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23화 (722/1,307)

# 723

금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울 만하다.

아무튼 세 가지 소문 모두 100메가톤급 핵폭탄의 폭발과 맞먹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전 세계 경제를 단숨에 얼어붙게 하여 무시무시한 대공황이 빚어지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아직은 소문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보스, 보스는 대체 누구십니까?”

윌슨의 눈이 반짝이고 있다. 궁금한 걸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내 이름은 김현수. 한국에서 왔습니다.”

“아! 그럼 혹시… 6대 난제를 모두 풀어내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새로운 방법으로 증명한 바로 그분이십니까?”

“어, 나를 알아요?”

현수가 뭐가 대꾸를 더 하기도 전에 말이 이어진다.

“보스, 세계 최고의 IQ시죠? 천지건설 부사장이면서 천지기획 사장이구요. 맞죠?”

“……!”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

윌슨에겐 이름과 국적만 주었다. 그런데 본인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을 안다.

이는 노숙자 생활을 하면서도 신문을 샅샅이 훑었음을 의미한다. 정치, 경제, 사회는 물론이고 외신까지 본 것이다.

“보스께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이룬 걸 읽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윌슨이 직각으로 허리를 꺾는다. 미국식 예법엔 이런 게 없는데 어디에서 배웠는지 모르겠다.

아마 영화 때문일 것이다.

“보스, 보스는 미국에서도 영웅입니다. 모든 샐러리맨의 우상이시죠. 정말 대단하십니다.”

윌슨은 몹시 흥분한 표정이다.

마치 슈퍼맨이나 배트맨의 부하라도 된 듯한 얼굴이다.

“보스, 보스와 함께 일하게 되어 진짜 영광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또 직각으로 허리를 꺾는다.

현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을 뿐이다.

* * *

윌슨과 헤어져 호텔로 되돌아왔다. 그리곤 내일 있을 상황을 점검했다.

샤워를 했고, 캔맥주 한 잔으로 입가심도 했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눈은 말똥말똥하다.

긴장도 되지만 흥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은 흘렀다. 아침이 되자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리곤 객실로 올라왔다.

프런트에 들러 시차 때문에 수면이 부족하니 손님이 오더라도 객실로 보내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룸메이드의 객실 청소도 거절했다.

프런트 직원은 흔히 있는 일인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미국은 곳곳에 CCTV 같은 감시 장비가 상당히 많이 설치되어 있다.

그렇기에 객실에서부터 투명 은신 마법을 구현시켰다.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다음은 텔레포트 마법이다.

이 또한 보안을 위해 객실에서 곧장 맨해튼 남쪽에 위치한 뉴욕 연방준비은행 인근으로 이동한 것이다.

“흐음, 아직 안 왔나?”

오늘 있을 금괴 반입 때문인지 경비원들이 나와 삼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브즈드랍!”

엿듣기 마법으로 경비원들 간의 통신 내용을 감청했다. 특수 제작된 운송 차량에 실린 금괴가 오는 중이라 한다.

그러던 중 눈이 번쩍 뜨이는 통신이 있다.

“로저, 오늘 오후 운송 자네도 가지?”

“포트녹스? 그랴! 헨리, 밀러, 켄, 린들리도 같이 가.”

“나까지 여섯이군. 근데 좀 지겹겠지?”

“아무래도……. 거기까지 거리가 1,000㎞도 넘으니까.”

“전처럼 수송기로 가겠지?”

“당연하지. 트럭 타고 어떻게 가나? 열서너 시간쯤 걸리니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을 걸세.”

이때 누군가 통신에 끼어든다.

“아니. 오늘은 트럭으로 간대.”

“왜? 왜 그런대?”

“공군에서 수송기 제공이 어렵대.”

“끄응! 허리도 더럽게 아프겠다.”

“그러게. 10시 출발에 밤 12시 도착인 거야?”

“그려. 일 끝나면 화끈하게 한잔하자고. 거기 새끈한 아가씨들 많으니. 크흐흐흐!”

“그 시각이면 아마 문 닫았을걸. 밤 12시에 거긴 새까만 밤이라고.”

“아이구, 내 팔자야! 그야말로 제기랄이네.”

둘의 이야기를 들은 현수는 로저라는 자를 유심히 살폈다. 둘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덩치는 우람한데 계집애들처럼 미주알고주알 말도 많다. 덕분에 많은 정보가 수집되었다.

‘후후! 나야 좋지.’

포트녹스는 내부 구조를 모르기에 텔레포트 마법으로도 갈 수 없다. 그런데 들어갈 수 있으니 횡재한 기분이다.

한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트럭이 당도하길 기다렸다.

‘이제야 오는군.’

시커먼 트럭들이 줄지어 들어선다.

경내로 들어서자 심하다 할 정도로 상하좌우를 샅샅이 뒤진다. 혹시 있을지 모를 침입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지게차가 다가와 팔레트 위에 놓인 금괴들을 내린다.

한동안 지게차 움직이는 소리만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안쪽에선 금괴의 순도를 확인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다른 한쪽엔 금괴의 주인인 가스프롬에서 보낸 대리인이 입회하여 있다.

검수를 끝낸 금괴가 금고 속으로 이동되기 시작하자 경비원의 숫자가 금방 세 배로 늘어난다.

모두 무장한 상태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지게차 뒤에 걸터앉아 FRB 금괴보관소 안으로 들어갔다.

콘크리트와 강철로 제작된 좁은 입구를 통과하자 누런색이 번쩍인다.

‘헐……!’

이곳엔 122개의 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금괴가 벽돌처럼 쌓여 있다. 사람 키를 훌쩍 넘길 정도이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흐음! 가져갈 양이 조금 많군. 이곳도 바닥에 무게 감지 장치를 설치했을까?’

그렇다면 번거로울 수 있다.

‘뭐, 해보면 알겠지.’

직원들이 들어와 반입된 금괴를 벽돌 쌓듯 차곡차곡 올리고 있다. 시간이 흘러 모든 작업이 끝났다.

철커덕―! 구우우우우웅―!

육중한 철제문이 서서히 닫힌다. 이 문이 다시 열리려면 비밀번호를 아는 몇 사람이 모여 퍼즐 짜 맞추듯 해야 한다.

유사시라도 금방 열 수 없다.

쉬이이이이이익―!

문이 닫힘과 동시에 진한 어둠이 사방을 지배한다. 그리고 곧바로 요상한 소리가 난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설마 금고 내부의 공기를 빼는 건가?”

현수의 우려는 사실이다. 이 금고는 닫힘과 동시에 공기가 빠져나간다. 외부의 침입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다행히 아공간에는 산소 탱크가 있다. 영등포에서 특수 컨테이너를 주문하고 오던 길에 몇 개 사놓은 것이다.

즉시 꺼내서 착용했다.

“라이트!”

파앗―!

밝은 빛이 뿜어지자 황금빛이 더욱 찬란하게 느껴진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인 금괴를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내 아공간엔 이보다 더 많은 금이 있다는 거잖아. 그걸 다 꺼내놓으면 어떨까? 아! 그러고 보니…….’

아공간 마법을 구현시킬 수 있는 사람은 현수뿐이다.

만일 현수가 꺼내놓지 않고 세상을 하직하면 안에 있는 것은 영원히 사라진다.

엄청난 양의 황금과 보석이 있다. 2조 5천억 달러가 넘는 현금도 있다. 뿐만 아니라 핵폭탄도 있다.

세상을 하직하려면 아직 970년이나 남았으니 당분간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대비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다.

‘흐음! 어딘가에 레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리네.’

각종 보안이야 마법으로 될 것이다. 문제는 장소이다.

한반도 내에 만들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장소를 선택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아르센 대륙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사용할 후손들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와 아르센 둘 다 레어가 필요하다.

두 군데 모두 후손들이 태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르센의 경우는 스승인 멀린의 레어를 개조하면 된다.

그도 아니라면 숲의 요정 아리아니의 양해를 구하고 켈레모라니의 것을 써도 될 것이다.

매우 우호적이었는지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구는 문제가 된다. 한반도는 언제 어디를 어떻게 파헤칠지 알 수 없다. 강원도 산골짜기라도 방심할 수 없다.

콩고민주공화국, 또는 몽골, 러시아는 대안이다. 문제는 최장 200년간 사용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흐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자, 일단 한번 넣어볼까?’

바닥에서 천장까지 쌓인 금괴가 한 번에 들어갈까 싶다.

“아공간 오픈! 입고!”

샤르르르릉―!

눈앞의 금괴들이 스르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단숨에 아공간에 담긴 것이다.

“……!”

다행히 무게 감지 반응 장치는 되어 있지 않은 듯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흐흐, 이래주면 나야 고맙지. 후후후!”

만일을 위해 여전히 투명 은신 마법이 구현되는 중이다. 감춰둔 감시카메라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다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갑자기 빛이 뿜어지고, 금괴가 사라지는 괴이한 모습만 보일 것이다.

현재 세 가지 마법이 중첩되어 사용되는 중이다. 하여 안전을 위해 플라이 마법은 쓰지 않았다.

라이트 마법은 상관없지만 아공간 마법이 캔슬되거나 투명 은신 마법이 취소되면 문제가 된다.

정체가 발각될 수도 있고, 아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안에 담긴 모든 것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자국이 문제될 수 있다.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 얼마나 치밀하게 조사하고 검사하는지 알 수 있다.

하여 신발 전체를 두꺼운 부직포로 감싼 상태이다.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조치를 취한 것이다.

신발 밑창엔 가로 20㎝, 세로 40㎝ 정도 되는 골판지가 묶여 있다. 흔적이 남더라도 뭔지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이다.

이는 지난밤 잠자리에서 떠올린 방법이다.

이럼에도 혹시 문제될까 싶어 걷지 않고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그리곤 차례대로 금괴를 아공간에 담았다.

연방준비은행 금괴보관소에는 약 7,000톤의 금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으면서 눈대중으로 살펴보니 그보다는 많은 듯싶다.

‘흐음, 한 8,000톤쯤 될 것 같은데. 그럼 3,600억 달러어치쯤 되나? 쩝! 얼마 안 되네.’

3,600억 달러면 한화로 432조 원이다.

대한민국 1년 국가 예산보다도 큰돈이다. 그런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 엄청나게 통이 커진 듯싶다.

‘흐음, 이제 가져갈 건 다 가져갔으니 흔적을 남겨야지.’

아공간에서 꺼낸 건 C4이다. 그런데 양이 상당히 많다. 건물 전체를 주저앉히기 위함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많은 전문 서적을 섭렵했다. 그중엔 건물 해체 시 사용되는 폭파공법에 관한 것도 있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며 구조체를 완전히 이해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IQ 255의 두뇌라 하더라도 이런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체가 이해되자 설치 도면을 스케치했다.

이것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아주 세심하게 설계되지 않으면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설계를 확인한 후 제법 능숙해진 솜씨로 C4를 설치했다. 상층부에는 사람들이 근무 중이다. 그들의 목숨을 앗지 않고 단번에 주저앉게 하려니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다.

웬만해선 그런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다. 그렇기에 아주 주의 깊게 살피며 폭약 설치를 마쳤다.

‘흐음! 이 정도면 되겠지.’

모든 설치를 마치고 시계를 꺼내 확인했다.

지금쯤이면 호송 트럭들이 포트녹스로 출발했을 것이다. 도착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으므로 몇 번 더 확인했다.

그리곤 느긋하게 점심 식사를 했다.

‘흐음! 이제 출발할 시각인가? 그럼 타이머를…….’

세심하게 타이머를 조절했다. 조금의 흔적도 남기지 않기 위하여 타이머 아래에도 C4가 놓여 있다.

“좋아! 이제 가지.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현수가 사라짐과 동시에 금괴보관소는 암흑이 점령한다.

“흐음, 무사히 나왔군.”

주변을 살펴보니 정상 근무 중이다. 어쩌는지 보기 위해 인근 건물 옥상으로 옮겨갔다.

만일을 위해 여전히 투명 은신 마법이 시전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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