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46화 (646/1,307)

# 646

세계적인 불황이기 때문이다.

“흐으음! 생각해 볼 문제네.”

대출 자금의 출처는 이실리프 뱅크가 되면 될 것이다.

단번에 전액이 대출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콩고민주공화국 어딘가에 존재하는 금광의 금을 팔아 금액을 채워 넣는 시늉만 하면 될 것이다.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니 이 공사는 가급적 수주해야 할 것 같다.

공사는 총 3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째가 가스 처리 플랜트이다. 둘째는 정유소이고, 셋째가 종합 석유화학단지 조성이다.

안주에 세우려는 것과 거의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 쪽의 규모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숙천유전의 매장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흐으음! 알아봐야겠군.”

생각난 김에 전화기를 들었다.

띠리링! 띠리리링∼!

“네에, 천지건설 기획영업단 박진영 과장입니다.”

“박 과장님, 저 김현숩니다.”

“아, 부사장님! 말씀하십시오.”

전화를 받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지 소리가 달라진다.

“아제르바이잔에서 150억 달러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상세한 내용 확보하십시오.”

“네? 어디요?”

“아제르바이잔 석유화학단지입니다. 이건 우리가 수주할 공사입니다. 지금부터 전력을 기울여 조사에 임해주십시오.”

“……!”

느닷없는 명령에 박 과장은 대꾸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의 60%인 90억 달러를 우리가 융자해 주는 조건으로 알아보면 쉬울 겁니다.”

“네에? 90억 달러요?”

10조가 넘는 돈이기에 화들짝 놀라는 반응이다.

“아무튼 그 돈을 우리 쪽에서 책임지고 융자해 주는 조건으로 달려들어 보세요. 관계자들과 접촉도 해보구요.”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아제르바이잔으로 출장도 다녀오세요. 인원이 필요하면 기획영업단 전원이 다녀오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기안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기안 올릴 필요 없으니 전결로 처리하세요. 추후 승인해 줄 테니.”

“…그렇게 급한 일입니까?”

“우리가 꼭 수주해야 할 공사라 그렇습니다. 아무튼 최선을 다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현수는 잠시 머릿속으로 구상했다. 이때 아공간에 무엇인가가 담기는 느낌이 든다.

“뭐야? 벌써야? 아공간 오픈!”

시커먼 공간이 일렁거린다. 의식을 집중해 안을 살펴보니 상당히 많은 금괴가 들어와 있다.

로스차일드에 팔았던 것이 귀환한 듯하다.

금괴에 새겨진 귀환 마법진은 마법 구현 반경 안에 생물체가 없는 상태에서 일정 시간 이상 경과되었을 때 발현되도록 되어 있다. 사람까지 아공간에 담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귀환 마법이 구현되면 곧이어 대규모 붐 마법이 작동된다.

물체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현상을 의심할 것이기에 일부러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양이 조금 늘어난 듯하다. 피터가 애써 사둔 금괴까지 묻어온 때문이다. 그 양은 정확히 10톤이다.

* * *

같은 순간, 피터 로스차일드는 갑작스레 지하 금고에서 터져 나온 굉음에 대경실색한다.

콰아아아아아앙―!

저택의 집사 엘버튼과 경비대장 로렌은 금고를 향해 전력으로 뛰는 중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로부터 은밀히 들여온 금괴는 극도의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금고로 옮겨졌다.

지난번의 도난 사건은 비밀이다. 그렇기에 눈물을 머금고 같은 양을 매입한 것이다.

덕분에 피터의 재산이 많이 줄어들었다.

금괴는 안전하게 보관되었고, 피터가 참관하는 가운데 문이 닫혔다. 새롭게 열 감지 센서, 무게 감지 센서, 그리고 동작 감지 센서를 교체한 금고이다.

이 밖에 디지털 도어록이 걸려 있고, 지문과 홍채, 음문 검사까지 통과해야 금고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금고의 입구는 24시간 내내 여섯 개의 CCTV에 의해 감시를 받는다.

금고로 들어가는 통로 입구엔 무장 경비원 네 명이 24시간 근무한다. 가히 철옹성이 된 것이다.

그런 금고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안에 폭탄이 있을 리 만무하다. 이번에 보관된 금괴는 하나하나 검사를 받았다. 밀도와 비중이 황금과 같지 않은 이상 폭탄이 들어갈 리 없는 것이다.

우다다다다!

여기저기서 놀란 경비원들이 금고 쪽으로 뛴다.

잠시 후 금고의 문이 열렸고, 피터는 털썩 주저앉는다.

텅 비어버린 내부가 보인 때문이다. 그 순간 심상치 않은 소리가 터져 나온다.

우르릉! 우르르릉! 콰아앙! 콰아아아앙―!

조금 전에 있었던 강력한 폭발의 여파로 저택의 일부가 무너지는 소리이다. 소 잃고 외양간까지 망가진 것이다.

“우아아아악! 대체 어떤 자식들이야! 아아아악!”

피터가 고함을 지르자 로렌과 경비대원들이 고개를 숙인다. 두 번에 걸친 도난 사고에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로렌! 잔해를 들어내고 지하로 통하는 통로가 있는지 확인해! 어떤 방법으로 훔쳐 간 건지 알아내라고!”

금괴를 훔쳐 간 후 굳이 붕괴까지 시킬 이유는 없다.

번거롭고 비용도 발생되며 자칫 증거를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물을 무너뜨렸다.

뭔가를 감추려는 것으로 의심된다.

피터는 금고 바닥을 뚫고 올라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뚫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 마스터!”

로렌이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이 사고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조치해.”

“알겠습니다. 보안 유지합니다.”

이때 피터의 시선이 엘버튼에게 향한다.

“엘버튼은 가장 유능하고 입이 무거운 탐정을 고용하도록.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네, 주인님!”

엘버튼의 허리 역시 직각으로 꺾인다. 지금 피터의 심사가 어떨지 능히 짐작되기 때문이다.

“로렌!”

“네, 마스터!”

“저쪽에 새로운 금고를 만들 것이다. 최고의 보안을 유지하여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엘버튼!”

“네, 주인님!”

“콩고민주공화국 정부 인사와 다시 접촉해.”

“네? 왜요?”

“금괴 200톤을 새로 들여온다.”

“아! 알겠습니다.”

사라진 금괴를 채워놓지 않으면 가문의 사람들로부터 추궁당할 수도 있다.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그런 대접을 받기 싫은 것이다.

로스차일드의 일원이라 그런지 통이 크긴 크다.

금괴 200톤이면 10조 8천억 원이다. 90억 달러나 된다. 그런데 그걸 얼마 안 된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현수 입장에선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90억 달러가 필요한데 피터가 이런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 * *

전화를 내려놓고 다시 검색을 하던 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다. 동경의 신오오쿠보라는 동네에서 일본 우익시위대들이 격렬한 반한 시위를 일으키곤 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대표적인 한인 거리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시위로 인해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 중일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 시위도 일어난다.

이런 반한 분위기는 전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위안부 기림비와 위안부 소녀상,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일본에 대한 과거사 반성 요구가 터진 때문이다.

처음엔 독도는 자신들의 영토라는 슬로건이었으나 요즘은 ‘조선인을 죽여라!’ 같은 과격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극우주의자들의 시위가 점점 포악하고 거세지는 분위기이라 잦은 충돌이 발생되어 부상사가 생겼다.

이들의 배후엔 재특회가 있다. 재일교포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줄임 말이다.

현재 13,000명의 회원을 거느린 재특회는 2주에 한 번 꼴로 신오오쿠보 거리에서 반한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는 인원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나 대체적으로 200∼300명 정도이다.

“어차피 일본에도 가려고 했는데 잘됐군.”

작년 6월 11일에 전범들의 위패가 모셔진 야스쿠니 신사를 친히 방문하여 파괴한 바 있다.

다음 날엔 천황이란 쥐새끼가 사는 서거도 무너뜨렸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겪은 고초를 떠올리면 목숨을 빼앗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이에 한국 언론에선 천벌을 받았다는 표현을 썼고, 일본 극우 세력은 거센 반발을 했다.

그래봐야 바다 건너에 있기에 별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때 김나윤이란 아가씨를 만났다. 현재는 이실리프 상사 킨샤사 지부 요리사로 근무 중이다. 그리고 현수에게 도술을 가르쳐 달라던 정승준이란 청년과 열애 중이다.

아무튼 그때 김나윤은 얼마나 차별을 받는지에 대한 이야길 했고,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재일 한인들은 그런 차별 속에서 살고 있는데 극우 세력들이 수시로 시위를 한다니 부화가 치솟는다.

“이런 놈들은 살려둘 가치가 없지. 좋아, 간다.”

현수는 텔레포트 좌료를 확인했다. 목적지는 야스쿠니 신사 인근 건물의 지붕이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

“빨라서 좋군.”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뀐 상태이다.

“이미지 컨퓨징!”

누가 봐도 기억할 수 없도록 평범한 얼굴로 바꾸곤 아래로 내려갔다.

붕괴된 신사는 재건 작업이 한창이다. 진도 7.5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짓는다는 큰 팻말이 붙어 있다.

“그래, 다 지어놓아라. 완공되는 날 다시 부숴줄 테니.”

실소를 머금고는 아공간에서 지도를 꺼냈다. 신오오쿠보 거리를 찾아갈 생각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경이다.

보통 오후 4시부터 시위를 시작하니 지금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면 한창일 것이다.

“조선인은 물러가라!”

“조선인은 기생충이다!”

“다케시마를 내놔라!”

“조선인들을 죽여라!”

“재특회는 일본의 수치다! 즉각 해산하라!”

“재특회 놈들을 막아라!”

“즉각 반한 시위를 중단하라!”

현장에 당도해 보니 혐한시위대의 숫자는 약 200여 명이다. 이들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350명이다.

이들 사이엔 경찰 기동대가 있다.

비폭력으로 시위를 저지하려는 사람들과 일장기를 앞세운 혐한시위대 간의 옥신각신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이다.

현수의 눈은 고성능 사진기처럼 혐한시위대의 얼굴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고함이 터져 나온다.

시선을 돌려보니 혐한시위대 사람들이 비폭력으로 시위를 저지하려는 시민의 멱살을 잡고 주먹질을 하는 중이다.

기동대가 접근하려 하지만 혐한시위대가 조직적으로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

삐이익! 삐익! 삐이익! 삐익―!

“모두 물러서십시오!”

“당장 물러서세요!”

경찰들이 호각을 불며 고함을 질렀지만 소용이 없다.

“와아아아아! 다 죽여!”

“조센징의 끄나풀, 다 죽여라!”

혐한시위대의 고함이 커지는 가운데 소요 사태 비슷한 상황이 잠시 이어졌다. 그러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일제히 물러선다.

주먹으로 얼굴을 강타당한 시민은 코피를 흘리고 있다.

입고 있던 옷은 찢어지고 머리카락은 엉망이다. 경찰은 누가 폭력을 행사했는지 물었지만 아무도 대꾸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재특회의 구호 소리가 커진다.

“조선인은 일본 땅에서 물러가라!”

“조선인은 기생충이다!”

“강점하고 있는 다케시마를 내놔라!”

“조선인을 모조리 죽여라!”

피켓과 일장기를 든 혐한시위대가 무력으로 시민들을 밀어내며 전진하려 하자 기동대가 둘 사이에 끼어든다.

이 과정에서 몇몇이 넘어져 부상자가 발생한 듯 멀리서 앰뷸런스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때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떠오른다.

이시하라 신따로 전 동경도지사는 현재 극우의 대명사인 유신회의 공동대표이다. 이놈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1. 일본은 주변국을 침략한 적이 없다.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자학이고 역사에 대한 무지이다.

2. 정신대는 국가 범죄가 아니다.

3. 한국은 사실 한국인이 원해서 일본에 합병된 것이고 일본은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고 근대화를 전파했다.

4. 신사 참배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이다.

같은 유신회 공동대표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다음과 같은 망언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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