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97화 (696/1,307)

# 697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그야말로 우글우글이다.

쥐덫 하나 당 약 10만 마리 정도가 있다. 이런 게 21개나 있으니 총 210만 마리의 쥐가 생포되어 있는 상태이다.

아공간에 담고 곧바로 차원이동을 했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역시……!”

캐러나데 사막 오아시스 인근은 새롭게 번식한 디오나니아로 그득하다. 그래서 온통 푸르르다.

사막이 아닌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국안부 3국 요원들의 시신과 쥐를 공급한 결과일 것이다.

워낙 많이 번식하였는지라 2만 장 이상을 찢어냈음에도 표가 나지 않는다.

다음번에 오면 더 많은 잎사귀가 돋을 것이다.

잎사귀들을 아공간에 담은 후엔, 바나나처럼 생긴 열매를 땄다. 식용 가능한 이것은 지구에선 맛볼 수 없는 달콤한 과즙이 풍부하다. 크기도 제법 커서 두 개만 먹으면 배부르다.

그리고 이것은 진통효과가 있는 약재이기도 하다.

따면서 딱딱한 껍질을 벗겨 하나를 먹어보았다.

12장 체이탁 M200 LRRS

츄르르릅―!

“캬아∼!”

강하게 빨아들였음에도 손가락 사이로 달콤한 과즙이 흘러내린다. 우적우적 씹어 얼른 삼켰다.

그리곤 직경이 30㎝나 되는 꽃들을 땄다. 그윽한 향을 내는 이 꽃은 신기하게도 수년간 시들지 않는다.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듯싶다.

향이 너무 좋아 드래곤이 레어에 가져다놓을 정도이다. 마침 개화 시기였는지 꽃은 많았다.

일련의 작업을 마친 후 쥐덫을 하나하나 열었다. 그러자 굶주린 쥐들이 일제히 달려간다.

일전에 가져다놓은 얀디루와 라니야가 아직 부패하지 않아 비린내를 풍긴 때문이다.

쥐들로부터 엄청난 악취가 풍겼지만 어쩌겠는가!

쥐덫을 풀어놓자 일진광풍이 불어온 것처럼 잎사귀들이 펄럭이기 시작한다. 잔치가 시작된 것이다.

느닷없이 사냥당한 쥐들이 필사적으로 빠져나오려 애쓰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잠시 디오나니아들의 잔치를 구경했다.

단 한 마리의 쥐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캐러나데 사막은 결코 협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스톨론 몇 마리를 잡아 독액을 채취해 둔 게 있다. 해독 포션의 원료가 될 것이다.

문득 줄리앙이 생각난다. 허리와 엉덩이가 만나는 부위를 스콜론에 쏘여 사경을 헤맸던 여자 용병이다.

나후엘 자작의 여식인 엘리시아와 아델도 생각난다.

쏘러리스에게 잡혀가 능욕당할 뻔한 걸 구해줬었다.

셋의 공통점은 현수에게 알몸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두들 현수를 흠모한다는 것이다.

“후후, 모두들 잘 있겠지?”

줄리앙에게 주었던 소드 마스터의 검법서가 아공간에 회수되지 않았으니 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잠시 옛 생각을 하던 현수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가야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열심히 사냥하고 있는 디오나이아들을 보면서 다시 차원이동을 했다.

“트랜스퍼 디멘션!”

샤르르르르릉―!

캐러나데 사막에 잠시 머물렀던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졌다.

* * *

“흐음! 역시…….”

아르센에 있다가 킨샤사 갈 때는 조금 덜하지만 한국으로 올 때는 늘 공기가 탁하다는 걸 절감한다.

서울시의 자동차 등록 대수는 300만 대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들 전부 주행 중인 것은 아니겠지만 상당수가 매연을 뿜고 있을 것이다.

집이 지어지고 있는 양평은 서울에 비해 한결 공기가 맑을 것이다. 그래도 아르센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집 전체에 에어 퓨리파잉 마법을 걸 수도 없고, 쩝∼! 나 혼자 맑은 공기를 쐬러 다니는 것 같아 미안하네. 그나저나 현우 전화번호가……. 흠! 여기 있군.”

나직이 중얼거리며 전화를 걸었다.

♪♬∼ 오늘은 분명히 날이 좋다 했는데

하나둘 몰려오는 구름∼♪

수상해 이런 날이면 ♬ 괜히 느는 로맨스 ♬

‘참깨와 솜사탕’이라는 3인조 혼성밴드의 달달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Rainy dance’라는 곡이다.

현수는 이 노래보다 ‘헤어진 사이’라는 곡을 더 좋아한다. 뮤비의 맨 마지막 장면이 웃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 달달한 노래를 컬러링으로 정한 걸 보면 현우의 애정 전선엔 이상이 없는 듯하다.

하여 괜스레 마음이 편해졌다. 음악을 조금 더 즐기려는데 반가운 음색이 들린다.

“아! 현수 형! 웬일이야?”

“웬일은……? 너 지금 바쁘니? 어디에 있어?”

“여기……? 천지섬유지. 나 여기 상무로 발령 났잖아.”

“그래? 마침 잘되었다. 그쪽으로 갈 테니 퇴근하지 말고 있어. 알았지?”

“응? 아, 알았어.”

“참, 김국환 연구실장님이라고 했지? 그분도 퇴근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말 전해줘.”

“김 실장님도……? 오케이∼! 조심해서 와.”

“그래. 끊자.”

전화기를 넣고는 곧장 천지섬유로 향했다.

“어서 와, 형!”

“그래. 잘 있었지?”

“그럼, 신혼여행은 즐거웠어? 크흐흐흐!”

현우가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현수 또한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너도 가보면 알게 되겠지. 흐흐흐!”

“쳇∼! 암튼 오랜만이야. 글구 결혼 축하해.”

“야야! 우리끼리라도 인터넷 채팅 용어 같은 거 쓰지 말자. 글구가 뭐냐? 글구가! 다 큰 어른이.”

“쳇, 알았어! 어서 가기나 해. 김 실장님이 대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하니까.”

“그래? 알았어, 가자.”

현수는 아직 마르지 않은 디오나니아 잎사귀 한 쌍을 들고 현우의 뒤를 따랐다.

“아! 안녕하셨죠? 오랜만입니다.”

“네, 김 실장님도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자, 받으십시오. 이게 전에 드렸던 것의 원래 모습입니다.”

“아! 그래요? 잠시만요.”

김국환 실장은 디오나니아 잎사귀를 세심히 살펴본다. 이때 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며칠 내로 그거 2만 장쯤 올 거예요. 잘 가공해서 주시면 군납을 해보겠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김 실장은 생전 처음 보는 디오나니아의 잎사귀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본체로부터 찢겨질 때 생긴 절단면이 서서히 아무는 현상을 목격한 때문이다.

식물계의 트롤이니 그런 현상을 보일 만도 하다.

그러는 동안 현우과 경빈, 그리고 수정과 수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전히 잘 만나고 있으며 올해 연말이나 내년쯤 합동결혼식을 고려한다고 한다.

현수는 자신 덕분에 이루어지는 것이니 식이 확정되면 양복 한 벌씩 해줘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현우는 천지섬유 상무로 재직하면서 경영을 배우는 중이고, 경빈은 여전히 백두마트 상무라고 한다.

백두마트는 보안 분야에서 환골탈태급 변화를 겪었다.

세정파 떨거지들 전원이 퇴사했다. 그리고 그들과 관련 있는 계산원들도 모두 내보냈다.

계산원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다 걸렸다.

세정파 조직원들은 그들이 입사할 때 신원보증을 섰다. 하여 자연스럽게 책임을 물어 내보낸 것이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김 비서는 과장으로 승진되어, 보안 분야를 아우르는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세정파 조직원 및 관련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백두마트는 분위기 쇄신이 되었다.

하여 매출이 조금씩 느는 중이라고 한다. 듣기 좋은 소리인지라 웃으며 들었다.

“참, 아까 그 잎사귀는 당분간 대량 수확이 어려워. 그러니까 군납을 하고 남는 것으로 연구해 봐. 알았지?”

“알았어, 형! 근데 오늘 그냥 갈 거야? 경빈이 불러서 한잔해야지. 형수님도 오시라고 해. 내가 살게.”

“나, 내일 바쁜 일 있어서 오늘은 안 돼.”

“알았어, 그럼 다음에 먹지 뭐.”

현우는 흔쾌히 현수를 놔줬다.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하기 때문이다.

천지섬유를 나선 현수는 곧장 천지건설로 향했다.

퇴근할 시각이 지났지만 북한에 가면 며칠이나 머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본사 34층에 당도하여 기획영업단 문을 열자 박진영 과장과 시선이 마주친다.

“어서 오십시오, 부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각기 호칭이 다른 인사이다. 전자는 박진영 과장이 한 것이고, 후자는 자재과에 있던 유민우 대리가 한 말이다.

이밖에도 대학 동기 20명 모두가 바싹 언 표정으로 서 있다. 밖에서는 친구이지만 회사 내에선 하늘 같은 사장이라는 것을 알기에 잔뜩 군기 든 모습이다.

모르긴 몰라도 박진영 과장이 위계질서 운운하며 분위기를 잡았을 것이다.

조직이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시선을 돌렸다.

“늦은 시각까지 남아달라고 해서 미안합니다. 이 시각이 아니면 언제 여러분을 뵐지 몰라 무리를 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저흰 괜찮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흔든다. 늦은 퇴근쯤은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태도이다.

“자, 일단 앉겠습니다. 박 과장님은 그간 진행된 사항을 보고해 주십시오.”

“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박진영 과장은 역시 능력자이다. 준비된 듯 거침없는 보고가 시작되었다. 배석해 있던 직원들에게 어디서 무엇을 가져오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면서 일목요연한 보고를 한다.

먼저 아제르바이잔 석유화학단지 신설공사에 관한 건이다. 본인이 직접 다녀왔다고 한다.

입찰 일시는 조만간 공고될 것이며, 세계유수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90억 달러를 대출해 줘가며 공사할 기업은 없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 석유화학단지 공사는 우리가 할 공사의 예행연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공사가 완전무결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자료 조사에 임해주십시오.”

“저어, 부사장님! 150억 달러짜리 공사가 예행연습이라고 하셨습니까?”

박진영 과장이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오프 더 레코드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한 말이 밖으로 새나가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수 있습니다.”

“……!”

현수의 말에 모두들 긴장하는 빛이다.

“조만간 대규모 유전 개발공사와 더불어 석유화학단지 조성공사를 수주할 수도 있습니다. 이중 유화단지 규모만 아제르바이잔의 3배 내지 4배 정도 됩니다.”

“헐……!”

150억 달러짜리 공사도 엄청나게 큰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한화로 환산하면 18조 원짜리인 것이다.

2013년 농림·수산·식품부 예산과 맞먹는 거액이다.

그런데 그것의 3배에서 4배라면 54조∼72조 원짜리 공사가 또 있다는 뜻이다.

이밖에 유전 개발공사가 따로 있다.

2000년에 카자흐스탄에서 발견된 카샤간 유전은 매장량이 90∼130억 배럴이다.

2013년 4분기부터 원유생산이 시작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유전으로 손꼽히고 있다.

CNN머니는 카샤간 유전의 개발비를 1,160억 달러로 추정했다. 초기 개발비용만 406억 달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전의 개발 비용은 매장량과 입지에 따라 달라진다.

숙천유전은 매장량이 588억 2,400만∼735억 3,000만 달러인 것으로 추정된다.

카샤간 유전보다 약 6배 많은 양이다. 그럼에도 같은 비용이 든다고 했을 때 초기개발비용만 49조 원 정도 된다.

두 개의 공사를 모두 수주할 경우 103조∼121조 원짜리 공사가 된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천문학적인 공사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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