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2
뿐만 아니라 노보로시스크 항구를 중심으로 한 조직의 장악력과 영향력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노보로시스크 시장은 지르코프와 아주 긴밀한 연락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합법적인 일로 막대한 세금을 납부한다. 당연히 도시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4장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연구
어쨌거나 현수 본인은 모르지만 졸지에 레드마피아 서열 2위가 되었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알렉세이 이바노비치가 사망할 경우 레드마피아라는 조직 전체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현수로 인해 레드마피아 전체에 여유 자금이 발생하는 중이다. 물론 그 액수는 조직원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기에 현수가 2인자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는 없다. 현수만 이러한 사실을 모를 뿐이다.
현수가 지구로 귀환한 후 에티오피아에서 한 일은 아와사 지역 4만㎢를 조차해 달라고 한 것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현재 특별 법안을 만드는 중이다. 그것이 확정되면 도로와 철도 공사가 자동으로 따라온다.
천지건설이 또 한 번 대형 공사를 수주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엔 북한엘 다녀왔다.
파이프라인 연결 공사가 북한 영토를 통과하는 건이 말끔하게 매듭지어진 것이 성과이다.
아울러 수용소 등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몽골과 러시아에 조성될 이실리프 자치구로 보내준다는 것 역시 성과이다.
숙천유전과 이실리프 석유화학단지의 지분도 결정되었다.
귀국하여 대통령과 국정원, 통일부를 차례로 방문하여 방북 성과를 설명한 바 있다. 그리고 차얀다 가스전 관련 공사를 수주했음이 만방에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정년도 길어지고 급여도 늘어났으나 신경 쓰지 않는다. 그 정도는 이미 푼돈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국 방문이다. 애초의 목적 두 가지 중 하나인 금괴 탈취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 16,350톤의 금괴가 더 생겼다.
7,357억 달러, 한화로 832조 원의 가치이다.
우연히 윌슨 카메론을 만나 이실리프 빌딩 매입이 순조로웠고, 이실리프 트레이딩이 성공적으로 론칭되는 중이다.
록히드 마틴을 방문한 것만 성과가 없다.
총알세례만 잔뜩 받았을 뿐이다.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강구한 뒤 다시 방문할 계획이다.
“아무튼 이곳에 17일이나 있었네. 저쪽은 어찌 되었을까? 성녀는 깨어났겠지? 흐음, 그건 가보면 알 일이고. 자, 그럼 한번 가볼까?”
의식적으로 팔찌를 살펴보았다. 차원 이동을 할 마나가 충분히 채워져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그나저나 이건 왜 이렇게 된 거지? 요즘은 늘 완충 상태잖아. 혹시 뭐가 잘못된 건가?”
현수는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만일 전능의 팔찌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 차원 이동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당장은 카이로시아와 로잘린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 만일 그녀들과 가정을 꾸려 아이들을 본 다음에 문제가 생긴다면 진짜 큰일이다.
생이별하여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르센 대륙에 머물고 있다가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이다.
벌여놓은 일이 전부 엉망이 될 것이다.
“흐음, 늦기 전에 차원 이동 마법을 연구해야겠네.”
현수는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하여 지하로 내려가 오랜만에 결계를 쳤다.
타임 딜레이 마법 역시 구현시켰다.
180:1의 시간 흐름이 조성된 것이다.
“이실리프 오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승 멀린이 수작업으로 만든 마법서가 허공에 둥실 떠오른다.
그동안 여러 차례 이 마법서를 접한 바 있다. 모두 필요에 의한 열람이었다. 다시 말해 보고 싶은 부분만 찾아 읽었다.
오늘도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하여 색인에서 차원 이동 마법에 관한 글귀를 찾았다. 그러던 중 눈에 뜨이는 구절이 있었다.
『차원 이동에 관한 소고(小考)』
“이거다!”
서둘러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곤 정신없이 내용에 빠져들었다. 전능의 팔찌 덕분에 현수의 두뇌는 스승인 멀린보다 좋아진 상태이다.
읽으면서 이해하고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읽는 순간 이해가 되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외울 수 있다.
뿐만이 아니라 글자로 기록되지 않은 사항을 추정할 능력도 있다. 순식간에 논리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른 추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음에 읽은 것은 『전능의 팔찌에 대한 소고』 이다.
한번 팔목에 채워지면 영원히 빠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9서클 마스터가 되면 의지로 해제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착용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에게 물려줄 수도 있었다.
이때 둘 다 혈액이 매개체가 된다.
다시 말해 둘 다 조금씩 피를 뽑아 마나의 맹약을 해야 새로운 주인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멀린은 전능의 팔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두었다. 주재료인 아다만티움과 미스릴, 그리고 최상급 마나석만 있으면 추가로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만드는 방법은 매우 복잡하다.
멀린은 이걸 지구로 보낸 뒤 한 가지 착상을 했다.
전능의 팔찌에는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앱솔루트 배리어 발현 기능이 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경우가 발생될 수도 있다 생각한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이 펄펄 끓는 용암에 빠진다는 등의 특수한 경우이다.
이때를 대비하여 팔찌가 전신 갑옷으로 변하게 하는 새로운 마법진을 창안해 낸 것이다.
팔찌를 빼낸 뒤 안쪽에 정교한 마법진을 그려 넣고 구현만 시키면 가능한 일이다. 금속으로 전신을 감싸는 게 아니라 팔찌가 품고 있는 마나를 이용한 것이다.
용암에 빠지더라도 10분 정도는 버티게 할 것이란 추론이 쓰여 있었다. 멀린도 실제로 만들어본 게 아니라 정확한 시간을 확신할 수 없었던 것이다.
“흐음, 이건 나중에 해봐야겠군.”
기록에 의하면 전신 마나 갑옷은 투명하다. 두께는 3∼5㎜ 정도이며, 매우 유연하여 활동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는다.
당연히 무게는 0에 가깝다. 그리고 두 개의 구멍만이 뚫려 있다. 숨을 쉬기 위한 것이다. 이마저도 의지가 발현되면 폐쇄되도록 했다. 진짜 비상시를 위한 조치이다.
페이지를 넘기며 자세히 내용을 살폈다. 그러는 동안 차원 이동 마법에 대한 구체적인 마나 배열이 이해되었다.
뚝 떨어진 서로 다른 차원에 두 개의 공간이 있다.
이(異)차원에 존재하는 서로 다른 공간 사이를 잇는 통로를 계산해 내야 한다.
물론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긴 통로이다.
그 통로를 접어 공간과 공간이 맞붙게 한 뒤 이동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왕복을 하려면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통로를 맞닿게 하는 것만큼이나 매우 예민한 문제이니 수많은 경우를 다 감안해야 한다고 주석이 달려 있다.
“우와! 이거 상당히 복잡한 거였네.”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껏 익힌 어떤 마법보다도 고차원적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아! 이래서 그렇게 되는 거구나. 좋아, 이론은 확실히 알았네. 그런데 조금 어렵다. 조금 더 생각해서 확실해지면 팔찌 없이 시도해 봐야겠어.”
현수가 결계 밖으로 나온 건 오전 9시가 넘어서이다.
외부 시간으로 7시간쯤이니 52.5일간 마법에 몰두해 있었던 셈이다. 원하던 바의 6할쯤은 알아냈다. 그나마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좋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머지 4할은 좀 더 시간을 갖고 연구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고 보니 배가 고파 먹은 빵과 우유, 그리고 주스 등의 양이 상당하다.
위층으로 올라가니 지현이 밥을 먹으라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음식을 만들었는데 지하실에 내려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투덜거린다.
두어 번쯤 식은 음식을 데운 모양이다.
“저는 먼저 먹었으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서 드세요.”
“그래, 잘 먹을게.”
아침 메뉴는 현미 쌀밥에 얼큰한 된장찌개이다. 큼직큼직하게 썬 두부와 감자가 들어 있어 식감이 좋았다.
김치와 계란말이, 시금치 무침, 도토리묵, 상추와 깻잎 겉절이, 콩나물 무침, 쇠고기 장조림 등도 있다.
현수는 지금 52.5일 만에 먹는 한식이다.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음미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캬! 좋다. 맛있어.”
“어머! 정말요?”
지현의 얼굴에 방긋 미소가 어린다.
“그래, 진짜 맛있어. 고마워. 이런 음식 먹게 해줘서.”
“호호! 고맙기는요. 자기가 맛있어 하니 다행이에요.”
상당히 행복해하는 표정이다.
실제로 지현의 음식 솜씨는 상당히 괜찮다.
갑자기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모친 대신 수년간 권철현 고검장의 식사를 책임진 결과이다.
현수는 모든 음식을 음미하듯 천천히 씹어 삼켰다. 고소한 맛, 달콤한 맛, 짠맛, 그윽한 맛, 감칠맛까지 모두 느껴진다.
대마법사가 되면서 감각이 예민해져서일 것이다.
“오늘은 뭐 할 거예요? 오늘도 나가야 해요?”
“응, 만나볼 사람이 있어. 근데 바로 나갈 건 아니야. 이따 저녁때쯤 볼 거야. 그때까진 우리 지현 씨랑 놀아야지. 안 그래?”
“그럼요! 우리 오랜만에 영화라도 한 편 봐요. 연애하면서 한 번도 극장에 못 간 거 알죠?”
“그랬나? 그래, 그럼 영화 보러 가자.”
“진짜 갈 거죠? 예매할 거예요?”
“그래, 갈 거니까 예매해.”
“호호! 좋아요.”
지현이 발딱 일어나 컴퓨터로 간다. 그런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깟 영화 한 편인데 저렇게 좋을까? 흐음, 내가 진짜 나쁜 남자인 건가? 그동안 무심했네. 참, 오늘이…….”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달력을 보았는데 의당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는다.
‘뭐야? 1월에 있었던 거야?’
얼른 일어나 달력을 들춰보았다. 예상대로 1월 31일이 설날이었다.
“그때는… 아, 킨샤사에 있어서 그랬구나. 그런데 부모님이나 장모님께서 왜 말씀 안 해주셨지?”
킨샤사 저택엔 부모님과 장모님인 강진숙 여사가 머물고 있다. 그런데 설날 이야기를 아무도 하지 않았다.
그 나라 달력에는 설날이 표시되어 있지 않았고, 더운 지역인지라 깜박 잊었던 것이다.
“이런, 결혼하고 첫 설날인데 부모님과 장모님께 세배도 못 드렸네. 끄응! 벌써 보름 이상 지났는데 이제 와서 절을 한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현수는 뒷덜미를 긁적였다. 무안한 때문이다.
“안 되겠다. 가족들 생일이랑 결혼기념일, 설날, 추석 정도는 핸드폰에 입력해 놔야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곤 연희와 지현, 그리고 이리냐의 생일과 장모님들의 생일 등을 입력했다.
그날이 되기 사흘 전에 알람이 울리게 조치한 것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함이다.
“휴우! 이젠 까먹지 않겠지. 근데 뭐하지?”
슬쩍 안방을 보니 지현은 패션쇼 삼매경에 빠져 있다. 외출할 때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느라 여념이 없는 것이다.
피식 웃고는 설거지를 시작했다.
멀린이 창안한 워싱 업(washing up)이란 마법이 있다.
그런데 이건 아르센식 설거지이다. 약간 따뜻해진 물이 투박한 접시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도이다.
한국인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설거지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마나 배열을 보다 정교하게 바꾸기 전엔 해보나마나 한 마법인지라 쓰지 않고 있다.
“루루루∼ 루루∼♬∼♬♩∼ 룰루루∼ ♪∼♪♬∼”
저도 모르게 나직이 흥얼거리며 접시며 대접을 닦았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제법 많던 그릇이 얌전히 포개져 물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자기, 그 노래 듣기 괜찮네요. 처음 듣는 곡인데 그것도 다이안 줄 거예요? 근데 음역이 조금 낮은 것 같아요.”
“뭐라고?”
“방금 허밍으로 부른 그 노래 멜로디가 좋다구요. 근데 걸 그룹이 부르기엔 음이 조금 낮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