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51화 (750/1,307)

# 751

1장 이실리프 자치령

“끄응! 나 이제 어떻게 하지?”

하만스가 멍하니 저택을 바라보며 중얼거린 말이다.

같은 시각, 현수는 토마스 등과 더불어 이실리프 자치령으로 텔레포트하고 있었다.

카이엔 제국과 라이셔 제국에서 얻은 인연을 모조리 데려간 것이다. 이 중에는 로이어 영주성을 찾느라 헤맬 때 만난 화전민도 포함되어 있다.

이런 연유로 시간이 제법 지체되어 이실리프 자치령에 당도한 것은 12월 13일 새벽이다.

“여, 여기가……?”

스타이발 후작이 로브의 모자를 벗으며 사방을 둘러본다.

“그렇다네. 이실리프 자치령의 심장부가 될 곳이지.”

“아!”

이른 새벽이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어 장갑을 끼지 않았다면 손이 곱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벌써 작업을 시작한 드워프와 인간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두 항온마법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추위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힘쓰며 일을 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

일정한 체온이 유지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이, 거기! 그래, 키 큰 친구. 그거 천천히 들어. 양쪽에서 균형을 잡아가면서. 알았지?”

“네, 걱정 마십쇼.”

드워프의 말에 사내 둘이 커다란 통나무를 들어 올린다. 나중에 현수 일가가 머물게 될 한옥을 짓는 현장이다.

“자, 일단 거처부터 마련해 주지. 따라오게.”

“네, 마스터!”

현수의 뒤를 따라 전장의 학살자 토마스, 스타이발 후작, 리히스턴 자작 등이 이동했다.

잠시 후, 여러 개의 컨테이너가 꺼내졌고, 가져온 짐을 풀었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이것의 내부에는 이 층 침대가 설치된다. 물론 솜씨 좋은 드워프들이 인간 조수들과 힘을 합쳐 만들어낼 것이다.

처음 당도한 이들은 여기저기 널려 있는 현장을 보며 입을 딱 벌린다. 웅대한 규모와 정교한 솜씨에 감탄한 것이다.

뚝딱뚝딱, 쓱싹쓱싹, 뚝딱뚝딱, 파앙퍼억, 뚝딱뚝딱!

여기저기서 망치질 소리, 도끼 소리, 톱질하는 소리로 요란하다. 그러면서 작업 지시가 잇달아 내려지고 있다.

모두들 제 집을 짓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는지 찍소리하지 않고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드워프 1,500명에 인간 15,000명이 빚어낸 광경이다.

“허어! 대단하군요!”

“그렇지? 모두들 열심히 하고 있네.”

리히스턴 자작의 감탄에 현수가 흐뭇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때 누군가 확성기에 대고 크게 소리를 지른다.

“모두들 작업 중지! 작업 중지! 작업 중지!”

뚝딱뚝딱, 쓱싹쓱싹, 뚝딱뚝딱, 파앙퍼억, 뚝딱뚝딱!

“……!”

“아침 배식 실시한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식당으로!”

“와아! 아침 식사다! 가자, 식당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일부가 빠져나간다.

워낙 인원이 많기에 동시에 식사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직은 그럴 만한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까닭이다

하여 조를 나눠 차례로 식사를 한다. 메뉴는 매일 바뀌고, 음식은 맛있다. MSG1)를 꺼내놓은 때문이다.

지구에선 이걸 먹으면 인체에 해롭다는 의견이 대두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 어느 곳에서도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어떤 전문가는 MSG가 무해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현수가 이걸 꺼내놓은 이유는 음식의 맛을 좋게 하기 위함이 주목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식사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곳 사람들을 보면 북한 주민이 떠오른다.

음식의 섭취량도 적지만 균형 잡힌 식사를 하지 못해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공급받기 힘들어 그런지 괴혈병(壞血病, Scurvy)이 특히 많아 보였다.

모세혈관이 약해져서 인체 조직 속에 쉽게 출혈이 생겨 겉보기에 멍이 든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리고 잇몸에서 피가 나고 잇몸이 물러지면서 치아가 흔들거린다.

각기병(脚氣病, Beriberi)도 많아 보였다.

이는 영양실조로 인한 것으로 항상 다리가 부어 있고, 부은 다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간 살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보인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는 비타민 결핍증2)에 대해 교육한다.

이것을 표로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거의 대부분이 이런 증상을 보였기에 일단은 영양가가 있고 균형 잡힌 식사가 우선이라 생각했다.

하여 입맛을 돋우기 위해 MSG를 준 것이다.

이들이 공급받는 식품 중 육류는 케이상단 제7지부에서 전량 공급되는 중이다.

육류 등 식재료가 운반되는 마차에는 보존마법진 이외에도 항온마법진이 중첩되어 있다.

냉장고와 같은 온도를 유지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따라서 육류의 신선도는 지구와 다를 바 없다.

어쨌거나 모든 인원에게 푸짐한 식사가 제공되는 중이다. 하지만 온수 목욕까지는 제공하지 못한다.

아직은 쌀쌀한 추운 겨울인지라 건물이 웬만큼 지어지면 그때나 실현될 일이다.

겨울이라 이곳에선 신선한 채소와 과일류를 구할 수 없다.

하여 아공간에 담겨 있던 90톤에 달하는 열대과일을 꺼내놓았다. 이건 러시아에 금괴를 보낼 때 위장하기 위해 매입했던 것들이다. 바나나, 파인애플 등 상당히 종류가 많다.

이것마저 다 먹어치우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라도 가야 한다. 백두마트에서 가져온 채소와 과일류도 전부 꺼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은 없었다.

“로드, 아직 체계는 잡혀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방을 면밀히 살핀 스타이발 후작의 말이다.

“맞네. 아직은 그렇지. 드워프들이야 일족이니 족장이 알아서 잘 인도하지만 인간은 세 무리라 할 수 있네.”

브론테 왕국에서 온 5,000여 명과 라이셔 제국 하켄 공작의 병사 10,000명이 두 무리이고, 나머지가 한 무리이다.

알베제 마을은 이곳으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있기에 아직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소규모 마을로 있을 수는 없다.

하여 하켄 공작령에서 데리고 온 화전민을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에서 흘러든 유민들의 숫자가 상당하다. 나이즐의 말에 의하면 숫자가 나날이 늘어나는 중이다.

테리안 왕국의 귀족 중 폭정을 일삼는 영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언제고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이건 일찌감치 선을 그어야 한다. 테리안 왕국의 귀족이 불만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기사와 마법사들의 유입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랜드 마스터이자 매지션 로드인 현수에게 배움을 청하려고 오는 인물들이다.

“일단 체계를 잡으심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지? 그럼 그거부터 손을 볼까? 자네들은 일단 구경부터 하고 오게. 난 이곳에 있을 터이니.”

“네, 로드!”

스타이발 후작, 토리나 백작, 리히스턴 자작이 일제히 고개를 숙인다.

모두 물러가자 별도의 컨테이너를 꺼냈다. 그리곤 현 인원에 대한 배분 및 체계를 구상했다.

경기도의 면적은 10,184㎢이다. 이곳엔 28개 시와 3개 군, 그리고 110개 면과 396개 동이 밀집되어 있다.

전체 인구는 1,240만 명 정도 된다.

이실리프 자치령의 규모는 12,000㎢ 정도이다.

경기도보다 약간 크다. 공사 중인 이곳을 제외하면 알베제 마을 하나뿐이다.

드워프들을 제외한 현 인구는 대략 18,000명이다. 땅은 더 넓은데 인구는 경기도의 680분지 1 정도 된다.

“일단 모든 병사를 헤쳐 모여를 시켜야겠군.”

그냥 놔두면 전라도와 경상도가 대립하는 것처럼 지역감정이 생기게 될 것이다.

서로 살아온 환경과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여 모두를 섞은 뒤 이를 등분할 생각을 했다.

100명씩 한 개 마을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들을 대표하는 건 촌장이다.

열 개의 촌이 모이면 군수가 된다. 1,000명을 다스리는 우두머리가 군수인 것이다.

다섯 명의 군수를 지휘하는 자는 시장이다. 총원 5,000명을 이끌게 된다.

처음엔 촌락이라 하기에 규모가 너무 작고, 군수와 시장 역시 명칭이 과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의 가족까지 감안하면 아주 적지는 않다.

아르센 대륙의 경우는 가족 단위가 지구와 다르다.

가족 모두에게 별탈이 없을 경우 가장 이외에 노부모와 처, 그리고 자녀들로 구성된다.

피임이랄지 가족계획 같은 게 없기에 적어도 네 명 이상의 자녀를 낳는다. 많게는 아홉 명이 넘을 때도 있다.

물론 의료 혜택이 열악하기에 이들 모두가 생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여 한 가정의 평균 인원은 일곱 명 정도이다.

이는 드리튼 백작의 영지에서 오는 사람 수와 연관하여 계산해 보면 명확하다.

현재 테리안 왕국을 가로질러 이곳으로 오고 있는 가족 수는 대략 30,000명이다.

이곳에 있는 병사 5,000명의 여섯 배이다.

이들 둘을 합치면 5,000 가구 35,000명이 된다. 대륙 평균인 가구당 일곱 명 꼴이다.

아무튼 이를 감안하면 촌장은 700명을 관장한다.

군수는 7,000명이고, 시장은 35,000명을 이끄는 존재이다. 지구와 같은 세분화된 행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정도만 해도 관리하기 버거울 것이다.

현재 이실리프 자치령에 있는 사람 수는 18,000여 명이다. 일단 세 개의 시를 만들 인원은 된다.

하여 세 명의 시장 후보로 드리튼 백작, 스미스 백작, 가가린 백작을 물망에 올려놓았다. 모두 영지를 다스린 경험이 있으니 별문제 없을 것이다.

이들에겐 병사 조련이란 별도의 성과를 요구할 생각이다. 각기 5,000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배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는 별도로 기사단과 마법단을 만든다.

기사단은 네 개로 구분될 예정이다.

현재 브론테 왕국과 테리안 왕국, 그리고 미판테 왕국에서 온 기사들이 있다.

이 밖에 다수의 자유기사와 용병들이 있다.

이들은 출신을 고려하여 네 개로 나뉘게 된다. 유사시 서로의 등을 내줄 수 있어야 하므로 출신지 별로 묶는 것이다.

기사단의 경우는 가장 화후 높은 자가 단장이다.

그래서 네 개 단 중 하나는 전장의 학살자 토마스가 맡는 것이 확실하다. 유일한 소드 마스터이니 당연한 일이다.

마법사도 네 개 단으로 구성된다.

브론테 왕국, 테리안 왕국, 그리고 미판테 왕국에서 온 마법사와 그 밖의 마법사들로 분류되는 것이다.

각각의 마법단은 가장 서클 수가 높은 자에게 맡겨진다.

기사단과 마법단은 영지의 주요 전력이 될 것이다.

현수의 직속 기관으로 자리할 것이며, 이들 가운데 일부가 새로 만들어질 아카데미의 교수가 된다.

아카데미의 원장은 토리나 백작으로 내정되었다. 경험 많은 적임자이기에 따로 고려하지 않았다.

도서관장은 리히스턴 자작에게 맡겨볼 생각이다. 일가를 이루게 해주었으니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려는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공동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병사들은 둔전3)을 일구게 된다. 종자 개량이 끝나 있으므로 적은 면적만으로도 충분히 자급자족할 수 있다.

지금은 개발 초기이므로 영지를 만들어내는 일이 우선이다. 따라서 모두들 작업에만 전념토록 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한 이실리프 자치령을 공격하려는 세력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으로 흘러들려는 인원을 컨트롤할 경계근무만 필요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틀이 잡히면 사유재산을 허용할 생각이다. 각 가구에게 경작 가능한 농토가 배정된다.

열심히 일해 더 많은 소출은 얻는 자는 그만큼 잘살게 될 것이다. 다만 지구와 같은 땅 투기는 원천봉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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