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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의 팔찌-689화 (1,302/1,307)

# 689

“네, 승작식이 열릴 때 다시 오겠습니다. 그간 몸 건강히 안녕히 계십시오.”

“그래, 내 딸은 이제 자네 사람이네.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마음대로 하시게,”

에델만 백작은 더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무엇을 주던 아깝지 않다는 기분이 든 때문이다.

이때 에머럴이 아들의 옷매무새를 다듬어준다.

“이냐시오, 고모부께 절대 무례하게 굴거나 떼를 써선 안 된다는 거 알지?”

“그럼요, 아버지. 저도 이제 다 컸어요. 그런 건 말씀 안 하셔도 다 안다구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이냐시오는 입술을 삐죽인다. 여전히 어린애 취급하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때문이다.

“그럼 조심해서 가시게.”

에델만 백작의 말에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하! 네. 그럼 이만 갑니다. 매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현수와 이냐시오의 신형이 사라진 곳의 뒤쪽엔 엄청난 높이의 라면 박스가 쌓여 있다.

영지전으로 고생한 기사와 병사, 그리고 영지민에게 주는 하사품이다. 벤조피렌의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겨우 몇 봉지 먹는데 암에 걸릴 일은 없겠다 싶어 꺼내놓은 것이다.

현수가 백두그룹 계열사인 라면 공장에서 가져온 것은 1,400만 봉지이다. 이 중 40만 개를 꺼내놓았다.

박스당 40개씩 10,000박스이니 엄청난 물량이다.

이것을 꺼내놓으면서 두 가지를 당부했다.

하나는 로이어 영지 사람들에게만 나눠 주라는 것이다.

이에 에델만 백작은 모든 영지민에게 차별 없이 골고루 나눠 주도록 했다. 명목은 이실리프 마탑의 마탑주가 로이어 영지민을 각별히 생각한다는 뜻의 하사품이다.

두 번째는 봉지 회수이다. 환경오염을 고려한 당부이다.

캔디도 꺼내놓았다. 아공간에 담긴 캔디는 약 100톤이다. 이 중 10톤 정도를 내놨다. 이것은 에델만 백작이 공작으로 승작할 때 영지민에게 나눠 줄 것이다.

에델만 백작과 에머럴은 산더미 같은 라면과 캔디를 보고 눈빛을 빛냈다.

내다 팔면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초특급 울트라 레어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을 접었다. 이번 영지전으로 영지민은 많은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심적 고통도 클 것이다. 그걸 위무하는 뜻으로 쓰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떠나기 전에 성벽을 어찌 공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태블릿PC에 있는 고구려 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백작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고 즉시 메모했다.

이제 곧 공작이 된다. 그에 걸맞은 영주성을 가져야 하므로 중축해야 한다. 최고위 귀족이 되는 것이기에 제국의 거의 모든 귀족이 축하해 주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은 돈을 아끼느라 누추한 것도 감내해 냈지만 이젠 그러면 안 된다. 사위 체면이란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대대적인 공사를 할 계획이다. 이때 성을 확장하면서 제대로 된 성벽을 갖추려는 것이다.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대마법 방어진을 그려주기로 했다. 6서클 이하의 마법은 완전히 무력화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거의 철옹성이 될 것이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그냥 가지만 나중에 시간을 내서 영지 기사들의 검법도 손봐주기로 했다.

에델만 백작가는 무력으로 작위를 얻은 가문이 아니다. 그렇기에 기사들에게 전수해 줄 검법이 없다.

현수는 아공간에 담겨 있는 많은 검법 가운데 비교적 익히기 쉬우면서 위력이 강한 것을 골라서 줄 생각이다.

이 검법은 로잘린의 아버지인 로니안 백작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그래야 공평하기 때문이다.

에델만 공작가로 선포되기 전까지 기사 200명과 병사 20,000명을 뽑아놔야 한다.

그래야 명실상부한 공작가가 되기 때문이다.

그 많은 인원을 어떻게 뽑느냐며 걱정하던 에델만 백작의 고심은 현수가 검법을 전수하겠다고 함으로써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제 곧 기사와 병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것이다. 그랜드 마스터가 손수 검법을 전수한다는데 어찌 안 오겠는가!

* * *

샤르르르르릉―!

라이셔 제국의 수도 코린 외곽에 당도한 현수는 어지러워하는 이냐시오를 잠시 내버려 두었다.

“우웩! 우웩!”

많이 어지러운지 헛구역질을 하고야 자세를 잡는다.

“아카데미는 어디에 있지?”

“황궁을 기준으로 했을 때 서남쪽에 있어요.”

“그래? 그럼 멀지 않겠구나. 가자.”

“네, 고모부!”

이냐시오는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지만 현수를 고모부로 100%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몹시 흠모한다.

멸문당할 수도 있던 가문의 위기를 단숨에 해소시켰으며, 공작가의 반열에 들도록 힘써 주셨다.

게다가 본인을 소드 마스터가 되도록 지도해 주실 분이다.

어렸을 때 본 고모는 몹시 예뻤다. 지금은 몇 년 동안 보지 못해 어떻게 변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토록 후한 보답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예쁘다 해도 에델만 가는 너무도 큰 은혜를 입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앞으로는 충심을 다해 따르겠다고 마음먹었다.

8장 역시! 안목이 다르군요

어쨌거나 둘은 천천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이냐시오가 아카데미에서 어떤 입장이며,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판테온 후작가의 장남, 리먼 백작가의 차남, 레온 자작의 장자, 뉴트먼 자작의 삼남, 그리고 헤세 남작의 외아들과 갈베리온 남작의 차남, 마지막으로 피아렌 백작의 둘째딸과 요세핀 자작의 장녀가 그 무리이다.

이들 여덟 명은 늘 무리지어 다니며 이냐시오처럼 세력이 약한 귀족가의 자제나 평민들을 괴롭히는 재미에 산다.

이냐시오가 당한 것은 지구로 치면 빵셔틀이다.

불러서는 달랑 1쿠퍼를 던져준다. 그리곤 매점에서 50실버쯤 되는 것들을 사오라고 시킨다.

처음엔 반항을 했다.

하지만 매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이들은 대련을 빌미로 이냐시오가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두들기곤 했다.

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제 돈 내서 사다 줬다.

그러면 거스름돈을 달라고 한다. 1쿠퍼를 줬으면서 무슨 거스름돈이냐고 하면 자기들이 준 건 1골드라고 우긴다.

결국 50실버를 줘야 놈들에게서 풀려난다. 그러는 내내 침을 뱉거나 머리를 쥐어박곤 했다.

엉덩이 걷어차기는 애들 장난이다. 때로는 옷을 벗겨 망신살이 뻗치게 만들기도 했다.

한밤중에 발가벗은 채 아카데미를 열 바퀴나 돈 날도 있다. 그날 거의 모든 학생이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한마디로 개쪽을 판 날이다. 덕분에 이냐시오는 ‘발가벗고 뛰는 개’라는 뜻의 명예스럽지 못한 별명을 얻게 되었다.

몹시 자존심이 상하고 화도 났지만 반항은 할 수 없다. 보복이 두렵기 때문이다.

어렵게 이야기를 끝낸 이냐시오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혔다. 다시 생각해 봐도 분해서일 것이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니?”

“그냥 같이 가주시기만 하면 돼요. 그냥요.”

“후후, 그래? 알았다. 그럼 그전에 잠깐 이레나 상단에 들렀다 갈까?”

“상단에 볼일 있으세요? 그러세요, 그럼.”

둘이 상단으로 가자 부지배인의 허리가 부러질 듯 꺾인다.

“어, 어서 오십시오.”

“그래, 수고가 많네. 잠시 이야기 좀 하세.”

“네? 아, 알겠습니다.”

현수는 부지배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곤 아카데미로 향했다. 며칠 후 개학인지라 상당수 학생과 교수들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개학식마다 각 학년과 과 별로 축사를 하고 다짐하는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법학부 1학년들끼리 모여서 한 해를 어찌 보낼 것인지에 대한 각오를 발표한다. 그리곤 즐거운 한 해를 맞이하라는 뜻에서 공연을 한다.

행정학부는 노래를 부를 때도 있고, 뮤지컬 비슷한 연극을 할 때도 있다.

마법학부 고학년의 경우는 보기에 화려한 마법을 펼쳐 보이기도 한다. 기사학부는 멋진 대련을 하곤 했다.

모두 사전에 모여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기에 아카데미 학생들은 거의 모두 왔다.

이냐시오처럼 영지에 큰 문제가 발생하였거나 몸이 아픈 경우만 제외된다고 한다.

아카데미로 가는 길의 좌우엔 옷, 장신구, 필기구, 무기, 마법 시약 등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처음 얼마간은 해이해진 기강을 잡는다고 외출, 외박이 금지된다. 그렇기에 미리 준비물을 구입하려는 학생과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이냐시오 역시 용무가 있다고 한다. 오우거 가죽으로 만든 아머에 흠집이 많이 나서 수리를 맡겼다.

물론 그 흠집은 여덟 명의 심술쟁이가 만들어준 것이다.

“이냐시오, 네 체중에 비해 검이 조금 가볍던데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

“네,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에요. 교수님도 조금 더 무거운 검으로 바꾸는 게 나을 거라 했거든요.”

수리된 아머의 상태를 확인해 주자 상인은 부지런한 손길로 포장 작업을 한다.

“여기 있어요. 그리고 수고했어요.”

잔금을 치르자 상인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같은 시각, 현수는 이냐시오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귀족의 자제들은 평민들을 대할 때 늘 반말이다. 그리고 명령조로 말한다. 그런데 이냐시오는 그러지 않았다.

흥미롭다는 생각이지만 뭐라 말하진 않고 병기점으로 향했다.

“어서 옵셔! 저희 병기점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한동안 점원의 말이 이어졌다.

말대로라면 아르센 대륙에서 제일 좋은 병기점이라는 뜻이다. 물건은 많고 값은 싸댄다.

현수는 피식 웃으며 둘러보았다. 점원의 말대로 거의 모든 종류의 병장기가 전시되어 있다.

“바스타드 소드를 사려고 왔어요. 이것보다 조금 거 무거운 건 어떤 거죠?”

이냐시오가 건넨 소드를 받아 든 점원은 휘휘 둘러보더니 벽에 걸려 있는 것 중 하나를 뽑아온다.

“이게 도련님이 주신 것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겁니다요.”

“흐음, 그래요?”

스르르르릉―!

검집에서 뽑아 들고는 이모저모를 살핀다.

무게는 적당한지, 균형은 잡혀 있는지, 모양새는 어떤지를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현수는 벽에 걸린 바스타드 소드 하나를 뽑아서 들어보았다.

칼날 길이는 1.2m, 손잡이 길이는 30㎝이다. 손잡이의 끝에는 루비처럼 붉은 보석이 박혀 있다.

“흐음!”

예리한 시선으로 검을 살폈다. 무게중심도 잘 맞고 잡는 순간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인간이 만든 것 중에는 걸작이라 할 만하다 생각된다. 그리고 이냐시오의 체형에도 맞는 것 같다.

‘흐음, 스트렝스와 샤프니스, 그리고 헤이스트 정도면 적당할까? 기왕에 해줄 거니까 체인 라이트닝까지 인챈트하자.’

현수에게 이냐시오는 장조카이다.

하여 만난 기념으로 마법이 인챈트된 걸 선물하고 싶은 것이다. 성장하면서 근력과 체중이 늘면 웨이트 마법으로 적당히 중량을 늘려주면 될 것이다.

“흐음, 이건 얼마나 하는가?”

“아! 그건 12골드짜립니다.”

“이건 얼맙니까?”

이냐시오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내보인다. 점원은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연다.

“그건 4골드 주십시오.”

“엥? 비슷해 보이는데 저게 왜 세 배나 비싼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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