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30화 (729/1,307)

# 730

계좌에 엄청난 돈이 들어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벌 수 있는데 단순히 선입관 때문에 포기한다는 게 와 닿지 않는 것이다. 이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아니. 주차장 말고 사우나로 개조해.”

“사우나? 오, 그래. 그것 괜찮겠다. 상당히 크게 들어서겠는걸. 근데 그걸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거야?”

“그래야지.”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영이 잠시 말을 멈춘다. 사우나까지 운영하려면 직원을 더 뽑아야 한다.

그런데 이실리프 상사엔 비정규직이라는 게 없다. 따라서 사우나 카운터나 세신 도우미까지 직접 고용해야 한다.

남탕과 여탕은 사정이 또 다르다. 여탕은 마사지사까지 고용해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현수가 입을 연다.

“다 만들어지면 직원과 직계 가족에겐 무상으로 이용하게 해. 일반인에겐 적당한 입장료를 받고.”

“……!”

주영이 멍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일하다 사우나 많이 가잖아.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 등으로 가면 남은 가족들이 궁금해하잖아. 회사에 자주 와서 잘 있나 확인하라는 뜻이다.”

“너…….”

주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현수는 거의 대부분 외부에 머문다. 이실리프 빌딩엔 가뭄에 콩 나듯 가끔 들를 뿐이다. 그래서 직원들의 복지를 이처럼 생각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기왕 만드는 거니까 신경 많이 써서 좋게 만들어.”

현수의 이 말 덕에 대한민국 최고의 사우나가 만들어진다. 호텔 사우나 팀장이 견학 올 정도이다.

3장 이름이 뭐예요?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이야기 좀 하마. 콩고민주공화국 말고 에티오피아에 40,000㎢짜리 농장 하나 더 만든다.”

“뭐? 또? 어, 얼마? 4천이 아니고 4만이라고?”

“그래, 4만㎢짜리다.”

“헐! 미친! 말이 되냐? 4천도 아니고 4만이라고? 헐! 내가 미친다, 미쳐! 지금 4,500㎢짜리도 사람 못 구해 허덕거리는데… 4만㎢라니 말이 돼?”

“……!”

주영만 놀란 게 아니다. 은정과 지현 역시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을 딱 벌리고 있다.

둘 다 착실히 공부한 스타일이다. 따라서 4만㎢가 얼마나 넓은지 듣자마자 감을 잡은 때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현수의 말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또 있다.”

“그래, 말 나온 김에 다 해라. 설마 어디에 한 10만㎢짜리 농장을 또 만든다는 건 아니겠지?”

“어, 어떻게 알았냐?”

현수의 말에 주영의 음성이 급격하게 커진다.

“뭐어? 진짜야? 진짜, 진짜야? 거짓말이지? 우리가 10만㎢짜리 농장을 어떻게 운영하냐? 우리 능력 밖이야.”

“하면 되는 거지, 능력은 왜 따져? 사람만 많이 투입되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몽골에 만들어질 건 반둔두나 비날리아에 있는 게 윤곽이 나올 때쯤 시작될 거야.”

“그래도 너무 크잖아. 야! 인마. 10만㎢면 거의 우리나라만 한 거야. 우리나라 크기 알지?”

“그래. 그보다 조금 크지. 우리나라는 99,720㎢거든.”

“헐!”

“세상에 맙소사!”

“자기야, 정말 그만한 농장을 조성할 거예요?”

셋은 거의 경악스런 표정이다.

“몽골에 있는 게 그렇다고. 그거 말고 러시아에도 그만한 걸 만들기로 했어.”

“네에?”

“뭐라고요?

“야, 진짜냐? 정말, 정말 진짜야?”

셋의 음성이 급속하게 커졌다. 이때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 똑, 똑―!

“네.”

대답하자 웨이터가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민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듯 풋풋한 얼굴이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네?”

“뭐라고요?”

은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지현은 무슨 뜻이냐고 반문한다. 이때 현수가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끄응! 푸하하하하!”

개그콘서트의 한 장면이 떠오른 때문이다.

이때 웨이터의 말이 이어진다.

“소리가 좀 크셔서요. 옆 좌석에서 항의가 들어왔어요. 그래도 뭐, 떠들고 싶으면 떠드세요. 손님은 왕이니까요.”

“하하! 네,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너무도 너그러웠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환히 웃는다.

이때 웨이터가 펜과 종이를 내민다.

“김현수 사장님이시죠? 팬입니다. 사인 부탁드릴게요.”

“아, 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종이와 펜을 내민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성은 나라 조(趙)이구요, 이름은 나아갈 진(進)에 올 래(來)입니다. 할아버지께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이죠.”

“아, 조진래 씨군요. 알겠습니다.”

이름을 쓰고 만나서 반가웠다, 친절히 대해주어 고맙다고 썼다. 그리곤 천지건설 김현수라 쓰고 사인했다.

“여기 있습니다.”

“아, 네. 진짜 감사합니다. 그럼 옆 좌석 신경 쓰지 말고 마음껏 떠드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하하, 네. 고맙습니다.”

웨이터가 물러갔다. 그런데 그때까지 셋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왠지 표정이 이상해 보인다. 하여 왜 그러느냐고 물으려 할 때 주영이 먼저 웃음을 터뜨린다.

“크하하하하!”

“호호호!”

“깔깔깔!”

“…왜들 이래? 뭐가 웃겨서? 내가 사인을 웃기게 했어?”

“아니. 푸하하하하!”

주영이 배꼽을 잡고 자지러진다. 은정과 지현은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웃는다.

“아, 왜들 이러느냐고?”

“쿡쿡, 쿠쿠쿠쿠!”

주영이 억지로 웃음을 참으려 한다.

“이름이… 이름이… 크하하하하!”

“누구 이름? 조금 전의 웨이터? 조진래 씨?”

“그래, 그래! 크하하하!”

주영이 웃겨 미친다는 표정을 지으며 벽을 긁는다. 이때 노크 소리가 또 들린다.

똑, 똑, 똑―!

모두들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정색한다.

“네.”

“저, 죄송하지만 사인 한 장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저희 형도 김현수 사장님 팬입니다. 한 장만 더 부탁드릴게요. 사인을 받았다고 자랑했더니 꼭 받아오라고 하도 당부를 해서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해드리죠. 형님 이름은 뭐죠?”

“네, 성은 같고요, 이름은 세울 건(建) 자에 올 래(來)입니다. 미래의 세상을 세우라는 뜻으로 지어주신 이름입니다.”

“아, 네. 이름 좋군요. 알겠습니다. 조건래 씨요.”

‘미래를 향해 힘찬 삶을 사십시오!’라고 쓰고 사인을 했다.

사인지를 받은 웨이터가 깊숙이 고개 숙인다.

“무례한 청이었음에도 마다하지 않고 사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우리 이제부터 좀 떠들게요.”

“아이고, 그럼요. 얼마든지 떠드셔도 됩니다. 참고로 옆 테이블 손님들 자리 바꿨으니까 실컷 떠드셔도 됩니다.”

웨이터의 말은 사실이다.

조금 전 현수네 테이블이 시끄럽다고 항의했던 손님들은 멀찌감치 떨어진 룸을 요구하여 그쪽으로 옮겨갔다.

“신경 써주셔서 고맙네요. 감사합니다.”

“아이고, 뭘요. 필요하신 거 있으면 언제든 벨을 눌러주십시오. 그럼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웨이터가 문을 닫고 나간다. 그런데 주영과 은정, 그리고 지현까지 모두 울음을 터뜨리려는 표정이다.

“아니, 이번에 왜 또? 뭐가 문제야?”

현수의 물음이 끝나자마자 주영의 눈에서 급기야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나온다.

“뭐야? 갑자기 슬픈 일이라도 생각났어?”

“푸하하하하하하!”

“호호호호호호!”

“깔깔깔깔깔!”

“…다들 왜 이래? 갑자기 단체로 미치기라고 한 거야?”

“끄응! 크하하하하하!”

“호호호호!”

“깔깔깔깔! 아오, 미치겠네요. 깔깔깔!”

“아! 진짜, 갑자기 왜들 이래?”

현수만 어리둥절한 표정이고 셋은 웃겨 죽겠다는 얼굴이다. 당연히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체 왜 그러는데? 나만 모르는 뭐가 있는 거야?”

“크크크, 이름이… 이름이…….”

“무슨 이름? 방금 나간 웨이터 이름? 조진래 씨라고 했잖아. 형은 조건래 씨라고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 그리고 미래를 세워라. 뭐가 이상해?”

“크크, 크크크크!”

“아이고, 미치겠어요. 호호호!”

“끄응! 난 눈물이 다 나요, 언니. 깔깔깔!”

“……!”

현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주영이 한마디 한다.

“이따 집에 가다가 생각해 봐.”

“대체 뭐야? 아무튼 알았다. 근데… 푸하하하하하!”

급기야 현수의 입에서도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이제야 왜 웃는지 알게 된 것이다.

조진래와 조건래의 발음을 빨리하면 ‘조질래’와 ‘조걸레’로 들린 것이다.

자음접변 역행동화4)가 빚어낸 참극이다.

“크크크크! 저런, 형광등!”

“호호호! 호호호호!”

“깔깔! 아이고, 미치겠어요. 이제 그 이야긴 그만해요. 깔깔깔! 아이고, 배야! 배 아파요! 깔깔! 깔깔깔깔!”

넷의 웃음소리는 한참을 이어졌다.

몹시 시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웨이터가 다시 와서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일련의 상황이 끝났을 때 셋의 잔은 비어 있었다.

다시 술을 채웠다. 그리곤 집에 갈 때까지 웨이터와 그 형의 이름은 입에 담지 않기로 했다.

또 웃음보가 터질 것 같아서이다.

“야, 근데 그거 진짜야? 몽골과 러시아에 우리나라만 한 농장 만드는 거.”

“응. 러시아하곤 이미 협의가 끝났고, 몽골은 푸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가 힘써주기로 했으니까 될 거야.”

“헐! 완전히 미친… 이다.”

“그러게요. 너무 큰 거 아니에요?”

주영에 이어 지현이 한 말이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큰 거 같아요. 개인이 어떻게 자기가 사는 나라보다도 큰 농장을 두 개나 운영해요? 근데 그럴 만 한 돈은 있어요? 개발하려면 자본이 많이 필요할 텐데요.”

은정은 다소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주영이 이실리프 상사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 모르는 때문이다.

“그건 괜찮아요, 은정 씨.”

“네? 그럼 그만한 돈이 있다구요?”

“네, 조금 많이 있어요. 이걸 잘 굴리면 방법은 있을 거예요. 그나저나, 이걸로 끝이지? 어디에 또 그만한 농장이 있고 그러는 거 아니지?”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심히 우려스럽다는 표정이다. 어찌 이 기대를 깨겠는가!

“사실은 우간다와 케냐에도 농장을 만들 생각이야. 우간다는 4만㎢, 케냐는 2만㎢ 규모로 생각해.”

“헐! 그야말로 헐이다. 더 할 말이 없다.”

이젠 더 놀란 기운도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에도 하나 더 해볼 생각이야.”

“그래? 거기 면적은 얼마나 되는데?”

“10만㎢쯤 달라고 그럴 생각이야.”

“끄으응! 아주 미친다, 미쳐! 다 합치면 얼마나 되는 거냐? 콩고민주공화국 104,500㎢, 몽골 10만㎢, 러시아 10만㎢, 에티오피아와 우간다는 각각 4만㎢, 케냐 2만㎢, 맞지?”

“뭐, 일단은.”

“야, 더 이상 늘리지 마. 그러다가 우리 국민 절반은 다른 나라 나가서 살아야 하니까. 아무튼 다 합치면…….”

“404,500㎢다.”

주영이 아무리 숫자에 밝다 하더라도 현수의 두뇌를 따를 수는 없다. 어쨌거나 면적을 합산해 보니 대한민국 전체 면적보다 네 배 이상 넓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실제론 그럴 수 없지만 이 면적 전체를 밀밭으로 만들고 성녀가 신성력을 불어넣은 종자를 뿌린다면 약 5억 8,000만 톤의 밀이 수확된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총량의 89%에 해당된다.

이것에 북한 주민 1인당 곡물 소비량인 174㎏을 적용시키면 33억 4,177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다.

지구 인구가 약 70억 명이니 혼자서 지구 절반의 식량을 해결하는 것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헐! 그걸 우리가 개발한다고?”

“해야지. 남북한과 몽골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각국의 기근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될 테니까.”

“아,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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