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6
조지프는 해고되기 전 IMF와 세계은행의 기밀 문건을 대량으로 손에 넣었다.
그 문건의 내용에 따르면 IMF는 긴급 구조를 신청하는 국가에 111항에 달하는 기밀 조항에 서명할 것을 요구한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이다.
▶ 긴급 구조 대상 국가는 수도, 전력, 천연가스, 철도, 통신, 석유, 은행 등 핵심 자산을 팔아야 한다.
▶ 긴급구조 대상 국가는 반드시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경제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
▶ 스위스은행에 해당국 정치가의 은행 계좌를 개설하여 사례비조로 수억 달러를 송금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조지프는 위기에 처한 모든 나라에 같은 처방이 내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중 하나는 뇌물을 통한 국유 재산의 사유화이다.
지원 대상국의 지도자가 철도나 통신 같은 국유 자산을 싼값에 양도하겠다고 동의만 하면 즉석에서 10%의 사례비가 스위스은행 기밀 계좌로 입금된다.
지난 2011년 정부는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천공항공사 매각을 추진했다.
자료에 의하면 인천공항공사는 연 1조 4,000억 원의 매출에 순이익 5,000억 원짜리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2007년까지의 누적 결손을 해소하고 정부에 1,775억 원을 배당했을 정도다. 그리고 2035년까지 영업 수익 83조 원, 배당금 22조 원이 가능할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럼에도 왜 이것을 팔려고 했을까?
당시 인천공항공사 매각 대상은 ‘맥쿼리’이다.
전임 대통령의 조카를 맥쿼리 IMM 자산 운용 대표로 재직시켜 놓고 인천공항공사를 먹으려다 실패한 바 있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았던 때문이다.
아무튼 각국에 위기가 발생되는 이유는 이런 배후 조작 때문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Mahathir bin Mohamad) 말레이시아 총리는 아시아 금융 위기는 조작된 것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그 주체로 조지 소로스를 지목했다.
이것은 진실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조지 소로스는 유태 국제 금융 재벌의 하수인이다.
국제 금융 재벌들은 인위적으로 유동성 과잉 상태를 만든 후 갑자기 돈줄을 조여 위기를 조장한다.
그로 인해 구제 금융을 신청하게 되는 국가의 권력자들과 검은 거래를 통해 세계 각지의 국부를 손에 넣고 있다.
이런 작업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울 지하철 9호선에도 ‘맥쿼리’의 자본이 들어 있다.
이 회사는 호주계인 것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체는 거대 유태 자본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의 것이다.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주인은 유태인이다.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뿐만 아니라 서울―춘천 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백양터널, 마창대교, 인천대교, 수정산 터널, 우면산 터널 등 열네 개 시설에 투자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통행료가 비싸다는 것이다.
서울, 부산, 광주, 경남, 경기, 인천, 춘천, 천안에 사는 사람들은 싫든 좋든 맥쿼리의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고 있다.
현수는 유태인들의 이런 행위가 싫다. 그렇기에 지극히 혐오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외국인 지분을 낮춰달라는 현수의 말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향후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될 조짐이 보인다. 그렇다면 지분율이 높아질수록 이익이기 때문이다.
“참, 제약사들끼리 교류는 있으신지요?”
“……?”
모두들 시선을 교환한다.
영업사원끼리 병원이나 약국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 만나는 경우를 제외하곤 교류가 거의 없다.
그렇기에 혹시 너희들끼리 만나느냐는 눈빛이다. 모두들 두리번거리는 걸 보면 그런 건 없는 듯하다.
“동일 품목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품질을 높이는 것도 좋지만 각자 전문 의약품 개발에 힘써보는 건 어떨까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흐으음!”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독점적인 전문 의약품 개발은 많은 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류를 위한 체육대회나 등반대회 같은 걸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
이번에도 대답이 없다. 민감한 사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제약사들은 서로 연구원 빼내기를 해왔다.
기껏 키워놓으면 남 좋은 일 하는 결과가 되곤 했던 것이다. 하여 교류는커녕 단속의 눈길만 더 크게 떴다.
9장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날씨가 추우니 등반대회보다 실내에서 하는 체육대회 같은 게 좋을 듯합니다. 종목은 농구나 배구 같은 걸 하면…….”
“찬성입니다. 이번 기회에 다 같이 한번 모여 봅시다.”
누군가의 발언에 잠시 머뭇거리던 사장들의 고개가 일제히 끄덕여진다.
“인원이 많을 테니 장소는 잠실실내체육관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관은 저희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하겠습니다. 종목이 정해지면 그에 대한 상품도 준비하죠. 그리고 걸그룹 다이안을 초청하여 공연도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다이안을 부르겠다고 하자 사장들의 표정이 일제히 펴진다. 삼촌 팬쯤 되는 모양이다.
“좋죠!”
누군가의 대답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제약사의 숫자는 41개이다.
그리고 잠실실내체육관의 수용 인원은 20,000명이다.
전부 중소기업이니 한 회사당 500명 이상인 기업은 없다.
가족까지 모두 데려와도 충분할 것이다.
단합대회 겸 체육대회에서 다양한 종목의 경기를 펼치면 자연스레 애사심도 생기고 단결도 될 것이다.
종목은 씨름, 제기차기, 투호9), 윷놀이, 비석치기, 사방치기, 승경도놀이10) 같은 전통 놀이이다.
모두 어린이와 여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다.
각 게임의 승자에게 지급되는 것은 회식비이다.
1등 100만 원, 2등 80만 원, 3등 60만 원, 4등 40만 원, 그리고 5등 2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참고로 모든 게임은 단체전으로 치러진다.
게임을 마치고 나면 체육대회에 참석한 모든 인원이 가진 행운권 추첨을 한다.
상품은 연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 스피드 세 대부터 시작된다.
1등은 1억 8,400만 원짜리 스피드 익스트림 모델이다.
2등은 1억 2,500만 원짜리 스피드 터보이고, 3등은 9,800만 원짜리 스피드 크레지티 모델이다.
4등 20명에겐 양문형 냉장고, 5등 40명은 대형 디지털 TV, 6등 60명은 김치냉장고, 7등 80명은 드럼 세탁기, 8등 100명은 내비게이션을 받는다.
9등 상품은 여자들이 좋아할 듀 닥터 세트이다. 무려 500명이 받는데 세트당 판매 가격 60만 원이다.
10등 500명도 쉐리엔 3개월 치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11등 1,000명은 겨울용 항온의류를 행운상으로 지급 받는다.
제약사 사장들과의 회동을 마치고 나오는데 휴대폰이 진동한다.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액정을 보니 모르는 번호가 떠 있다.
‘누구지?’
고개를 갸웃거리곤 전화기를 귀에 댔다.
“네, 김현수입니다.”
“사장님, 저 임소흰데요.”
“아! 임소희 씨!”
오늘 회동엔 직원 모두 참석했다. 제약사 사장들의 안내 등을 맡기 위함이다. 그렇다 하여 사무실을 완전히 비울 수 없어 임소희 주임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요? 무슨 일 있어요?”
다급함이 밴 음성이기에 얼른 전화기를 고쳐 잡았다. 이때 손님들의 안내를 마친 이은정 실장이 다가온다.
“네, 사장님! 지금 세무서에서 사람들이 왔어요.”
“세무서요? 왜요?”
“우리가 탈세를 했다고……. 그래서 모든 장부를 압수한다고 하는데 어쩌죠?”
“네? 우리가 탈세를 해요?”
현수의 시선을 받은 이은정 실장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탈세라뇨? 그런 거 절대 없습니다.”
이 실장이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이때 임소희의 울음 섞인 음성이 흘러나온다.
“사장님, 어떻게 해요? 지금 막 장부와 컴퓨터 본체들을 상자에 담고 있어요.”
사무실에서 어떤 상황이 빚어지는지 눈에 선하다. 가끔 뉴스 화면에 나오던 것이 기억난다.
“임소희 씨, 거기 책임자 있죠? 그 사람 좀 바꿔주세요.”
“네, 잠깐만요. 저기요, 아저씨…….”
소리가 잠시 멀어진다. 그리고 작음 소음이 들렸다.
“전화 바꿨습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대표 김현수입니다. 세무서에서 오셨다고 하는데 어디서 오신 누구시죠? 그리고 장부와 본체를 압수하는 이유는 뭡니까?”
“나는 국세청 이근안입니다. 이실리프 무역상사가 탈세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장부를 압류하는 겁니다.”
“저희가 탈세를 해요?”
“그런 제보가 있어서 조사하려는 겁니다.”
“제보만 하면 곧바로 와서 장부 압수합니까?”
현수의 음성이 약간 커졌다. 어이가 없어서이다. 하지만 상대의 음성은 변화가 없다.
“제보의 신빙성만 있으면 조사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떻게 생겼는지, 나이는 몇 살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상당히 적대적이며 위압적이라는 것이다.
“알았습니다. 제가 금방 갈 테니 기다리십시오.”
“아, 오는 건 좋은데 기다리는 건 어렵습니다. 아무튼 법에 따라 장부와 컴퓨터 본체를 가져갑니다.”
말을 마치곤 더 이상 용무가 없다는 듯 전화를 끊는다.
세무공무원의 어투에서 느껴지는 악의(惡意)에 현수는 누가 배후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통일부 고 차관이 먼저 떠올랐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부하 직원으로부터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지역구 의원 홍신표의 보좌관 나성범이다.
후원회에 참석해 달라는 걸 거절한 반응인 듯하다.
“후후! 내가 우습게 보인 모양이군.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지. 이에는 이 정도로 끝내진 않으마.”
현수는 피식 실소를 지었다.
장부를 아무리 털어도 먼지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은정 실장은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는 어음이나 당좌수표를 사용하지도 않고 거래 상대에겐 입고 확인과 동시에 대금을 지불한다.
거래처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 받지도 않는다. 부당한 압력 따위는 존재해 본 적도 없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힘있는 ‘갑’과 힘없는 ‘을’ 문제로 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거래되는 물품 거의 전부가 수출품이기에 관세 및 부가가치세 등 세금과도 관련이 없다.
있다면 이익에 대한 세금이다. 이것도 문제가 있을 리 없다. 단 한 푼의 탈세 없이 정직하게 납부하는 중이다.
이때 또 전화가 진동을 한다.
“어, 그래. 뭔 일이냐?”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이실리프 상사 민주영 전무이사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전무이사로 진급했다.
“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뭐가?”
“갑자기 출국 절차를 엄청 까다롭게 한댄다. 일일이 외화 반출액 검사하고 보안 검색도 전수 검사로 한대.”
모든 짐을 다 까서 일일이 확인한다는 뜻이다.
“……!”
“아, 왜 말이 없어? 너 혹시, 정부하고 껄끄러운 사이가 된 거냐?”
“그런 건 아냐. 아무튼 그러면 그러라고 해. 우리가 위법 행위를 하거나 뭐 그런 건 아니잖아.”
“그래도… 갑자기 이러니까 이상해서…….”
“아무튼 당분간만 그럴 거야. 신경 꺼.”
“알았다. 우리가 어쩌겠냐.”
주영과의 통화를 마치자마자 이번엔 은정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다말고 입을 연다.
“사장님, 세관에서 우리 화물 전부 전수 검사하겠다고 합니다.”
“뭐요? 수출 화물을 전수 검사한다고요?”
“네, 의약품 속에 마약을 숨겨 밀반출한다는 첩보가 들어왔대요. 그래서 선적도 못하고 있어요.”
“마약이요?”
“네! 의료용은 수출 가능한데 그걸 트집 잡는 거 같아요. 그리고 스피드도 전부 내려서 분해해 조사하겠대요.”
“스피드는 또 왜요?”
“그건 금괴 밀반출 제보가 있었대요.”
“끄응!”
“쉐리엔도 그래요. 전부 다 내려서 일일이 검사한대요.”
“흐으음!”
현수는 나직한 침음을 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이 사태가 무엇 때문인지 짐작되기 때문이다.
“혹시 항온의류나 듀 닥터도 그래요?”
“네, 배에 선적된 컨테이너까지 내려서 모든 박스를 개봉하겠대요. 어쩌지요?”
“이런!”
현수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마음 같아선 홍신표 의원과 나성범 보좌관을 즉시 아공간에 담고 싶다. 다시 말해 죽여 버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