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12화 (711/1,307)

# 712

“아! 그래요?”

겉장을 넘기자 연구원들의 사진과 이력이 보인다. 아울러 어떻게 포섭되었는지도 기록되어 있다.

다음 장을 넘기자 이들이 처벌 받지 못하도록 힘쓴 자들의 명단이 있다. 고위공무원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다.

명단 가운데 여당 사무총장 박인재의 성명도 보인다.

“흐으음! 그렇겠지.”

세정캐피탈로부터 뇌물이나 받아 처먹는 놈이니 이런 일에 연루되어 있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정계, 재계 할 것 없이 친일, 친미, 친지나 인사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공무원들도 그렇고요.”

현수의 나직한 탄식을 들은 엄 팀장의 말이다.

“이들을 고발할 경우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현수의 시선을 받은 엄 팀장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듯 즉답한다.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더라도 무혐의 처리될 겁니다.”

“왜죠?”

“그건 말씀 안 드려도 아실 듯합니다.”

“……!”

현수는 대꾸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에도 매국노가 우글거린다는 뜻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그렇다 하여 그냥 놔둬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안타깝게도 현재로썬 방법이 없습니다.”

대꾸하는 엄 팀장이나 배석해 있는 세 사람이나 모두 분개해하는 표정이다.

“법으로 안 되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겠군요.”

“네?”

모두들 고개를 번쩍 든다. 무슨 뜻이냐는 표정이다.

“이들은 매국노에 준합니다. 그런데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적 처벌은 어떠냐는 뜻입니다.”

“그건……!”

넷 모두 대꾸하지 못한다. 잠시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엄 팀장의 사람됨은 짐작된다. 하지만 나머지 셋은 오늘 처음 보았다. 당연히 신뢰도 0%이다.

이들의 됨됨이가 어떤지 따져보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매국노들은 잘 먹고 잘살 것이다.

점점 더 부자가 될 것이고, 더 강한 권력에 가까이 가게 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온갖 악행을 자행할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다.

“오펜시브 참!”

현수의 입술이 달싹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마나가 넷을 감싼다. 그 즉시 형형한 정광 속에 진한 호감의 빛이 감돈다.

마법이 제대로 구현된 것이다. 원래는 절대 충성 마법을 걸려고 했다. 그런데 너무한 거 같아 줄인 것이다.

“여러분께 첫 번째 임무를 부여합니다. 이들의 위치를 파악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더없이 호감 가는 사람으로부터 부탁받은 기분이 든 때문이다.

“아울러 새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조사도 부탁드립니다. 스스로 집필진 명단에서 빼주길 원했던 사람들은 일단 제외합니다. 조사가 완료되면 즉시 보고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좋습니다.”

엄 팀장 일행과 헤어진 현수는 여러 생각을 했다.

사회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게 과연 옳은 결정인가에 대해 반문해 본 것이다.

“그래, 고름은 결코 살이 안 돼. 도려내는 게 마땅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기 확신을 굳건히 했다.

* * *

“미스터 드미트리!”

“네, 보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삼합회를 지울 생각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시해 주십시오.”

잠시 놀란 표정을 지은 드미트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현수를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전직 스페츠나츠 요원으로부터 저격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해선 안 될 짓을 했으니 당연히 제거해야 한다.

“미스터 드미트리! 나는 죽련방, 14K파, 신이안파만 제거하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럼……?”

“대한민국에서 활동 중인 모든 외국인 폭력 조직을 제거할 생각입니다.”

“네에?”

드미트리의 눈이 커진다.

본인이 이끄는 레드마피아는 어둠으로부터 벗어나는 상황이다. 이실리프 무역상사 등에 취직되는 중이다.

일부는 가칭 이실리프 자원이라는 회사로 배속되는 중이다. 차얀다 가스전 공사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하여 활동 중인 레드마피아는 없다. 음지에서 양지로 모두 자리를 바꾼 때문이다.

이전엔 인터걸을 공급했고, 불법 무기도 팔았다. 대마와 같은 마약도 취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간 행했던 모든 행위를 멈췄을 뿐만 아니라 팔았던 마약과 무기를 회수하는 중이다. 무용수나 웨이트리스로 취업시켜 준다고 꾀어 데리고 왔던 인터걸들은 빼내고 있다.

이런 레드마피아를 빼고도 외국인 폭력 조직원 수는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들 모두를 제거하겠다고 하니 놀란 것이다.

“보스, 숫자가 많다는 건 아시지요?”

“물론입니다. 하지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우선은 삼합회입니다. 다음은 야쿠자입니다.”

“삼합회는 저번에 보고서를 드렸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흑룡방이 빠져 있더군요.”

“흑룡방이라니요?”

“세정파라는 국내 조폭에게 마약을 공급하던 삼합회 하부 조직입니다. 분명 어딘가에 머물고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조사하죠.”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만 확인하면 됩니다. 일체의 폭력 행위는 금합니다.”

“그럼 어떻게……?”

드미트리는 한국에 꽤 오래 머물렀다. 그렇기에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

전쟁을 각오하지 않은 이상 삼합회를 발본색원할 수 없다.

상대가 무기를 휘두르는데 어찌 맨주먹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는 지나 어부들도 해경을 향해 서슴없이 흉기를 휘두른다. 따라서 삼합회 조직원들을 잡아들이려면 총기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 사망자라도 생기면 심각한 외교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다.

지나는 노리는 바를 이루기 위해 억지를 부릴 것이다. 예를 들어 이어도에 대한 점유권 인정 등이다.

한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면 경제 보복이란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다.

한국으로선 바라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는데 지나와의 경제 마찰은 고랑을 더 깊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행범이 아닌 이상 삼합회 조직원들을 공권력이 나서서 잡아들이겠다고 나설 수는 없다.

그럼에도 외국인 폭력 조직을 제거하겠다고 하니 어떤 방법을 쓸 것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건 묻지 말고 있는 곳이나 확보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지시대로 하죠.”

뭔가 수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캐묻지 않아 좋다.

* * *

“저는 오늘 중대한 발표를 하려고 합니다.”

단상에 선 신형섭 사장의 표정이 상기되어 있다.

부하 직원 하나 잘 둔 덕에 세계 최고의 건설사 사장이 된 듯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 찰칵!

수없이 많은 셔터가 눌러진다. 신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당연히 플래시가 엄청나게 터진다.

방송사 카메라도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언론에 중대 발표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결과이다.

평소 같으면 강한 빛에 눈을 찡그리겠으나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다. 오늘은 기분 좋게 즐길 날이다.

잠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만끽한 신 사장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국내 방송사의 로고 대부분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외국 언론사에서도 많이 왔다.

미국의 ABC, NBS, CNN, MBS의 로고가 보인다.

일본의 NHK와 TBS도 있다. 지나의 CCTV도 왔다.

이 밖에 BBC, 로히터 통신, AFP 등도 보인다.

대한민국의 1등 건설사인 천지건설에서 어떤 대형 사고를 쳤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저희 천지건설은 동시베리아 야쿠티아 자치공화국의 차얀다 가스전 개발 공사 및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를 수주하였습니다. 이 공사는…….”

잠시 공사에 관련된 제반 사항이 설명되었다.

기자들은 너무도 엄청난 공사 규모에 깜짝 놀라면서도 부지런히 메모하고 있다.

배포된 보도 자료에 다 있지만 또 쓰는 모양이다.

그러는 동안 신 사장의 설명이 끝났다.

“참고로 이 공사는 당사 기획영업단 단장인 김현수 부사장이 단독으로 수주한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신 사장의 발언이 끝나자 앞에 있던 기자 하나가 손을 번쩍 든다.

“황해일보 강문철 기자입니다. 이번 공사의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천지건설이 단독으로 공사하는 겁니까?”

“천지건설이 전체를 관장하기는 하지만 단독으로 공사하기엔 너무 덩치가 큽니다. 하여 국내 건설사들에게 구간별 공사를 나눠 줄 생각입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강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북한 지역에도 우리 건설사들이 들어가서 공사합니까?”

“천지건설의 기술진만 들어갑니다. 다른 건설사의 입북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과의 합의는 이루어진 겁니까?”

누군가의 물음이다.

“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및 장성택, 장정남, 김영남, 최영림, 최룡해, 김격식, 김영철 등 고위 인사 전원이 동의한 일입니다.”

“아……!”

방금 언급된 인물은 북한 권력의 핵심이다. 이들과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만사형통이나 다름없다.

그렇기에 나직한 탄성을 터뜨린 것이다.

7장 통 큰 보너스

신 사장의 발언이 끝나자 멀찌감치 서 있던 기자가 손을 든다.

“H일보 강민경 기자입니다. 이번 공사 역시 김현수 부사장님께서 단독 영업하여 수주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김현수 부사장이 단독으로 협상하여 얻어낸 결과입니다.”

“진짜 대단한 공사를 수주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번에도 김현수 부사장님께서 특진하게 되시나요?”

“네? 그건…….”

신 사장은 대꾸하지 못했다.

부사장 위로는 사장과 회장밖에 없다.

일 계급 승진이면 본인이 물러나야 하고, 이 계급 특진이면 이창진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

사장과 회장은 각기 한 명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공사는 2계급 특진만으론 부족하다.

3∼4계급 특진을 시켜줘도 부족하다. 그런데 그런 직급이 없다. 그렇기에 대꾸하지 못한 것이다.

이때 강민경 기자의 추가 질문이 이어진다.

“어떻게 해서 이런 대형 공사를 수주하셨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은 없었습니다. 발표해 주십시오.”

“그건……!”

신 사장은 또 말끝을 흐렸다.

현수에게 대충 듣기는 했다. 그런데 수주한 게 너무 기뻐서 다 잊었다. 그렇기에 대답해 주지 못한 것이다.

하여 머뭇거리는데 누군가 손을 들며 입을 연다.

“CCTV의 하오청산 기자입니다.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와 한국으로만 연결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한반도로만 연결됩니다.”

“……!”

지나인 기자는 할 말을 잃은 표정이다.

차얀다 가스전에서 얻은 가스 중 일부가 지나로 보내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다 생각났다는 듯 추가 질문을 한다.

“김현수 부사장님은 잉가댐 공사에 이어 이번에도 우리 지나가 가져갈 공사를 가로챘습니다. 신 사장님께서는 그에 대해 어찌 생각하십니까?”

“네?”

신 사장은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때 사람들의 뇌리로 스치는 상념이 있다.

2013―2014 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미디어데이가 있던 날 허재 KCC 감독이 했던 말이다.

그날 네티즌이 SNS로 ‘지나 기자란?’이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허 감독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매너 없는 놈들이죠.”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지나 기자의 매너 없는 질문을 시원하게 받아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사람다운 대답이다.

어쨌거나 신 사장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자 중간쯤 앉아 있던 기자가 손을 든다.

“K일보 고봉산 기자입니다. 김현수 부사장님께서 이번에도 대박을 치셨습니다. 지난번엔 정년 보장과 연봉 60억 원을 약속하셨는데 이번 보상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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