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05화 (704/1,307)

# 705

그동안 구소련으로부터 진 빚으로 말미암은 이자가 신경 쓰였다. 웬만하면 떼어먹고 싶은데 상대가 러시아다.

게다가 러시아를 이끄는 수장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블라디미르 푸틴이다. 떼어먹을 마음을 품었다는 것만 알아도 사형 명령을 내릴 무시무시한 인물이다.

하여 형편이 어려우니 이자 지급을 조금 더 유예해 달라는 청원만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를 승인하면서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까지 완벽하게 탕감되었다.

물론 시일이 걸릴 일이고, 파이프라인 공사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의 일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조금의 불만도 없다.

기꺼이 협조할 생각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왜 안 하겠다고 하겠는가!

이 일이 남한 정부에서 주관하는 것이라면 생각해 볼 일이다. 현 정권과 협조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이 사업의 시행자는 러시아이고, 시공자는 천지건설이다. 그 내막을 들춰보면 푸틴이 현수에게 준 공사이다.

싫다고 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게다가 구소련으로부터 진 빚은 이제 잊어도 된다.

그래서 앓던 이가 빠진 양 개운하다. 마음을 짓누르던 큰 짐 하나를 덜었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뿐만이 아니다. 공사에 동원될 인부들에게 지급될 돈 가운데 45%는 공화국의 수입이다. 공사 규모나 기간을 따져보면 분명 적지 않은 액수이다.

근로자들의 임금에서 45%나 떼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큰 착취인 듯하다.

남한의 급여 체계를 보면 근로소득세라는 것이 있다. 연간 수입액이 3억을 초과하면 이 중 38%가 원천징수된다.

그리고 연말정산을 할 때 각종 공제를 받아 이 중 일부를 돌려받는다.

이 밖에 건강보험료 2.945%가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0.2%이다. 국민연금은 4.5%이고 고용보험료는 0.65%이다.

이걸 다 합치면 8.295%이다.

38%에 이걸 합산하면 46.295%가 된다.

예를 들어, 현수의 현재 연봉은 60억 원이다. 기초공제 등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실수령액은 32억 2,230만 원이 된다.

국가별 고소득자 소득 세율을 확인해 보면 브라질 58%, 스웨덴 55%, 네덜란드 52%, 영국 50%, 이탈리아 46%, 일본, 프랑스 45% 등이다.

따라서 북한에서 45%를 떼는 것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적어도 그 사회에선 고소득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곧 시작될 숙천유전 개발 공사와 이실리프 석유화학단지 조성 공사, 그리고 사할린―3과 사할린―4로 말미암은 각종 공사를 생각하면 천지가 개벽하는 수준으로 느껴진다.

침체되어 있던 공화국이 활짝 기지개를 켤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의약품 문제, 비료 문제, 전력 문제, 식량 문제, 연료 문제까지 거의 모두 해결될 예정이다.

일은 현수가 하지만 치적은 본인의 것이 된다.

통치자이기 때문이다. 그간 발목을 잡고 있던 여러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본격적인 군부 장악 행보에 나서도 된다.

지금은 고모부인 장성택의 뜻에 따라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군부 장악만 잘되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 아버지나 할아버지 못지않게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려면 현수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열쇠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기꺼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접대한 것이다.

“오늘은 숙천유전과 유화단지 조성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기래야디요. 아암요! 자자,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김정은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들어갔다. 벽면 가득 커다란 지도를 걸어놓았다.

‘전략군 미 본토 타격 계획’이란 글씨가 선명하다.

지도엔 굵은 선이 그려져 있다. 북한으로부터 하와이와 미국 본토 곳곳으로 연결되어 있다.

누가 봐도 장거리 미사일 공격 계획이다.

김정은은 현수가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웃음을 머금는다.

“자, 앉으시라요.”

“네. 그런데 지도가 참 인상적입니다.”

“아! 저게 기렇게 보였습네까?”

이 지도는 북한에 의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김정은의 집무실을 공개하는 사진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타격 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는 북한만이 알 일이다.

아무튼 인천공항에서 미국 LA까지 거리는 5,968마일이다.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9,604㎞이다.

이 먼 거리를 이동시키려면 연료도 많이 소모되지만 시간 역시 오래 걸린다.

발사 후 몇 초가 지나면 미국은 궤도 계산을 끝낼 것이다.

다음은 신형 패트리어트 미사일 PAC―3를 포함한 MD System에 의한 요격이 진행된다.

그런데 불행히도 탄도탄에 대한 요격율은 그리 높지 않다. 하여 타격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여 100% 요격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구형 패트리어트의 요격율은 대략 40% 이내였다. 신형은 이보다 업그레이드 된 것이니 가능성은 40% 이상이다.

다음은 무지막지한 반격일 것이다.

아무튼 북한의 공격은 운이 좋고 나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그런데 거의 복불복 수준이다.

이에 비해 텔레포트 마법은 너무도 효율적이다.

언제든 원하는 장소에 핵폭탄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을 떠나 워싱턴 상공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이다. 상대는 핵폭탄이 머리 위에 온다는 것을 알아차릴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조짐조차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착 즉시 타이머가 작동되도록 해놓으면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런 징후도 없다가 갑자기 허공에서 핵폭탄이 생겨나고, 나타나자마자 터지는데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미국이 애써 준비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미국이 맥없이 당하는 것이다.

아무튼 북한은 지금껏 미국과 힘겨루기를 했다.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 애썼다.

물론 체제 유지를 위한 발버둥이다. 벽에 걸린 지도를 서방 언론에 공개한 것 역시 그런 맥락이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에선 ‘미 본토 타격 능력이 있는 것처럼 안팎에 선전하려 비밀스러워야 할 회의 내용까지 의도적으로 연출해 드러낸 것’이란 분석을 하였다.

“회담에 앞서 어제 이야기된 것에 대한 우리 측 답변부터 하갔습네다.”

“네, 말씀하시지요.”

“수용소에 있는 인원 가운데 공화국의 안위와 관련된 자, 그리고 종교로 인한 자들은 제외하고 보내갔습네다. 부디 잘 간수하시라요.”

“아,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현수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적지 않은 인력이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그들에 대한 처우부터 이야기하시디요.”

“네, 그러시죠. 저희는…….”

잠시 현수의 의중이 설파되었다. 그리고 결론이 내려졌다.

1. 북한에서 보내준 인원은 이실리프 자치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각별히 조치를 취한다.

2. 근로자에 대한 급여는 지불하지만 공화국은 그로부터 아무런 이득도 취할 수 없다.

3. 공화국은 이실리프 자치구에서 생산된 각종 곡물과 육류 및 가공 식품과 공산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 받는다.

4. 이실리프 자치구로 보내진 인원 가운데 원하는 자는 다시 공화국으로 복귀시킨다.

5. 공화국이 요구하는 자는 언제든 복귀시킨다.

맨 마지막 항을 제외하곤 딱히 불리한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기꺼이 합의한 것은 북한에서 사람들을 다시 보내라는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용 인원 대부분을 보내고 나면 북한은 한결 가뿐해진다. 나중의 일이지만 이실리프 자치구로 보내지는 인원은 약 80만 명이다.

수용 인원뿐만 아니라 처치 곤란한 빈민들을 같이 보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소비하던 각종 물품의 양이 상당하다.

그걸 더 이상 공급하지 않아도 되니 가뿐해지는 것이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수용소가 폐지된다. 물론 중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다스릴 몇몇 곳은 남겨둔다.

더 이상 사용치 않게 되는 건물은 각종 공산품을 생산해 내는 공장 등으로 활용될 것이다.

문제는 공장으로 개조할 자금과 기계 및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현수는 제반 장비 등을 제공할 테니 각종 소재와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권유했다.

공화국은 토지와 건물을 대고 이실리프 상사는 자본과 생산 설비를 제공하니 지분은 5:5로 나누기로 했다.

이는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걸 대체하기 위함이다.

남북한의 경제 협력이 심화될수록 전쟁의 위험은 줄어든다. 아울러 낙후된 북한 경제는 나아진다. 이는 통일이 될 경우 발생될 비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과 장성택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북한에서 생산된 각종 소재와 부품은 내수에도 사용된다.

그보다는 이실리프 무역상사를 통해 남한으로 수출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에 찬성한 것이다.

내수에서도 이익이 발생되지만 남한으로 보내는 것에서 더 큰 이득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서 일할 사람들은 일반인이다.

이실리프 자치구 개발을 위해 보내질 인력이 아닌 것이다.

그들은 자치구 개발 상황에 맞춰 보내주기로 했다.

현재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므로 받아들이는 즉시 동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원만하게 진행되었다.

“자, 점심 먹고 합세다.”

김정은이 말을 하며 시계를 본다. 1시가 넘었다. 이야기하며 의논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것이다.

“시간이 벌써 이케 되었구만요. 갑세다.”

“네, 그러시죠.”

김정은 일행과 점심을 먹고는 다시 집무실로 향했다. 그리곤 숙천유전에 관한 여러 의견을 나누었다.

하지만 결론이 난 것은 별로 없다. 시간이 더 흘러야 시작될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숙천유전의 지분에 관한 잠정적 합의가 있었다.

개발 비용 및 기술을 대는 대신 현수의 지분은 50%이다. 다시 말해 생산량의 50%가 현수의 것이 된다.

이실리프 석유화학단지의 경우는 워낙 많은 자본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런데 북한은 땅을 제공하는 것 이외엔 딱히 기여하는 바가 없다.

그렇기에 공화국 지분은 20%이다.

천지그룹은 일정 부분 자본을 출연하면 10%까지 할애할 생각이다. 러시아 정부는 각종 자재와 기술진 파견 등의 조건으로 10%의 지분을 갖는다.

이는 일종의 보험이다. 미국이나 지나, 또는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이다.

나머지 60% 중 50%는 현수의 것이고 10%는 현수가 알아서 배분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회담을 마치고 나니 저녁이다.

만찬을 나누고 백화원 영빈관으로 되돌아왔다. 로그비노프 북핵 담당 특임대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회담이 조금 길었던 모양입니다.”

“네, 이실리프 자치구 문제로 이야기가 좀 많았습니다.”

“그랬군요. 워낙 큰일이니 그랬을 겁니다.”

로그비노프는 충분히 짐작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내 말을 잇는다.

“잠시 제게 시간을 할애해 주실 수 있는지요?”

전에 없이 정중하고 깍듯하다. 어찌 모르겠는가!

본국으로부터 긴급 훈령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수의 예상이 맞다.

어제 로그비노프는 본국에 긴급 연락을 했다. 그런데 푸틴이나 메드베데프와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다 오늘 오전에 비로소 메드베데프와 통화가 되었다.

통화하는 동안 현수가 했던 말의 진위를 물었고, 모두 사실임을 확인받았다. 아울러 국빈에 준하는 인물이므로 각별히 보호하라는 훈령을 받았다.

또한 러시아가 현수를 어찌 생각하는지를 공화국 요인들에게 단단히 주지시킬 것도 지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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