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47화 (647/1,307)

# 647

1.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 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

2. 위안부는 전쟁을 위해 필요했다. 병사들이 힘든 전투를 끝내고 휴식할 필요가 있었다.

3. 일본이 한국을 점령한 것은 당시 한국이 원해서였다.

아베 총리 역시 망언을 했다.

1. 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2. 한국엔 원래 기생이 많다.

3. 일제시대에 조선의 인구가 증가했다는 보고서가 서울대에서 나왔다.

왜 서울대를 직접 지칭했는지를 찾아보니 인구 증가를 식민 지배의 긍정적인 면으로 평가하는 학설이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선이 식민지가 되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이론을 주장하는 놈들이 서울대에 있다.

안병신 명예교수와 이영운 경제학과 교수가 그들이다.

안병신은 새빛 전국연합25)의 수장이다.

이영운은 ‘한국현대사학회’라는 집단의 핵심 멤버이다.

참고로 이 집단은 식민 통치 긍정성을 강조하는 내용을 역사 교과서에 포함시키자고 주장한 곳이다.

이영운은 2004년에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정신대가 조선총독부의 강제 동원이 아니라 한국인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상업적 공창이다.”

안병신은 2006년에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하나도 없다.”

이것을 읽은 기억을 떠올린 현수는 주먹을 말아 쥐었다. 할까 말까 망설이던 일을 시행에 옮기려는 결심의 순간이다.

재특회의 시위는 반 혐한시위대에 밀려 끝났다. 해산한 시위대는 몇몇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곤 모종의 장소로 이동했다.

현수는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플라이 마법으로 이들의 뒤를 쫓았다. 이들이 당도한 곳은 유신회 동경지부 강당이다.

“자자, 오늘 하루도 수고했습니다. 2주 후에 같은 장소, 같은 시각에 만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엔 더 강렬한 구호를 외칩시다.”

“자, 다 같이 일본제국주의 만세를 외치고 해산합시다.”

“천황 폐하 만세도 합시다.”

“좋습니다. 다 같이 두 손을 듭시다.”

누군가의 발언에 모두들 두 손을 번쩍 든다.

현수는 사람들의 면면을 살폈다. 시위 현장에 있던 자들인가를 확인한 것이다.

“대일본 제국주의…….”

누군가의 말이 이어질 때 현수의 입술이 달싹인다.

“아공간 오픈! 입고!”

“아악!”

“헉! 저게 뭐야?”

“아아악!”

실내에 있던 200여 명의 신형이 삽시간에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산소가 없기에 아공간에 들어가는 순간 질식의 고통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기압도 없다.

압력의 빠른 감소 때문에 폐포는 파괴되고, 고막이 터지며, 연한 조직에 멍이 들 것이다.

하지만 현수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나 싫다고 지랄 발광하는 새끼들을 살려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12장 내 직업은 전문 금고털이

상당히 온화한 성품이던 현수가 천진에서도 그렇고 이곳에서도 그렇듯 인명을 쉽게 끊는 것엔 이유가 있다.

네크로맨서로부터 얻은 마법서 때문이다.

네크로맨서는 수명 연장과 긴밀한 관계가 있는 마법학파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온갖 실험을 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인명이 사라졌다.

아르센 대륙은 노예, 농노, 평민, 귀족 등으로 구분되는 신분 사회이다. 귀족이 볼 때 노예와 농노는 마음 내키는 대로 죽여도 되는 하찮은 존재들이다.

마법사들이 볼 때도 그러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살상이라도 정당화하는 것이 마법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렇기에 아주 괴팍한 존재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네크로맨서 계열 마법서들을 읽는 동안 현수의 성품이 조금씩 변화했다.

미친놈처럼 포악해진 것이 아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하였을 때 아니다 싶으면 무엇이든 제거하려는 성향을 갖게 된 것이다.

아무튼 재특회 200여 골수를 아공간에 담은 현수는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일본 유신회는 2012년에 정당 설립을 단행했다.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 전 관방 부장관 등 여야 현역 의원 일곱 명이 참여해 있다.

이들은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에 모두 지방 조직을 설치하고 차기 총선에 350∼400명을 공천, 중의원 480석 중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여 차기 총선은 민주당, 자민당, 일본유신회의 삼파전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옥상으로 올라간 현수는 이시하라 신따로 전 동경도지사의 사진을 찾았다. 제거 대상의 얼굴을 확인한 것이다.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을 시전하여 아래층에서의 대화를 감청하기 시작했다. 이시하라는 현재 자리에 없다. 모종의 장소에서 개최되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것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려 했는데.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유신회 동경지부를 떠난 현수는 곧장 일본은행으로 향했다. 본래의 목적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이곳은 구관과 신관이 있는데 신관 지하에 외환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조 2,500억 달러 정도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1조 1,3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채권을 갖고 있다.

지나 또한 미국 재무부 채권을 1조 1,50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있는 위안화의 수준을 유지시키기 위해 꾸준히 매입한 결과이다.

‘미국 채권은 일련번호가 있으니 가져가 봤자 그렇겠지? 그렇다고 그냥 두진 말자.’

일본에 대해 결코 좋은 감정이 없기에 현수는 일본은행 신관을 지그시 노려보았다.

북경과 상해에서 벌였던 일을 여기서도 벌일 생각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국 채권의 처리 방법이다.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플라이 마법으로 신관 옥상에 오른 현수는 언 록 마법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퇴근하지 않은 인원이 있으므로 복도를 걸어도 경보음이 울리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국안부 3국의 정보대로 신관 지하로 내려가니 각종 보안장치가 감지된다.

정보대로라면 이곳은 통로에도 열 감지 센서, 무게 감지 센서, 동작 감지 센서가 깔려 있다. 국안부 제3국의 누군가가 이곳까지 침투했기에 얻은 정보이다.

“플라이! 배리어!”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와 플라이, 그리고 배리어가 한꺼번에 구현된다. 소위 트리플 캐스팅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도 힘들지 않다. 켈라모라니의 비늘이 끝없이 마나를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각종 센서와 광학 CCTV를 속이고 안으로 들어가니 무장한 경비원들이 있다.

여섯 명씩 두 개 조가 교차 감시 중이다. 모두 자위대의 돌격소총인 89식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되어 있다.

“어이, 모리. 오늘 근무 끝나고 한잔 어때?”

“자네 집에서? 나야 좋지.”

“다나까 자넨? 오늘도 곧장 귀가인가?”

“미안. 마누라가 기다려서.”

이제부터 내일 오전 근무 시간이 될 때까지 이곳은 교대 근무자 이외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침입자가 있다면 경보음이 먼저 울릴 것이다. 마땅히 할 일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잡담을 나누는 중이다.

소리는 크지 않다. 상황실에서 이곳을 보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모리, 자네 아내 말이야, 음식 솜씨가 대단해.”

“그랬나? 고맙군. 안사람에게 자네가 칭찬했다고 말하지.”

“그래. 꼭 전하게. 대신 다음에도 삐루26) 한잔 알지?”

“삐루? 그것보다는 사케27)가 낫지 않나?”

잡담하는 중간에 현수가 끼어든다.

“슬립! 슬립!”

“뭐? 슬립? 하암! 왜 이렇게 졸리지?”

“하암! 그러게. 되게 졸리네. 하아암!”

털썩! 털썩!

“슬립! 슬립! 슬립! 슬립!”

“하아암! 졸려.”

“나도. 흐아암!”

나머지 열 명의 경비원도 금방 쓰러진다.

“어디 보자. 이 금고는……? 언 록!”

촤르르륵! 촤르륵! 촤륵!

웨에에에에에에엥―!

금고 내부의 다이얼이 움직이는 것과 거의 동시에 경보음이 울린다.

“그럼 그렇지.”

복도 끝으로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단의 무리가 달려온다. 잠들었던 자들은 이미 깬 상태이다.

물러서면서 어웨이크 마법을 쓴 때문이다.

“뭔가? 왜 경보음이 울려? 센서 오작동이야?”

“아닙니다. 복도의 각종 센서는 이상 없습니다. 금고 내부에 문제가 생긴 듯합니다.”

“금고 내부에? 그게 말이 되나?”

“그게…….”

상급자의 질책에 대꾸하지 못한 직원이 고개를 숙인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는지 이내 고개를 든다.

“복도의 보안장치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이상이 있다면 금고 내부 외에는 없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금고 안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움직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무슨……. 기기 오작동이나 확인하라.”

“…네, 알겠습니다.”

점검을 마친 이들이 다시 몰려온 건 불과 5분 후이다. 경비를 서던 인원도 이게 웬 소란인가 하는 표정이다.

경보음이 울렸다 꺼지기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자 드디어 금고를 열도록 지시한다.

과정을 지켜보니 지나 놈들의 것보다 보안장치가 배는 많다. 욕심 많은 자들이 얼마나 제 것 챙기기에 열심인지 알 만하다.

“죄송합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거봐라. 이상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죄송합니다. 제 의견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래도 의심을 가져보는 자네의 자세는 좋았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좋아, 금고 문 닫고 물러간다. 모두 밖으로 나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경비원이 모두 나가고 금고 문이 닫힌다. 손가락조차 볼 수 없는 짙은 어둠이다.

최종 바디체인지를 겪은 후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시력을 얻었지만 이곳은 빛이 한 점도 없다.

그래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현수는 잠시 어둠을 즐겼다.

사람의 간뇌(間腦) 등 면에 돌출해 있는 내분비선인 송과선(松果腺, Pineal Gland)은 지금처럼 빛이 없을 때 멜라토닌28)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어두운 건 싫으니까, 라이트!”

광구가 사방에 빛을 뿌리자 널려 있는 돈이 보인다.

사람들은 이것 때문에 즐거워하고 괴로워한다.

이게 있으면 도둑놈도 왕 대접을 받고, 없으면 아무리 학식이 높아도 무시당한다. 이게 많으면 여자들이 좋아하고, 없으면 있던 여자도 떠나 버린다.

대체 어떤 인간이 이런 걸 생각해 냈는지 모를 일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엥!

요란한 경보음이 울리기에 넣었던 돈을 도로 꺼내놓았다. 잠시 후 금고 문이 열렸고, 확인 작업이 시작된다.

투명인간을 언제 상대라도 해봤는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손으로 휘휘 저으며 더듬는 걸 볼 수 있었다.

현수는 허공에 떠 있는 상황이기에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일본이 지나보다 더 발달된 기술을 가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확인 작업이 훨씬 더 꼼꼼했던 것이다.

이들이 물러나고 금고 문이 닫힌다. 그리고 또다시 경보음이 울렸다.

다시 문이 열렸고, 똑같은 확인 작업이 반복되었다.

금고의 문이 열리고 닫힌 횟수는 정확히 19회이다.

그리곤 다시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확인해 봐도 이상이 없으니 그제야 기기 고장으로 인식한 것이다.

“아공간 오픈! 입고!”

이번엔 팔레트는 놔두고 돈만 입고시켰다.

일본은행 로고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는 건 가져가 봤자 쓸모없기 때문이다.

한쪽엔 미국 채권이 쌓여 있다. 상당히 양이 많다.

아공간에서 C4를 꺼냈다. 그리곤 능숙한 솜씨로 기폭장치를 연결했다.

“흐음, 이 정도면 되겠지?”

여기저기 널려 있는 C4를 보곤 빙그레 미소 지었다.

이게 터지면 일본은 외환 고갈 현상을 극심하게 겪게 될 것이다. 아울러 미국으로부터 받을 돈의 대부분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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