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8
그리고 외환보유고 세계 2위였지만 IMF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몰락하게 될 것이다.
“하는 거 봐서 나중에 일부 돌려줄 수도 있으니까.”
일본인 전부가 한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아니다. 한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극한 호감을 보이기도 한다.
인간성이 나쁜 자들도 있지만 선한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일본이 가진 야욕의 싹을 잘라내기 위함이다.
국안부 3국 자료에 의하면 일본은 핵무장을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은 상태이다. 이곳저곳에 분해하여 보관하고 있는데 그 위치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우경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중이다. 돈이 사라지면 모든 행위가 스톱될 것이다.
현수가 노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아무튼 나는 간다.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은 처음 일본에 당도했던 위치로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 굉음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콰아아앙! 콰아아앙! 콰콰콰쾅! 콰아아앙!
우수수! 우수수수! 화르르륵! 화르르르르륵!
웨에에엥!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엥!
요란한 경보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폭발의 영향을 받지 않은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쏟아진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쏴아아아아!
웨에에엥! 웨에에에엥! 웨에에에엥!
잠시 후 금고의 문이 열렸다.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활활 타오르는 미국 채권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스프링클러가 있는 곳은 달러와 유로화가 보관되어 있던 쪽이다.
다시 말해 채권이 불타고 있는 곳은 끄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매캐한 연기가 금고 입구로 밀려나가자 모두 물러난다. 잠시 후 방독면을 쓴 경비원들이 소방 호스를 들고 들어선다.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아!
강력한 수압에 의한 물줄기가 불타는 채권 위로 쏟아지면서 화마는 제압당했다.
폭발의 여타로 갈가리 찢긴 채권은 불탄 채 물에 젖어 있다. 1억 달러가 넘는 채권 중 미국으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있을 정도로 원형을 유지하는 건 500만 달러도 되지 않는다.
경제대국 일본의 파산이 금고 속에서 선언된 것이다.
“미야자끼! 현재 인원 전부 집합시켜!”
“네, 대장님!”
잠시 후 30여 인원이 대장이라 불린 자 앞에 도열한다.
“소방서 연락했나?”
“네, 했습니다.”
“지금 즉시 취소한다.”
“네, 알겠습니다.”
누군가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경비대장이 부하들을 둘러본다.
“그 밖에 외부로 연락한 거 있나?”
“네, 상황실장님께 보고 드렸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내 말 잘 듣는다. 오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우리만 아는 일이어야 한다. 알겠나?”
“…왜 그런 겁니까?”
누군가의 물음이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일본이지만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
“이곳에 보관되어 있던 외화와 채권이 전부 불에 탔다는 소문이 번지면 일본은 망한다. 그게 이유다. 따라서 이곳의 폭발 및 화재 사건은 함구하라. 이건 명령이다.”
“네, 알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조만간 내각조사실에서 조사를 나올 것이다. 이 일을 함구하지 못한 자는 국가 기밀 누설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좋아, 더 이상의 인원이 이 안으로 올 수 없도록 최소 인원만 남고 나간다. 이상!”
“네, 알겠습니다.”
경비원 중 절반 이상이 자리를 비우자 대장이라는 자가 금고 내부를 플래시로 비춰본다.
아직도 연기를 모락모락 뿜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젖어서 화재는 진압된 상태이다.
“폭발 때문인가?”
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에 있던 화폐가 모두 불에 탔다 해도 잔재가 적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대장은 금고 내부를 돌아다니며 폭발과 화재의 원인을 찾아냈다. 기폭장치 일부가 보인다.
“대체 누가……?”
대장은 미국과 지나를 떠올렸다. 일본의 경제력을 견제하던 국가이기 때문이다.
“흐음, 보통 일이 아니야.”
대장의 이맛살을 찌푸려진 채 펴지지 않았다.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쳇! 명이 긴 놈이군.”
다시 유신회 동경 지부로 텔레포트한 현수가 나직이 투덜거린다. 이시하라 신따로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좋아, 다음에 오지. 와서 헛소리한 자들은 모조리…….”
현수의 데스노트에 쓰인 자들은 다음과 같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이시하라 신따로 전 동경도지사.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이들 이외의 자들은 시간 날 때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데스노트에 추가로 기록해 둘 생각이다.
왜곡된 역사 교과서 집필진은 전원 제거 대상이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방위백서를 만든 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반한 시위에 참석하는 재특회 회원들도 없앨 것이다.
이들에겐 굳이 반성할 기회조차 줄 필요가 없다.
그러기엔 너무 멀리 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고, 굳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는 족족 아공간에 넣을 생각이다.
이들의 시신은 캐러나데 사막 오아시스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디오나니아의 영양가 많은 먹이가 될 것이다.
“그나저나 이러다 내 직업이 전문 금고털이가 되는 거 아냐? 왜 이렇게 재미있지?”
현수는 아공간에 담긴 엄청난 외화를 떠올리곤 실소를 머금었다. 이제 금을 처분해야 하는 걱정은 덜었기 때문이다.
오늘 일본에서 회수한 외화는 총 1조 달러이다. 또 1,200조 원을 벌어들인 것이다.
* * *
“휴우∼! 덥군.”
마타디 항은 쨍쨍 내리쬐는 뙤약볕으로 잔뜩 달아 있다. 지면으로부터 푹푹 찌는 복사열이 올라오니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하지만 현수에겐 약간 더운 정도로만 느껴진다.
겨울인 한국에 있다가 적도 바로 아래로 이동했지만 항온마법진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중고 컨테이너를 사들였다. 이번엔 2,000개이다. 이것을 모두 도색을 의뢰했다.
지난번에 현금으로 결제를 해줘서인지 아주 밝은 얼굴이고 매우 친절하다. 하여 저번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컨테이너 숫자가 너무 많은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구입한 2,000여 컨테이너엔 이실리프 상사를 의미하는 로고를 그려 넣도록 했다.
마법사의 로브, 그리고 스태프와 검을 로고화한 것이다
전 세계에 쉐리엔을 공급하려면 이 정도는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득 올테른의 케이상단에도 컨테이너를 남겨놓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흐음, 다 채워놨을까? 한번 가봐야겠군.”
전능의 팔찌가 늘 완충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언제든 차원이동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정말 편리하다.
지구에서의 짧은 여정을 끝내고 곧바로 차원이동을 실시했다. 저택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연희와 이리냐가 한국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르센 대륙에서 시급히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꺼진다.
* * *
“흐으음! 역시∼!”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다. 마나까지 풍부하기에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곳은 라이셔 제국의 수도에 있는 여관의 객실이다.
“모두 여기 데리고 와서 살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건가? 뭐, 지구도 괜찮기는 한데.”
당연한 말이지만 서울이나 모스크바보다는 비날리아 지역이나 반둔두 지역의 공기가 훨씬 깨끗하다.
항온마법진이 있으니 실내 온도만 적절히 유지시키면 아방궁 같은 저택을 짓고 살아도 괜찮을 것이다.
그곳보다도 이곳이 훨씬 더 쾌적하다. 깨끗한 공기와 짙은 마나가 한몫한다.
“자, 황궁으로 가볼까?”
객실 문을 열고 나가니 세렌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다.
“백작님,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세요?”
세렌은 눈빛을 반짝이며 현수를 바라본다. 젊고 잘생긴 귀족이다. 그리고 악취를 풍기기도 않는다.
한번 품에 안겨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해가 뜬 건가?”
“아뇨, 아직 안 떴어요.”
“그래? 로이는 언제쯤 온다고 했나?”
“황궁 시종 로이님이 오시려면 한참 더 있어야 해요.”
“그래? 알았다.”
현수가 걸음을 내딛자 세렌이 따라나선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어요.”
“그래? 좋아, 로이가 오기 전까지 산책할 것이니 앞장서.”
“네, 쇤네를 따라오셔요.”
세렌의 안내를 받아 수도 코린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아드리안 공국이나 카이엔 제국과는 풍습부터 다르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다 그렇다.
지금은 한국으로 치면 오전 다섯 시 반쯤 되었다.
겨울이라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여명29)이지만 벌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날씨가 추워진 지 오래라 농사지을 철도 아니다. 그럼에도 손에는 나무로 만든 농기구들이 쥐어져 있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춥고 이른 아침인데 무얼 하느라 저러지?”
혼잣말인데 현수에게 잔뜩 귀 기울이고 있던 세렌이 얼른 대꾸한다.
“저 사람들은 신전 농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에요.”
“신전 농장? 수도 외곽에 있는?”
“어머, 신전 농장을 아시네요. 여기 처음 오셨다면서……. 거긴 늘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농사를 짓거든요.”
“그래? 한겨울에도 따뜻해?”
“네, 성녀님의 신성력 덕분이죠. 자, 이쪽으로……. 이리로 가시면 유명한 우물이 나와요. 이 우물은 초대 황제께서…….”
세렌이 여기저기로 이끌고 다니며 코린의 명소들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여관으로 돌아와 아침 식사를 마쳤다.
세렌은 같은 식탁에서 식사하자는 현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얼른 물러난다. 한낱 시녀 따위가 어찌 감히 귀족과 같은 식탁을 쓰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갔다. 세렌에게 뜨거운 물을 가져오도록 했다.
“백작님, 여기 있어요.”
“그래, 거기 좀 앉아.”
“네, 백작님.”
식사하는 내내 곁에서 시중드느라 세렌은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이다. 귀족의 음식과 평민의 음식이 다를 터이니 몹시 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먹으라고 줄 수 없었다.
음식을 만든 주방에서 남은 것을 수거해 간 때문이다.
세렌이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자 준비했던 커피잔을 올려놓았다.
화려한 꽃무늬가 그려진 행남자기의 에블린 핑크라는 커피잔 세트이다. 꺼내면서 확인해 보니 48,000원이다.
뜨거운 물을 부어 대강 헹궈내고는 커피믹스를 넣었다.
“세렌, 오늘 나를 안내해 주느라 애썼어. 이거 마셔 봐.”
“네? 아, 네에.”
귀족이 주는 건 뭐든 받아야 한다. 평민에겐 거절할 권리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수가 먼저 한 모금을 들이켜자 조심스럽게 입을 댄다.
히팅 마법으로 가져온 물을 더 뜨겁게 데운 상태이기에 찻잔이 매우 따뜻한 느낌이다. 추운 데 있어서 그런지 손이 차가웠는데 훈기가 느껴져 기분이 좋다.
“이것도 먹어.”
탁자에 올려놓은 것은 역시 행남자기에서 만든 프렌치로즈라는 세트 중 둥근 것과 사각인 접시이다.
하나엔 부드러운 버터링 쿠키가 놓여 있고, 다른 하나엔 바닐라 웨하스가 수북하다. 약간 작은 접시엔 고소미가 있다.
“이건……?”
한눈에 보기에도 평민이 먹을 음식은 아니다. 세렌은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것을 먹어보라고 하는지 의아한 눈빛이다.
“배가 고픈 것 같아서……. 밤새 잠 못 자고 기다린 것과 아침에 날 안내해 준 것에 대한 보답이야.”
“백작님…….”
현수의 다정스런 미소를 본 세렌은 말을 잇지 못한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하고 자상하며 마음씨 고운 백작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접시와 찻잔은 세렌을 만난 기념으로 주는 거야. 이레나 상단으로 가져가면 제법 값을 쳐줄 거야.”
세렌이 순결한 삶을 포기하고 이 여관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병든 엄마 때문이다.
젊은 시절부터 온갖 고생을 다 해서 그런지 나이 50도 되지 않았는데 시름시름 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