다.

하지만 안목은 매우 높다. 그렇기에 단 한 번의 연주만으로도 곡의 성패를 직감한 것이다.

“대표님, 이 곡 진짜 제가 연주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 그런다니까!”

기분이 좋아진 조 대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A급 세션맨들을 불러다 일을 시키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돈도 돈이지만 고집들이 상당하다.

음악적 소신이니 욕할 일은 아니다. 어찌 되었건 케이원 엔터테인먼트는 그들과 같이 작업해 본 적이 없다.

SM, YG, JYP, KS 등이 선점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소환된 세션맨 전부 B급이다. 이들은 지금껏 다이안의 음반 작업에 동참했다. 그렇기에 이토록 협조적인 것이다.

약 한 시간이 경과된 후 모두 모였다.

서연 등 멤버들은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다.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다 불려온 때문이다.

세션맨 중 키보드와 드럼은 술을 마셨는지 얼굴이 붉다. 하긴 흰 눈 펑펑 내리는 날이었으니 술 생각이 날 만하다.

“자자, 내가 모이라고 한 건 천지기획 김현수 사장님이 곡을 주셔서야. 여기 있는 홍 반장이 연주해 봤는데 곡이 아주 괜찮아. 그래서 늦었지만 불렀어. 자, 이게 악보야.”

조 대표가 각자에게 악보를 건네주었다.

“자자, 세션들은 자기 반주 만들고, 멤버들은 자기 파트 찾아봐.”

“……!”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이미 골몰해 있는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퍼스트기타는 계속해서 멜로디 연주를 한다.

“……!”

“…우와!”

“뭐지, 이 멜로딘?”

“와아! 이건 뭐 천상의 음악이네요.”

너무도 감미로운 멜로디에 모두들 고개를 번쩍 든다.

“자자, 감상은 나중에. 일단 자기 것부터 찾아봐.”

조 대표의 말에 모두 시선을 내리깐다. 그리고 얼마 후 지현에게가 처음으로 연주되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른 선율을……! 나 눈물 나오려 한다.”

“그래, 이건 뭐……! 와아!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와! 이건 진짜 대박이다! 그치?”

“그래, 이런 게 진짜 음악이지.”

“맞아! 이거에 비하면 요즘 유행하는 건 전부 쓰레기야.”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를 터뜨린다.

“자자, 다시 한 번, 다시 한 번 해봐.”

“대표님, 이럴 게 아니라 아예 엔지니어도 부르지요.”

내친김에 녹음까지 해보자는 뜻이다.

“알았어. 엔지니어 부를 테니까 얼른 다시 한 번 맞춰봐.”

또 한 번의 연주가 끝난 뒤에도 멤버와 세션맨 전부 멘붕된 표정을 짓고 있다.

“오, 하느님! 이걸 저희가 부르는 겁니까?”

연진의 감탄사에 모두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진한 감동이 느껴진 때문이다.

“대표님, 이거 말고 곡 더 있죠?”

“곡? 그래. 더 있어. 이건 첫 만남이란 건데, 잠깐만. 복사 좀 하고.”

현수가 준 악보를 복사하여 나눠 주니 모두들 또 집중한다. 잠시 후 첫 만남이 불려졌다.

“세상에! 천재라더니 이건 뭐…….”

“어떻게 이런 걸 작곡하시지? 그분 회사원이잖아.”

“맞아! 이런 천재가 왜 평범하게 회사를 다녀? 작곡가로 나서도 되는데.”

“에구, 그분 최소 연봉이 60억인 거 몰라요?”

“아, 그렇구나. 쩝! 할 말이 없네.”

드러머가 입맛을 다신다. 국내 작곡가 중 어느 누구도 일 년에 60억은 벌지 못하기 때문이다.

8장 썩은 건 도려내야지

“아무튼 이 곡도 대단해. 대표님, 다른 거 찾지 말고 이거 두 개만으로 싱글 음반 내죠.”

드러머의 느닷없는 제안에 조 대표가 눈을 크게 뜬다.

“싱글 음반? 그게 시장에서 먹힐까?”

“다른 건 다 안 되도 이건 됩니다. 진짭니다. 이런 게 안 되면 말이 안 되죠. 안 그래, 홍 반장?”

세션맨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기타리스트가 고개를 끄덕인다. 본인이 제일 아름다운 선율로 여기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보다 ‘첫 만남’이 훨씬 낫다고 느낀 때문이다.

“대표님, 음반에 두 곡만 수록하면 연습 기간이 짧아도 되니 우리 음반 금방 낼 수 있는 거죠?”

세란의 말이다.

멤버들 모두 이 말에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후속 음반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차이기 때문이다. 이게 다이안의 첫 번째 싱글 음반이 탄생하게 된 계기이다.

잠시 후, 잠자리에 들었던 엔지니어가 투덜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늦은 밤이고, 몹시 피곤하다.

게다가 폭설 때문에 교통 상황은 최악이다. 그런데 불렀다며 입이 댓 발은 튀어나와 있다.

대놓고 심기 불편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돈 받고 하는 일이기에 녹음 세팅을 마치곤 큐 사인을 냈다. 그와 동시에 연주가 시작된다.

그사이에 다이안 멤버들은 화음까지 준비된 상태이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곡을 만났기에 자신들이 가진 것을 다 쏟아낸 결과이다.

녹음 작업을 하던 엔지니어는 ‘지현에게’를 듣고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면서 생기 넘치는 모습이 된다.

힐링 효과 때문인 것을 이때까지 아무도 모른다.

녹음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러면 피곤에 지쳐야 한다. 성대에도 무리가 가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작업이 진행되는 내내 모두들 원기 왕성한 모습이다.

그러면서 조금씩 더 세련되고 조화로워진다.

다음 날 오전 7시 30분에 ‘지현에게’의 녹음이 끝났다. 이토록 빨리 녹음된 경우가 없기에 모두들 환한 모습이다.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곤 곧바로 ‘첫 만남’의 녹음이 시작되었다. 이 곡은 오후 3시경에 마쳤다.

“세상에, 딱 하루 만에 뚝딱이야. 이거 기록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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