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44화 (644/1,307)

# 644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제자들을 보다 못해 나선 것이다. 동기들도 이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취직을 부탁했다.

일류대학은 아니지만 다니는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한 동기들이다.

그렇기에 한번 말해보겠다고 언질 준 바 있다.

“참, 몇 명이나 뽑아야 하죠?”

“최소 열두 명은 있어야 해요.”

“최소가 그러면 최대는 얼마죠?”

“에티오피아도 거래처가 되면 일이 많아지니까 스무 명은 있어야 할 거예요.”

“흐음, 스무 명이라…….”

시간이 흐르면 두바이의 라일라 아지즈로부터 대규모 추가 주문이 들어올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아울러 오만, 예멘,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아프가니스탄도 거래처가 되고 싶다고 찾아올 것이다.

다음은 아프리카 지역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 항온의류가 선보이게 되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거래를 요구할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물론이고 나이지리아, 수단, 차드, 에티오피아, 케냐, 세네갈, 이집트, 리비아 등이 그렇다.

그다음은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불리비아, 멕시코 등이다.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도 항온의류의 거래처가 될 것이다.

유럽 각국과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도 물건을 달라고 할 것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거래처가 될 상황이다.

당연히 많은 인력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흐음, 이 실장님이 추천하려는 사람 수는 얼마나 되죠?”

현수의 물음에 이 실장이 잠시 머뭇거린다.

“…죄송한데… 스무 명이에요.”

“……!”

힐끔 바라보니 고개를 푹 숙인다. 몹시 미안하고 무안해하는 표정이다.

“저희 학교 학과장님께서 부탁하셔서……. 죄송합니다.”

지난 연말 은정은 동기들에게 한턱냈다. 연말 특별 상여금 600%가 지불되어 주머니가 두둑해진 때문이다.

그때 동기들은 이실리프 상사가 얼마나 잘나가는 회사인지를 물었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 준 것이 발단이다.

정보를 입수한 학과장이 방문한 것이다.

“그 스무 명, 다 괜찮은 사람입니까?”

“네? 아, 네에. 학교 다니는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인간성도 괜찮고요.”

“……!”

현수가 잠시 말을 끊자 이 실장이 다시 입을 연다.

“사장님, 다는 안 되더라도 몇이라도 취업할 수 있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은정은 두 명이라도 취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실장님이 추천했으니 그 스무 명 전부 뽑으세요. 같이 공부했으니 팀워크도 좋을 거 아니에요. 안 그래요?”

“네에? 저, 정말이요?”

은정이 눈을 크게 뜬다.

요즘처럼 취업하기 힘든 시절에 이력서 한 번 안 보고 자신이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뽑는다니 믿기지 않은 것이다.

“대신 위계질서는 확실해야 합니다. 이지혜, 김수진 씨는 대리로 진급시키세요. 임소희, 장은미, 최미애, 전혜숙 사원은 주임으로 올리고요. 새로 뽑히는 분들이 그 아래입니다.”

“그, 그럼요! 걱정 마세요. 제가 잘 교육시켜 놓을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신입으로 들어오는 20명은 자신보다 월등히 많은 월급을 받는 은정을 시기하고 질투하게 된다.

같은 나이, 같은 대학, 같은 학번이니 그렇다.

자신들은 신입사원이지만 은정은 이사 대우를 받으니 어찌 배가 아프지 않겠는가!

물론 전부가 그런 건 아니다. 몇몇이 그랬고, 그들은 고깝다면서 이실리프 무역상사를 떠나게 된다.

나중에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땅을 치고 후회한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같은 직장을 다시는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참, 제약사 사장님들 간담회 어떻게 되었어요?”

“다 연락했어요. 이제 호텔만 예약하면 됩니다.”

“그래요? 일정 잡히는 대로 연락 주세요.”

“그럼요. 걱정 마세요. 근데 신입사원 교육은 어쩌지요?

“다들 바쁘니 일단 이실리프 상사로 보내서 위탁 교육부터 시키세요. 주영이에겐 제가 전화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이은정 실장이 나간 후 현수는 인터넷으로 자료 조사를 했다.

‘흐음, 회사가 커지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긴 한데.’

이실리프 상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어 각종 농산물 및 축산물 등이 산출되면 이것을 처분해야 한다.

절반 정도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 납품하고 나머진 국내로 반입한다.

이를 처리하려면 상당히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직영매장을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다 싸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전국 각지에 점포가 있어야 하며 이를 조율할 두뇌가 필요하다.

모든 일을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기에 골똘히 생각해 보았다.

“아유, 머리 아파!”

띠리리링∼! 띠리링!

“사장님, 전화 와 있습니다.”

“알았어요.”

버튼을 누르자 통화 상대자의 음성이 들린다.

“안녕하십니까? 공군참모총장 부관 최창식 중령입니다.”

“네? 아, 네에,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김현숩니다.”

“시간이 되면 잠시 찾아뵙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저를요?”

“네, 근처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시죠.”

“네,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전화를 내려놓고 손님이 옴을 알렸다. 은정이 생긋 웃는다. 동기들을 동료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 기뻐서이다.

조금 전, 은정의 전화를 받은 학과장은 큰일을 해냈다면서 낯이 붉어질 정도로 칭찬했다. 아마 지금쯤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동기들 가운데 20명에게 연락이 가고 있을 것이다.

“날씨도 추운데 쌍화차 괜찮으시죠?”

“그럼요. 좋죠.”

현수가 환히 웃어주자 은정도 웃는다.

최 중령은 불과 10분 만에 당도했다.

“오는 길에 보여서 샀습니다. 직원 분들 드시라고…….”

“에구, 뭘 이런 걸 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처음 오는데 빈손으로 올 수가 없어서요.”

최 중령은 살가운 미소를 짓는다.

“참, 이 실장님, 이거 먹을 수 있게 해주세요.”

“네, 사장님.”

최 중령이 사온 건 피자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로 들어오는 골목 입구에 국산 피자 브랜드 점포가 있다.

고가정책을 쓰는 건지 정말 좋은 재료들만 엄선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엄급은 상당히 비싸다.

에그타는 한 판에 35,900원, 다독이는 34,900원, 씨푸드아일랜드2는 34,500원, 오마이립은 33,900원이나 한다.

네 판과 콜라를 사왔으니 14만 원쯤 썼다는 뜻이다.

최 중령은 현수를 안다. 신문에서도 봤고, 결혼식에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반면 현수는 일면식도 없다.

그럼에도 거절치 않고 받았다. 무슨 부탁을 하러 왔는지 짐작하기 때문이고, 기꺼이 들어줄 생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포식하겠습니다. 드시죠.”

“하하, 그럼 그럴까요?”

현수와 최 중령이 웃으며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끄윽! 덕분에 아주 잘 먹었습니다.”

“하하, 네에. 이 동네 피자 맛이 좋습니다.”

최 중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참모총장님께서 보내셨지요?”

최 중령이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짐작하시는군요. 획기적인 개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공군을 도와달라는 말씀을 드리려 왔습니다.”

“기꺼이 그러지요.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므로 공군에서 미리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라고 하든 그렇게 하겠다는 듯 다이어리를 꺼내 든다.

“저는 공군의 주력인 KF―16 140기, F―16 40기, F―15K 60기부터 손을 봐드리겠습니다.”

“……!”

최 중령이 무어라 대꾸하기 전에 현수가 먼저 입을 연다.

“조기경보기 E―737 피스아이 네 대도 봐드리죠.”

“그런데 그게 진짜 가능한 겁니까?”

진짜 궁금한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게 궁금한 건지요?”

“수퍼링스가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헬리콥터가 정말 그렇게 되는 게 가능한 겁니까?”

얼른 그렇다는 대답을 해달라는 표정이다. 공군 관계자로서 스텔스기는 희망 사항이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방위산업청은 3주간 총 55회에 걸쳐 가격 입찰을 실시한 바 있다.

F―35A(미국 록히드마틴), F―15SE(미국 보잉), 유로파이터(유럽 EADS) 등 세 개 후보 기종이 제시한 최종 가격은 모두 사업 예산 8조 3,000억 원을 초과했다.

하여 가격 입찰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이후 사업 추진 방식과 규모 등을 재검토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방산청은 F―35에 비중을 두는 듯하다. F―15SE 20대 + F―35 40대 설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주변국인 일본과 지나가 5세대 전투기를 보유한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헬리콥터가 스텔스화 되었다는 말도 안 되는 정보가 있었다.

웬만하면 헛소문으로 치부하겠지만 소문의 근원이 해군참모총장이다.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우연히 나온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하여 은밀히 수소문해 보았다.

수퍼링스가 스텔스화 되었다는 양만춘함에 접근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해군이 보안을 엄청나게 강화한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진짜 말도 안 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만춘함 자체가 스텔스함선이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항공사진엔 분명히 존재하는 양만춘함을 전투기 레이더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애가 닳은 공군참모총장은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대놓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어물쩍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다 우연히 현수의 이름을 들었다.

천지건설에 입사하여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그런 결과는 만들어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즉각 사실 확인에 들어갔으나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현수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장기간 신혼여행을 떠나 버렸다. 애가 탔지만 어쩌겠는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할 수 없다.

가족을 동반해서 신혼여행을 가버렸기 때문이다.

속절없이 기다리며 시간만 흘렀다. 그러는 동안 공군참모총장은 해군참모총장을 달달 볶았다.

그리고 어제 듣고자 하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군사 강국 미국에서 스텔스 헬리콥터를 개발했을 것이라는 소문은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다.

2011년 5월 1일, 미군은 테러리스트 빈 라덴 제거를 위한 ‘넵튠스 스피어’ 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런데 이날 헬기 하나가 난기류로 추락했다.

파키스탄 영토에 떨어진 이것은 알려진 어떠한 것과도 달랐다. 특이하게 생긴 로터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이 블랙호크를 개조한 스텔스 헬기일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확인해 보면 이 헬기는 블랙호크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이다.

아무튼 외관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 수퍼링스가 스텔스 헬기가 되고, 외형 변화가 전혀 없는 해상 구축함 양만춘호가 스텔스함이 되었다니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현수의 IQ가 세계 최고라는 보도가 있었다.

수학 7대 난제 중 나머지 여섯 개를 모두 풀어냈으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새로운 방법으로 증명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여기에 항온의류를 개발한 장본인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공군으로선 밑져야 본전이다. 그렇기에 부관인 최 중령을 긴급 투입한 것이다.

정말 획기적인 신기술이 개발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예산만 8조 3천억 원인 차세대 전투기 도입 사업은 취소해도 된다.

KF―16 140기, F―16 40기, F―15K 60기가 모두 스텔스화 된다면 굳이 들여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이 개발한 FA―50도 있다. 2015년까지 60대를 목표로 공군에 배치되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KFX 사업으로 가칭 KF―2015가 개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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