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3
현수의 마법이 가장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되는 셈이다.
“참, 포스코 주식도 매집해.”
“포스코도 사려고?”
“아니. 사려는 건 아니야. 아무튼 시중에 나와 있는 주식 중 우량 기업이라 판단되는 것은 무제한으로 사들여.”
“22조 3,200억 원 전부를?”
“그래. 돈은 또 들어올 거야.”
“뭐? 들어올 돈이 또 있어?”
지금 있는 것도 겁이 나서 못 쓰는 판에 더 들어온다니 대경실색한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금광을 발견했어. 근데 거기에 노다지6)가 있다고 하더라.”
“뭐? 이런 미친! 금광? 근데 노다지야?”
“그래. 이건 일급비밀이다. 너만 알고 있어. 알았지?”
현수가 싱긋 웃음 짓자 주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좋아, 근데 그 금광에서 금이 얼마나 나오는데?”
“글쎄? 매장량이 꽤 된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나도 몰라.”
물론 있지도 않은 금광 이야기다. 추가로 들어올 자금의 출처를 대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헐!”
주영은 턱이 빠질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다. 눈은 당연히 퉁방울만 하다.
“포스코뿐만 아니라 철강, 제조, 목재, 종이, 음식료, 기계 관련 기업의 것들도 사들여. 가급적이면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걸로.”
“은행은?”
“금융, 보험, 석유화학, 유통, 서비스, 운송 쪽은 빼고 제조업 위주로 해.”
“알았어. 근데 진짜 다 사들여?”
“응. 될 수 있는 한 많이 사들여.”
주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주식을 샀다가 값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그리고 곡물 종자, 더 많이 수집해 줘. 묘목도 그렇고.”
“더 많이 있어야 해?”
“그럼. 좋은 종자 개량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 전에 구했던 것은 제외하고 새로운 품종으로 구해줘.”
“알았다. 충분히 준비할게.”
주영이 고개를 끄덕일 때 현수의 입이 다시 열린다.
“풍력발전과 관련된 기업 좀 알아보고, 수소 전지 개발하는 업체도 찾아봐 줘.”
“그건 왜?”
“왜냐니, 필요하니까 그렇지.”
“에구, 알았다. 도깨비 같은 놈!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주영이 나직이 투덜거린다. 현수의 머릿속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 * *
“아! 참모총장님, 여긴 어떻게……?”
“반갑습니다, 김현수 사장님.”
해군 2함대 사령관 심흥수 소장의 전화를 받고 평택기지로 내려온 현수는 사령관실에 떡하니 앉아 있는 송지호 육군참모총장을 보고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종이 다르기에 이곳에 올 일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참,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하긴요. 당연히 가야지요. 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죠?”
“네, 그럼요.”
“자자, 김 사장도 이제 앉으세요.”
송지호 대장 때문인지 심 소장은 살짝 말을 높여준다. 병종은 다르지만 송지호는 대장이고 심흥수는 소장이다.
그래서인지 대하기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함대사령관님, 저를 부르신 이유가…….”
“아! 독도함 때문입니다. 지금 기지에 정박에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심흥수 소장은 오늘 꼭 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보나마나 함정 개량 작업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왜 그런지 따져 묻지 않고 알았다고 답변했다.
독도함이 정박해 있다고 하니 그것 때문인 모양이다. 그러데 송지호 참모총장은 왜 왔는지 알 수 없다.
하여 시선을 돌려보았다.
“항온 전투복의 납품 준비는 잘 되어갑니까?”
“네, 준비는 하고 있는데 아직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연락 받은 건 없습니다.”
“사전에 없던 예산이기에 다른 걸 돌리느라 약간 시간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말씀드린 대로 구입할 것이니 차질 없이 준비해 주십시오.”
송지호 대장의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국방부에선 지난 2010년에 피복류 군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한 바 있다.
1. 중소기업 보호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의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만 납품 받는다.
2. 재향군인회는 피복류를 납품하지 않는다.
3. 군인공제회는 피복류 수의계약 물량 중 0.8%인 8억 원가량만 납품하기로 한다.
4. 국가적 지원이 필요한 단체와의 수의계약 체계도 2014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축소해 경쟁 계약으로 전환한다.
2012년 감사원은 국방부가 보훈단체 등을 지원하려고 군복 등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납품업체들이 수의계약 혜택을 보기 위해 보훈단체와 장애인 복지단체의 이름을 빌려 쓴다는 것을 밝혀냈다.
어떤 인쇄조합은 회원 수가 불과 35명뿐인 국가유공자 단체의 명의를 빌렸다.
그리곤 국가보훈처 직원들에게 접근했다. 뇌물이 오간 뒤 수의계약 자격을 입증하는 허위 공문서를 발부 받았다.
이 과정에서 보훈처 직원들은 명의를 빌린 인쇄조합이 보훈공단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의계약 할 수 있다는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줬다.
나중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정부 기관의 질의가 있었을 때 이들은 수의계약이 가능한 업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이 인쇄조합은 국가보훈처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12년 동안 수백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바 있다.
송지호 참모총장은 항온전투복의 납품을 수의계약하려고 했다. 그런데 참모진들이 적극적으로 말렸다.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되는 중이고, 세인들의 시선이 쏠려 있는 지금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이들은 항온전투복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자들이다.
송지호 대장은 참모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상적인 납품 절차를 지시했다. 그런데 관련 부서에서 서류를 깔고 앉기라도 했는지 속 시원한 보고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1월은 혹한의 계절이다.
전방 부대가 있는 철원의 기록을 보면 2001년 1월 16일의 기온은 ―29.2℃, 15일 ―27.8℃,17일 ―26.9℃였다.
역대 1∼3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병사들은 이런 맹추위에 덜덜 떨면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방사청 관계자는 자신에게 와야 할 뇌물이 오지 않아 일 처리를 미루고 있는 중이다.
정확히 누가 내린 지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상부 지시로 진행되는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2013년 7월, 방위사업청장이 주관한 청문회가 있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보훈 복지단체 수의계약 건전화에 관한 것이다. 이날 논의된 내용 중엔 아래와 같은 것이 있었다.
1. 수의계약은 품목별 납품 단체를 복수화한다.
2. 일반 계약과 수의계약을 병행하는 품목은 일반 경쟁 낙찰 가격의 평균으로 한다.
항온전투복은 이실리프 어패럴만이 생산 가능하다. 따라서 납품 단체 복수화는 불가능하다.
이전엔 이런 품목이 없었다. 그렇기에 일반 경쟁 낙찰가라는 것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준이 될 것이 없으니 일 처리를 미뤄도 나무랄 수 없음을 악용하여 뇌물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관계자는 국방장관, 육군참모총장의 분노를 산다. 아무리 기다려도 이실리프 어패럴로부터 연락이 없자 먼저 전화를 걸기 때문이다.
그래놓곤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다.
불행히도 이실리프 어패럴의 모든 통화는 녹음이 된다. 강철환 등으로부터 당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무인도 등대 초소 근무로 보직이 변경된다.
군복을 벗겠다는 제대 신청을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신청서를 접수하기만 하면 중간에서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초소를 이탈한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 탈영 보고가 올라간다. 그리고 얼마 후 잡혀서 육군 교도소로 보내진다.
물론 불명예제대 명령도 떨어진다. 늙어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이 사라진 것이다. 욕심 많은 자의 말로이다.
“군납 전투복은 현재 제작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함대사령관님! 강 총장이 아직 안 옵니다. 연락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즉시 연결해 보지요.”
심 소장이 눈짓을 하자 부관이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려고 한다. 이때 함대사령관실 문이 열린다.
“사령관님, 참모총장님 오셨습니다.”
“아, 그래. 필승!”
“필승!”
심 소장의 경례를 받은 강병훈 총장이 송지호 총장에게 시선을 돌린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고속도로에 사고 구간이 있어서……. 아, 김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송 총장 곁의 현수를 발견하고 한 말이다.
“네,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하하! 그럼요.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말은 사실이다. 해군참모총장 강병훈은 요즘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며 자지 않아도 졸리지 않다.
현수가 손봐준 여섯 척의 KD―2급 구축함 때문이다.
충무공 이순신함급 구축함들은 최고 속도 29노트, 순항 속도 17노트, 순항 거리 8,800㎞였다.
그것들 모두 최고 속도 41.5노트, 순항 속도 23.8노트, 순항 거리 105,600㎞로 바뀌었다.
추진기 소음은 28.2㏈로 줄어들어 잠수함에서 탐지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떠한 레이더로도 잡아낼 수 없는 완벽한 스텔스함이 되었다.
미국이 자랑하는 F―22 랩터의 경우 말벌 크기로나마 인식이 된다. 하지만 충무공 이순신함급 구축함 여섯 척은 한 점으로도 잡히지 않는다.
여기에 실려 있던 수퍼링스도 대대적인 변신을 했다.
프로펠러 소음이 110㏈에서 30㏈ 이하로 확 떨어졌다.
1,046㎞에 불과하던 항주 거리는 15,700㎞로 늘어났다.
물론 이것 역시 완벽한 스텔스화가 되었다.
KD―2 구축함들은 KD―3 세종대왕급에 비해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런데 그 차이를 단숨에 극복해 버렸다.
이 여섯 척만으로도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대군쯤은 거뜬히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KD―2에는 SM―2 대공미사일 32발이 있어 이지스함처럼 방공 구축함이다. 그리고 국산 SSM―710K 해성 함대함 미사일이 여덟 발 실려 있다.
이 밖에 여덟 발의 홍상어 대잠 미사일과 여섯 발의 청상어 어뢰도 있다. 해성―2 함대지 미사일도 있다.
KD―2급이 여섯 척이므로 대공미사일 172발, 함대함 미사일 48발, 대잠미사일 48발, 어뢰 36발이 있는 셈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예하 제3호위대군은 교토부 마이즈루 기지에 있다. 이것엔 헬기 구축함 한 대, 이지스 구축함 두 척, 구축함 여섯 척이 주요 전력이다.
KD―2 한 척이 은밀히 다가가 공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쪽에선 저쪽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저쪽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아마도 혼란에 빠져 있다 궤멸되고 말 것이다.
이러니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의 기분이 24시간 내내 업(up)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은 독도함을 개장하는 날이다. 짐작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다.
어제 송지호 육군참모총장을 만났다.
신임 주한미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커티스 스파카로티(Curtis Scaparrotti) 대장이 계룡대를 예방하여 3군 참모총장과 회동하는 자리였다.
회동이 끝난 후 공군참모총장과 잠시 한담을 나눴다.
현수와 접촉은 했지만 아직 일이 성사된 것은 아니니 도움을 달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진짜 여성가족부 해체를 조건으로 걸었는지에 대한 확인도 했다.
둘만 소곤거리며 대화하자 송지호 대장은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대체 무슨 이야길 하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그러던 중 12배 연비 향상이라는 이야길 들었다.
육군 보유 장비 중 유류가 필요한 것은 전차 약 2,300대, 장갑차 약 2,500대, 자주포 약 2,000문, 헬기 약 450대이다.
이것들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유류의 양은 대단히 많다.
2001년 두바이 산 배럴당 국제 유가는 22.84달러였다.
2014년 현재의 유가는 110.25달러이다. 4.8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이토록 고유가 시대이니 많은 예산이 소모된다.
그런데 연비가 12배로 나아진다면 어떻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