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26화 (725/1,307)

# 726

1장 비상! 비상! 비상!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탕!

쒜에엑! 콰앙! 슈아앙! 콰아아앙!

“이런 미친……!”

통로 저쪽에서 이십여 명의 무장경비원이 들고 있는 화기의 모든 실탄을 기필코 소모시키고 말겠다는 듯 무자비하게 갈겨대고 있다.

현수를 보이지 않은 외계인으로 여기기에 아무 데나 쏜다.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새삼스레 살펴보니 좌우와 뒤까지 모두 티타늄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다. 조금 전 사장실 문 뒤로 티타늄 철판이 내려질 때 이렇게 된 듯싶다.

그래서 총알과 유탄을 마음껏 갈겨대는 것이다.

티타늄이 아닌 부분은 바닥밖에 없다. 그런데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군가 사장실을 침입하려 하였다면 도주할 길이 완전히 막힌 셈이다.

다급해진 현수는 앱솔루트 배리어 마법으로 빗발치는 총탄과 유탄의 파편을 막았다.

티팅! 티티티티팅! 티티티티팅! 티티팅!

“저기다! 프레데터가 저기에 있다! 쏴라! 쏴!”

“우와아아아아아!”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탕!

쒜에엑! 콰앙! 슈아앙! 콰아아앙!

1987년에 ‘프레데터(Predator)’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보호색을 띠고 있어 적어도 숲에선 투명 인간이나 마찬가지인 외계 생명체와 인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이다.

이 외계 생명체는 온몸에 최신식 전자 장치를 장착하여 총으로도 쓰러뜨릴 수 없는 괴물이었다.

경비원 중 누군가의 눈에 현수가 그렇게 보인 듯하다.

그래서 경비원들은 총알이 튕겨 나오는 배리어 부분뿐만 아니라 복도 전체에 대고 쏘고 있다.

혹시라도 빠져나오면 역으로 자신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이다.

“블링크!”

총알을 막아내던 현수의 신형이 경비원들의 뒤쪽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한 듯 여전히 전면을 향해 사격하는 중이다.

“워쇼, 제임스와 가서 총알 좀 더 가져와. 유탄도 넉넉히 가져오고. 참, 총알은 철갑탄으로 가져와. 나머진 실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갈겨!”

“네, 대장!”

“알겠습니다. 대장!”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타! 타타타타탕!

쒜에엑! 콰앙! 슈아앙! 콰아아앙!

수없는 총탄과 유탄이 좁은 복도를 향해 쇄도한다. 그리곤 본연의 임무를 마치곤 장렬히 산화했다.

티타늄 벽에 부딪친 탄두는 끝이 뭉개졌다. 유탄의 파편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별다른 흠집이 발생되지 못했다.

티타늄 카바이드(Titanium Carbide)라고도 불리는 탄화티타늄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경도는 탄화텅스텐을 제외하곤 가장 높다.

티타늄과 탄소를 소결하여 얻은 이것은 로크웰 경도계1)로 측정 시 1,100 이상이 나온다.

경비원들이 죽어라고 쏴댈 때 현수는 유유히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다.

“라이트닝! 라이트닝! 라이트닝!”

번쩍, 콰지직! 번쩍, 콰지지직! 번쩍, 콰지직!

CCTV가 보이는 족족 전기적 충격을 줘 무용지물이 되게 만들었다.

록히드 마틴 본사는 현재 사장실 침입 사건으로 건물 전체에 요란한 경보음이 울려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총성과 유탄 폭발 소리까지 겹쳐 매우 시끄럽다.

현수가 CCTV를 작살낼 때마다 새로운 경보음이 터져 나오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진 이는 드물다.

현재 퍼펙트 트랜트페어런시 마법이 구현되는 중이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고 닫는 문은 그럴 수 없다.

중앙통제실에 있던 책임자의 눈에 이것이 뜨였다.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저기다! 침입자는 저기에 있다구! 비상! 비상!”

저도 모르게 소리친 사내는 구내 마이크를 들고 방송하기 시작했다.

“모두 들어라! 침입자는 현재 4층 A구역 7섹터에 있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침입자는 현재 4층 A구역 7섹터에 있다. 아! 이젠 6섹터이다! 경비원은 모두 출동하라!”

계속해서 구내방송이 되고 있지만 사장실 앞은 여전히 사격 삼매경에 빠져 있다. 총성보다 큰 구내방송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야! 이 미친놈들아! 거기 없다고! 4층 A구역 6섹터에 있어! 젠장! 모든 경비원은 4층으로 집결하라!”

죽어라고 방송하지만 사장실 앞은 여전하다.

타탕! 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쒜에엑! 콰아앙! 슈아앙! 콰앙! 쉐에엑! 콰아앙!

“어휴! 저런 바보 같은……! 아! 침입자가 계단을 통해 3층으로 내려간다! 통제실은 3층 전 구역을 폐쇄한다! 다시 한 번 반복한다! 침입자는 3층에 있다! 지금 즉시 모든 통로를 폐쇄한다! 이에 대응하라! 대응하라!”

기이이이이잉―! 끼이잉―! 그으으응―! 끼이이잉―!

3층의 모든 출입구에 탄화티타늄 철판이 셔터처럼 내려간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는 이 문 저 문을 열어보았다. 평범한 사무실처럼 보일 뿐 기밀 사항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흐음! 자료 조사가 너무 미흡했나? 제기랄, 오늘은 어렵 겠군. 다음에 다시 와야겠어. 그땐 여기 설계도라도 구한 뒤에 와야겠군. 쩝!’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모든 통로가 폐쇄되었다.

그와 동시에 건물 외곽 경비까지 모두 집결했다.

그들의 손에는 일반 소총도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들도 들려 있다.

무기를 만드는 록히드 마틴이니 세상에 발표되지 않은 화기가 있을 법하다.

“흐음! 뭐지? 코일 건이라도 되나?”

문을 열고 들어간 사무실 벽에 부착된 모니터에 우르르 몰려드는 경비원들의 모습을 보고 떠올린 생각이다.

코일 건(Coil Gun)은 하나, 혹은 여러 개의 전자기 코일을 이용하여 고속의 자기 추진력을 발생시키는 발사체 무기의 일종이다.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닌지 전선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발사에 필요한 전력을 얻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이로 미루어 짐작컨대 경비원들의 손에 들린 코일 건의 관통력은 평범한 소총 따윈 견줄 수 없을 듯하다.

모니터를 보니 경비원들은 한곳에 집중되어 있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입구이다.

다 닫아놓고 이곳만 열어놓을 생각인 듯싶다.

“쳇! 내가 바본가? 그쪽으로 가게. 그나저나 여긴 어디지? 관제실은 아닌 것 같은데.”

고개를 갸웃거리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러 개의 모니터만 있을 뿐 이것들을 컨트롤하는 테이블은 보이지 않는다.

정체불명의 방에 있던 현수는 열어볼 수 있는 모든 문을 열어 안에 무엇이 있는가를 일일이 확인했다.

모두가 보편적인 사무실의 형태이다.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지만 기술과 관련된 것 같지는 않다.

“흐음, 회계부서 쪽인가? 근데 저 모니터는 뭐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남의 사무실을 어찌 알겠는가!

“일단 오늘은 철수해야겠군. 텔레포트!”

현수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곳은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록히드 마틴 본사 건물이다.

잠시 후, 현수는 뉴욕 포 시즌즈 호텔 객실에 나타났다. 그런데 도착하는 순간부터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딩동딩동!

“누구시죠?”

“아, 접니다! 그로모프!”

“잠깐만요.”

얼른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침대의 이부자리는 방금 전까지 잤던 것처럼 흐트러뜨려 놓았다. 언제부터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철컥―!

“아! 어서 오십시오, 교수님!”

“저어, 일행이 있는데…….”

“그래요? 그럼 같이 들어오시죠.”

문을 더 열자 그로모프의 뒤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보인다. 스웨터 차림인데 살짝 앞이마가 벗겨졌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이다.

“어……! 혹시 블라디미르 보에보트스키 프리스턴대 교수님 아니십니까?”

“하하, 네. 반갑습니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블라디미르 보에보트스키(Vladimir Voevodsky)는 1966년생으로 2002년에 필즈상을 수상한 대단한 수학자이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교 고등학문연구소 종신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엔 현수가 증명한 ‘리만 가설’을 검증해 주었다.

리만 가설은 ‘약수가 두 개뿐인 소수(素數)를 나열해 놓으면 어떤 규칙이 있다’는 것이다.

소수는 무수히 많으며 다음과 같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많은 수학자가 이걸 규명해 내기 위해 애썼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현수는 예외이다.

어찌 된 영문이냐는 표정으로 그로모프 교수를 바라보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어젯밤에 이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김현수 씨가 미국에 온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고 하더군요.”

“아! 제가 남긴 메시지를 보셨군요.”

한국에서 떠나기 전 통화를 하지 못해 메시지를 부탁해 놓았는데 그게 전달된 모양이다.

현수는 미국에 오기 전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만들었다.

본래의 목적은 연방준비은행에 보관 중인 금괴를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 아무런 목적도 없이 왔다가 그냥 가면 이상하게 여길 사람들이 있다.

현수는 미국에서도 주시하는 상당히 주요한 인물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수학 난제를 풀어낸 것, 세계 최고의 두뇌, 그리고 살빼기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 쉐리엔 개발과 항온전투복 고안이 흥미를 끈 것이다.

그렇기에 현수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중앙정보부(CIA), 국가안보국(NSA), 국가정찰국(NRO), 국방정보국(DIA), 에너지부 정보실(IN), 국토안보부(DHS),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국가지구공간정보국(NGA) 등 주요 기관들이 주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JFK공항에 당도했을 때 입국심사대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현수를 맡았던 흑인에게 전화를 걸어 즉시 통과하도록 지시한 사람은 DIA국장 루스 해밀턴이다.

현수로부터 항온전투복에 대한 기술을 이전 받기 위해 호의를 베푼 것이다.

마음 같아선 납치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현수가 러시아의 국제협력담당 특임대사로 임명된 외교관 신분이라는 것은 이미 접수된 정보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외교관 신분을 부여했으며, 에티오피아 역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안다.

이런 사람을 납치하면 국제 문제가 된다.

확실한 이득이 보장된 것도 아닌데 어찌 그러겠는가!

하여 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현수는 이번 미국행을 자신이 풀어낸 난제를 검증해 준 교수들과 만나기 위한 것으로 포장했다.

그러기 위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둘에게 연락을 했다. 그로모프 교수와는 통화가 되어 어제 만난 것이다.

“김 사장님, 아무리 전화를 드려도 받지 않으셔서…….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제가 주무시는데 깨운 건 아닌지요?”

“괜찮습니다. 들어오십시오.”

문을 조금 더 열자 그로모프 교수와 보에보트스키 교수가 안으로 들어선다.

“아! 아직 시차 적응을 못했을 텐데 우리가 그걸 깜박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어차피 일어날 시각인걸요. 앉으세요.”

“네, 고맙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뭘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미진한 구석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듯싶다.

“내가 먼저 궁금한 걸 물어보겠네.”

“그러시죠.”

보에보트스키 교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학자로서의 탐구열이니 뭐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야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좋지.’

“어제 설명해 주었던 타원 곡선을 이용한 풀이법은…….”

그로모프 교수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듣고는 더 이상 친절할 수 없을 정도로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노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방 감탄사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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