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56화 (755/1,307)

# 756

“핵미사일? 그, 그래!”

“좋아! 아공간 오픈! 출고!”

현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지나에서 가져온 핵미사일이 튀어나온다.

길이 10.7m, 직경 1.4m에 무게 14.7톤짜리이다.

동풍21로 명명된 이것은 300KT짜리이다. 다이너마이트 30만㎏이 한 번에 터지는 위력이다.

참고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탄두는 15KT짜리였다.

상당히 큰 크기에 깜짝 놀란 제니스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설 때 현수의 말이 이어졌다.

“어때? 괜찮아 보이지? 이건 2,000㎞ 밖에서도 쏠 수 있어. 대단하지? 이거 하나면 바세른 산맥은 아마 남아나는 게 없을 거야.”

“그럼… 바세른이 평지가 되기라도 한다는 거야?”

제니스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기대했던 반응이다. 하여 현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야. 장담하건대 바세른엔 살아 있는 생명체의 씨가 마를 거야. 깊은 땅속에 있다고 해도.”

물론 뻥이다. 어찌 핵미사일 한 발로 거대한 산맥을 통째로 뭉갤 수 있겠는가!

TNT 58MT톤짜리 차르 봄바7)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러시아에서 만든 이것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의 3,800배 위력을 보였다.

버섯구름의 크기는 높이 64㎞, 폭 30∼40㎞ 정도였다.

100㎞ 밖에서도 3도 화상을 입었고, 270㎞ 이상 떨어져서 관찰하던 실험 관계자들도 무지막지하게 뜨거운 열을 느껴야만 했다.

900㎞ 떨어진 핀란드의 유리창이 깨졌고, 충격파는 700㎞는 족히 갔으며, 5∼5.2 정도의 지진파가 지구를 세 바퀴나 돌았다.

이것을 프랑스 파리에 떨어뜨릴 경우 한 방에 파리 전체가 평평해진다. 초토화 정도가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차르 봄바가 터진다면 바세른 산맥의 생명체 대부분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산맥마저 편평해지진 않는다. 너무 크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때론 뻥카도 먹힐 때가 있다. 지금의 제니스가 그러하다. 살짝 겁먹은 표정이다.

라세안이 먼저 당하기는 했다. 지금도 등산용 배낭이 핵배낭인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다.

어쨌거나 라세안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눈앞의 핵미사일을 외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등에 지고 다닐 정도만 해도 5㎞ 내엔 남아나는 게 없을 거라 했다. 그런 그것에 비교하면 어마어마하게 큰 것이다.

이게 터지면 현수의 말처럼 바세른 산맥이 뭉개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드래곤들이 모여 있을 때 터뜨리면 멸족이라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물론 여전히 겁먹은 표정이다. 내심 웃음이 터지려 했으나 이를 억누르며 물었다.

“하나 더 보여줄까? 내 아공간에 제법 있거든.”

이번에도 뻥카다. 하나가 더 있는 건 맞지만 더 있다는 말은 거짓이다. 물론 가져오려면 얼마든지 더 가져올 수 있다.

어느 곳에 보관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이, 이런 게 또 있다고?”

“응. 일단 하나만 더 보여줄게. 아공간 오픈! 출고!”

또 하나의 핵미사일이 나타나자 제니스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진다. 드래곤의 힘으로도 제압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건 위험한 거니 일단 집어넣고 말하지. 입고!”

말을 마치자 두 개의 핵미사일이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현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건 쓰고 싶지 않아. 위력이 너무 강해서 피해가 심하거든. 내가 온 곳에서 이걸 실전에서 썼는데 그 결과가 어떤지 알아?”

“어, 어땠는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어. 그래서 이것보다 10억 분의 1 정도 위력을 가진 걸 터뜨려서 보여줄게.”

“10억 분의 1짜리를?”

“그래. 조금 위험하니 뒤로 좀 물러나지.”

현수는 흑마법사들의 시신이 즐비한 전장을 바라보았다.

워낙 괴이한 놈들인지라 그냥 놔두면 시신을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칠지 모른다. 그렇기에 시신마저 없애려는 것이다.

“아공간 오픈!”

현수가 꺼낸 것은 네이팜탄(Napalm bomb)이다.

터지면 3,000℃ 정도 되는 매우 높은 온도로 광범위한 정글을 불바다로 만드는 놈이다.

근처의 산소까지 고갈시키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불길이 닿지 않아도 질식사시킬 수 있다.

현수가 꺼내 든 것은 단숨에 2,500㎡를 완전한 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월남전 때 많이 사용된 것이다.

콩고민주공화국 반군들이 반입하려던 것이다.

“그건… 뭐죠?”

제니스의 어투가 살짝 바뀌어 있다. 저도 모르게 존댓말을 쓴 것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보면 알게 될 거야. 자, 플라이!”

몸을 띄운 현수는 적절한 고도에서 네이팜탄 서너 개를 흑마법사들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투하했다.

휘이익―!

콰콰콰쾅! 콰콰콰콰콰콰쾅―!

시뻘건 화염이 솟으며 주변을 모조리 태운다.

제니스와 케이트, 그리고 브란테 왕국군들의 눈이 퉁방울만 해진다. 눈앞에 화염지옥이 펼쳐진 때문이다.

“이게 10억 분의 1이라고요?”

“어쩌면 그보다 더 적을지도 몰라. 아까 그것들은 정말 강력한 거거든.”

“허억―!”

제니스는 저도 모르게 당혹성을 터뜨렸다.

현수의 말이 사실이라면 멋모르고 덤벼드는 드래곤은 모두 죽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걸 쓰고 싶지 않으니까 중재 좀 부탁해.”

“……!”

제니스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뻘건 화염은 전장에 널려 있던 흑마법사들의 시신을 삼켜 버린다.

물론 울창했던 숲도 불타오르고 있다.

추운 겨울이지만 뜨거운 열기 때문에 비켜서야 할 정도였다. 놀란 몬스터들은 멀찌감치 물러나 있다.

현수는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하나 더!”

“하나 더요? 뭐죠?”

“라세안에게 이야기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제니스가 아드리안 공국, 아니, 아드리안 왕국의 수호룡이 돼줬으면 해.”

“네? 제가요?”

“그래. 제니스는 드래곤이니 나보다 훨씬 오래 살 거 아냐. 그러니 아드리안 왕국의 수호룡이 되어줘.”

“드래곤은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

제니스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아니던데? 라이셔 제국의 건국 황제 알렉산더 폰 라이셔의 본명이 알렉산더 에머리어스 카르테로사잖아.”

“아, 알렉산더도 아세요?”

제니스의 어투는 완전한 경어체로 바뀌어 있다. 현수의 기세에 압도당한 때문이다.

“뭐, 직접 만난 건 아니지만 건방지게도 내게 경고를 하더군. 그래서 언젠가 한번 보면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야.”

“아, 알렉산더의 버릇을 고쳐요?”

“어때? 나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겠어? 그랜드 마스터에 10서클 마스터이니까. 안 그래?”

네가 당했던 걸 생각해 보라는 표정을 짓자 제니스의 얼굴이 급격하게 창백해진다.

그때의 악몽이 생각난 때문이다.

한편, 케이트는 스승과 현수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핵배낭이라는 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래곤인 스승은 존댓말을 쓰고 인간인 마탑주는 반말을 하는 게 이상했던 것이다.

“가, 가능은 하겠죠. 근데 알렉산더는 지금 수면기에 있는데 어떻게……?”

“뭐 못 보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아무튼 내 부탁 들어줄 거지? 중재해 주는 것과 수호룡 선포하는 거. 참, 수호룡 선포는 라세안과 함께할 거야.”

“그, 그건…….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좋아, 말미를 주지. 하지만 너무 길어지면 곤란해. 드래곤 로드가 내게 시간을 너무 조금 주면 할 수 없이 한바탕해야 하니까.”

“……!”

“혹시라도 내가 전음을 보내면 최대한 멀리 도망쳐.”

“그건 왜요?”

“아까 그놈을 쓰게 될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지. 왠지 제니스와 라세안만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다 팽개치고 최대한 멀리 도망쳐.”

“아, 알았어요. 고마워요, 생각해 줘서.”

“그래. 아무튼 빨리 결정해 줘. 나도 움직여야 하니까.”

현수의 말이 막 끝나려는 순간 마나 유동이 시작되고 라세안이 나타났다.

“여어, 친구! 여기 있었군.”

라세안이 두 팔을 벌리며 반가워한다.

“그래, 마침 잘 왔어. 제니스에게 두 가지 부탁을 했는데 자네도 나서주게.”

“두 가지? 옥시온케리안과 중재하는 거 말고 또 있나?”

“둘이 아드리안 왕국의 수호룡임을 선포해 달라는 거.”

“아! 그거? 그거야 뭐……. 알았어. 해주지. 그런데 자네가 전에 했던 말 중 반대급부라는 말 있지?”

“반대급부? 자네도 내게 부탁할 게 있나?”

현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있다.

“아이스크림 더 달라고? 아님 초코바?”

“이 친구야, 내가 무슨 식충인 줄 알아? 먹는 거 말고.”

라세안의 말에 제니스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다. 이건 케이트도 마찬가지였다.

“아이스크림이 뭐지? 그리고 초코바는 또 뭐야?”

제니스의 물음에 라세안은 귀찮다는 듯 눈짓한다. 얼른 하나씩 꺼내서 주라는 뜻이다.

“아공간 오픈!”

얼른 아공간을 연 현수는 바닐라콘과 자유시간을 꺼냈다.

“이게 아이스크림이고 이건 초코바야. 포장을 이렇게 벗겨서… 자, 한번 먹어봐. 케이트도.”

“난 안 줘? 나도 입 있는데.”

“알았어, 알았어! 아공간 오픈!”

얼른 하나씩 더 꺼내서 주었다. 라세안과의 대화 먼저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 내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원하는 게 뭐지?”

“내가 원하는 게 뭐든 들어줄 거야?”

“자네가 원하는 거? 좋아, 자네와 난 친구 사이이니 그렇게 하지. 뭔데? 말해봐.”

현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이유는 라세안이 결코 해롭지 않은 요구를 할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지금도 본인의 요청에 따라 몬스터 몰이를 하는 중이다.

제 말로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사실 뭐가 재미있겠는가!

게다가 제니스까지 동원했다. 현수의 이름을 들먹였겠지만 그런 말 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일이다.

“내 부탁은 조금 더 있다 말하지. 생각을 좀 정리해야 하거든. 그래도 되지?”

“물론이야. 언제든 생각 정리되면 말하게.”

현수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주자 라세안은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바닐라콘을 핥아 먹는다.

한편, 제니스와 케이트는 바닐라콘의 달콤한 맛에 홀딱 빠져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들은 건 다 들은 듯하다.

“정말 아드리안 공국, 아니, 아드리안 왕국의 수호룡 선포를 할 거야? 로드가 싫어할지도 모르는데?”

제니스의 물음에 라세안이 고개를 끄덕인다.

“로드가 싫어하거나 말거나……. 로드도 중요하지만 내겐 이 친구도 매우 중요해. 이 친구가 모처럼 부탁했으니 당연히 들어줘야지. 안 그래?”

처음엔 제니스를 보며 한 말이지만 마지막엔 현수를 바라본다. 어찌 화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맙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은 현수의 시선은 곧바로 제니스에게로 옮겨졌다. 이번 턴(turn)은 네 차례라는 표정이다.

“제니스, 내가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

“그, 그건…….”

잠시 말을 끊은 제니스의 시선이 케이트에게 향해 있다. 잠시 제자를 바라본 제니스는 생각을 정리했다는 듯 입을 연다.

4장 설상가상이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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