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96화 (695/1,307)

# 696

다음으로 놀란 건 핵미사일 기지에 관한 자료들이다.

왜 이런 자료까지 모아놓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국안부와 군부가 척지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들의 목을 죄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국안부 제3국에 있는 놈들은 미친놈들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이미 저승의 고혼이 된 지 오래이다.

따라서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엄 팀장은 넋이라도 나갔는지 입을 딱 벌린다.

“헐……!”

스텔스기에 관한 자료 역시 극비 중의 극비이다. 그런데 그런 스텔스기의 완성도면이 있다고 한다.

분명 개발도면이 아닌 완성도면이라고 했다. 이는 J―20의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모두 알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도면대로 만들기만 하면 한국도 스텔스기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여 혼백을 잃은 멍한 표정이다.

그런데 문득 뇌리를 스치는 상념 하나가 있다.

“아! 그래서 이실리프 상사가 KAI를…….”

이실리프 상사는 정부 정책금융공사가 보유한 KAI 지분 전부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물론 은밀한 제의였다. 하지만 국정원의 눈과 귀를 피하진 못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농장이나 만들던 회사가 왜 이러나 싶어 파고들었으나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의욕적이라는 것만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KAI를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그런지를 깨달았다.

엄 팀장이 나름대로 상상하고 있을 때 현수가 입을 연다.

“참, VA―111 Shkval의 도면도 있습니다.”

“네에……? 뭐라고요?”

엄 팀장은 또 한 번 경악성을 토한다.

쉬크발은 구소련 시절 핵추진잠수함을 위한 무장개발명령을 받은 NII―24 개발국에서 만든 물건이다.

초공동어뢰(Supercavitation Torpedo), 또는 스퀄(Squall)어뢰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것은 370km/h(200knots)에 다하는 무지막지한 속도를 낸다. 현재 이 속도를 내는 어뢰는 독일(자체 개발)과 이란(데드카피)에 배치된 것 말고는 없다.

아무튼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기에 표적이 된 잠수함 등은 피할 겨를이 없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엄 팀장은 해군장교 출신이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한 뒤 대위까지 복무하다 예편했다.

국정원이 뛰어난 능력을 인정하여 스카우트한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수가 말한 쉬크발에 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의 도면이 있다 하니 대경실색한 것이다.

한국 해군의 전력을 가일층시켜 줄 병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를 접하고 싶지 않습니까?”

“그, 그건……!”

“엄 팀장님이 저와 일을 하시게 되면 더한 정보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김 사장님! 대체 이런 정보는 어디에서……?”

엄 팀장의 말은 중간에 끊긴다.

“그건, 제 사람이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겁니다.”

“정말입니까? 제가 김 사장님과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이런 고급, 아니, 초특급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 알게 된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저와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엄 팀장님은 제 사람이니까요.”

“…알았습니다. 하죠, 하겠습니다. 아니, 꼭 하게 해주십시오. 정말 함께 일해보고 싶습니다.”

말을 이렇게 했지만 엄 팀장은 끝까지 어디에서 입수된 정보인지를 알아내지 못한다.

늘 궁금했지만 정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기에도 바빴기에 그걸 알아볼 겨를조차 없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그럼 우린 앞으로 한 배를 탄 겁니다.”

“네에.”

엄 팀장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서 정보를 알려달라는 뜻이다.

“함께 일할 사람은 엄 팀장님이 뽑으십시오. 저보단 그쪽 인사를 더 많이 아실 테니까요.”

“전권을 제게 주는 겁니까?”

“적어도 인사권은 그렇습니다. 뜻이 통하는 팀원이 있어야 팀이 구성되니까요. 오늘부터 엄 팀장님은 이실리프 정보의 수석 팀장입니다.”

“알겠습니다. 조만간 팀원들과의 미팅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런데 팀원들에 대한 대우는…….”

“그건……!”

현수와 엄규백 팀장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어떤 대우를 해줄 것이며, 어떠한 지원이 가능한지, 어떤 업무를 맡을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수는 상당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어떤지를 대강은 짐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엄 팀장은 퇴직 전에 동북아참역사재단에 관한 업무를 누가 맡았으며,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파악하고 싶다고 했다.

국익을 해치는 좀 벌레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것이다. 이에 현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대신 누구였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친일행위자들에 대한 자료를 열람하고 싶다고 했다.

엄 팀장과 헤어진 후 현수는 드미트리를 접견했다.

드미트리는 북한에 가져갈 각종 자료를 준비했다고 한다.

태양광발전 관련 자료와 목재펠릿을 쓰는 보일러에 관한 것이다. 태양광발전에 관한 것은 극동 솔라파워 주윤우 사장에게 연락하여 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국내 태양광발전 관련 업체들은 현재 전원 이실리프 농산이 발주한 공사에 매달려 있다.

그렇기에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을 준비했다고 한다.

문제는 펠릿을 연료로 쓰는 보일러이다.

알아보니 상당히 종류가 많았다. 드미트리는 그것들 모두를 구입하여 일일이 성능 테스트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게 가장 괜찮다고요?”

“네, 보스! 난방 성능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사용하기 편한 것으로 골랐습니다. 이건 펠릿이 연소되면서 발생되는 목초액도 모을 수 있는 겁니다.”

“그래요?”

드미트리가 내민 보일러의 카탈로그를 살펴보았다.

모든 보일러는 단점이 있다. 목재펠릿 보일러 역시 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다. 효율이 낮다는 것이다.

현수는 드미트리가 가져온 자료 중 설계도면을 살펴보았다. 그리곤 효율을 높일 방안을 강구했다.

열효율의 경우는 퍼펙트 버닝 마법으로 개선될 수 있다.

이것이 적용되면 더 많은 열을 내고 불완전연소는 제어되는 두 가지 효과가 기대된다.

타고 남은 재는 모아두었다가 비료로 이용하면 된다. 목초액은 농도에 따라 천연 농약이나 제초제로 사용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종자소독과 같은 살균작용을 한다. 분뇨의 악취를 제거하는 데에 적용될 수 있다.

“이거 작동법은 다 익힌 거죠?”

“물론입니다. 목재펠릿 보일러 설치 기술자로부터 모든 기술을 전수 받았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러고 보니 드미트리는 천지팰릿이라는 로고가 그려진 점퍼를 걸치고 있다.

천지그룹에서 펠릿보일러 업체를 인수한 모양이다.

피식 웃고는 한마디 했다.

“천지펠릿에 취직했어요?”

“네? 하하 네에. 임시직입니다. 부장 자리를 주더군요.”

드미트리가 현수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고 배려한 듯하다.

“축하합니다. 하하! 하하하!”

“저도 제가 샐러리맨이 될 줄 몰랐습니다. 하하하!”

현수가 웃자 드미트리는 다시 생각해 봐도 웃기다는 듯 파안대소를 터뜨린다.

“참, 까차와는 연락되어 있죠?”

“물론입니다. 내일 출국하는 것으로 알고 준비 중입니다.”

현수로부터 테리나라는 애칭을 얻은 까차는 북한을 통과하는 가스관 관련 서류들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참! 양평의 집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드미트리는 스페츠나츠 출신 경호원들을 위한 숙소와 관련된 일을 지시받은 바 있다.

한창호 건축사사무소를 오가면서 경호원들이 원하는 규모와 설비를 갖춘 집에 대한 설명을 하라고 한 것이다.

이는 현수가 너무 바빠서 그들의 입맛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 공항에서 만납시다.”

“알겠습니다. 보스! 그런데 표도르를 위한 물건을 준비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런데 뭘 준비하려 합니까?”

“그쪽 의약품 사정이 좋지 않다하여 아스피린과 진통제, 그리고 각종 의약품과 비타민, 통조림을 조금 사두었습니다.”

“흐음, 그래요? 잘했네요.”

북한에 부족한 것들을 제대로 짚은 듯하다.

드미트리가 가고 난 뒤 이실리프 어패럴을 방문했다.

박근홍 사장이 반색하며 환영한다.

“어서 오십시오. 얼굴 보기 힘듭니다.”

“하하! 네에, 제가 조금 바쁘잖아요.”

현수와 박 사장은 마주보며 환히 웃었다. 잠시 후 사장실에 마주앉게 되었고, 곧바로 브리핑이 되었다.

이실리프 어패럴의 현 상황과 가까운 미래가 어찌 될지에 대한 설명이다.

미군이 주문했던 10만 벌에 대한 납품은 끝났다. 당연히 대금은 전액 현금으로 받았다.

품질에 만족한 주한미군 제19전구지원사령부 폴 홀리 사령관으로부터 감사패가 당도했다며 보여준다.

그리고 추가로 예산 편성 중이니 20만 벌을 추가로 준비해달라는 의견서도 받았다고 한다.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했다.

다음은 지르코프가 주문한 것에 대한 진행 상황이다.

워낙 많은 양인지라 원단을 납품받는 즉시 가공한다. 당연히 마법진이 필요하다. 하여 항온유지장치 조달을 당부한다.

이 또한 고개를 끄덕여 동의해 주었다.

다음은 라일라 아지즈로부터 온 추가 주문에 관한 건이다. 지난번에 수입해 간 항온의류는 불과 열흘 만에 매진되었다고 한다. 하여 이번엔 1,000만 달러에 상당하는 것을 주문했다.

이 사업에 확신을 갖고 뛰어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향후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같은 중동국가들로부터 항온의류 수입 문의가 많아질 겁니다. 이에 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네?”

“라일라 아지즈 씨는 영어가 되니까 별문제 없지만 아랍어만 할 줄 아는 사람들과 거래를 준비하시란 뜻입니다.”

“아……!”

박근홍 사장이 나지막한 탄성을 낸다. 요즘 너무 바빠 이것까진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중동지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지에서도 주문이 올 수 있습니다. 영업 능력이 있는 언어 특기자들을 채용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당연히 그들의 전통 의상들을 연구하셔야 합니다. 그러니 의상 전문가들도 필요할 겁니다.”

“그렇겠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너무 많은 인원을 채용하면 몸집이 둔해집니다. 그런 점도 유의하셨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런 걸 두루 감안하여 인원을 뽑겠습니다. 또 다른 내용은 없으십니까?”

“조만간 군납과 관련된 아이템이 하나 더 들어올 겁니다.”

“군복은 이미 이야기가 되었으니 그건 아닐 것이고, 그렇다면 혹시 방탄복과 관련된 건가요?”

사업을 오래해서 그런지 눈치가 빠르다.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지섬유에서 방탄재질을 공급할 겁니다.”

“성형이 된 상태인가요? 아님 우리가…….”

박근홍 사장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폼은 만들어져 나올 겁니다.”

“아!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이건 납품창구의 단일화를 위한 것이다.

박 사장과는 몇몇 사안에 대해 더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실리프 어패럴을 나선 현수는 곧장 서초동 공공하수관로 등을 돌아다니며 이전에 설치한 대형 쥐덫들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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