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699화 (698/1,307)

# 699

흑룡은 아마도 2㎞밖에서 사격을 했을 것이다. 무게가 12.3㎏이나 되기 때문이다.

사격을 해놓고 실패하자 뒤도 안보고 내뺀 듯싶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현을 방에 데려다놓고 나오는 짧은 시간 만에 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으음! 정리할 걸 하지 않으니 이런 위험이 있군.”

대마법사이기에 언제든 위기에 처하면 조금 전과 같은 위화감이 느껴진다. 문제는 지현이다.

따라서 한시바삐 흑룡을 제거해야 한다. 두 번이나 저격을 했다. 살려둘 하등의 이유가 없다.

“북한에 갔다 온 후 가장 먼저 정리해 주지. 아울러 흑사회 떨거지들까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13장 북한에서 생긴 일

“오랜만이에요.”

“잘 있었죠?”

“그럼요. 보기 좋으세요.”

테리나는 생글생글 미소 짓는다.

현수와 테리나가 탑승하자 기장인 윌리엄 스테판은 안전띠를 매달라고 한다.

잠시 후, 아폰테 사장이 선물한 초음속 비즈니스 비행기 Aerion supersonic business jet(Aerion SBJ)가 활주로를 박차기 시작한다.

“신혼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염려 덕분에……! 테리나는 뭐했어?”

“저는 이실리프 상사에서 해외로 송출하는 인력들의 서류를 만드느라 정신없었어요.”

“이실리프 상사?”

“네, 거기 법률고문이 되었어요. 보스!”

만개한 장미처럼 아름다운 웃음을 지으며 흰 이를 보인다.

“뭐야? 어떻게 된 거지?”

현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드미트리가 나선다.

“제가 추천했습니다, 보스! 민주영 전무이사가 면담을 했고, 그 자리에서 채용되었습니다.”

“그래? 그렇게 되었군.”

아무도 말을 해주지 않으니 괜스레 골탕 먹은 기분이다. 하지만 그리 나쁜 건 아니다. 테리나가 이실리프 상사의 법률고문이 되었다면 좋은 인력을 채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렵겠지만 내일은 계약서 작성이 있을 수 있어. 준비는 다 된 거지?”

“그럼요! 누가 봐도 공정한 계약서가 준비되어 있답니다.”

말을 마치곤 환히 웃는다.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알았어, 테리나만 믿을게. 그래도 되지?”

“그럼요! 보스.”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서해로 빠져나갔다가 북한 영공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곤 곧장 평양공항으로 향했다.

“어서 오시라요. 김 사장 동지!”

백화원 초대소에 당도하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환히 웃으며 손을 내민다.

백화원 영빈관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평양특별시의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10분 거리인 대성구역 임흥동에 위치해 있다.

1983년에 국빈급 외국 인사들의 숙소로 사용할 목적으로 건립한 시설이다. 근처에 금수산기념궁전이 있다.

이전엔 송전각 초대소였는데 백화원으로 바뀐 것은 그만큼 현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현수 또한 반갑게 예를 갖췄다. 그러자 곁에 있던 장성택도 환히 웃으며 손을 내민다.

“반갑습네다. 김현수 동지!”

“하하, 네에.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반갑수다레.”

이번에 손을 내민 사람은 인민무력부장 장정남이다.

이 밖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영림 내각총리, 최격식 총정치국장, 김격식 참모총장, 김영청 정찰총국장 등 권력 실세 거의 전부가 나와 있다.

일행과의 수인사가 끝나니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대사가 손을 내민다.

“허허, 오랜만입니다.”

“네, 대사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그럼요, 그럼요. 하하하!”

로그비노프와 인사를 끝내자 무관 표도르 알렉세이 다닐로프가 정중히 고개 숙인다.

드미트리의 동생이다.

환히 웃으며 손을 내밀자 얼른 악수한다.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지만 몹시 황송하다는 표정이다.

그의 곁에는 같은 무관인 미하일이 있는데 직급이 낮아서 그런지 감히 손을 내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

웃으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는 사이 김정은은 테리나와 웃으며 악수한다. 장성택 역시 환히 웃고 있다.

일단 분위기는 100점이다.

“참, 김 사장 동지가 말한대로 최철 소좌를 불렀습네다. 급히 오곤 있지만 아직 당도하지 못했습네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조금 있으면 당도할 겁네다.”

“네에, 알겠습니다.”

“자! 그럼 안으로 드시디요.”

“네!”

김정은의 안내를 받아 그의 곁을 따라 들어갔다.

김정은의 좌측 한 발짝 뒤에는 장성택이 따르고, 현수의 우측 한 발짝 뒤에는 테리나가 걷고 있다.

그 뒤로 로그비노프와 권력 실세들이 잇는다.

표도로와 미하일, 그리고 제1호위국 강인국 대좌 및 안경호 소좌는 가장 마지막에 있다.

연초록색 융단이 깔린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방이 나온다. 소파가 줄지어 놓여 있는데 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되어 있다.

“자, 앉으시라요.”

김정은이 상석에 앉고 현수가 우측에 앉았다. 반대편엔 장성택을 필두로 서열에 따라 자리에 앉는다.

현수의 곁에는 테리나가 있고, 다음은 로그비노프, 드미트리, 표도르, 미하일의 순이다.

모두 착석하자 김정은이 환히 웃으며 입을 연다.

“지난해 연말에 김현수 동지가 결혼을 했는데 참석치 못하여 유감입네다.”

“생각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건 우리가 준비한 조그만 선물이라요. 받으시디요.”

김정은이 소파 곁에 있던 상자를 건넨다.

크기도 크지 않고 무겁지도 않다.

상자를 열어 확인해야 하는 생각을 할 때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입을 연다.

“열어보시라요. 그거이 백두산에서 캔 천종산삼입네다. 100년은 훨씬 넘었다고 하니 잘 달여 드시라요.”

“아……! 그래요? 고맙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아주 실한 놈 둘이 놓여 있다.

“두 뿌리 넣었으니 부인과 같이 드시라요.”

“아!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현수는 진심을 담아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천종산삼은 남한에서만 귀한 게 아니라 북한에서도 귀하다.

게다가 100년 이상 된 것이라 한다. 당연히 귀물이다.

현수가 천종산삼을 보고 있을 때 김정은이 입을 연다.

“지난번의 만남은 참 유익했습니다. 오늘은 그날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가 되었으면 합네다.”

“물론입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먼저 준비된 자료를 받아주십시오.”

본격적인 회담 분위기가 되자 드미트리가 서류가방을 열어 제법 두툼한 파일을 꺼내 나눠 주었다.

마지막 사람까지 파일을 받자 현수의 입이 열린다.

“지난번에 우리는 목재펠릿 보일러와 펠릿을 염가에 제공하고 그와 관련된 제반기술을 전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첫 페이지를 넘기시면…….”

현수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드미트리는 준비된 보일러를 회담장 안쪽으로 옮겨놓았다.

현수는 실물을 앞에 놓고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를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경청하는 분위기이다.

“자! 이제 보일러를 설치하고 어느 정도 성능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을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미스터 드미트리!”

“네, 보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죠?”

“네, 그럼요.”

능숙한 러시아어 대화는 장성택을 비롯한 몇몇이 알아들었다. 장성택은 드미트리가 현수에게 보스라 칭하는 것을 유심히 들어두었다.

지난 방문 이후 장성택 등은 현수와 테리나, 그리고 드미트리에 대한 상세 정보 수집에 나섰다.

현수에 관한 것은 남한 언론에서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다뤘다. 하여 인터넷 접속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테리나와 드미트리는 다르다. 하여 러시아에 파견된 모든 인원을 총동원하여 알아보았다.

테리나는 브레즈네프의 직계 증손녀가 맞다.

러시아 국립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것도 맞다. 학창시절 내내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재원 중의 재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미트리는 레드마피아의 보스 중 하나이다.

레드마피아는 여러 계파로 나뉘어 있는데 현재는 2강 3약으로 균형 잡혀 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하는 계파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기반으로 자리 잡은 계파가 2강이다.

3약은 노르시비르스크, 하바로프스크, 예카테린브르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들 3약의 세력을 다 합쳐도 2강 중 하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무튼 드미트리는 모스크바의 밤을 지배하는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휘하에 있다.

서열은 7위 정도 된다.

현재 남한과 일본에 파견된 조직원들을 통솔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모스크바의 신임이 매우 깊다.

북한으로 치면 대장급 정도 된다. 겉보기엔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실제는 상당한 권력자이다.

그런 드미트리가 현수에게 보스라는 호칭을 쓴다. 상관임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현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러시아 쪽에서 들어온 첩보에 의하면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신임이 매우 두텁다. 하긴 로그비노프를 통해 확인한 푸틴의 친서에 이름 석 자가 명확히 명기되어 있다.

게다가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와도 친분이 깊다.

이실리프 무역상사의 최대 거래처가 드모비치 상사라는 것도 안다.

어쨌거나 북한 당국자들은 현수와 일행은 국빈급으로 대우하는 중이다.

드미트리는 목재펠릿 보일러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회담이 지속되는 동안 시범케이스로 설치 및 가동할 준비가 갖추기 위함이다.

이곳에 오기 전 미리 이메일을 통해 당부해 두었기에 설치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을 비롯한 배석자들은 펠릿을 연소시키고 남은 재가 비료가 되며, 목초액의 용도가 다양함에 깜짝 놀란다.

이 정도면 일석이조가 아니라 일석삼조 내지는 일석사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다음은 의약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남한의 제약사들로부터 의약품을 납품 받아 콩고민주공화국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지에 천지약품이라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지요. 우리는…….”

현수의 설명이 잠시 이어졌다.

에티오피아까지 진출했다고 하니 놀라는 눈치이다. 두 나라 의약품 시장을 석권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간다와 케냐의 진출 요청도 이야기했다.

장성택은 이러다 아프리카 약품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회사로 발돋움하겠다며 몹시 부러워한다.

아무튼 결론은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주겠다는 것이다.

모두들 만족해하는 눈치이다. 납품가에 운송비 등 제반경비 정도만 더한 정말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태양광발전에 관한 것이다.

각종 기자재는 장소를 제공해 주면 직접 생산해서 납품하겠다고 했다. 북한에 자본이 없어 공장설립이 어려움을 배려한 처사이다.

개성공단과는 별개 지역을 요구했다. 이에 김정은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향후 이실리프 공단이라 불릴 이곳은 어떠한 정치적 난관이 발생하더라도 폐쇄되거나 차단되지 못한다.

현수의 뒤에 러시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들이 손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장 설치기술은 전수해 주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다음은 식량이다.

007가방 속에 넣어온 작은 유리병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성녀가 축복한 여러 작물의 종자들이다.

“이건 아주 특별한 기술이 접목되어 만들어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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