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7
어제도 느꼈지만 정말 기발한 방법으로 문제에 접근하여 단숨에 해결해 내는 명쾌한 풀이 때문이다.
곁에 있던 보에보트스키 교수 역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로모프 교수의 궁금증이 해결되자 이번에는 검증한 리만 가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보에보트스키 교수 역시 대단한 학구열을 가진 사람이다. 하여 토론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올해의 필즈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값질 것 같습니다. 미리 축하합니다. 그리고 또 만났으면 합니다.”
설명을 다 듣고 돌아가며 보에보트스키 교수가 한 말이다.
“아, 네. 서울에서 뵙죠. 저 내일 귀국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가도 되는지요?”
궁금한 것들을 잔뜩 쌓아두었다가 한꺼번에 해소할 생각인 모양이다.
“제가 워낙 바빠서 뭐라 장담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교수님들이 오실 때 제가 서울에 있으면 기꺼이 뵙겠습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참, 어제 윌리엄이 부탁했던 건 잊으셔도 됩니다.”
그로모프 교수는 오늘 아침 조카인 윌리엄에게 전화를 걸어 야단을 쳤다.
작곡가에게 곡을 달라는 이야기는 정중히 부탁해도 모자랄 일이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그래 달라 이야기해서 불편했다고 한 것이다.
물론 현수의 입장을 생각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야단맞은 윌리엄은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정중히 부탁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지난밤 ‘지현에게’와 ‘첫 만남’을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CNN의 보도를 접했다.
이 밖에 인터내셔널 뉴욕 타임스(헤럴드 트리뷴)의 기사 내용엔 ‘지현에게’의 곡 가치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현재의 인기가 3개월간 유지된다고 보았을 때 곡의 가치가 최소 1억 달러가량 된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잘못된 추측이다.
‘지현에게’의 인기는 30년 이상 지속된다.
물론 처음과 같이 폭발적인 인기가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웬만한 곡들을 압도한다.
어쨌거나 30년이 지난 후 이 신문은 정정 보도를 낸다.
30년 전의 기사 내용이 많이 잘못된 추측이었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값을 매긴다.
이때 ‘지현에게’의 곡 가치는 1,0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도될 예정이다. 이것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음악 교과서에 수록되는 것을 감안한 액수이다.
어쨌거나 윌리엄은 1억 달러라는 기사에 화들짝 놀라며 취소를 당부했다. 아울러 본인의 무례를 용서해 달라는 뜻도 전해 주길 바랐다.
“네? 아, 네.”
현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곡 하나 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르센에서 얻은 악보 가운데 하나를 적당히 주무르면 된다.
시간 날 때 직접 작곡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악보를 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곡을 주면 음반으로 발매되기 전까지 작사, 작곡가의 의도대로 불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윌리엄은 미국에 있고 현수는 당분간 한국에 있을 예정이다.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에 저어한 것이다.
그런데 그로모프 교수로부터 어제의 부탁을 취소하며 죄송스러웠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동한다.
‘까짓것, 인터넷으로 프로듀싱하면 되겠지. 직접 만나지 못해도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그래, 하나 써주자.’
악보는 그로모프 교수의 이메일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그럼 다음에 뵙시다.”
보에보트스키 교수와 굳은 악수를 나눴다.
이제 미국에서의 일정은 모두 마친 셈이다.
웬만하면 온 김에 적당히 관광이나 하다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현수는 워낙 바쁜 사람이다.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곧바로 항공편 예약을 변경했다.
예정보다 하루 먼저 귀국하려는 것이다.
“휴우! 이제 좀 안전해진 건가?”
현수가 나직한 한숨을 쉬는 순간 미국의 정보기관들에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었다.
미국까지 온 현수이다. 내버려 둘 것인가, 아니면 접촉을 시도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다.
결론은 아직 현수가 어떤 생각의 소유자인지 파악되지 않았으므로 두고 보자는 쪽으로 내려졌다.
현수로선 다행한 일이다. 열 개 이상의 기관에서 접촉하겠다고 나서면 몹시 번거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손님, 불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1등석 담당 스튜어디스가 생긋 미소 짓는다. 현수는 그녀가 건넨 차를 한 모금 마시곤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그럼 편히 쉬세요.”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는 물러난다.
현수가 미국행 왕복 티켓을 끊을 때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출발시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 항공사를 선택했다. 하여 티케팅을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현수가 끊은 티켓은 퍼스트 클래스이다. 원래는 비즈니스석을 예약하려 했는데 지현이 강권하여 바꿨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니 편히 다녀오라는 것이다.
그런데 항공사 예약 담당이라 신분을 밝힌 아가씨는 한 단계 위인 퍼스트 스위트로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한다.
이 좌석은 보잉777 기종에만 일부 있는 좌석이다.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어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티켓 값을 50% 할인까지 해준다고 한다.
뭔가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게 생각하기로 하고 기꺼이 받아들였다.
돈 덜 든다는데 싫다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왜 그랬는지는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 알았다.
퍼스트 스위트는 좌석이 룸 안에 있다. 다시 말해 좌석이 자그마한 방으로 꾸며져 있다.
창가에는 여러 서적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항공사의 홍보 책자인가 하여 살펴보니 건설사 홍보물이다.
이 항공사와 같은 그룹의 회사이다.
이때 속내를 알아차렸다. 현수가 주관하고 있는 각종 공사에 참여케 해달라는 뜻이다.
아니나 다를까, 첫 페이지를 넘기니 대표이사의 명함과 간단한 인사말이 적힌 카드가 들어 있다.
즐거운 여행이 되길 빌며, 기회가 닿으면 식사라도 한번 하자는 내용이다.
노트북을 꺼내 이 회사에 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영업 이익이 마이너스였다.
시공능력 평가순위를 확인해 보니 18위에 랭크되어 있다.
국내 영업이 저조하여 손해를 입었을 뿐 기술력 등은 괜찮은 듯싶다.
미국에 당도할 즈음 스튜어드2)의 정중한 방문이 있었다.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건설사 홍보 책자를 보았는지 슬쩍 살핀다.
무슨 뜻인지 충분히 짐작되기에 웃어주었다.
“귀국하면 이 회사 사장님을 만나 뵙지요.”
“아! 그러십니까? 감사합니다. 그렇게 전하지요. 부디 편안한 여행이 되길 빕니다. 그리고 언제든 귀국하고 싶으실 때 연락 주시면 좌석을 마련해 놓겠습니다.”
“네, 저야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현수는 귀국을 하루 앞당겼다. 그러기 위해 전화를 걸었고, 이름을 대자 즉각 좌석을 확인해 준다.
여전히 퍼스트 스위트이다. 저쪽에서 베풀고자 하니 받아들였다. 항공료는 덜 내지만 그것의 몇 만 배나 되는 돈을 벌 수 있게 일을 나눠 줄 것이니 조금도 미안하지 않다.
어쨌든 지금은 귀국하는 길이다. 여승무원이 건넨 차를 한 모금 들이켠 현수는 창밖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래쪽에 흰 구름이 솜이불처럼 깔려 있다.
비행기가 구름보다 높은 고도로 비행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고공일수록 공기 밀도가 적어 저항이 줄어듦으로 연료 소모량을 줄일 수 있어서이다.
둘째는 같은 이유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셋째는 성층권은 기류가 안정되어 기상 현상이 대류권보다 훨씬 적어서이다.
어쨌거나 융단처럼 깔린 구름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흐으음……! 일단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한 것 같은데 뭐가 또 있을까?”
지구엔 252개 국가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국가는 당연히 러시아이다. 17,098,242㎢나 된다. 실로 어마어마한 넓이이다.
2위는 캐나다 9,984,670㎢이고, 3위 미국은 9,826,675㎢이다. 4위는 지나이며 9,594,961㎢나 된다.
참고로 일본은 377,915㎢로 62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99,720㎢로 109위에 랭크되어 있다.
국토 면적 1위와 3위, 그리고 4위와 62위는 한반도의 안보와 직결된 나라들이다.
일본과 지나는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국가이고, 미국은 더 뜯어먹을 게 없나 요모조모 살피는 중이다.
러시아는 푸틴과 메드베데프를 완전히 구워삶았으니 위협이 되지 않는 국가이다. 오히려 도움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지나와 일본은 엄청난 액수의 달러를 잃었고, 받을 돈조차 날려 버린 상황이다. 언제든 이러한 사실이 공표되면 제 앞가림하기 급급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미국도 그러하다. 미국의 경제를 쥐고 흔들던 유태인들의 재산을 축내놨다. 보유한 전체 재산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겠지만 손톱 밑의 상처가 아프듯 속은 쓰릴 것이다.
한동안은 누가 그랬는지에 촉각을 세우느라 다른 데 정신 팔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조금 더 충격적인 자극을 주면 광분해서 펄펄 뛸 것이다.
미국 정부 역시 포트녹스에 있는 금괴를 몽땅 잃은 상태이기에 경거망동하기 힘들 것이다. 국력을 총동원하여 누가 가져갔는지부터 밝히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치 상태로 60년을 보낸 북한과의 관계도 전향적으로 좋아졌다. 숙천유전 개발과 이실리프 석유화학단지 조성, 그리고 곳곳에 만들어질 이실리프 공단은 북한의 경제 상황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다.
단맛을 알고 나면 쓴맛이 더 싫어지는 법이다.
낙후되었던 북한 경제가 좋아지면서 살기 편해지면 더 안락한 삶을 원하게 될 것이다.
전쟁의 위험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반면 통일 비용은 감소된다. 남북한의 경제 격차가 적으면 적을수록 유리하다.
설사 북한군이 오판한다 하더라도 제압하면 그만이다.
대한민국 해군력을 업그레이드시켜 주었듯 공군과 육군의 전력을 개선시키면 된다.
사실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조차 없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강은 미국이고,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국가 역시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이 당하면 다른 나라들도 모두 당한다고 보면 된다.
아무튼 미국의 네바다 주 그레이트 솔트레이크 사막의 한 부분은 북위 40도, 서경 115도에 해당된다.
몇 년, 몇 월, 며칠, 몇 시, 몇 분, 몇 초에 그곳을 미사일로 타격하겠다고 미리 고지한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 정보력, 기술력을 지닌 미국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15일 정도 시차를 둔 예고이다.
9.11 테러가 미국의 자작극이라면 본토는 단 한 번도 공격당한 적이 없다. 그런데 테러라면 치를 떤다.
그렇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어떤 방법으로 공격할 것인지를 찾으려 할 것이다.
모든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뉴 에셜론이란 도·감청 시스템까지 풀가동시킬 것이다. 또한 모든 첩보원까지 푼다.
아울러 예고된 타격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MD 시스템도 즐비하게 깔릴 것이다.
공격 시각은 다가오지만 지구상 어느 곳에도 미국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징후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예고된 시각이 되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미사일 하나가 튀어나와 목표를 타격하게 된다.
모든 기술을 총동원했지만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빚어졌는지는 영원한 미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마법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래놓고 미국이 허튼짓을 하려 하면 군사기지 하나를 정해놓고 그곳으로 미사일을 보내겠다는 예고를 한다.
겁 많은 미국은 분명 물러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수가 대한민국을 아끼는 한 어느 나라도 위협할 수 없는 국가인 셈이다.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날 확률은 0.1% 미만이다. 현수가 유유자적 간섭 없이 살기를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