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2
아베노믹스는 더 많은 돈을 찍어내 풀겠다는 것이 요점이다.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가치 보존 수단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이는 금값을 급격히 끌어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를 보니 공상은행 금괴 보관소에는 지나 정부가 보유한 금괴 1054.1톤도 함께 보관되어 있음이 기록되어 있다.
지나 크런치(China Crunch)의 주도자 인민은행장 주소천은 보유 외환의 2%까지 금괴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앞으로도 약 600톤 정도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금 보유량은 1,650톤 정도로 늘어난다.
이 밖에 지나가 보유하고 있는 외환 총액은 약 3조 5,000억 달러인데 이것이 어디에 얼마나 보관되어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이놈들! 동북공정으로 속을 썩였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이실리프 무역상사 사장실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천진의 뒷골목에서 나타난다.
테리나를 납치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인신매매 조직이 현수를 제압하려던 뒷골목이다.
“이미지 컨퓨징!”
평범한 지나인으로 얼굴을 바꾼 현수는 공상은행 지점을 찾았다. 순번을 기다렸다 창구에 앉아 골드바를 매입했다.
1㎏짜리 20개이다. 개당 5천만 원이 조금 넘는다.
“이거 다시 팔 수 있는 거죠?”
“그럼요, 손님. 저희 은행 어느 지점이든 가능합니다.”
여행원이 상냥하게 웃으며 골드바 20개를 내민다.
이런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지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소리조차 하지 않아서 좋았다.
현수는 골드바를 소중히 감싸 들고 창구를 벗어났다.
‘그러고 보니 조용하네.’
지난해 연말, 국안부 제3국이 입주해 있던 무룡빌딩이 갑자가 붕괴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안에서 근무하던 3국 요원 1,20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된 상태이다.
게다가 지하 통로로 접근 가능했던 발사기지에서 핵미사일 두 기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난리법석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별다른 소동이 벌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무룡빌딩 붕괴 사고는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붕괴 사유는 부실 공사이며 사전에 입주자들이 대피하여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도되었다.
실제로 3국 소속이 아닌 민간인들은 100% 대피했다. 그래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국 요원의 가족들은 입막음을 당한 것이다.
아무튼 너무도 흔한 부실 공사로 인한 사고이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09년 상해시에선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완공 단계에 있던 13층짜리 아파트가 건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쓰러져 버린 것이다.
웃기는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쓰러진 아파트의 유리창이 거의 모두 깨지지 않았다. 하여 유리를 만든 회사가 유명해진 것이다.
부실 공사는 늘 볼 수 있는 다반사인 때문이다.
아무튼 언론에 이렇게 보도되었고, 현재는 붕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있어야 할 시신들이 나오지 않자 국안부는 신경을 집중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의 모니터는 있는데 본체가 하나도 없다.
군부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어찌 된 영문인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핵미사일 두 기를 기지 요원들 모르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 기지 요원 전체가 감사를 받는 중이다.
“텔레포트!”
현수가 장소를 바꿔 나타난 곳은 홍콩이다.
이곳에 오기 전 적당한 건물 옥상에 올라 공상은행 천진지점에서 매입한 골드바에 마법진을 새겼다.
“어서 오세요.”
“이거 팔려고 합니다.”
“아, 그러세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감정사를 불러오겠습니다.”
잠시 후 나타난 감정사는 진품임을 확인해 주었다.
현수는 4,900만 원 정도를 받아 나왔다. 다음으로 향한 것은 상해이다. 이곳에서 나머지 하나를 팔아치웠다.
총 20개의 골드바는 홍콩, 상해, 북경, 광주, 심천, 성도, 남경, 중경, 서안, 심양, 청도, 무한, 항주, 곤명, 장사, 대련, 하문, 정주, 천진에 위치한 공상은행 지점으로 들어갔다.
정밀 지도가 있지만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텔레포트 좌표를 지도로 읽느라 애먹은 것이다.
가장 마지막은 북경이다.
“흐음, 다음은 공상은행 본점과 인민은행이지?”
북경의 메인스트리트라 할 수 있는 장안가(長安街)를 달리다 보면 지나 인민은행, 지나은행, 공상은행, 초상은행, 개발은행 등 각종 은행의 본점이 늘어서 있다.
마지막 남은 골드바는 공상은행 본점 창구에서 매각되었다. 이번에도 100만 원쯤 손해이다.
잠시 후, 현수는 천안문 관장에 당도했다. 이 문을 거치면 자금성이다. 이것의 북쪽엔 경산공원이란 곳이 있다.
이 공원의 동쪽엔 여러 채의 건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중원빌딩이다. 지하 4층, 지상 12층짜리 이 건물은 인민은행에서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현수는 관광객처럼 천천히 걸어 중원빌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경산공원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다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은신마법을 펼쳤다.
“퍼펙트 트렌스페어런시!”
샤르르르릉―!
“플라이!”
출입구 보안이 제법 철저했기 때문이다.
옥상에 당도해 보니 예상대로 문이 잠겨 있다. 하지만 현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언 록!”
철커덕―!
장갑 낀 손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가 있었지만 계단을 이용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4충에 당도하니 예상대로 무장한 경비원들이 경계근무 중이다.
“슬립!”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근무 중이던 둘이 하품을 한다.
“하암! 왜 이렇게 졸리지?”
“흐아암! 졸려.”
벽에 기대는가 싶더니 주저앉으려 한다.
이곳엔 분명 CCTV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경비가 쓰러져 자면 당장 달려올 것이다.
아무튼 근무 중이던 자들은 스르르 주저앉더니 깊은 잠에 빠져든다.
현수는 CCTV를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여러 개가 설치되어 있다. 이것들을 무력화할까 하다가 말았다.
보이지도 않는데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언 록!”
철커덕―!
잠긴 문이 열린다.
이곳으로부터 경산공원 지하까지는 긴 복도로 이어져 있다. 5톤 트럭이 다닐 수 있는 통로이다.
곳곳에 CCTV가 있지만 투명 은신 마법으로 몸을 감춘 상태이기에 무리 없이 목적지에 당도할 수 있었다.
경비원들이 또 있다. 이번엔 넷이다. 모두 침입자를 대비한 엄폐물 뒤에서 거총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법 군기가 잡혀 있지만 슬립 마법은 이들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슬립!”
“하암! 왜 이렇게 졸리지?”
“끄응! 하아암.”
넷 모두 금방 잠이 든다.
거대한 금고는 각종 안전장치가 부착된 채 잠겨 있다. 열려고 하면 경보음이 울릴 것이다.
현수가 금고를 건드리자 예상대로 경보음이 터져 나온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요란한 경보음을 들으며 기다렸다. 잠시 후 복도 끝으로부터 일단의 무리가 달려온다. 무장한 경비원 20여 명이다.
잠든 경비원들을 깨우곤 심문하는데 그들이 아는 게 뭐가 있겠는가!
아무리 봐도 이상이 없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러갔다. 바뀐 경비원들이 잠이 들고 다시 경보음이 터져 나왔다.
또다시 무장 경비원들이 달려와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졸았던 놈들은 상급자에게 끌려갔고, 다른 녀석들이 근무를 선다. 이들이 조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이다.
경보음이 또 터져 나왔다. 이렇게 일곱 번이나 소동이 벌어졌다.
“아무래도 이상해. 금고 열어봐.”
“네? 금고는 왜? 금고는 아무 이상 없잖습니까?”
“아냐. 이상해. 공기가 탁한 것도 아닌데 근무자들이 계속해서 졸잖아. 금고 내부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거대한 금고 문이 열렸다.
마법으로도 해결하기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보안장치가 많았다.
기이이이이잉―!
문이 열리자 괴상한 냄새가 풍긴다. 돈 냄새일 것이다.
“안에 들어가서 확인해.”
“네, 알겠습니다.”
일단의 무리가 금고 안으로 사라졌다. 돈이 팔레트 위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니 돈이 돈 같지 않다.
“여긴 아무 이상 없습니다.”
“진짜 이상 없어?”
“네, 전혀 이상 없습니다.”
“알았어. 문 닫아.”
“네. 금고 문 닫겠습니다.”
금고 문이 닫히자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엄습한다.
“라이트!”
말 한마디에 광구가 허공에 떠오르며 사방에 빛을 뿌린다.
“대단하군.”
천천히 금고 내부를 거닐며 엄청난 액수의 달러와 유로, 엔화 등을 살폈다. 국안부 자료에 의하면 이곳에 보관된 외환은 약 1조 달러어치이다.
나머지 2조 5,000억 달러는 두 곳에 분산 배치되어 있다.
“아공간 오픈! 입고.”
화폐가 2층으로 쌓인 팔레트 하나가 아공간으로 사라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2초이다.
이때 경보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금고 바닥에 무게 감지 장치라도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이건 오차 범위 밖의 무게 변화가 감지되면 경보음이 작동되는 보안장치이다.
“이런 젠장! 출고!”
팔레트를 다시 원위치 시켰다. 그리고 잠시 후 일단의 무리가 금고 안에 들어와 확인 작업을 한다.
이들이 나간 뒤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또 경보음이 들렸기에 다시 빼놓았다.
이번에도 경비원이 다시 들어와 확인한다.
10회를 반복하니 더 이상 경보음이 울리지 않는다. 기기에 이상이 생겼다고 여기고 전원을 빼놓은 모양이다.
현수는 느긋하게 금고 속 외화를 아공간에 쓸어 담았다.
1조 달러면 한화로 약 1,200조 원이다.
참고로 2013년 대한민국 예산이 342조 원이었다. 이것의 3.5배가 넘는 금액을 쓸어 담은 것이다.
2013년 3월 현재, 서울 인구는 약 1,000만 명이다.
1,200조 원은 모든 시민에게 1억 2,000만 원씩 나눠 줄 수 있는 거금이다. 4인이 한 가족이라면 가구당 4억 8,000만 원씩 받게 된다는 뜻이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담은 뒤 금고를 안에서 열었다.
기이이이잉―!
“슬립! 슬립! 슬립! 슬립!”
뒤쪽의 금고 문이 열리자 대경실색하며 돌아보던 경비원 넷이 잠에 빠져든다.
털썩! 우당탕! 털썩! 와당탕! 털썩! 철퍼덕! 털썩! 와장창!
경비원들이 쓰러지면서 들고 있던 QBZ95 돌격소총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이다.
삐잉! 삐잉! 삐잉, 삐잉!
누군가 CCTV로 보고 있었는지 또 경보음이 터져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긴 복도를 지나쳐 입구의 경비원들도 재우곤 유유히 빠져나왔다.
이때 안쪽으로부터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온다. 곳곳에 설치했던 플라스틱 폭탄 C421)가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앙―!
뜨거운 열과 함께 희뿌연 흙먼지와 연기가 통로를 따라 뿜어져 나온다.
무장한 채 지하로 내려왔던 자들은 얼른 엘리베이터의 문을 닫는다. 테러가 벌어진 것으로 생각한 때문이다.
같은 순간, 현수의 신형은 경산공원 입구에 당도해 있다. 텔레포트로 빠져나온 것이다.
공원 한쪽이 폭삭 주저앉았으며 희뿌연 연기가 솟고 있다.
웨에에엥! 웨에에엥! 웨에에엥!
공안이 출동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현수는 잠시 현장을 주시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빠져나왔다.
‘공북공정으로 한국인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죄야. 그리고 세계의 자원을 빨아들여 지구의 환경오염을 유발한 죗값이고. 돈은 내가 잘 쓸게.’
나직이 중얼거린 현수가 다음에 나타난 곳은 상해이다.
북경과 광주와 더불어 금융도시 패권을 놓고 경합을 벌이는 곳이다.
현수가 찾은 곳은 홍구족구장역이다. 상해 지하철 3호선과 8호선이 지나는 곳이다.
1번 출구에서 동남쪽으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루쉰공원이 있다. 전체 규모 40만㎡짜리 도심 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