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1
1장 북한에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 수용된다.
● 체제에 대한 반란자
● 사상이 불온하다고 판단되어 숙청된 자
● 남한에서 파견한 스파이
●남한의 물품, 서적, 영화 테이프 같은 것을 소지한 자
● 기독교 신자(타인에게 선교한 자는 총살)
● 탈북자
● 휴대전화 사용자
● 대한민국의 인터넷 사이트 접속자
북한에는 여러 곳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다.
예를 들어, 함경남도에는 ‘요덕정치범수용소’가 있는데 정식 명칭은 ‘15호 관리소’이다.
이곳은 석방이 불가능한 ‘완전 통제 구역’과 간혹 석방되기도 하는 ‘혁명화 구역’으로 구분된다.
1990년대엔 완전 통제 구역에 3만 명, 혁명화 구역에 1만 6천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실상은 탈북자들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매일 계속되는 강도 높은 강제 노역에 시달리면서도 굶주림이란 고통까지 받는다고 한다. 때론 고문도 당한다.
참고로 정치범으로 몰리면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친척들까지 잡혀간다.
2011년 4월,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HRNK)에선 ‘숨겨진 강제노동수용소(Hidden Gula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그 내용을 보면 당시 정치범수용소에 15만 명 이상 감금되어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 집결소, 교화소, 교양소, 구류장, 노동단련대 등이 더 있다. 그리고 UN의 발표에 따르면 이런 강제 구금 시설은 최소 480곳이나 존재한다.
당연히 상당히 많은 인원이 수용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곳에 있는 인원은 어차피 공화국의 짐밖에 안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 모두 제게 보내주십시오.”
사할린―3과 사할린―4에 관한 설명까지 끝나고 보다 편한 자리로 옮긴 뒤 기회를 보아 현수가 한 말이다.
“으음.”
“크흐음.”
“허흠.”
현수의 말에 김정은은 물론이고 장성택과 장정남까지 모두 나지막한 침음을 내곤 이맛살을 찌푸린다.
현수의 말처럼 이들은 공화국의 짐이다.
수용된 인원이 굶주림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아예 굶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로 인해 식량, 전기, 피복, 인원 등이 소모되는 중이다. 하지만 쉽게 내돌릴 수는 없다.
우려할 만한 상황을 만들 자들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북한의 기밀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너무 많이 아는 자들도 있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이들이 현수에게 갔다가 다른 곳으로 도주하여 서방 언론과 접촉되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
하여 이맛살을 찌푸린 것이다.
어찌 이런 속내를 짐작하지 못하겠는가.
“제게 보내지는 인원은 아마도 이실리프 자치구를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현수가 자신 있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이에 대비한 대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실리프 자치구가 조성되고 나면 경계라 할 수 있는 부분에 환상 마법진을 그려놓을 생각이다.
아무리 전진해도 제자리를 빙빙 돌다 결국엔 경계 외곽에 당도하게 만드는 것이다.
내부의 사람이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을 막는 효과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혹시 있을지 모를 맹수의 침입도 방지할 수 있다.
“……!”
여전히 어느 누구도 대꾸하지 않는다. 각자 머릿속으로 여러 상상을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화국에선 필요 없는 인원이 아닙니까?”
“그래도 쉽게 내보낼 수는 없습네다.”
모처럼 입을 연 사람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장성택이다. 사람들은 김정은이 최고 권력자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군을 완전히 장악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을 고려하면 장성택은 북한 권력 서열 1위에 있다. 당연히 공화국 사정에 정통하다. 그렇기에 현수의 제안을 일단 거절한 것이다.
현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압니다. 왜 그러시는지. 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공화국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몽골은 영토에 비해 인구가 너무 적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몽골의 영토는 1,564,116㎢로 세계 19위에 해당된다.
남한보다 15배 이상 넓다. 반면 인구는 300만 정도로 17분의 1정도이다. 이를 인구 밀도와 연계하여 생각해 보면 남한보다 255배나 넓은 것과 다름없다.
다시 말해 땅은 넓은데 사람이 없다. 그러니 몽골 사람만으론 이실리프 자치구를 운영하기가 어렵다.
“그럼 남한 사람들을 데려다 쓰면 되지 않습네까?”
인민무력부장 장정남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남한에도 취업을 원하지만 일자리가 없는 유휴 인력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건… 가급적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렇습네까? 남조선 사람들 중에서 살기 어려운 사람들을 데려다 쓰면 되지 않습네까?”
여전히 의아하다는 눈빛이다. 남한의 극빈층 가운데 노동력을 상실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종교 때문입니다.”
“종교요?”
“그렇습니다. 남한엔 여러 종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종교의 극성스러움 때문에 꺼려집니다.”
“그래요? 그게 뭡네까?”
“그 종교로 인한 폐해를 예로 들자면 한이 없겠지만 몇 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잠시 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1970년대에 한국 축구대표팀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정 경기가 있었다.
그때 한국 대표팀에는 골을 넣을 때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가 있었다. 하여 정부 관계자가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
“이 선수, 경기에서 골을 넣더라도 절대 기도 세리머니를 하지 마십시오. 자칫 그들을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당시는 석유 수급 문제로 한국이 중동 국가의 눈치를 보던 시절이다.
그렇기에 기도 세리머니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음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선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킥오프 직전에 기다렸다는 듯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했다. 당황한 대표팀 선수들은 관중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그를 둘러싸야만 했다.
이 선수에게는 나라가 어려움에 처하든 말든 본인의 종교가 더 중요했던 모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는 이슬람교이다.
이 나라에선 다른 종교의 선교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고, 타 종교인의 출입도 규제한다. 개종하면 처형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리비아에서도 종교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한국의 한 건설사가 오랜 공을 들여 대형 공사를 수주하기 직전에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이 적발되었다.
공사 수주는 즉시 물거품이 되었고, 주 한국 리비아대표부는 철수되었다. 수주에 공을 들이던 건설사가 분통을 터뜨렸지만 선교사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둘 다 종교 이기주의로 인한 일이다.
현재에도 이슬람 국가들은 타 종교의 선교를 막기 위해 비자 발급에 제한을 둔다. 그런데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어떤 선수가 꼼수를 부렸다.
유럽에서 뛰다 사우디 프로팀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은 이 선수는 계약 조건에 다음과 같은 내용 하나를 추가했다.
“저를 도와줄 한국인 몇 명의 비자를 발급해 주십시오.”
아랍어에 능통하지 못한 사람인지라 통역 정도로 예상한 구단은 기꺼이 이 조항에 사인을 해주었다.
그리고 원하던 사람들의 비자가 발급되도록 힘써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개신교 목사와 선교사였다.
그래놓고는 라디오 방송에 나와 선교가 힘든 중동에 복음 전파자들이 입국되도록 애를 썼다면서 자랑스레 말했다.
이쯤 되면 종교 이기주의의 극치라 할 만하다. 그리고 당연히 욕을 먹어야 한다.
현수는 이런 사람들이 이실리프 자치구에 머물면 분열과 불화를 조장하리라 생각했다. 오로지 자신들의 종교만 우선으로 여기는 독선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이기적이며 편협하고 독선적인지는 그들 중 일부가 구국의 영웅인 충무공 이순신을 폄하한 글에 나타난다.
여의도에 소재한 모 교회의 홈페이지에는 임진왜란을 종결시킨 이순신 장군을 ‘이교도 괴수’로 칭하고 있다.
이 홈페이지에 어떤 이가 질문 글을 남겼다.
임진왜란 때 고니시 유키나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리고 그의 군대는 십자가 아래 포교도 적극적으로 했다. 이를 물리친 우리 조상들이 잘못한 것인가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한 답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니시가 순교의 피를 흘린 것으로 볼 수 있기에 저희 조상들이 좀 더 신중을 기하지 못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조상들이 잘못한 것 같습니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뭐라 평하기도 귀찮다.
어쨌거나 이 종교가 독선적이라는 것은 현수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다. 인터넷에는 그들의 만행을 성토하는 글이 대단히 많다. 다시 말해 다수가 특정 종교인들에 대해 좋지 않은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성숙한 신앙을 가져 사회에 봉사하는 등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반면 눈살 찌푸리게 하는 그릇된 사람도 상당히 많다.
문제는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팥죽을 끓이려는데 팥가루에 같은 색의 흙이 섞여 있다. 어찌해야 하겠는가!
뾰족한 수가 없다면 다 버려야 한다.
이실리프 자치구는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국민이 아니다. 단순히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일 뿐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사람들의 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고용인의 권리이다.
그렇기에 이실리프 자치구엔 검증된 인원을 제외하곤 남한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비날리아나 반둔두 지역에 조성되는 인원도 마찬가지다.
현수는 민주영 전무이사에게 특별히 당부한 바 있다. 직원을 뽑을 때 가급적 종교인들을 뽑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뽑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반드시 어떤 성향인지를 파악해 달라고 했다.
신앙심이 너무 깊어 문제될 소지가 있다 판단되면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인재라 할지라도 절대 뽑지 말라고 했다.
그래야 분열과 불화 없는 사업장이 된다면서 강조 또 강조했다. 하여 사람을 뽑을 때 가장 먼저 그것부터 살폈다.
채용된 인원에 대한 신입사원 연수를 실시할 때 주영은 각별한 주의를 촉구했다.
이실리프 농장과 이실리프 축산 등에선 어떠한 경우에도 종교 시설을 조성할 수 없으며, 종교 행사 또한 치를 수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타인에게 본인의 종교를 전교한 자는 즉각 해고되며 이후 영원히 이실리프 그룹에 관련될 수 없음을 확실히 하였다.
그렇기에 현재 채용된 인원 가운데에는 종교인이 없다.
채용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투서를 관련 기관에 보낸 자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되지 않은 것은 일하는 장소가 대한민국 영토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수의 다소 장황한 설명을 듣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이 핏대를 세운다.
“그런 개 쌍놈의 종자들을……! 그 쌍놈의 아새끼들이 누군디 말만 하시라요! 확 목을 따버리라 하겠습네다!”
남한 사람도 아니면서 부아가 치미는지 얼굴까지 붉히고 있다. 이때 김정은이 입을 연다.
“나도 들은 게 있습네다. 성남의 모 교회에서 가지 말라는 아프가니스탄까지 사람을 보냈다가 탈레반에게 잡혀 두 명이나 죽었디요?”
“네, 그런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남한 정부에서 돈을 주어 풀려났는데 그 후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들었습네다. 기건은 그 후로 어케 되었습네까?”
“당연히 패소했지요.”
누가 봐도 정부는 할 만큼 했다.
가면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고, 가급적이면 가지 말라고 만류도 했다. 그랬더니 자유를 억압한다면서 소송 불사 운운하며 큰소리치고는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