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8
이전에 현수가 전달했던 대통령의 친서는 내용이 뭔지 모르지만 씹힌 듯하다. 그런 뉘앙스가 느껴진 것이다.
남한의 언론 중 일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일이 발생될 때마다 북한을 언급한다. 남북 대치 국면을 유도해 내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 판단하는 때문이다.
그것으로 부족하면 연예인들의 추문 내지는 스캔들을 터뜨려 정국 전환용 물타기를 시도한다.
참으로 치졸하고 파렴치한 언론이다.
이런 자들이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의 중심이니 대화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왕정이었다면 진즉에 폐간당하고 사주 및 주필 등은 능지처참 당했을 것이다.
아무튼 북한의 전쟁 위협이 상존해서 좋을 일은 없다.
그로부터 벗어났음을 확인했으니 대통령은 현수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청와대를 나서니 국정원 요원이 다가왔다. 북한 내부 사정을 알고 싶으니 협조해 달라고 했다.
말로는 협조라 했지만 현수가 느끼기엔 강요였다. 그들을 따라 모처로 이동하여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주었지만 상당히 불쾌한 경험이다. 피의자도 아니건만 유도신문을 한 때문이다.
현수가 고의로 북한을 감싸는 듯하다며 그럴 필요 없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을 나선 현수는 오기가 돋았다. 하여 통일부까지 방문했다. 기다렸다는 듯 여러 가지를 묻는다.
상당히 불쾌한 내용도 많았지만 애써 참아냈다.
그러고 나니 늦은 오후가 되었다. 회사에 갈까 하다 귀가했다. 이틀이나 자고 왔으니 지현이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예상대로 반색하며 환히 웃는다.
같이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었다. 물론 신혼부부라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게 피곤했는지 지현은 잠이 들었다. 하여 서재로 나와 드미트리가 작성한 보고서를 읽은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였으니 일단 한번 가볼까?”
현수는 한송모텔의 좌표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좋아, 가보지.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안개처럼 스러졌다. 그리고 몇 초 후 인천에 소재한 한송모텔 옥상 위에 드러나는 신형이 있다.
물론 현수이다.
“여긴가?”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에서 네온사인이 명멸하고 있다. 유흥가 한복판인 모양이다.
“읏! 이런…….”
며칠 전 내린 눈에 발자국이 남은 때문이다. 발로 쓱쓱 문질러 흔적을 지웠다. 그리곤 문을 열려는데 잠겨 있다.
“그래 봤자지. 언락!”
딸깍―!
나직한 소리와 함께 손잡이가 돌아간다.
삐이꺽―!
출입이 그리 많지 않았는지 경첩에 녹이 슨 모양이다. 복도 안쪽으로 들어가니 청소용 카트가 세워져 있다.
복도엔 희미한 조명뿐이다.
‘흐음! 애먼 사람까지 욕보게 할 순 없지.’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을 구현시키곤 방마다 확인했다.
첫 번째 방에서 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니 마작을 하는 모양이다. 둘째도 셋째, 넷째도 마찬가지다.
7층에 있는 열두 개의 방 모두 똑같다.
마작은 넷이서 하는 게임이다. 방이 열두 개이니 7층에만 최소 스물여덟 명의 지나인이 있다는 뜻이다.
아래층에도 내려가 보았다. 그곳도 마찬가지다.
6층부터 2층까지 확인했다. 1층엔 복도에 서서 떠드는 인간들이 있어 확인하지 않았다. 그들도 지나인이다.
아무튼 2층부터 7층까지 총 72개의 방에 최소 네 명씩 있다. 이 인원만 288명이다.
드미트리가 작성한 보고서에 의하면 정림 휘하 삼합회 조폭은 300명이 넘는다고 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부분이 있는 셈이다.
‘쳇! 준비를 하고 올걸.’
아공간에 이들을 가둬둘 컨테이너가 있다. 일본에 갔을 때 재특회 회원들을 가둬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재엔 쓸 수 없다. 가둬둘 공간은 있지만 그들이 호흡할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되었군. 그나저나 흑룡이란 놈은 여기 없나? 정림도 그렇고.’
아래층으로부터 위층으로 올라가며 또 확인해 보았다. 이곳엔 조직원만 있을 뿐 정림과 흑룡은 없다.
“흐음, 니들에 대한 정리는 다음에 하지. 내친김에 부산에도 가보자.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또 한 번 스러졌다. 유흥가가 밀집한 남포동으로 사라진 것이다.
‘여긴…….’
이번에 내려선 곳은 ‘팽고팽고’라는 나이트클럽의 옥상이다. 네온사인 때문에 번쩍번쩍거린다.
아래층에서 울려 퍼지는 요란한 음악 소리가 발바닥으로 전달된다. 아직 영업시간이니 밑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쿵쿵쾅쾅! 쿵쾅쿵쾅! 쿵쿵쿵쿵! 쿵쿵쾅쾅……!
아래로 내려가니 예상대로 난리법석이다.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곤 면면을 살폈다.
드미트리의 보고서에 의하면 부산을 거점으로 한 죽련방은 팽고팽고를 기준으로 활동한다.
한국말에 능숙한 조선족들이 많다. 이들은 팽고팽고를 찾은 손님들에게 마약을 팔아 거금을 챙긴다고 했다.
당연히 발본색원해야 할 대상이다.
엿듣기 마법으로 룸마다 확인했다.
지하까지 두루 돌아다니며 확인한 바에 의하면 죽련방 조직원들은 그리 멀지 않은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실제는 고시원으로 위장한 조직원들의 숙소이다.
조직원의 숫자는 대략 250여 명이다.
죽련방의 동태를 살피곤 목포로 이동했다. 신이안파의 상황을 살핀 것이다. 그곳 역시 250여 명이 암약 중이다.
다음은 안산이다.
이곳에 거점을 둔 14K파 조직원은 200명이다. 이들은 현재 태국 폭력 조직인 ‘딸라 따이파’와 전쟁 중이다.
현수가 당도한 시각은 딸라 따이파 조직원들과 혈투를 벌이던 때였다. 인원수는 6:8로 14K파 조직원이 많았지만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딸라 따이파가 휘두르는 흉기 때문이다. 상대를 모두 죽여 없애야 한다는 듯 흉포했다.
잠시 이들의 혈투를 보고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삼합회뿐만 아니라 딸라 따이파 같은 외국인 범죄 조직 역시 제거해야겠다는 것이다.
텔레포트로 귀가한 현수는 인터넷을 뒤져 외국인 폭력 조직에 관한 자료를 검색했다.
이태원엔 나이지리아인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가리봉동은 조선족 및 지나인들이 장악했다.
파출소의 경찰관들은 늘 방검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이다. 수시로 흉기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박장, 유흥업소, 성 매매업소 관리, 마약 밀매, 인신 매매, 신용카드 위변조까지 하고 있다.
경찰 조사 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조직은 14개국 65개파 5,000여 명이다.
군소 조직 및 미확인 조직을 제외한 것이다.
내국인 폭력 조직은 200여 개 파 5,500여 명이다. 이 숫자는 경찰이 관리 대상으로 삼은 자들만 파악한 것이다.
따라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추측된다.
“흐음, 언제 이렇게 많이 들어왔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를 확인해 보니 2013년 7월 현재 144만 5,000여 명이다.
이들에 의한 범죄도 빈번하다.
폭력 8,408건, 지능범죄 3,187건, 절도 1,682건, 강간 등 성범죄 355건, 마약류 233건, 강도 188건, 살인 87건이다.
이에 대처할 경찰의 외사 인력은 1,000명 안팎이다.
경찰관 1인당 외국인 1,445명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광주, 대전, 강원, 충남, 전북, 경북 등 여섯 개 지방경찰청의 경우에는 국제범죄수사대가 설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외국인에 의한 범죄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심각하군. 세금 걷어서 다 어디에 쓰기에… 쯧쯧쯧.”
현수는 나지막이 혀를 찼다. 정부는 온갖 뻘짓으로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 다시 말해 꼭 쓰여야 할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돈을 퍼붓는 중이다.
겨울철만 되면 곳곳에서 확인되는 보도블록 교체 작업은 애교에 속한다.
하루 교통량이 7∼8대밖에 되지 않은 우회도로 개설에 수백억을 썼다. 그리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정부 홍보 책자 발간에 146억이나 쓰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다. 어떤 지자체에선 이용객도 별로 없는 경전철 사업에 1조 이상을 쏟아부었다.
중앙정부는 아무 효과도 없는 토목 공사만 잔뜩 벌였다.
대표적인 게 4대강 사업이다. 무려 30조원이나 쏟아부었지만 결과는 없다. 자연만 훼손되었을 뿐이다.
“자기 이익만을 위해 정치하는 놈들, 그리고 썩어빠진 공무원들도 싹 쓸어버려야 하는데. 흐으음!”
현수는 이맛살을 찌푸린 채 나지막한 침음을 토했다. 나설 것인가 말 건가를 고심하는 것이다.
나서려고 마음먹는다면 앞으로 엄청나게 바빠질 것이다.
사회의 부패한 부분을 모두 도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이 그러하듯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 역시 믿을 수 없는 집단이다.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분도 많겠지만 차라리 없는 것이 나을 놈도 많다.
특히 상층부가 그러하다. 다시 말해 고위직 공무원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이다.
이들의 범죄 행각을 밝혀내 봤자 사법부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것이다. 그건 대놓고 떵떵거리며 선량한 국민을 무시할 소지를 조성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사부재리원칙 때문이다.
사법부가 있는 자에겐 너그럽고 없는 자에겐 잔혹한 이유는 본인들도 같은 패거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 정화를 하기로 마음먹으면 지옥도, 연옥도, 징벌도와 같은 곳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거의 날마다 그들을 생포하기 위한 작전에 나서야 한다.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숫자도 엄청날 것이다. 어쩌면 10만 단위를 훌쩍 넘을 수도 있다.
2013년 9월 현재 한국의 인구수는 51,098,531명이다.
이 중 10만은 0.2%에 불과한 숫자이다. 전체로 따지면 500분지 1 정도 된다.
다시 말해 인구 500명당 1명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마땅할 정도로 나쁘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은 가계당 무선통신비 지출 1위 국가이다. 아울러 아시아 선진국 중 부패지수 1위국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일본, 호주, 홍콩 등에 비해 2∼3배 더 부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심지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더 부패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PERC5)가 발표한 ‘2013 조사 보고서’에는 한국의 부패에 대해 다음과 언급되어 있다.
● 한국 부패의 뿌리는 정치·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부까지 뻗어 있다.
● 부패 정도는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부패는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 한국의 어느 정권도 가족이나 측근이 부정부패와 연루되지 않은 적이 없다.
●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부패에 둔감한 한국의 도덕관이 ‘국경을 넘어선 부패’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가운데 ‘국경을 넘어선 부패’라는 말은 한국 기업이 벌이는 해외 사업에서의 부정부패 형태를 아우르는 말이다.
한국이 부패까지 수출하고 있다니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부패한 자들을 솎아내면 대한민국은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된다.
아울러 남은 자들에겐 경각심이 부여된다.
5장 나쁜 놈들이 가게 될 곳
처음에는 잘 모르겠지만 실종자 수가 늘어나면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이 파악될 것이다.
남은 자들은 부패 행위와 연루되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죄 짓지 않고 살려고 애쓸 것이다.
“흐음, 해야 하나?”
현수의 고심이 깊어졌다. 이 일을 하려고 나서면 손발이 되어 일하고 비밀을 엄수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엄규백 팀장 같은 사람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것이다.
그들에게 납득하게 설명하더라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개인적 처벌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