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9
홍진표 의원이 타당한 논조로 여성가족부 해체를 천명하면 다른 어떤 정부 부서보다도 큰 힘을 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홍 의원의 SNS는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굳이 따지자면 대략 500만 정도가 홍 의원의 의견을 들어보려 접속한다.
반대자도 있지만 극히 소수일 뿐이다.
아무튼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0% 정도가 보고 있다.
국회에 입성한 후 다분히 정치적인 의견을 내놓기에 홍 의원의 SNS에 접속하는 사람들은 거의 100% 유권자이다.
2012년에 치러진 18대 대선의 유권자 수는 약 4,050만 명이었다. 이 중 12.3%가 홍 의원의 SNS에 접속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지극히 우호적이다.
다시 말해 홍 의원을 까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정계에 입문하기 전의 행적이 너무나 깨끗하기 때문이다.
전방부대 수색대 출신이니 병역필이다. 게다가 박사 학위 소지자이며 식견 풍부하고 판단력은 갑(甲)이다.
아들은 전방 GOP에서 군복무를 마쳤다.
이중 국적도 아니고, 부정하게 모은 재산이 없으며, 위장 전입 같은 일도 저지르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도 하지 않았다. 지금껏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으며 권력을 이용한 독직도 없었다.
따라서 홍 의원은 딱 한 사람이지만 여타 정부 기관보다도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의원들이 인연 맺기를 원하는 인물이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빚어진 일이다.
국방부가 나서기만 하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그리고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및 홍진표 의원이 나선다는 뜻이다.
“방금 한 말 진짜입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쓸모없는 여성가족부 해체를 위해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생각입니다.”
국방장관이 현수에게 이런 것을 물은 이유는 김현수라는 인물이 전면에 나설 것인가를 가늠하려는 것이다.
현수 본인은 모르지만 홍진표 의원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
직장인으로서 만들어낸 성공 신화와 신화창조 티저 영상 때문이고, 다이안에게 준 곡들 때문이다.
직장인의 신화는 이미 인구에 회자되는 일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면서도 따라 하길 바라는 일이다.
신화창조 티저 영상은 카리스마 작렬이었고, 지현에게와 첫 만남이라는 곡은 감수성 예민한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 명곡이다.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 되었지만 미혼 여성들은 여전히 열렬한 성원을 보낸다. 그래서 김현수에 한해서 일부다처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까지 개진되었다.
극히 일부가 술자리에서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다.
상당히 많은 여성이 법제처 및 국회에 김현수의 일부다처제를 청원하였기에 많은 방송국에서 이 문제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유교적 색채가 빠지지 않은 지금은 결코 성사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여성 스스로 일부다처제를 허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이는 여심이 현수에게 쏠려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점에 여성가족부의 폐해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없애자는 의견을 내놓으면 전폭적인 찬성 의견을 낼 것이다.
여성뿐만이 아니다. 현수는 모든 직장인의 롤 모델이다. 따라서 많은 남성도 지지 의사를 밝힐 것이다.
본인은 모르지만 이를 굳이 숫자로 따져보자면 약 2,000만 명이 현수가 하자는 대로 투표할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절반 정도가 여성가족부 해체 찬성에 표를 던진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걸그룹 다이안도 있다.
멤버 모두 현수에 대한 호감 100%이다. 하여 현수가 여성가족부를 없애자고 하면 당연히 찬성이다.
그러면 수많은 팬까지 함께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내친김에 호주제 부활도 고려해 주십시오.”
“네에? 호주제 부활이요?”
오 장관이 이건 또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다.
“일부 지극히 이기적이고 몰지각한 여성들의 주장에 휘말려 우리의 미풍양속 중 하나인 호주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이는 명백한 잘못입니다. 따라서 여성가족부 해체와 동시에 호주제가 부활되었으면 합니다.”
“김 사장님!”
속담 중에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있고, 사자성어 중엔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있다.
오정섭 국방장관은 여성가족부 해체 요구만으로도 지극히 난감하다. 그런데 추가로 호주제 부활을 언급하자 안색이 창백해진다.
현수를 만나기 직전 오 장관은 3군 참모총장과 회동했다. 이들 셋은 옆방에 대기 중이다.
현수와 마주치면 곤란하다고 여긴 때문이다.
어쨌거나 참모총장들은 오 장관에게 총대를 건네면서 당부했다. 곤혹스런 요구를 가급적 취소하게 해달라는 것이 요지이다. 그런데 취소는커녕 한 짐을 더 지게 생겼다.
그렇기에 오 장관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이다.
이럴 땐 쐐기를 박아야 한다.
“제가 알기론 공군은 올해 10월쯤 공중급유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다.
“에어버스 A330 MRTT와 보잉의 KC46―767 중 네 대를 구입하려 하시지요?”
“…맞습니다.”
“그걸 도입하면 전투기의 전투 작전 시간이 늘어나죠? 연료를 가득 채우지 않는 대신 더 많은 무장이 가능해져 타격 능력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요.”
“둘 다 맞습니다.”
오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니 감추고 자시고 할 일이 없다.
어쨌든 현수의 말처럼 공중급유기가 배치되면 독도나 이어도 상공에서의 전투 작전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그거 도입하는 데 1조 원 이상 예산이 들죠?”
“그것도 그렇습니다.”
오 장관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현수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여성가족부와 호주제 부활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시면 공중급유기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게 해드리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오 장관의 눈이 커진다.
3군 참모총장은 현수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는다는 표현만 했을 뿐 구체적인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 때문이다.
현수는 현임 대통령의 친미적인 성향이 우려되고, 여당 국회의원들의 친미, 친일 성향이 우려되었다.
하여 참모총장들에게 극도의 보안을 요구한 바 있다.
직속상관이라 할 수 있는 국방장관에게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해달라는 것이다.
오 장관이 알면 대통령에게 보고된다.
그러면 미국이나 일본이 사실을 알게 되는 데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이란 현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에 오 장관은 현수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가 개발한 기술은 기존 엔진의 연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F―15K는 마하 2.3, 최대 작전 반경 1,800㎞, 항속 거리 5,700㎞입니다.”
오 장관은 고개를 끄덕인다. 공군 출신이기에 이 정도는 빠삭하게 꿰고 있다.
“이 때문에 독도에선 30분, 이어도 상공에선 20분 이상 작전을 할 수 없습니다.”
“네, 그래서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손을 보면 F―15는 속력은 마하 3.0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작전반경은 없습니다.”
“네? 작전반경이 없다는 건 뭡니까?”
“지구 어디든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항속 거리가 68,400㎞로 늘어날 거니까요.”
“네에?”
오 장관의 눈에 흰자위가 많아진다. 동공 크기는 그대로인데 눈을 크게 뜬 때문이다.
“또한 F―15K는 완벽한 스텔스기가 됩니다. 지구의 어떤 레이더로도 잡아낼 수 없습니다.”
“스, 스텔스! 그것도 완벽한 스텔스기라 했습니까?”
“맞습니다. 현재로선 아군 레이더로도 잡아낼 수 없는 게 흠입니다.”
“……!”
오 장관은 잠시 멍한 표정이다. 이 세상의 어떤 레이더로도 잡을 수 없는 전투기는 상상도 못해봤기 때문이다.
“적외선으로도 탐지 못합니다. 전자기파로도 탐색이 불가능하니까요.”
“헐!”
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새롭게 선보이게 될 F―15K는 랩터를 능가하는 지상 최강의 전투기이다.
그렇기에 나직한 탄성만 냈을 뿐이다.
“아무튼 여성가족부 해체와 호주제 부활이 성사되면 아주 저렴한 가격에 F―15K 슬램 이글 60대와 KF―16 파이팅 팔콘 140대, 그리고 F―16 40대가 스텔스기로 바뀌게 됩니다.”
“……!”
오 장관은 입을 딱 벌린다.
꿈에도 바라는 것이 스텔스기 보유이다. 그런데 이미 보유한 모든 것이 그렇게 된다니 놀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전투기의 연비는 모두 12배 이상 향상될 겁니다.”
세계 최강 미국에도 스텔스기는 240대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현수의 말처럼 된다면 한국은 지구 최고의 공군력을 갖는 셈이다. 국방장관으로서 바라 마지않는 일이다.
이때 현수가 쐐기를 박는다.
“참고로 해군의 KD―2 이순신함급 구축함 여섯 척과 독도함은 이미 스텔스함으로 개조되었습니다. 장관님과 3군이 합심하시면 세종대왕함급과 잠수함 모두 스텔스화 될 겁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 장관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여성가족부를 꼭 해체시키겠습니다. 또한 호주제 부활에 적극 나서겠습니다.”
국방장관으로서 당연한 결론이다. 더 생각해 볼 것도 없는 일이다. 현수가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면 전군이 나서서 여성가족부 해체를 부르짖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감사합니다.”
현수는 정중히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나라를 위해 평생을 군문에 몸 바친 군인에게 반쯤 협박한 기분이 들어서이다.
“참, 제가 KAI를 인수할 계획입니다.”
“네? KAI를 인수해요?”
이건 또 모슨 소리냐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을 이었다. 이번 기회에 전폭적인 지지자를 만들 생각이다.
“퍼스텍하고 쎄트렉아이도 인수할 겁니다.”
“퍼스텍과 쎄트렉아이까지 말입니까?”
“네. 두산 인프라코어와 두산 DST도 인수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흑표의 파워팩도 최단 시일 내에 국산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KAI에서는 수리온을 스텔스 헬기를 만들 것이고, KF―2015도 빠른 시간 내에 완성시킬 겁니다.”
“……!”
오 장관은 계속된 충격파에 멍한 표정이다.
“이 밖에 순수 국산 기술로 신형 전투기를 만들 겁니다. 웬만하면 FX―3 사업은 취소하셔도 될 겁니다.”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이것은 여성가족부가 사라지고 호주제가 부활되면 일어날 일입니다.”
현수의 표정을 읽은 오 장관이 입술을 굳게 다문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을 요구하든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이상의 무리한 요구는 없을 겁니다. 참, 하나 빠진 게 있습니다.”
“뭡니까?”
이번엔 또 무슨 이야길 하려는 건지 긴장된다는 표정이다.
“오늘 장관님과 저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는 전부 오프 더 레코드12)입니다.”
“네?”
“대통령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뜻입니다. 군비가 증강되는 건 군문에서도 극히 일부만 아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요!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입 다물겠습니다.”
“연비 향상 기술과 스텔스 기술이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 저 한국에 못 있는 거 아시죠?”
“…아! 그렇겠습니다.”
오 장관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에게 신기술이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 미국, 일본, 지나,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같은 나라 첩보원들이 득실거리게 된다.
어쩌면 현수를 납치하거나 제거할지도 모른다. 그렇데 되면 조금 전까지 이야기되었던 내용 모두 도루묵이 된다.
국방장관으로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감사합니다.”
현수가 공관을 나설 때 장관은 위병소까지 배웅을 나왔다.
잠시 후, 장관은 3군 참모총장들을 불러냈다. 그리곤 사실 확인을 위해 헬기를 탔다.
이들이 탄 헬기는 곧장 평택항으로 갔다. 가는 동안 공군기로 하여금 평택항의 상황을 보고토록 했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평택항엔 2함대사령부의 기함인 양만춘함이 없다고 한다. 하여 레이더가 아닌 육안 확인을 명령했다.
잠시 후, 조종사의 놀란 음성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