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7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리고 그래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저질러 온 온갖 악행에 대한 처절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은 뇌물은 전부 토해내야 한다. 부당한 권력 사용으로 챙긴 재물은 압수당해야 한다.
아울러 그동안 호의호식하면서 폼 잡던 인생에 대한 대가도 처절하게 치러야 한다.
이 순간 현수의 뇌리로 번개처럼 스치는 장소가 있다.
비날리아 지역과 반둔두 지역의 맹수를 퇴치하던 중 무더기로 잡아들인 악어와 아나콘다를 이동시킨 곳이다.
그 호수엔 세 개의 섬이 있다.
거기에 내려놓으면 절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우글거리는 악어와 아나콘다를 모두 물리치기 전에는!
그곳으로 보내기 전에 둘은 직위를 잃고 전 재산 또한 사라지는 꼴을 봐야 한다.
아울러 피 말리는 재판 과정도 겪어야 한다. 판결이 나면 감방에 갇혀 다른 범죄자들의 갈굼과 구타도 당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 그때 아나콘다와 악어로 둘러싸인 섬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거기서 굶어 죽을 때까지 온갖 고생은 다 해야 할 것이다.
문명의 혜택은 하나도 없다.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리얼 야생만 있을 뿐이다.
뱀도 있고 곤충도 우글거린다.
그러고 보니 나쁘지 않다.
사회 지도층이라면서 온갖 나쁜 짓을 다 하는 정치인들을 데려다 놓으면 적절한 처벌이 될 듯하다.
소아 성폭행범이나 연쇄 살인범, 그리고 패륜 범죄를 저지른 자와 조폭들은 세상에 살려둘 가치가 없다.
본인만의 이익을 위해 애써 개발한 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는 산업스파이도 마찬가지이다.
이 밖에 못 먹을 식료품을 만든 자들도 있고, 공장 폐수를 무단 방류하여 환경을 오염시킨 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놈들을 돈 들여 지은 감옥에 가둬놓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입히고 먹이고 재울 필요가 있겠는가!
하루라도 빨리 제거하는 것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
마침 적당한 섬이 있으니 거기에 내려놓으면 된다.
생명을 유지하는 건 본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탈출하려다 악어나 아나콘다의 먹이가 되는 것도 본인의 선택이다.
‘그러고 보니 섬의 이름이 없네. 흐음, 지옥도와 연옥도, 징벌도 정도면 될까? 그래, 좋은 생각이야.’
현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명이 마음에 든 때문이다.
지옥도라 이름 붙인 곳은 섬이 크기는 하지만 내부에 샘이 없다. 따라서 식수를 얻으려면 빗물을 모으거나 악어가 우글거리는 물가로 가야 한다.
다시 말해 물 한 번 마시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게다가 이 섬엔 총알개미라는 녀석들이 우글거린다. 이놈들은 콩가개미라고도 불리는데 매우 아프고 강력한 침을 가지고 있다.
한번 물리면 총알에 맞은 것처럼 아파서 총알개미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곤충학자인 저스틴 슈미트 박사는 ‘마치 발뒤꿈치에 8cm짜리 녹슨 못이 박힌 채 불꽃이 타오르는 숯을 넘어 불속을 걷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참고로, 슈미트 박사는 거미, 말벌, 불개미 등 벌레 150여 종의 침을 자신의 몸에 찌르는 등의 실험을 거쳐 ‘슈미트의 곤충침 고통지수 보고서’라는 걸 발표했다.
이 중 1위가 총알개미가 주는 고통이다.
연옥도에는 샘물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솟는 물의 양이 적다. 여기서 물을 마시려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이다.
이 경쟁에서 진 놈들도 악어와 아나콘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게다가 이 섬엔 타란툴라 호크라는 놈들이 서식하고 있다. 타란툴라를 사냥한다고 알려진 말벌의 일종이다.
슈미트 박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녀석에게 쏘이는 고통이 2위이다.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라 했다. 이곳 역시 지옥도에 버금갈 고통으로 가득 찬 땅인 될 것이다.
마지막 징벌도에는 샘물이 있다.
수량도 풍부해서 몇 백 명이라도 목을 축일 수 있다.
대신 어마어마한 모기 떼가 서식하고 있다. 청바지나 천막 정도는 우습게 뚫는 녀석들이다.
완전히 발가벗겨진 상태이므로 물 한번 먹으러 갈 때마다 최소 100번 이상은 쏘이게 된다. 원래의 얼굴이 짐작되지 않을 정도이니 그 고통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옥도와 연옥도, 그리고 징벌도는 악인들에게 최적화된 장소이다. 죽기 전까지 최상의 고통을 끊임없이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어떤 놈들을 데려다 놓지?”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아베 신조, 이시하라 신따로, 하시모토 도루, 고이즈미 준이치로, 아소 다로, 고마쓰 이치로, 아키히토 등이다.
이들은 일본의 극우 정치인 또는 천황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영토 야욕에 젖은 극우 정치인들과 재특회원, 그릇된 역사 교과서 편찬자 등도 대상이다.
국내에 기생하고 있는 친일파도 이주 대상이다.
서울대 명예교수 안병신, 경제학과 이영운 교수가 그들 중 일부이다. 친일청산법에 반대했던 전, 현직 국회의원 전원도 대상이다.
이 밖에 생존해 있는 친일파 전원 및 그들의 후손 중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자들 또한 데려다 놓을 생각이다.
특히 국가를 상대로 환수된 재산을 되돌려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던 친일파의 후손들은 예외 없이 끌고 갈 생각이다.
또 빈번하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일부 인사도 대상이다. 예를 들자면 친일작가 김환섭, 일본에 귀화하여 끝없이 한국을 씹어대는 오전화 등이다.
그들의 신분이 무엇이든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일본인 또는 친일 인사들은 전원 지옥도 행이다.
지나에서 한국에 파견한 첩보원 전원과 삼합회 등 흑사회 관련 조직폭력범 등 지나와 관련된 자들은 연옥도 행이다.
다음은 국내 관련이다.
소아 성폭행범, 패륜 범죄자, 조직폭력배, 사이비 기자, 비리 정치인, 부정부패와 관련된 공무원 등은 징벌도 행이다.
이 밖에 공장 폐수를 무단 방류하여 환경오염을 야기한 자와 음식에 장난을 쳐 이득을 꾀한 자, 그리고 어렵게 개발한 기술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던 자들도 포함된다.
그리고 댓글 알바생도 포함이다.
돈 몇 푼 벌자고 여론을 호도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잘못된 선택을 하도록 음모에 가담한 죄이다.
물론 이들을 지휘한 자들까지 모조리 잡아다 놓을 것이다.
지옥도와 연옥도, 그리고 징벌도로 옮겨지는 놈들은 21세기를 살다가 졸지에 기원전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완전히 발가벗긴 채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지막지한 고통을 겪으면서 하루하루 말라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들은 어떠한 방법으로도 섬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요행히 악어와 아나콘다 서식지를 벗어난다 하더라도 하마, 코끼리, 하이에나, 사자, 표범, 오랑우탄, 고릴라 등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지역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현수의 뇌리로 이런 생각이 스칠 때 이은정이 묻는다.
“사장님,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요. 일단 하라고 하세요. 해봐야 본인들만 힘들 테니까요. 천지약품과 드모비치 상사, 그리고 지르코프 상사에는 연락을 하세요. 조금 늦어진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하죠.”
이은정 실장은 다소 실망한 듯한 음성이다. 현수가 멋진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던 때문이다.
통화를 마친 현수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곤 곧장 한국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리링―!
“아! 김현수 사장님.”
“네, 은행장님. 김현숩니다. 그간 안녕하셨죠?”
“하하, 그럼요! 어떻게… 이제 생각을 정리하신 겁니까?”
잔뜩 기대된다는 음성이다.
이실리프 상사 계좌에 든 22조 3,200억 원이 증시로 풀리면 주가는 크게 반등될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게 되면 코스피 지수 2000도 바라볼 수 있다.
어제 미국은 기습적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아울러 연방준비은행은 보유한 유가증권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양적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금리는 낮고 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추세이다.
하여 긴급히 통화 정책 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를 소집하여 의견을 들어보았다.
그 결과 유로존과 일본도 출구 전략을 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향후 4∼5년은 계속해서 자금 유출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때마다 외화 의존도가 높은 신흥 시장국에선 외환 위기가 발생하곤 하였다. 한국이 또다시 IMF사태를 맞지 않으려면 외환보유고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유 외환은 3,297억 달러이다.
유가증권 91.4%, 예치금 5.3%, 금 1.5%, SDR11) 1.0%, IMF 포지션 0.8%로 구성되어 있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것으론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달러나 유로화 같은 외환이 과잉되어도 환율 하락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등의 문제가 있지만 당장은 더 많은 외화를 보유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의견이다.
아직까지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지만 보다 안전하려면 금융 기관의 장, 단기 외채 역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률은 높고 증시마저 맥을 못 추고 있으니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한국은행장으로선 현수가 가진 자금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은행장의 음성을 들은 현수는 슬며시 웃음 지었다. 물론 상대는 볼 수 없는 개구진 미소이다.
“은행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제가 가진 자금으로 증시에 투자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현수가 잠시 말을 끊자 저쪽에서 수화기를 고쳐 잡는 듯 작은 소음이 들린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듯하다.
“그런데 뭐요?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사실은… 네!”
현수는 짐짓 밝히지 않으려다 할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리곤 말을 잇는다.
“우리 쪽에 자꾸 시비 거는 분들이 계셔서 들여온 외화를 전부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빼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저, 전부요?”
한국은행장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떤다.
현수가 자금을 회수한다면 약 186억 달러 정도가 빠져나간다. 한국이 보유한 외환보유고의 5% 정도 되는 금액이다.
전체를 보면 작은 금액이지만 일시에 외환이 빠져나갈 경우 자칫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외국 자본이 덩달아 빠져나가게 될 확률이 있는 것이다. 이러다 10% 이상이 빠져나가면 뱅크런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해외 채권국이 만기된 채권을 회수만 하고 재대출은 해주지 않는 일이 발생되는 것이다.
보유고를 높여야 할 판에 반대로 줄어든다면 자칫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한국에 제2의 IMF사태가 올 수도 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수의 직장인이 실업자로 내몰리게 된다. 금전적 여유가 없는 가정은 깨질 것이다.
은행의 금리가 금등하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 전부 괴로움을 당하게 된다. 경매에 붙여지는 부동산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자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2011년 통계 자료를 보면 한국은 인구 10만 명 당 31.7명이 자살을 했다.
90년대 초에는 10명 이하였고, IMF 사태 때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2003년에 20명 이상이 되었다.
금융 위기 때 자살률이 두 배로 뛴 것이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제2의 IMF가 올 경우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63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자살자 수 12.9명보다 4.8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당연히 기네스북에 오를 세계 기록이 된다.
한국은행장의 낯빛은 일시에 창백해진다. 현수가 증시에 투자할 것이란 낙관적인 예상을 했던 때문이다.
현재 1년짜리 정기예금 이자율은 3% 미만이다. 증시에 투자하면 단 하루 만에 이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약세가 된 증시이기에 한국 증시는 저평가 상태이다.
따라서 투자만 하면 오를 것은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