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4
그러는 동안 엿듣기 마법을 시전했다.
예상대로 근무하며 잡담을 나눈다. 포트녹스로 출발한 트럭은 열일곱 대이다. 3톤씩만 실은 모양이다.
모든 트럭엔 운전사 외에도 선탑자가 있다.
뒤에도 3명씩 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장경비원이 탄 호송차도 여러 대 따르고 있다.
그야말로 삼엄한 경계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강도를 염두에 둔 조치일 것이다.
밖으로 나오고 10분쯤 지났을 무렵 나지막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C4의 강력한 폭발음이 사일런스 마법과 상쇄되면서 현저히 줄어든 때문이다.
쿠쿵! 우르르릉! 쿠쿠쿠쿠쿠쿠쿠웅―! 콰아아앙―!
연방준비은행 건물이 마치 진저리를 지듯 상하좌우로 진동한다. 그러더니 한꺼번에 주저앉는다. 지하 5층의 모든 기둥이 뭉개지면서 붕괴된 것이다.
사람이 없는 층이니 인명 피해는 없다.
곧바로 난리법석이 벌어졌다. 9.11테러에 놀랐으니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호들갑이 너무 심했다.
곧바로 모든 인원이 쏟아져 나온다. 방송국 차량이 출동하여 추가 붕괴 위험성에 대한 보도를 한다.
모두들 불안한 시선이다.
언제 붕괴될지 모르니 초조한 기색으로 바라만 볼 뿐 들어가 사람들을 구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9.11테러 때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면서 많은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의 교훈 때문에 못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건물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기막힌 설계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 결과이다.
13장 보이지 않는 외계인
‘그나저나 생각지도 못한 포트녹스까지 가보네. 윌슨에게 오후엔 시간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 오후엔 아무래도 윌슨을 보지 못할 것 같다.
‘뭐, 할 수 없지.’
한편, 포트녹스로 출발한 트럭들은 긴급 방송을 통해 금괴보관소 건물 붕괴 사고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는 없다. 하여 예정대로 운송 중이다.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인 것이다.
“어디 보자. 포트녹스 좌표가…….”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할 곳에서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곤 원하는 곳의 좌표를 확인했다.
이것 역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도착 장소를 잘못 지정하면 콘크리트 속에 처박혀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웨에엥, 웨에에에에에엥―!
앰뷸런스들이 줄지어 달려온다. 뉴욕의 경찰차 역시 총집결하는 듯 경광등 불빛이 요란하다.
그러거나 말거나이다. 현수는 현재 사람들의 시선이 미치기 힘든 건물 옥상에 있다.
게다가 퍼펙트 트랜스페어런시 마법이 구현되는 중이다. 마나는 소모되겠지만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구석에 노트북을 켜놓고 이어폰을 꼈다.
CNN의 긴급 방송이 진행되는 중이다.
“기자는 지금 연방준비은행 건물 인근에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저 건물이 바로 FRB입니다. 이 건물은 원래…….”
기자가 보도하는 동안 건물 아래로부터 희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즉시 사이렌이 울리고 모두가 대피하기에 바쁘다. 2차 테러 내지는 독가스 등으로 오인한 까닭이다.
한편, 현수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CNN과 NBC 등의 뉴스를 보고 있다.
“피식! 호들갑도 참…….”
그러던 중 ABC 방송의 긴급 편성 보도를 보게 되었다.
신경질적으로 생긴 장년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 9.11테러가 일어나기 6주 전 건물주는 35억 달러짜리 테러 보험에 가입했다.
● 몇 주 동안 전에 없던 대피 훈련이 이루어졌다.
● 뼈대가 철골로 이루어진 세계무역센터 빌딩이 어떻게 자유낙하 속도로 무너졌나?
● 비행기와 상관없이 세계무역센터 7번 건물은 왜 무너졌나?
● 이 건물 지하 3층에 있던 막대한 양의 금괴는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여러 의문을 제기하곤 9.11테러가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요지의 발언이 이어졌다.
당시 지하 3층에 있던 금괴는 약 1,000조 원어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바닥까지 모두 파헤친 현재에도 이것의 존재는 오리무중이다.
의문을 제기한 사내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오늘 연방준비은행이 붕괴되었습니다. 지하 5층 금괴보관소에는 약 7,300톤 금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그대로 있을까요? 저는 아무것도 없다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의견은 뭐죠?”
1년 후 사내는 FBI에 끌려간다. 연방준비은행 금괴보관소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어찌 알았느냐는 것이 이유이다.
어쨌든 사내의 발언이 끝나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그리곤 건물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하긴 밑 부분이 망가졌으니 그냥 쓸 수는 없다.
사내는 건물의 추가 붕괴 위험성이 있으니 일단 전원 대피가 우선이라 강변했다.
다음은 최상층부로부터 조금씩 떼어내는 작업이다.
한꺼번에 무너뜨린 후 밑 부분을 수색하면 증거가 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문화재 발굴하듯 위에서부터 조심스레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최하층까지 걷어내면 금괴의 존재 유무와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란 발언을 한다.
사회자가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질문에 1년을 이야기한다.
연방준비은행이 있는 곳은 뉴욕 한복판이다. 교통의 흐름 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한 1년쯤 지나서 바닥을 걷어낸다고 알까?”
실소를 머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 있어봤자 똑같은 장면을 계속해서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현수의 신형이 스러진다.
“여기야, 포트녹스가?”
대리석으로 지어진 건물이 보이는 초지에 당도한 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감시카메라가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여전히 투명 은신 마법이 구현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흐음, 어디 보자. 지금 몇 시지?”
밤 10시가 조금 넘었다.
“배가 고프니 일단 뭣 좀 먹어야겠군.”
사람의 시선이 미치기 힘든 곳을 찾아 간단히 빵과 주스로 배를 채웠다.
‘흐음, 한두 시간 후면 오겠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잠시 눈을 감았다. 초병의 눈초리도 있고 감시카메라도 많지만 그야말로 여유만만하다.
두 시간 후 예정대로 트럭들이 당도한다.
뉴욕에서 모든 검사를 마쳤고, 물량도 3분지 1밖에 안 되어 그런지 생각보다 운송은 빨랐다.
하지만 금괴보관소 앞에 당도하자 또 한 번 검사를 시작한다. 철저한 것은 좋은데 너무 느릿느릿하다.
하품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기다렸다.
잠시 후, 금괴 반입이 시작되었다. 기다렸다가 마지막 금괴가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다.
FRB 금괴보관소에 있는 것 중 95% 이상은 미국 정부의 것이 아니다. 반면 이곳에 있는 것은 모두 미국 소유이다.
약 8,300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미국의 의도적인 금 가격 조작에 동원되어 비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이 보관시켰던 금을 회수한다고 나선 것이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 생각하였기에 어쩌면 포트녹스가 비어 있을 수도 있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으로 50톤의 금괴를 옮기는 것이라 추측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 보니 금괴가 산더미 같다.
‘설마 텅스텐에 도금한 가짜는 아니겠지?’
일련의 작업을 마치고 금고 문이 닫히자 어두워진다. 또 공기를 빼는지 나지막한 소음이 들린다.
“흐음! 이제 쇼 타임인가?”
산소탱크를 메고 아공간을 열었다. 그리곤 금괴 전부를 아공간에 담았다.
팔레트 위에 금괴를 올려놓았기에 아주 쉬운 작업이었다.
양을 확인해 보니 오늘 것까지 8,350톤이다. 현 시세로 약 3,757억 달러 어치이다. 450조 원의 가치가 있다.
간단히 대한민국 1년 예산의 1.3배를 챙긴 것이다.
“여기까지 터뜨려 놓으면 환장할 테니 그냥 가야지.”
마지막으로 혹시 숨겨놓은 방이 없나 확인했다.
“없군. 좋아, 가자. 텔레포트!”
샤르르르르릉―!
포트녹스 지하에 있던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흐음∼!”
이곳은 호텔 객실이다. 신발에 씌운 부직포부터 벗겨 아공간에 넣었다. 조금의 증거도 남기면 안 되기 때문이다.
“흐으음∼!”
만족스런 작전이었다. 연방준비은행의 실질적 주인인 유태인들은 3,600억 달러를 잃었다.
건물이 붕괴되었으니 금괴의 주인들이 자신들의 것을 내달라고 할 것이다.
그걸 모두 감당하려면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다. 이제부터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7,000억 달러는 써야 할 것이다. 금값이 그리 되도록 물량 조절을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8,350톤의 금고를 잃었다.
그런데 포트녹스는 붕괴 사건이 없었으므로 이러한 사실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알려지면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세계 최고의 패권국인 미국의 시름이 깊어질 일만 남았다.
“윌슨은 잘했을까?”
건물주, 또는 브로커는 윌슨이 노숙자였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여 어쩌면 사기라 생각하고 만나주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날이 밝았다.
9시쯤 Pill & Son으로 전화를 걸었다. 착신음에 이어 늙수레한 음성이 들린다.
“누구슈?”
“실례합니다만 거기 미스터 윌슨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미스터 윌슨? 아! 하룻밤 새에 팔자 고친 윌슨 말이우? 잠시만 기다리슈!”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윌슨의 밝은 음성이 들린다.
“보스시죠? 윌슨입니다.”
“그래요. 건물 매입 건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350만에 결정 봤습니다.”
“오케이! 잘했네요. 송금토록 할게요.”
미국 내에서 사용할 계좌를 만들려면 이리냐가 한 번은 와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엔 브로커의 계좌로 송금해야 한단다.
절대 충성 마법이 걸려 있으니 윌슨은 조금의 거짓말도 고할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휴대폰부터 사세요. 개통되면 내게 번호를 알려주고.”
“물론입니다, 보스!”
오늘 아침 윌슨은 개운한 잠자리에서 기상했다. 오랜만에 깨끗한 호텔에 투숙한 결과이다.
아침 식사 후엔 샤워하고 곧바로 이발소로 향했다. 면도까지 마치곤 22달러를 지불했다.
해주는 것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
월가에 몸담을 땐 그리 큰 금액이라 여기지 않았는데 괜히 손해 보는 느낌이다.
낡은 옷은 다 버리고 가장 깨끗한 것만 걸친 채 5번가에 있는 아르마니 매장을 찾았다.
이 건물은 계단이 아주 독특한 것으로 유명하다.
차림새 때문에 입구에서 쫓겨날 뻔했으나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를 보이자 경비원이 물러난다.
기분 나빠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꾹 참았다. 본인의 자존심보다는 보스가 명한 일 처리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윌슨은 아르마니를 사 입었다. 비싼 옷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이제부터 본인은 이실리프 트레이딩의 얼굴이다.
다음엔 브로커 사무실로 갔다. 건물 매입 건으로 왔다고 하자 아래 위를 살펴본다.
말끔해진 윌슨을 어디선가 봤다는 표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격 흥정에 들어갔고, 350만 달러로 결정되었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파는 사람만 수수료를 지불한다. 따라서 브로커에게 지불한 돈은 없어도 된다.
계약금 없이 전액 현금으로 송금되면 즉시 소유권 이전이 되도록 했다. 그러는 동안 윌슨은 ‘이실리프 트레이딩’이라는 회사를 발족시킨다.
소유주는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재한 이실리프 농산과 이실리프 광업이다.
다음엔 옛 동료들을 찾아 나섰다.
에머슨은 아르마니를 걸친 윌슨을 보며 눈을 비빈다. 잠시 죽은 것으로 착각했단다.
껄껄 웃으며 현수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