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31화 (730/1,307)

# 731

기근 때문에 아사자가 속출하는 땅이다. 현수의 말대로라면 대부분의 아사자를 줄일 수 있다.

주영이 멈칫하는 사이 현수의 시선이 은정에게 향한다.

“이 실장님도 업무량이 늘어날 겁니다.”

“네? 그게 무슨……?”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에티오피아에 이어 우간다와 케냐에도 천지약품이 개설될 겁니다.”

“네?”

“우간다는 인구 3,500만 명, 케냐는 4,400만 명이에요. 이 사람들의 의약품 소모량도 상당히 많을 겁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놓으세요.”

“헐! 에티오피아에 들어갈 것도 아직 다 안 됐는데… 우간다와 케냐까지 공급하려면 제약회사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도 안 되겠네요.”

은정의 이런 우려를 들은 현수가 시선을 주영에게 주었다.

“참, 내가 매입하라는 주식은 다 매입했어?”

“정책금융공사가 가지고 있던 KAI 지분은 다 매입했어. 주식시장에서 팔리는 건 거의 다 매집했고, 남은 건 3% 미만인데 이건 내놓지 않아 쉽지 않다.”

“그럼 일단 97% 정도는 확보했다는 거지?”

“그래. KAI는 일단 그래. 퍼스텍과 세트렉아이의 주식은 99% 정도 되니까 곧 다 살 수 있을 거야.”

이실리프 상사에 몸담고 있는 전직 금융회사나 증권회사 직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머지도 다 사야 하니까 자발적 상장 폐지를 위한 주식 공개 매수를 진행해.”

“진짜 상장 폐지할 거야?”

“외부에서 자금을 얻어올 생각이 없으니 당연하지.”

“알았다. 그렇게 진행시킬게.”

주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제약사들 주식은 얼마나 매집했어?”

“이실리프 무역상사와 거래하는 모든 제약사 주식의 51% 이상은 확보했다. 더 사들여?”

“그래. 사들일 수 있는 건 다 사들여. 앞으로 제약사 주식 값이 많이 오를 테니까.”

“저, 제약사 사장들이 불안해하지 않을까요?”

이번에 끼어든 사람은 은정이다.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거래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경영 간섭을 할 생각이 없다는 걸 분명히 했잖아요. 그러니 괜찮을 거예요.”

“아, 네에.”

은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어떤 회사든 대주주가 경영자와 우호적인 관계일수록 좋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불안해하면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세요. 그리고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라는 말도 하구요. 참, 품질 우선이라는 것도 꼭 말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거의 전부 공장 증설이 필요할 거예요. 증자가 필요하면 언제라도 말하라고 하세요.”

“네, 사장님.”

“자, 이제 내가 할 말은 대충 다 한 거 같다.”

“이게 대충이야? 하여간 너는……. 아이고, 술이나 마시자. 더 말하면 숨 가쁘니까.”

“내일부터 엄청 바쁠 거 같아요.”

“수고들 해주세요. 이이가 꼭 보답할 겁니다.”

지현의 말에 주영과 은정이 동시에 대답한다.

“보답은요, 괜찮습니다.”

“언니, 보답은 바라지도 않아요. 이렇게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이후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대화를 나눴다.

자주 만날 수 없기에 업무 이야기가 조금 길어진 게 흠이다. 앞으로는 자주 통화하기로 약속했다.

“잘 있어라.”

“오냐, 조심해서 가라.”

지현과 현수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 어두운 밤길을 달려 우미내로 돌아왔다.

“주영 씨 선물 뭐 할 거예요?”

“이실리프 상사 사장으로 임명할까 해. 제수씨도 이실리프 무역상사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그게 다예요?”

“아니. 지금 살고 있는 건물도 줄까 해.”

“흐음,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요.”

이때 현수의 뇌리를 스치는 상념이 있다.

“참, 하나 더 있다. 섭지코지에 있는 유니콘 아일랜드 별장 하나를 줄 생각이야.”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언제 날 잡아서 다 같이 한번 놀러 가요, 우리.”

“그래, 놀러 가자. 근데 피곤하지 않아? 내일 출근하지?”

“네. 근데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자기가 슬립 마법으로 재워주면 되잖아요. 아까 제게 바디 리프레쉬 마법 썼죠? 그래서 그런지 피곤한 건 없어요.”

“그래? 그래도 잠자리엔 들어야지.”

현수가 눈을 반개한 채 바라보자 지현이 웃는다.

“어휴! 이 엉큼한……! 호호, 좋아요!”

둘은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방에서 또 열풍이 불었다. 2세는 금방 만들어질 듯하다.

이때 우미내 마을 집밖에선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나간 걸 본 적이 없는데 택시를 타고 왔으니 어찌 안 그렇겠는가!

현수와 지현을 위한 경호는 육군, 해군, 공군과 국정원, 그리고 스페츠나츠와 토탈 가드에서 하고 있다.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니 안면이 틔어 임무를 분담했다. 근거리, 중거리, 장거리 경호를 돌아가며 맡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전에 있었던 저격 사건 때문이다. 범인은 아직도 잡지 못한 상태이다.

오늘 밤 근거리 담당은 국정원이다.

그런데 현수 부부가 택시를 타고 들어오자 다른 어찌 된 일인지를 따진 것이다.

국정원에서 파견된 요원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둘이 같이 나갔다는 얘긴데 그걸 아무도 못 봤다는 걸 설명할 길이 없는 것이다.

밖에서 티격태격5)하는 동안 현수와 지현은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그 결과 체력이 월등한 현수는 살아남았지만 지현은 또 곯아떨어졌다.

‘오늘이 며칠이지?’

현수는 노트북을 부팅시켜 날짜를 확인했다.

2014년 2월 16일 토요일에서 17일 일요일로 바뀌고 있다. 완전한 한겨울이다.

“흐음, 지구에 온 게 2월 1일이었으니 벌써 17일이나 지났군. 벌써 보름이 넘은 건가?”

지구로 온 후 여러 일을 했다.

도착은 킨샤사 저택이다. 그날 새벽부터 마타디 항에서 이실리프 로고가 그려진 컨테이너들을 아공간에 담았다.

그때는 이실리프 농산, 농장, 축산에 필요한 인원을 20만 명으로 잡았다. 앞으로 4만㎢를 더 조차 받는다면 최하 100만 명은 더 고용해야 한다.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선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국민에게 직업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로 이동하여 기오르기스 대통령과 유력 인사들을 만난 바 있다. 그때 천지약품 설립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추가로 엄청난 양의 백신을 주문 받았다.

홍역, 말라리아, 콜레라 백신 3,000만 명분이다.

이 거래 하나만으로도 대한약품의 위상은 크게 올라간다.

그때 기오르기스 대통령은 우간다와 케냐에도 천지약품 설립을 추천했고, 긍정적인 대답을 한 바 있다.

에티오피아의 국방장관 페게씨 셰레파의 무기 수출 요구가 다소 부담스러웠을 뿐이다. 이집트 때문이다.

리야 아스토우는 커피 재배 전문가들을 섭외했고, 전원 취업시켰다. 그들은 반둔두와 비날리아 지역으로 보내져 재배 최적지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정착하게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배려로 학교와 병원, 도서관, 영화관, 쇼핑센터 등이 주변에 지어질 것이다.

서울에 당도해서는 동북아참역사재단 연구원 중 지나에 협력한 자들을 파악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 엄규백 팀장이 다소 부담스러워 했으나 그들의 행방은 곧 밝혀질 것이다.

다음은 드미트리와의 접견이다.

참고로 드미트리는 레드 마피아 서열 7위에 랭크되어 있는 고위 인사이다.

하지만 전과 달리 대등한 대화가 아니었다. 현수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레드마피아 서열 2위가 된 때문이다.

원래는 이리냐와 놀러 갔던 메트로 클럽의 사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블라디미르가 2위였다.

조직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클럽 사장 정도로는 보스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차기를 위해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곳에 있다 보니 그런 것이다.

아무튼 레드마피아 조직엔 서열 변동이 발생되었다.

차얀다 가스전 개발공사 및 블라디보스토크까지 파이프라인 연결공사를 턴키베이스로 수주한 뒤에 벌어진 일이다.

1위는 여전히 알렉세이 이바노비치이다.

하지만 2위는 바뀌었다.

원래는 서열 1,000위 안에도 들지 않던 외국인이다. 심지어 레드마피아에 입단 선서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한국인 샐러리맨 김현수가 차기 보스로 발표되자 레드마피아 단원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저항은 미미했고, 곧 수그러들었다.

단원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적이며 고정적인 수입이다. 그들에게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문제를 현수가 거의 다 해결해 주고 있다.

가스전 개발 공사와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에 조직원들을 대거 관여케 하는 것이 그중 하나이다.

더 큰 건 쉐리엔과 항온의류이다.

쉐리엔은 모스크바가 중심이 되어 전 유럽에 공급된다. 쉽게 말해 유럽 전체의 독점 품목이다.

소매가격은 현수로부터 공급 받은 가격 ×8이다.

이쯤 되면 폭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없어서 못 판다. 유럽 어디를 가던 서로 달라고 난리다. 하여 이바노비치에게 합법적으로 엄청난 부가 흘러드는 중이다.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배자와 격차가 점점 줄고 있다. 조만간 역전될 것이 분명하다.

쉐리엔은 매월 1억 달러어치가 공급된다. 이걸 8억 달러에 파니 모든 비용을 제하고도 최하 7억 달러가 남는다.

한국 돈으로 매월 8,400억 원 정도가 쌓이는 것이다.

물론 이 중 20%는 법인세로 납부되어야 한다.

이걸 뺀 나머지는 5억 6천만 달러이다. 한화로 6,720억 원이다.

매월 순수입이 이러하니 레드마피아 조직 전체의 자금 순환이 원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레드마피아에 돈을 벌어주는 건 쉐리엔뿐만이 아니다.

지르코프가 관할하는 항온의류 역시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고 있다. 아직은 많이 풀리지 않아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물품이다.

그런데 항온의류를 접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디자인과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춥고 긴 러시아의 겨울을 가뿐하게 보낼 수 있는 혁신적인 의류이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있어 항온의류는 보드카보다도 훨씬 좋은 것이다.

이것 역시 공급가 ×8 정도에서 풀리고 있다.

현재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공급할 물량도 달리기에 다른 유럽 국가엔 팔지 않고 있다.

나중에 충분한 재고가 쌓이면 생각해 볼 일이지만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아무리 안 되어도 러시아 전역에 3억 벌 이상 풀려야 재고라는 게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인구 1억 7천만 명인 러시아기에 1차로 주문한 8,000만 벌이 모두 들어와도 국내 수요조차 채우지 못한다.

말이 쉬워 8,000만 벌이다.

이걸 컨테이너에 담아 수송하려면 10,000TEU급 컨테이너선 한 척을 통째로 전세내야 한다.

참고로 이 컨테이너선의 제원은 길이 349m, 폭 46m 정도 된다. 높이 277m짜리 63빌딩보다 72m나 더 긴 배다.

어쨌거나 이 배에 실린 컨테이너를 몽땅 하역해 놓으면 웬만한 부두는 꽉 찰 것이다.

참고로 콩고민주공화국 최대 항구인 마타디 항의 경우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3,500개가 수용 능력이다.

현재 항온의류는 전량 노보로시스크 항으로 보내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컨테이너 물동량의 40% 이상을 점유하는 최대 관문 항이다.

그럼에도 노보로시스크로 보내는 이유는 지르코프의 영향력을 배가시켜 주기 위한 조치이다.

노보로시스크 항은 수입 화물 중 46%가량이 모스크바행 화물이다. 본격적으로 항온의류를 보내면 이 비율이 월등히 상승할 것이다.

인천 → 수에즈운하 → 상트페테르부르크 →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종전의 노선에 비해 환적6)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송 시간 단축과 운임이 저렴하다는 이점도 있다.

지르코프는 항온의류라는 획기적인 상품으로 막대한 돈을 번다. 쉐리엔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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