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13화 (712/1,307)

# 713

“그건…….”

신 사장이 뭐라 대답하려는 순간 뒤쪽의 문이 열린다. 그리고 천지그룹 총괄 회장인 이연서 회장이 나타났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신 사장,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하면 안 되겠나?”

“네? 아, 그럼요. 물론입니다.”

신 사장이 한 발짝 물러서자 이 회장이 연단 앞에 선다.

“기자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배석한 기자가 아닌 국민에게 보내는 예이다.

“김현수 기획영업단 단장은 천지건설 부사장입니다. 아울러 우리 천지그룹의 차기 동력원이 될 천지기획 사장입니다. 이번에도 아주 큰 공사를 수주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더 높은 자리로 승진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 회장의 말에 모두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천지그룹 계열사 회장들은 모두 이 회장의 자식들이다.

큰 공을 세웠지만 자식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줄 수는 없다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회장의 발언이 이어진다.

“그렇다 하여 상을 주지 않을 수는 없겠지요?”

“그럼요!”

모두가 합창하듯 대꾸한다. 싱긋 미소 지은 이 회장이 발언을 이어갔다.

“그래서 김 부사장은 정년을 70세로 연장했습니다.”

이 회장이 잠시 말을 끊었다. 기자들은 어서 더 말하라는 표정이다.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여긴 것이다.

“연봉도 당연히 올려주어야 하는데… 현재의 다섯 배인 300억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와!”

기자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1년에 300억이면 월급이 25억 원이라는 소리이다. 하루에 8,333만 원이고, 시간 당 694만 원이다.

2014년 최저 시급이 5,210원이니 1,332배 이상이다.

물론 엄청난 세금을 떼게 되니 실 수령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어쨌거나 기자들이 입을 벌리고 있을 때 이 회장의 발언이 이어진다.

“아울러 섭지코지에 있는 유니콘 아일랜드의 저택 50채를 보너스로 지급할 계획입니다.”

“헐! 최고급 저택 50채가 보너스……?”

기자들 중에는 아직 자기 소유 집이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최고급 저택 50채를 준다니 입을 딱 벌린 것이다.

유니콘 아일랜드의 저택들은 아주 깐깐한 조건이 붙어 있어 쟁쟁한 사람들조차 분양 받지 못한다.

저택의 크기와 디자인, 위치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지만 가장 저렴한 것이 20억 원이다.

발표대로라면 최하 1,000억 원이 특별 보너스라는 뜻이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그렇기에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것이다.

여기에 쐐기를 박는 발언이 이어졌다.

“아울러 우리 천지건설의 주식 5%가 주어집니다.”

“우와! 대박!”

누군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다. 현재 건설사 시가총액 2위는 13조 3,248억 원인 H 건설이다.

시총 1위는 당연히 천지건설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가총액은 17조 2,627억 원이다.

H 건설은 외국인 지분율이 26.54%이다. 반면 천지건설의 경우는 2.1%밖에 되지 않는다.

이연서 회장이 계속해서 사들인 결과이다.

이전의 천지건설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건설사였다.

다른 건설사들처럼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고 고층 건물도 지었다. 물론 토목 사업도 병행했다.

하지만 실적이 좋지 못했다. 게다가 구색을 맞추느라 많은 직원을 거느려 이익률도 낮았다.

당연히 주가가 저렴했다.

당시 H 건설은 주당 62,800원이었다.

반면 천지건설은 5,710원에 불과했다. 하여 외국인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종목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그러던 중 잉가댐 공사를 수주하게 되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이 회장은 전력을 다해 주식 매입을 시작했다.

같은 시기에 잉가댐 및 수력발전소 공사 수주 소문이 증시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거의 모두 낭설로 여겼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국책 공사는 거의 모두 지나건축공정총공사가 수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정식 계약이 체결되었다. 그 즉시 주가는 상한가 행진을 벌이기 시작했다.

연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도 끼어들었다. 하루에 15%씩 가치가 상승하는데 어찌 가만히 있겠는가!

하지만 때는 늦었다.

이연서 회장이 시중에서 거래되던 주식을 거의 전부 매입한 뒤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연서 회장 및 아들들이 보유한 천지건설 지분은 68.3%이다. 나머지 중 20% 정도는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를 제외한 11.7% 중 2.1%가 외국인 지분이고, 9.6%는 개미들이 보유하는 중이다.

그리고 거래량은 미미하다.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 여기기에 내놓는 사람이 적은 탓이다.

아무튼 2014년 현재 천지건설의 주가는 228,400원이다. 무려 40배나 폭등한 것이다.

이연서 회장이 본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을 때 천지건설의 주가총액은 4,315억 원이었다.

그것의 5%이면 216억 원이다.

이것의 현재 가치는 8,630억 원이다. 현수가 받는 보너스가 8,630억 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차얀다 가스전 개발공사 및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를 수주했다는 보도가 나가면 또 한 번 상한가 행진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2013년, 코스피에 상장된 주식 상위 3사는 다음과 같다.

1위 : 롯데제과 → 1,711,000원

2위 : 롯데칠성 → 1,592,000원

3위 : 삼성전자 → 1,443,000원

천지건설의 주가가 여덟 배만 뛰어도 1위로 오르게 된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다.

차얀다 가스전 관련 공사 이외에 아제르바이잔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수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숙천유전 개발 및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 그리고 이실리프 유화단지 조성 공사도 뒤를 잇고 있다.

이 밖에 몽골과 러시아에 만들어질 이실리프 자치구 개발 공사가 또 있다. 한반도 전체 크기의 현장이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어마어마한 공사비가 소요된다.

이것 이외에도 에티오피아에 조성될 40,000㎢짜리 농장도 있다. 대한민국 영토의 40%쯤 되는 크기이다.

뿐만이 아니다.

아와사 지역까지 도로와 철도를 조성하는 공사도 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선 킨샤사로부터 반둔두 지역까지 이어지는 도로공사도 해야 한다.

물류를 수로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실리프 농장, 이실리프 축산, 이실리프 농산을 조성하는 공사도 있다.

인구 39만을 수용하기 위해 조성된 분당 신도시를 100개쯤 짓는 것보다도 더한 공사가 될 것이다.

이 밖에 콩고민주공화국의 제반 공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천지건설은 일감이 넘쳐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건설사가 되는 일만 남은 것이다.

따라서 주가는 폭등에 폭등을 거듭할 것이다.

최종적으론 현재보다 20배 정도 올라 주당 4,560,000원 선에 거래된다.

하여 이연서 회장으로부터 받은 주식의 가치는 17조 2,300억 원 정도로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엄청나게 통 큰 보너스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역사 이래 이런 보너스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튼 엄청나게 큰돈이다. 하지만 현수에겐 푼돈이다.

아공간에는 지나에서 가져온 2조 5천억 달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에서 가져온 1조 달러도 있다.

이 금액만 4,200조 원이다.

대한민국이 1년 예산의 열두 배보다 많고,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열 배보다도 큰돈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금괴도 담겨 있다.

조만간 금값이 폭등하게 될 것이므로 이것의 가치는 조 단위가 아니라 경 단위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돈에 대한 감각이 다소 무뎌져 있는 상태이다.

어쨌거나 주식을 준다니 웃는 낯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자, 오늘의 주인공인 김현수 천지건설 부사장 겸 천지기획 사장을 이 자리로 부릅니다.”

짝, 짝, 짝, 짝!

“와아아아아아아!”

기자회견 장소에선 웬만해선 박수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발표장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현수가 나타나자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명멸한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다.

찰칵, 찰칵, 찰칵, 차차차차찰칵!

잠시 포즈를 취해 주었다. 만면에 여유 있는 미소가 지어져 있다. 장소가 장소인 만큼 오늘 아침엔 지현이 골라준 짙은 감색10) 양복을 입었다.

흰색 와이셔츠에 와인색 넥타이를 맨 상태이다.

“험험!”

연단 앞에 서서 조심스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곤 발표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한 발짝 크게 물러나 정중히 고개 숙여 예를 갖췄다.

짝, 짝, 짝, 짝!

아까 같은 함성은 없었지만 박수 소리는 요란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실리프 무역상사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정기적인 교역을 하고 있지요.”

현수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기자들은 열심히 받아쓴다.

잉가댐 및 수력발전소 건설 공사보다도, 킨샤사―비날리아 간 고속도로 개설 공사보다도 더 큰 공사를 어찌 수주했는지 상세히 보도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위험에 처한 메드베데프를 도운 것이 인연이 되어 푸틴을 만나게 되고, 반군들의 공격을 받던 잉가댐 공사 현장까지 세스나기를 타고가 공수특전대처럼 작전을 펼친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이 이야긴 푸틴과 식사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이다. 그렇게 하여 안면을 익혔고, 신뢰를 쌓았다.

그 결과가 차얀다 가스전과 관련된 제반 공사 수주로 귀결되었음을 설명했다.

뭔가 논리의 비약이 있지만 세세한 부분을 따지고 들 수 없다. 현재의 대한민국엔 영웅이 없다.

야구 시즌이 아닌지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 관한 기사도 없고, EPL에서도 좋은 소식이 없다.

이런 상황에 전 국민을 들뜨게 할 커다란 공을 세웠으니 굳이 파고들지 않는 것이다.

발표가 끝난 후 세세한 부분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 두 시간쯤 이어졌다. 특히 북한의 수뇌부를 어찌 구워삶았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여 푸틴의 친서가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지나와 거리를 두고 있는 북한이기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왁자지껄했던 기사회견이 끝난 후 리셉션이 열렸다. 기쁨에 겨운 신형섭 사장이 베푸는 것이다.

“수고했네, 수고했어. 하하하!”

“하하, 네에.”

이연서 회장이 어깨를 두드려 주며 크게 웃는다. 신형섭 사장 역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부사장님, 회사를 위해 정말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아, 네. 임원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현수는 박준태 전무를 정중히 대했다.

전에는 견제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흔쾌한 기분이 든 때문이다. 이런 상념은 길지 못했다. 뒤를 이어 많은 임원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러 온 때문이다.

“휴우∼!”

기획영업단 단장실로 온 현수는 넥타이부터 느슨하게 풀었다. 새 와이셔츠인지라 약간 갑갑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메모지를 보았다.

“이건……!”

펼쳐보니 국세청장으로부터 온 메시지다.

직접 만나서 해명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자리에 없어 사과의 말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언제든 전화 한번 걸어달라며 휴대폰 번호를 남겼다.

번호대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네, 국세청장 이혁인입니다. 실례지만 뉘신지요?”

“저는 천지건설 김현수입니다. 메모를 남기셔서…….”

“아! 김 부사장님! 그렇지 않아도 언제 찾아뵈어야 하나 했습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뵈었으면 하는데 어떠십니까?”

“제가 조금 바쁘긴 합니다. 그래서 긴 시간은 못 냅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

“천지건설 사옥 근처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찾아뵈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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