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9
레옹, 니키타, 인터섹션, 그랑블루 등을 만들어낸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Luc Besson)이다.
모건 프리먼, 스칼렌 요한슨, 최민식이 출연하는 영화 ‘루시’의 감독이기도 하다.
“안녕하십니까? 세계 6대 난제를 풀어내신 대단한 수학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네. 저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유창한 불어에 놀랐는지 잠시 눈을 크게 뜬다. 그러더니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불어가 대단하군요. 역시 대단한 수학자답습니다.”
“하하! 네. 어쩌다 보니…….”
“AFP(Agence France Presse)에서 보도한 기사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네?”
“콩고민주공화국 잉가댐 건설 현장에서 반군들과 교전했던 사건 말입니다. 세스나기에서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면서요?”
“아! 네. 그땐 너무 다급한 상황이었는지라…….”
현수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뤽 베송 감독 때문이다.
“그때 그 사건을 재구성하여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떻겠습니까? 한번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그래요? 저야 뭐…….”
현수가 말을 이으려는데 베송 감독이 졸지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린 보안요원 넷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왜 잡아끌었습니까?”
“제가 초청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서 나가라고 하더군요.”
“뭐요?”
이번에 말을 한 사람은 베송 감독이 아니다. 이 파티의 주최자이자 이 호텔의 설립자인 로버트 드니로이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귀하를 보안요원들이 끌어내려 했다고요?”
“그, 그게…….”
현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미국은 한국과 다르다. 이런 실수는 곧바로 실직과 연관될 수도 있다.
비록 무례히 굴기는 했지만 직장을 잃게 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대답하지 않고 말을 얼버무렸다.
“나가서 대기하고 있게. 이따 끝나고 내 방으로 오고.”
“아, 알겠습니다, 보스!”
보안요원들이 물러나자 로버트 드니로가 고개를 숙인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아이고, 무슨 말씀을……. 단순한 착오였을 겁니다. 그러니 문책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마음씨가 훌륭하군요. 알겠습니다. 해고하진 않겠습니다. 그래도 약간의 훈계는 필요할 겁니다.”
“아, 네에.”
로버트 드니로까지 다가서자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그러는 동안 갖가지 정보가 삽시간에 공유된다.
천지건설 말단 직원이었는데 현재는 부사장이며, 초대형 공사를 연달아 수주한 영업의 귀재이다.
아울러 카리스마 풀풀 넘치는 카메오이기도 하다.
IQ 255로 세계 최고의 두뇌이며, 방금 전 모두가 감탄했던 노래를 작사, 작곡한 장본인이다.
향후 40년간 연봉 2,500만 달러가 보장되어 있으며, 회사로부터 7억 달러가 넘는 보너스를 받게 되었음도 알려졌다.
모두가 대단히 많은 돈을 버는 스타들이지만 7억 달러는 이들에게도 어마어마한 돈이다.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안젤리나 졸리의 연간 수입은 3,300만 달러, 제니퍼 로렌스는 2,600만 달러, 크리스틴 스튜어트 2,200만 달러이다.
7억 달러는 안젤리나 졸리가 20년간 벌어야 할 돈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30년이다.
세계 최고의 두뇌 소유자이며 엄청난 거부이다. 여기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음악적 재능까지 있다.
뿐만이 아니다. 아주 짧지만 신화창조 티저 영상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 또한 매력적이었다.
그렇기에 거의 모든 여인의 시선이 쏠려 있다.
“김현수님, 존경합니다.”
윌리엄이 깊숙이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춘다.
“당돌한 부탁이겠지만 제게 곡 하나만 써주십시오.”
“……!”
“여러 감독님으로부터 OST 제의를 받았습니다.”
“끄응!”
나직한 침음을 내자 감독들이 눈빛을 빛낸다.
현수가 작곡한 곡이라면 영화의 흥행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음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중 하나를 꼽으라면 프랑시스 레이(Francis Lai)가 있다.
영화 러브 스토리, 엠마뉴엘, 빌리티스 등의 영화음악을 담당한 작곡가이다.
또 하나의 인물은 영화음악 하면 떠오르는 엔니오 모리꼬네 (Ennio Morricone)이다.
영화 ‘미션’의 OST인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작곡한 인물이다. 이곡은 ‘넬라 판타지아’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밖에 황야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어페어,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영화는 주인공도 중요하지만 OST도 몹시 중요하다.
그렇기에 윌리엄에게 곡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답변을 기다렸다.
준다고만 하면 즉시 윌리엄을 스카우트하려는 눈빛이다.
부담스런 시선이 쏠리자 그로모프 교수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괜한 곳에 데리고 와 못 볼꼴을 당했고, 당혹스런 상황에 처하도록 한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윌리엄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초면이지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죠.”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는다.
‘끄으응!’
나직한 침음을 냈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잠시 후 현수는 여러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그러던 중 누군가 흰 종이와 펜을 건넨다.
“김현수님,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미스터 디카프리오. 물론입니다. 제게도 사인 한 장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도 물론입니다.”
현수가 사인해서 건네자 디카프리오가 환히 웃는다.
잠시 후 안젤리나 졸리와 제시카 알바가 왔다. 그녀들에게도 사인해 줬다.
“후와! 오늘 참 대단했습니다.”
“허허, 그렇겠습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내준 리무진을 타고 호텔로 되돌아가며 나눈 대화이다.
현수의 손에는 톱스타들과 영화감독들의 친필 사인지가 한 뭉텅이나 있다. 그들 각각에게도 현수가 해준 사인지가 있다.
리셉션장 분위기를 망치는 것 같아 교수와 현수는 중간에 빠져나왔다. 그때 쫓아 나오며 쪽지를 준 여인이 있다.
제니퍼 로렌스이다. 쪽지엔 휴대폰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언제고 시간이 되면 꼭 한번 대화하자며 건넨 것이다.
은근한 유혹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전화할 일은 없다. 제니퍼 로렌스가 미녀이긴 하지만 현수의 관심을 끌기엔 미흡하다.
카이로시아, 로잘린, 이리냐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쪽지를 건넨 사람은 제니퍼뿐만이 아니다.
스칼렛 요한슨, 밀라 쿠니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이 모레츠 등도 연락처를 건넸다,
이들의 공통점은 현재 배우자가 없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온 대단한 사내에게 호기심을 느낀 모양이다.
이 밖에 다수의 영화감독도 러브콜을 보냈다.
언제든 영화 출연 결심이 서면 연락하라고 한다.
대본을 고쳐서라도 카리스마 넘치는 현수를 등장시킬 생각인 것이다.
어쨌거나 그로모프 교수는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
“나 때문에 괜한 곤욕을 치러 미안합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겪는 법이지요. 저는 괜찮으니 마음 쓰지 마십시오.”
“역시 인품이 남다르군요.”
대인배라 느꼈는지 교수의 표정이 확 풀어진다.
“에구, 남세스럽네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호텔에 당도했다. 그리곤 또다시 수학적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아주 치열한 시간이었다. 그로모프 교수에겐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휴우∼! 이제야 하루가 끝났군.”
목을 조이던 넥타이를 풀었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켰다.
“이제 슬슬 나가볼까?”
룸을 나서며 택시를 불러달라고 했기에 로비를 나서자마자 탑승할 수 있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퀸즈에 있는 리조프 월드 카지노까지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차가 가는 동안 카지노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기사는 왕년에 도박에 미쳐 살았던 시절이 있다면서 절제를 이야기했다. 도박을 하지 않았다면 훨씬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면서 슬쩍 말린다.
그러는 동안 목적지에 당도했다.
“손님에게 행운이 있기를……!”
대개의 경우 나온 요금의 10∼15% 정도가 팁이다.
현수는 기사에게 100달러를 팁으로 줬다.
도박을 만류한 것에 대한 대가이며, 본인을 확실하게 기억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쨌거나 기대 이상의 팁을 받은 기사는 환히 웃음 지으며 손까지 흔들어준다.
리조트 월드 카지노에 발을 들여놓으니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위성사진을 이용하여 타임스 스퀘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수는 3,000달러를 칩으로 교환했다.
가장 먼저 자리한 곳은 블랙잭 테이블이다. 한 시간 동안 1,500불을 땄다.
다음엔 바카라 테이블로 옮겼다. 로봇이 딜링하는 곳도 있지만 예쁜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곳에서도 따고 잃고 반복하는 동안 1,500달러를 챙겼다. 그다음은 슬롯머신이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슬롯머신은 구형이다.
직접 코인을 넣고 슬롯을 잡아당겨야 한다. 실린더가 돌아가는 소리도 독특했다.
당첨되면 아래쪽에서 코인이 쏟아져 나왔다.
어쨌거나 이곳에선 500달러를 잃어주었다.
다음은 포커 테이블이다. 가볍게 20,000달러를 땄다. 그런데 막판에 두 명이 올인하는 바람에 판이 깨졌다.
딜러에게 100달러짜리 칩을 던져주곤 다시 블랙잭 테이블로 옮겼다.
바니 복장을 한 아가씨가 눈웃음을 친다. 탐스러운 유방을 절반쯤 드러내 손님들을 현혹시키는 딜러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또 돈을 땄다. 2,000달러를 따곤 다시 슬롯머신으로 향했다.
이번 기계는 수시로 코인을 토한다.
털털털털!
수박 세 개가 맞자 Payout Tray로 코인이 쏟아져 나온다.
털털털털털털!
불과 3분 후 또 코인이 쏟아진다. 이번엔 All 3 Bar이다.
슬롯머신 매니저가 슬쩍 다가왔다 간다. 이상한 술수라도 쓰는 게 아닌가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야 3분 간격으로 수북하게 코인을 토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 후 종업원의 도움을 얻어 코인의 일부를 칩으로 바꿨다. 남은 것으로 좌우의 슬롯머신까지 돌렸다.
혼자서 기계 셋을 상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털털털털!
털털털털털털!
털털털털털털털털털!
왼쪽은 수박이, 가운데는 2Bar가, 오른쪽은 7이 맞아서 코인을 토한다. 한참 동안 코인 토하는 소리가 이어지자 손님들의 시선이 쏠린다.
“우와! 엄청나게 재수 좋은 친구군!”
누군가 부럽다는 표정으로 한 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인을 쓸어 담았다.
잠시 후, 기계 셋이 또 토한다.
털털털털털털털털털!
털털털털털털!
털털털털!
7, 3Bar, 2Bar가 맞아서 열심히 토해놓는 소리다.
이것들이 나오는 동안 곁에 있는 것들도 작동시켰다.
단번에 수박 세 개가 맞는다.
털털털털!
“세상에! 미다스의 손인가 봐!”
누군가의 외침이다. 이 소리를 기점으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에는 슬롯머신 매니저도 끼어 있다.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함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인을 쓸어 담았다. 너무 무거워 들기도 힘들 정도이다.
종업원이 와서 또 칩으로 바꿔주었다.
반대편으로 자리를 바꿔 다른 기계의 동전들을 뽑아냈다.
그러는 동안 관제실에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현수가 어떤 꼼수를 부리는지 알아내기 위함이다.
하지만 어찌 알겠는가!
매지션스 마나필드라는 마법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환전 부탁합니다.”
“네, 손님! 현금으로 드릴까요, 아님 수표로…….”
“현금으로 주십시오.”
“네, 여기 있습니다.”
창구 안 여직원이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를 건넨다.
11장 노숙자 윌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