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2
“좋습니다. 일단은 그것부터 시작합시다.”
“보스……!”
윌슨의 눈에 눈물이 어리고 있다.
자신은 우연히 만난 노숙자이다.
그런데 기꺼이 음식과 술을 사줬고, 직업까지 주려고 한다. 게다가 집까지 준다. 산타클로스도 이런 선물은 못 준다.
그렇기에 이처럼 격동하고 있는 것이다.
“건물 매입이 우선입니다. 가격 절충은 미스터 윌슨에게 위임하지요.”
“네, 내일 아침 브로커 사무실을 찾아가겠습니다.”
“내일 오후 늦게라면 시간이 있습니다.”
“가급적 그 시간대로 약속을 잡아보지요. 한데 모기지론은 어디에서 받으실 건지요?”
미국에선 부동산 거래를 할 때 현금 비중이 매우 낮다. 대부분 모기지론을 이용한다. 그렇기에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전액 현금 결제할 겁니다.”
“아……!”
짧은 감탄사를 토하면서 어쩌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한 거물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윌슨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매입이 결정되면 곧바로 괜찮은 건축가를 찾아 의뢰하십시오. 기왕 손보는 것이니 멋졌으면 합니다.”
“저어, 특별히 선호하는 양식이 있으십니까?”
“그런 건 없습니다. 돈 들여 하는 것이니 보기에도 좋게 하자는 뜻입니다.”
“알겠습니다. 건축가와 상의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뉴욕을 떠나면 당분간 오기 힘들 테니 미스터 윌슨이 주관적으로 결정해도 됩니다.”
“보스……!”
얼마가 들지 모를 공사에 전권을 부여한다는 말에 윌슨은 또 말을 잇지 못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렇게 하기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최고급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고급이라 생각될 정도로 하면 될 겁니다. 인테리어 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알겠습니다.”
“공사가 끝나면 즉시 입주하도록 하십시오. 비용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구요.”
“지시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윌슨이 정중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춘다. 처음 만났을 때엔 세상의 온갖 시름을 겪어 그런지 냉소적인 표정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대화를 하는 사이에 눈에서 열정의 불꽃이 타오른다.
월가에서 일할 때의 모습이라는 것을 현수는 모른다.
12장 금괴를 찾아서
“참, 이건 내일 아침에 샤워하고 옷을 사 입으십시오.”
지갑을 열어 100달러짜리 지폐를 건넸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10만 달러 정도 된다.
“내일 아침부터 미스터 윌슨은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얼굴이 될 겁니다. 단정하고 깔끔했으면 좋겠습니다.”
“보스……!”
“오늘은 인근 호텔을 이용하십시오. 내일 아침에 샤워하고 면도까지 해야 하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스!”
윌슨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
후로도 둘은 대화를 나눴다.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자본이 될 돈을 어떤 방법으로 보낼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이다.
한국으로부터 직접 보내는 것은 곤란하다.
한국의 외환관리법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다 킨샤사에서 이리냐 명의로 송금키로 했다.
첫 번째로 보낼 돈은 건물 매입비용과 설계비, 그리고 인테리어 및 집기 구입비 등으로 600만 달러이다.
직원들의 가구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
두 번째로 송금되는 돈부터 직접적인 투자비용이다. 일단은 1,000만 달러로 시작할 생각이다.
세 번째부터는 억 단위가 넘어가게 될 것이다.
현수는 인천공항을 떠나 뉴욕까지 오는 동안 아공간에 담겨 있는 엄청난 달러를 어찌할 것인지 고심했다.
담겨만 있으면 강가의 돌멩이나 다름없다. 이를 잘 활용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 된다.
뉴욕은 세계 경제의 중심지이다.
돈 있는 유태인이 가장 많이 모여 있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세상을 위협하는 유태 자본을 잠식키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록히드마틴과 보잉의 기술을 빼내는 것이다.
2009년 11월, 검찰은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핵심 기술을 유출시켰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당시 기술을 유출한 혐의를 두고 국내 연구진 전원을 기소한 바 있다.
현수가 이실리프 트레이딩을 만들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을 인수한 후 필요한 정보나 기술을 복제해 온다.
기업의 가치를 올린 후 비싼 값에 되팔려는 것이다. 기술과 정보도 얻고 부도 축적하는 그야말로 일석삼조이다.
그런데 쓸 만한 인재를 어찌 구할 것인지가 문제였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윌슨이 마음에 들었다.
당장은 나락에 떨어져 있는 인물이다. 일어서 보려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여건이 되지 못해 노숙자로 살고 있다.
그럼에도 패배주의에 물들지 않았다.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 모임엔 명칭도 있다.
‘패배자들의 모임’인 The league of loser가 정식 명칭이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를 줄여서 LOL이라 한다.
요즘 유행하는 게임인 League of Legends와 이니셜이 같아서 덜 부끄럽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무튼 윌슨의 심성이 바른 듯하다. 게다가 괜찮은 동료들도 있는 모양이다.
사실 기업 인수에 관한 능력은 누가 되었든 상관없다. 막대한 돈을 들여 주식을 사 모으면 되는 일이다.
그러는 동안 주가가 오르면 적당한 시기에 손을 털어도 그만이다. 결국 현수가 손해 볼 일은 거의 없다.
그렇기에 전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어쨌거나 투자금 1,000만 달러는 윌슨과 그 동료들의 능력을 살피는 데 쓰일 돈이다.
그러지 않겠지만 몽땅 잃어도 상관없다.
내일 그보다 훨씬 많은 걸 가져갈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만한 대가는 이미 치른 상태이다.
일본은행 신관 지하에서 보유 외환 1조 달러를 가져올 때 미국 채권 1조 1,300억 달러 어치를 폭파시킨 바 있다.
요행히 남은 쪼가리들을 모으면 간신히 500만 달러 정도 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일본에 갚아야 할 빚 1조 1,300억 달러가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한국 돈으로 약 1,356조 원이다.
현수가 미국에 어마어마한 돈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금괴를 가져가도 된다.
그 결과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현수는 1조 달러를 벌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일본에 갚아야 할 빚 문서를 파괴했다.
미국이 일본에 갚아야 할 빚이 탕감된 것이다.
일본은 현금으로 1조 달러를 날렸고, 추가로 1조 1,300억 달러에서 500만 달러 정도 빠지는 금액의 채권을 잃었다.
둘을 합치면 2,556조 원이 사라졌다. 경제 대국이라곤 하지만 휘청거리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다.
참고로 일본의 1년 예산은 약 1,100조 원이다. 이번 일로 2년 치 이상을 한 번에 잃은 것이다.
이는 지난날 한국과 지나, 그리고 동남아 각국에 못된 짓을 많이 한 대가이다.
‘그러고 보니 지나와 일본 모두 외환 보유고가 거의 모두 사라졌음이 알려지지 않고 있네. 짜식들, 입단속 철저하군. 그런데 그게 그렇게 오래갈까? 후후후!’
윌슨네 팀이 구성되면 적당한 시기에 은밀한 소문이 월가로 번지도록 할 예정이다.
첫째는 일본의 외환 보유액이 발표와 달리 적다는 것이다.
보유한 것은 2,500만 달러 정도이다.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IMF 구제금융 신청이 필요하다.
한국과 일본은 일찍이 통화스와프15)를 체결했다.
그런데 둘 사이가 나빠지자 700억 달러 규모에서 100억 달러로 낮췄다.
한국 정부는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외교 관계 악화가 결정적이다.
참고로 한국은 미국과 300억 달러, 인도네시아와는 100억 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 47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54억 달러이다. 호주와는 추진 중이다.
통화스와프를 쉽게 설명하자면 돈 궁할 때 현금서비스처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도를 미리 약정한 것이다.
어쨌든 일본은 외화가 많이 필요하다. 전에는 넘치도록 있었는데 이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엄청난 엔저 사태가 빚어질 것이다.
현재 100엔의 가치는 1,083원이다. 그런데 100엔당 270원 정도가 되면 어떤 일이 빚어지겠는가!
일본 경제의 추락으로 주가가 폭락할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도요타 주가는 6,330엔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주당 66,554원이다
2008년 IMF 루머가 돌았던 당시 베트남과 러시아의 주가는 ―80%가 되었다. 5분지 1로 줄어든 것이다.
같은 비율로 하락한다고 전제하면 도요타의 주가는 1,266엔으로 급락한다.
여기에 환률 상승까지 겹치면 3,418원이 된다.
애초의 가격에 비해 20분지 1 정도로 떨어지는 것이다.
2013년 5월, 도요타의 주가총액은 21조 9000억 엔이다.
이게 1조 950억 엔으로 줄어든다. 한화로 환산하면 2조 9,565억 원 정도 된다.
작년의 도요타 시가총액은 한국 1위인 삼성전자보다 앞서 있었다. 그런데 졸지에 한국의 시가총액 80위 정도 되는 기업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화폐나 귀금속을 보유하고 있다면 IMF 때 외국인들이 우리 기업을 사냥한 것처럼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일본 회사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당했던 아픔을 일본 또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실업자가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파산하게 될 것이고, 가정이 파괴된다.
그로 말미암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또한 많아진다.
이렇듯 사실이 알려지면 일본에겐 재앙이 된다. 그렇기에 쉬쉬하는 모양이다.
둘째로 번질 소문은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의 보유고가 불과 500만 달러라는 것이다.
소문보다 1조 1,299억 9,500만 달러나 적은 액수이다. 이 정도면 거의 빈 깡통 수준이다.
미국이 일본을 미워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막대한 채권 매입이다. 미국의 재정 위기를 지탱해 준 것이다.
물론 미국이 일본에 진 빚이다.
하여 가끔은 협박용으로도 쓰였을 것이다.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면 미국 국채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미국이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들었다는 소문이 나돌면 곤란한 건 일본이다.
미국을 압박할 수단 하나가 줄어든 때문이다.
셋째는 지나와 관련된 것이다.
보유한 외환이 알려진 것과 달리 1조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번지면 문제가 된다.
2013년 현재, 지나의 대외 채무액은 7,500억 달러이다. 홍콩, 마카오의 대외 채무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것을 지불하고 나면 2,500만 달러밖에 남지 않는다. 지나의 교역규모를 감안하면 금방 난리가 날 상황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이대면 말도 안 된다는 발표를 할 것이다. 물론 지나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면서 은밀히 유언비어의 발원지를 찾아내려 열을 올릴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조사한다. 그중엔 정부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거물들이 끼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다른 사람의 빈곤이 내 행복이라 여기는 유태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막강한 정보력이 동원되면 진실은 금방 드러난다.
일본과 지나는 피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고, 유태인들은 파랗게 질린 그들을 여유 있게 요리하려 할 것이다.
세계 경제에 일대 광풍이 불면서 달러, 엔, 위안화 등의 가치가 제멋대로 춤추게 된다.
그 덕에 떨어졌던 금값은 다시 상승한다.
2011년 9월 금값은 3.75g에 295,000원이었다. 2014년 1월 현재 162,000원으로 떨어져 있다.
무려 133,000원이나 내렸다. 45%나 가치가 하락한 것이다. 다시 말해 거의 반 토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