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64화 (664/1,307)

# 664

유류비로 잡힌 막대한 예산을 신무기 도입으로 바꿔 쓸 수 있게 된다. 이는 곧바로 전력 증강을 의미한다.

송지호 대장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어 연비 향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처음엔 강병훈 해군참모총장과 김성률 공군참모총장 모두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새어 나가선 안 될 기밀이 점점 번진다는 걸 인식한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엔 털어놓았다.

대한민국 육군은 병력 수가 52만 명이나 된다.

반면 해군은 68,000명이고 공군은 65,000명뿐이다.

현수가 요구했던 여성가족부의 해체를 위해선 육군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기에 아주 엄격한 보안 유지를 조건으로 비밀을 털어놓았다. 당연히 여성가족부 해체에 적극 협조하라는 조건도 걸었다.

그렇지 않아도 여성가족부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었기에 송지호 대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비밀을 들었다.

세계 최고의 천재 김현수가 헬기는 물론이고 함정까지 연비를 12배나 향상시켜 줬다는 것이다.

처음엔 장난이라고 여겼다. 그런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항온전투복을 떠올렸다. 너무나 평범하여 원리조차 알 수 없지만 성능만은 최고이다.

아무리 추워도 이것 하나만 걸치면 추위를 느끼지 못한다.

며칠 전, 철원 지역 전방 시찰을 나갔다.

그날의 기온은 ―23.5℃였다. 세찬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30℃ 이하로 떨어진 날이다.

그날 부관 및 제6보병사단장과 장교들은 내복 위에 전투복을 입고 그 위에 다시 발열 조끼를 걸쳤지만 덜덜 떨었다.

이것은 충전식 배터리를 이용해 6시간 동안 50∼55℃로 발열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덜덜 떤 것은 발과 하체에서 느끼는 냉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지호 육군참모총장은 달랑 전투복 하나만 걸친 채 하루 종일 돌아다녔다. 상체는 물론이고 하체까지 완벽하게 정상 체온이 유지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충전식 배터리를 사용하는 방한복은 생산 단가가 36만 3,000원이다. 반면 항온전투복은 36만원이 납품가이다.

상, 하의는 물론이고 전투화와 헬멧까지 항온마법진이 적용된 것의 가격이다.

어쨌거나 송지호 육군참모총장은 공군과 해군참모총장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았다.

K―2 흑표는 연료 탱크 용량이 1,360L이다.

이것으로 450㎞를 이동할 수 있다. 1㎞ 이동하는 데 연료 3.02L를 쓴다.

만일 12배로 연비가 향상된다면 5,400㎞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1㎞ 움직이는 데 불과 0.25L만 있으면 된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거리가 대략 800㎞이다. 이 거리의 7배쯤을 간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연료비 절감이 문제가 아니다. 전차 운용 전반에 대한 작전 변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연료 탱크의 용량이 160L로 줄여도 전차는 640㎞나 갈 수 있다. 이 경우 1,200L에 해당하는 공간이 생겨난다.

여기에 병사들의 전투 식량과 식수, 그리고 포탄을 보관한다면 보급 없는 작전이 가능해진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송지호 참모총장의 입이 좌우로 벌어진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하지만 현수의 생각은 다르다. 언젠가 육군에서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을 것이라 여겨 나름대로 알아본 것이 있다.

K―2 흑표는 무게가 55톤이다. 엔진은 1,500마력이다. 최고 속도는 70㎞/h이다.

이걸 경량화 마법으로 자체 중량을 가볍게 해주면 연비는 더 늘어날 것이다. 55톤일 때 640㎞를 갔다면 27.5톤으로 줄어들면 1,280㎞를 주행할 수 있게 된다.

엔진의 출력은 그대로인데 무게만 줄었으니 속력도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가능한지 알 수는 없지만 단순히 생각해 보면 속력은 140㎞/h까지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갑자기 두 배로 속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건 전 세계 어떤 전차도 낼 수 없는 속력이기에 적은 아군의 이동지점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K―2 전차 흑표는 신형 장갑재를 사용한 모듈식 장갑을 채용하고 있어 강력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

K―1 전차의 장갑 두께와 방어력을 1로 봤을 때 장갑 두께는 1.1, 방어력은 1.85 정도로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상부 공격탄에 대비해 ‘반응장갑’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3회 사용 가능한 배리어 마법진이 설치된다면 적 전차나 헬기 등에서 발사된 대전차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만일 전파 및 음파 흡수 마법진까지 적용하면 적 헬기는 아무리 좋은 레이더가 달려 있어도 흑표를 찾아낼 수 없다.

뿐만이 아니다.

논 노이즈 마법을 쓰면 흑표 특유의 엔진 음과 노면과의 마찰음을 20데시벨 이하로 낮추게 된다.

이 정도면 노트북의 쿨링 패드 소음보다도 정숙한 것이다.

다시 말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흑표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현수가 작정하고 손을 대면 흑표는 지상 최강의 전차가 되는 것이다.

8장 세무 조사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최고의 자주포로 독일의 Pzh―2000을 꼽는다.

한국엔 이에 버금갈 K―9 썬더가 있다.

중량 47톤, 엔진 출력 1,000마력, 최고 속도 67㎞/h, 항속 거리 360㎞이다.

이것의 연료 탱크 용량이 약 600L이므로 연비는 1.67L당 1㎞를 주행한다.

중량은 23.5톤으로 반감시키고 엔진을 손보면 최고 속력은 134㎞/h로 대폭 상승한다.

연료 탱크를 그대로 쓸 경우 4,32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0.14L당 1㎞ 이상을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연료 탱크를 112L로 줄이면 800㎞를 주행하게 된다.

그리고 248L에 해당하는 전투 식량 및 식수를 추가로 적재할 수 있거나 더 많은 포탄을 실을 수 있다.

이것 역시 배리어 마법으로 보호되며, 전파 및 음파 흡수 마법진이 적용될 경우 대(對) 포병 레인더인 A/N TPQ 36와 A/N TPQ 37을 무용지물이 되게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적은 아군의 K―9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논 노이즈 마법을 적용시키면 포탄 발사 때 터져 나오는 굉음까지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독일의 Pzh―2000를 누르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자주포가 되는 것이다.

물론 현수가 작정하고 손을 댔을 때의 일이다.

어쨌거나 K―2 흑표와 K―9 썬더만 손을 봐도 대한민국 육군의 전력은 급상승하게 된다.

이 밖에 K―21 보병전투장갑차도 개선할 수 있다.

방호력은 배리어 마법으로 높이고 연비 개선을 하면서 연료 탱크 용적을 적당히 줄이면 실내 공간을 늘릴 수 있다.

소음을 대폭 줄이면 일반 승용차보다 정숙하게 된다. 게다가 적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장갑차가 된다.

이것들은 육군이 여성가족부 해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김 사장님, 거두절미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육군도 도와주십시오.”

“……!”

현수는 대답 대신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을 바라보았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는가를 무언으로 묻는 것이다.

“그게… 양만춘함의 연비가 상향되었다는 걸…….”

미안해서 그러는지 말꼬리를 흐린다.

김성률 공군참모총장은 슬쩍 시선을 돌린다.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공군의 개선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까 싶어서이다.

“참모총장님, 해군은 함정의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지만 육군은 너무나 규모가 큽니다.”

“압니다. 그러니 K―2만이라도 손을 봐주십시오.”

“흐으음!”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흑표를 몇 대나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하나를 해주면 다른 것도 해달라고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속내를 읽었는지 송 총장이 시선을 마주친다.

“김 사장님이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니 더는 부탁하지 않겠습니다.”

“일단 해군과 공군이 먼저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마음 같아선 육군본부에 데려다 놓고 모든 전차를 손봐달라고 하고 싶다.

하지만 민간인에게 어찌 그렇게 한단 말인가!

언제고 해준다는 언질만이라고 고마운 상황이다.

“오늘은 독도함 개장 작업만 하면 되죠?”

시선을 받은 심흥수 소장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럼요. 잘 부탁드립니다. 엔진 등은 이미 분해되어 있으니 가서 손봐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네, 수고해 주십시오.”

고복현 대위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정박되어 있는 독도함에 올랐다.

독도함은 국내에 딱 한 대 뿐인 강습상륙함이다. 최대 속도 23노트, 순항 속도 18노트, 순항 거리 18,500㎞이다.

현수는 분해된 엔진을 손봐놓고 각종 전문 서적을 읽었다. 그리곤 차례대로 손을 봤다.

그 결과 독도함의 최고 속도는 32.2노트, 순항 속도는 25.2노트로 늘었다. 40%나 형상된 것이다.

연료 탱크를 그대로 쓴다면 순항 거리는 222,000㎞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지막지할 필요가 있겠는가!

해군은 독도함 개장 작업을 하면서 연료 탱크의 용량을 10분지 1로 줄인다. 그래도 순항 거리는 22,200㎞나 된다.

논 노이즈 마법으로 소음을 줄여주고 음파 및 전파 흡수 마법진으로 스텔스화 해줬다.

격납고를 들여다보니 전차 여섯 대와 상륙돌격장갑차 일곱 대 등이 실려 있다. 하지만 이것들은 손대지 않았다.

육군 때문이다. 봐주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아예 쳐다보지도 않은 것이다.

독도함엔 UH―60 헬기 두 대가 탑재되어 있다.

이것들도 봐달라는 듯 엔진을 분해해 놓았다. 할 수 없이 이것들까지 손봐주었다.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 여덟 시간이 걸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강병훈 해군참모총장이 환한 웃음을 짓는다. 김성률 공군참모총장과 송지호 육군참모총장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뭐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직접 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강병훈 총장 때문이다.

“애쓰셨는데 식사라도 하십시다. 요 앞에 괜찮은 횟집이 있다니 가시죠.”

“네? 아, 네. 그러시죠.”

그렇지 않아도 출출하던 차이기에 얼른 일어섰다. 가만히 있으면 이것저것 해달라는 말이 나올 것 같아서이다.

일행이 밖으로 나가자 수십 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부관들과 경호요원들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수를 보호하기 위해 국정원과 해군, 그리고 공군과 레드마피아에서 파견한 인원도 같이 움직인다.

횟집에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음식 맛이 좋았기 때문이고, 3군 참모총장들이 계속 권했기 때문이다.

술도 한잔 곁들였기에 모두들 불콰한 얼굴이다.

아무튼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날의 회동은 끝났다. 현수는 해군 요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경했다.

* * *

현수는 41명의 제약사 사장님을 모셔놓고 앞으로의 일에 관해 브리핑을 했다.

에티오피아에도 천지약품이 진출하여 매출이 두 배 정도로 많아질 것이라는 말에 모두들 희색이 만면하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진출한 천지약품 덕에 상당히 많은 이득을 보고 있는데 더 많아진다니 기분 좋은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도 의약품 공급이 개시된다고 한다.

워낙 열악한 의료 환경인지라 공급될 물량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제약사 사장들은 어떻게 그곳까지 시장을 넓혔는지 알 수 없지만 정말 대단하다며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매출이 늘면 납품가를 줄여달라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그렇기에 내심 얼마까지 내려줄 것인가를 가늠할 때 현수의 말이 있었다.

“여러 사장님들, 품질에 각별히 유의해 주십시오. 무슨 뜻인지 아시죠?”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니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여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매출이 늘면 이익금도 늘지요?”

“……!”

현수의 이 말에 모두들 대꾸하지 않는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오늘의 회동은 이것을 조절하자는 것이 주목적일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이때 현수의 발언이 이어진다.

“이득금이 늘어나면 직원들 월급 좀 올려주십시오.”

“……?”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란 말인가?

사장들은 대체 무슨 소릴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시선을 집중시켰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