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02화 (701/1,307)

# 702

화를 자초한 것이다.

이들은 떠나기 직전 ‘아프간 여행 자제 요청’ 안내문 앞에서 손가락으로 V 자를 그리며 기념 촬영을 했다.

그 안내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최근 아프간 탈레반에 수감 중인 동료 석방을 위해 한국인들을 납치한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아프간 여행을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공항 테러보안대책협의회 회장.

이렇듯 국가의 만류를 무시하고 떠나선 남의 종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종교를 선교하려다 탈레반에게 잡혔다.

그리고 둘이 죽었다.

그때는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이들에게 순교를 권했다.

그토록 원하던 하느님과 가까이 가는 길이니 국내로 귀환하지 말고 기꺼이 죽으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살려달라고 애원하였기에 정부는 테러범들과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돈을 건넸다. 660억 원이다.

그렇게 해서 풀려난 사람들이 귀국했을 때 찍은 사진엔 명품 쇼핑백을 든 사람이 여럿이다.

그들이 귀국하기 전 관계자들은 협상에 소요된 돈을 국가에 반환하겠다고 했다.

이에 그 비용을 정부에서 반환하라 하자 ‘당신은 소방관이 불 꺼줬다고 돈을 주느냐’며 반환하지 않았다.

참으로 뻔뻔스럽기 이를 데 없는 집단이다.

게다가 그때 죽은 자들의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당연히 네티즌들의 엄청난 욕을 먹었다. 그리고 재판에서 패소했다.

“기거이 당연한 일입네다.”

김정은은 마치 자기 일인 양 무릎까지 친다. 이에 장성택이 거든다.

“공화국 사람이 그랬다면 그들은 전부…….”

뒷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분개해하는 모습이다.

“네, 그래서 저는 이 종교의 폐해 때문이라도 이실리프 자치구에 그런 종교인들을 들여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러시라요. 올바른 판단입네다.”

“그런 면에서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이 제게 필요합니다. 물론 종교 때문에 수용된 사람들은 보내지 마십시오. 이실리프 자치구는 종교가 없는 지역이 될 테니까요.”

현수의 말에 장성택이 그건 아니라는 표정이다.

“그래도 종교가 없어디딘 않을 터인데……. 공화국에서도 엄히 금함에도 지하에서 됴금씩 세를 넓혔습네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실리프 자치구에선 누구든 포교 활동을 하면 즉시 추방한다는 규칙을 세우려 합니다.”

“기래요? 기래도 기건만으론…….”

이번엔 우려된다는 표정이다.

“걱정 마십시오. 이실리프 자치구엔 어떠한 형태이든 종교와 관련된 시설 및 시설물을 불허할 겁니다.”

“기렇다면 내 한 가디만 물어보갔소.”

장성택의 발언이다.

“네, 말씀하십시오.”

“누군가 단군 상을 만든다면 그건 어쩌겠소?”

“그건 괜찮다 생각합니다. 그분은 우리의 조상이십니다. 따라서 단군은 신앙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누군가가 만들 게 아니라 제가 곳곳에 모셔놓을 겁니다.”

“기래요? 왜디요?”

장성택의 물음에 현수는 웃음 띤 얼굴로 대꾸했다.

“우리의 뿌리를 잊지 말자는 뜻이지요.”

“……!”

김정은과 장성택, 그리고 장정남은 잠시 대꾸하지 않았다. 현수가 방금 한 말에 뭔가 뜻이 있다고 느낀 때문이다.

“어떻습니까? 제게 필요한 인원을 보내주시겠습니까?”

“그 문제는 우리끼리 조금 더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습네다. 시간을 주시라요.”

“알겠습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셋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묻는다.

이때 조용히 곁만 지키던 까차가 나선다.

“이제 모든 사안에 대한 설명이 끝난 것 같군요. 일단 차얀다 가스전으로부터 오는 파이프라인 공사에 대한 조인서 작성 먼저 하시죠.”

“그렇디요. 그거 먼저 합시다. 김현수 동지께서 공화국의 요구를 거의 모두 수용해 주었으니 당연히 그래야디요.”

장성택이 동의를 구한다는 듯 김정은을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인다.

“미스 브레즈네프, 조인서 양식은 다 만들어 오셨습네까?”

“물론입니다. 여기 있습니다. 읽어보시지요.”

서류를 건네받은 간부들이 읽기 시작한다.

한국어와 영어, 그리고 러시아어로 기록된 문서를 읽는 동안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참으로 치밀한 조인서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미스 브레즈네프, 참으로 치밀합니다. 어느 한구석 흠잡을 곳이 없습네다.”

“호호, 말씀 고맙습니다.”

장성택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까차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장성택의 말처럼 조인서의 내용은 완벽했다.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헤아려 놓았고, 그에 대한 세부 방안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그야말로 공평무사하다.

그렇기에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겉보기에 그런 것이다. 깊숙이 들어가 보면 현수가 조금 더 유리하다. 이를 숫자로 표현하자면 55:45 정도이다.

현수 쪽 사람이니 당연한 일이다.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 조인식은 카메라 앞에서 치러졌다. 공식적인 행위이기에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이다.

이번 조인에 대한 발표는 현수가 남한에서 발표하는 시각을 북한에서 맞춰주는 것으로 매듭지어졌다.

러시아 역시 같은 시각에 차얀다 가스전 개발 공사가 누구의 손에 떨어졌는지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얻은 가스는 러시아 내수 및 지나 PNG(Pipe―line Natural Gas) 공급용으로 계획되었다. 그런데 지나 대신 북한과 남한으로 파이프라인이 돌려지는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보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다. 분통 터지겠으나 어쩌겠는가!

한국엔 김현수가 있고, 지나엔 그런 인물이 없을 뿐이다.

“우리 이제 인연이 되었으니 앞으로 잘해 봅세다.”

“물론입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남북한의 경제 협력이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지요.”

현수와 김정은은 굳게 악수를 했다.

“김현수 동지가 큰 축이 되어주시라요.”

“네,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사인된 조인서를 서로에게 건네며 악수를 했다. 둘 다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역사책에 기록될 커다란 일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기나저나 김 사장 동무래 능력이 참으로 대단하십네다.”

장성택이 환히 웃으며 손을 내밀며 한 말이다. 어찌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가!

손대는 일마다 초대형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너무나 쉽게 대형 공사를 수주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 것이다.

“네? 아,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공화국을 위해서도 일해주시라요.”

“당연히 긴밀히 협조를 할 겁니다. 숙천유전과 평안남도 안주군 입석면 일대에 조성될 이실리프 석유화학단지 때문이라도요. 안 그렇습니까?”

“하하! 기야 기렇디요. 자자, 이제 하나는 이루어졌으니 골치 아픈 일일랑 잠시 잊고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십시다.”

김정은의 말에 현수 역시 웃음 지었다.

“기대됩니다. 하하하!”

“자, 그럼 가시디요.”

김정은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서자 나머지 모두 일어선다. 그리곤 따로 마련된 연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면에 무대가 있고 아래엔 긴 탁자가 있다. 물론 그 위엔 갖가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진설되어 있다.

짝, 짝, 짝, 짝, 짝―!

김정은과 현수가 들어서자 대기하고 있던 인원이 일제히 박수를 친다. 권력 서열 20위 안에 드는 사람들이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좌측엔 장성택, 우측엔 현수가 앉았다.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네다. 거나하게 한번 취해 봅세다. 나머지 일은 내일 상의하자구요.”

“하하! 네, 좋습니다.”

현수가 웃음을 지어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 잔에 술을 따른다.

모두의 잔이 채워지자 김정은이 벌떡 일어난다.

“자! 우리 공화국의 영원한 발전을 위하여!”

“위하여!”

모두가 합창하듯 소리치고는 단숨에 잔을 비운다. 그리곤 곧바로 다시 잔을 채웠다.

“김현수 동지도 한 말씀하시디요.”

장성택의 발언이다. 원래는 공식적인 서열 2위인 장성택이 먼저 건배 제의를 하는 것이 격에 맞다.

그럼에도 현수에게 순서를 양보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하나는 까차다.

현수를 바라보는 눈빛이 왠지 예사롭지 않다. 시선이 현수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런 그녀의 눈빛은 매우 부드럽다.

마치 사랑하는 애인을 바라보는 여인의 눈빛이다.

까차의 증조부는 장성택이 존경하는 브레즈네프이다. 그렇기에 순서를 양보했다.

또 다른 이유는 오늘 체결된 조인이 엄청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화국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커다란 공사이다.

이 일은 장성택 본인이 주관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른 영향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본인에게 좋은 일이다.

그렇기에 기꺼이 건배 제의를 한 것이다.

아무튼 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건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위하여!”

단숨에 잔을 비웠는데 안주 먹을 틈도 주지 않고 또 잔을 채운다. 이번에 일어선 이는 장성택이다.

“우리 공화국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김현수 동지와 로그비노프 대사님을 위하여!”

“위하여!”

세 번째 잔을 비우고서야 비로소 젓가락을 들어 안주를 집는다. 북한에선 이게 관습인 듯하다.

술은 독했다. 라벨을 보니 40도짜리 인풍술이다.

이 술은 자강도 강계지방 낭림산맥 골짜기에서 채취한 포도를 발효시켜 얻은 발효 즙을 증류하여 만든 것이다.

독한 술엔 고기 안주가 제격이다. 하여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갈비찜을 들었다.

“그거이 공화국에서 키운 토종 한우디요. 남조선에선 미국이나 호주에서 수입한 걸 먹디요?”

총정치국장 최룡해가 웃음 띤 얼굴로 묻는다.

“네? 아, 네.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급률이 쇠고기는 42.8%, 돼지고기 61.4%, 그리고 닭고기는 80.6%입니다. 나머진 모두 수입산이지요.”

“곡물은 어드레 합네까?”

“곡물 전체를 놓고 보면 자급률이 23.1%입니다.”

“남조선도 문제가 많구만요.”

현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실리프 자치구를 조성하려는 겁니다.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만 하면 남북한 모두 믿을 수 있는 청정 곡물과 신선한 육류를 섭취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현수의 말에 약간 떨어진 곳에 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한마디 거든다.

“게서 가축도 기를 것입네까?”

“네, 가축의 분뇨는 좋은 비료가 됩니다. 반대로 밀집이나 콩깍지 등은 가축의 사료가 될 수 있구요.”

“기래요? 땅이 넓으니 많이 기르겠습네다.”

“아마도요.”

현수는 명확히 얼마나 길러야겠다는 생각은 한 바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남북한과 몽골 전체의 수요는 100% 충당한다는 것이다.

광활하다는 표현이 딱 맞을 땅이니 사육 두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생산될 곡물이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국내 사육 한우는 300만 마리가 넘는다. 돼지의 경우는 1,0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이실리프 자치구엔 이보다 훨씬 많은 수를 사육할 것이다. 종류는 소, 돼지, 닭 이외에도 양, 염소, 말 등이다.

가축 사육은 경험자들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분야만큼은 남한의 축산 농가 사람들을 대거 영입할 생각이다. 물론 종교인들은 배제된다.

2장 새벽에 일어난 일

“우리 공화국에도 우수한 품종이 많습네다.”

“네, 잘 선별하겠습니다.”

“이보라요, 김현수 동지!”

고개를 돌려보니 벌써 불콰해진 최영림 내각총리이다.

“아, 네. 말씀하십시오.”

“이실리프 자치구라 하는 곳은 어떻게 운영됩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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