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능의 팔찌-762화 (761/1,307)

# 762

걸음을 옮겨 타지마할 건설 현장에 당도했다.

“여긴 도서관이 될 거야. 대륙의 거의 모든 책을 채워 넣을 생각이야.”

“책이요?”

“그래. 누구든 이곳에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방할 거야. 그러니 이레나 상단을 동원하여 책을 수집해 줘.”

“알았어요. 맡겨주세요.”

로시아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 다음은 우리 가족이 쉬고 싶을 때 찾아갈 별장이야.”

“여기서 먼가요?”

별장을 집 근처에 짓는 경우가 없기에 물은 말이다.

“그래. 이리 가까이 와.”

“네.”

로시아가 다가서자 곧바로 매스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여긴……? 우와! 경치가 참 좋아요!”

둘이 나타난 곳을 루드비히라는 명칭을 갖게 될 높은 언덕 위이다. 한쪽으론 너른 호수가 보인다.

물이 깊어 짙은 에메랄드빛이다. 바람에 이는 잔잔한 물결은 은린처럼 반짝이고 있다.

다른 쪽을 둘러보니 울울창창한 이실리프 자치령이 보인다. 멀리 아주 조그맣게 코리아라 불리게 될 자치령의 심장부가 보인다. 꽤 먼 거리이다.

“멋지지?”

“네, 경치가 참 좋아요.”

“여긴 우리 가족이 쉬고 싶을 때 와서 마음껏 쉬다 갈 곳이야. 로시아가 마음에 들어하니 다행이네.”

“여기에 이렇게 멋진 건물이 들어서는 거예요?”

백조의 성이라고도 불리는 루드비히 성은 19세기 중반 바이에른의 왕 루드비히2세가 지은 것이다.

“다 지어지면 볼 만하겠지?”

현수가 싱긋 웃음 짓자 로시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나는 자기하고 이런 데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거야. 이실리프 자치령은 풍요롭고 안전한 땅이 되도록 할 테니까.”

“네, 자기만 믿어요.”

로시아는 행복한 표정으로 현수를 올려다보았다.

비록 독차지하지는 못했지만 세심하며 사려 깊으니 평생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 굳게 믿는다는 눈빛이다.

* * *

“로드, 곁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요?”

영광의 마탑주 스타이발 후작과 테리안 왕국의 스멀던 후작, 미판테 왕국의 로윈 후작 등이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그의 뒤에는 이실리프 아카데미 원장으로 내정된 토리노 백작과 도서관장이 될 리히스턴 자작 등이 있다.

“인사들 하게. 내 정실부인이 될 카이로시아 에델만 드 로이어일세.”

“아! 그렇다면 라이셔 제국의 에델만 공작님의…….”

“그러하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가 정중히 예를 갖춘다. 매지션 로드의 정실부인 자리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호칭을 정정했으면 하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스타이발 후작 등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자네들이 나를 지칭할 때 매지션 로드라는 표현을 하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닙니까? 로드께선 모든 마법사의 정점에 계신 분이니까요.”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느냐는 표정이다.

“매지션이란 마술사를 지칭하는 말이네. 마법사는 위저드라 부르는 것이 옳지.”

“……!”

“마술사는 교묘한 방법으로 눈속임을 하지만 마법사는 마나를 배열하여 신기한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게 하지.”

“네, 그건 그렇습니다.”

아르센 대륙에도 마술사는 있다. 주로 저잣거리에서 눈속임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잔돈푼을 버는 사람들이다.

“자네들은 위저드의 진실 된 뜻을 아는가?”

“……!”

단어는 단어일 뿐이다. 아버지를 father라 부르고 어머니를 mother라 부르는 것엔 특별한 뜻이 없다.

대부분의 어휘가 이러하다.

마법사를 뜻하는 wizard 역시 특별하진 않다. 그렇기에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이냐는 표정이다.

이때 현수의 말이 이어진다.

“위저드는 ‘We invent zest and recognize discipline’의 이니셜12)이 모인 것이라 생각하네.”

“우리는 열정을 발명하고, 수양을 인식한다는 뜻입니까?”

“마법사란 열정을 가지고 늘 자기 수양을 해야 하는 존재라는 뜻이지.”

“아! 그렇군요.”

위저드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기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마법사이지 마술사가 아니네.”

“암요! 그야 그러하지요.”

모두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매지션 로드라는 말보다는 위저드 로드라는 표현을 쓰게. 그게 낫지 않겠는가?”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로드!”

스타이발 후작 등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모든 마법사에게 전해 앞으로는 매지션 로드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해주게.”

“알겠습니다. 로드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스타이발 후작 등이 깊숙이 허리를 숙인다. 매지션 로드보다는 위저드 로드, 또는 더 로드 오브 위저드(The lord of wizard)라는 표현이 적합함을 깨달은 것이다.

“그나저나 토리나 백작.”

“네, 로드시여!”

“아카데미 교수진은 구축되었는가? 다 지어지기 전에 선발해 놓아야 할 것이네.”

“마법학부와 기사학부 모두 교수진을 구상해 놓았습니다.”

“그런가? 내가 아는 인물들인가?”

“네, 여기 계신 스타이발 후작님을 비롯하여 스멀던 후작님과 로윈 후작님 등이 마법학부를 맡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후작은 마탑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인가?”

스타이발 후작은 얼른 허리를 꺾는다. 이곳에 남아 있어야 이실리프 학파의 마법을 배울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마탑주 자리는 비워도 됩니다. 이곳에 남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로드!”

“본인이 원하면 그리하게.”

“감사하옵니다.”

스타이발 후작 등은 허락해 주어 고맙다는 듯 깊숙이 허리를 꺾는다.

“그럼 기사학부는?”

“스미스 백작, 가가린 백작, 그리고 전장의 학살자 등이 교수진을 자처했습니다.”

스미스와 가가린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있다. 따라서 교수로서 자격이 충분하다.

“나머지 학부는?”

“정령학부는 맡을 인재가 없습니다. 하여 라이셔 제국 아카데미에 있는 교수를 불러…….”

토리나 백작의 말이 이어지려 할 때 누군가 황급한 걸음으로 다가선다.

“마스터, 손님이 오셨습니다. 곧바로 나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다. 감히 아카데미 원장이 보고하는데 중간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

다소 노기 서린 시선을 받았지만 보고를 한 기사는 태연한 표정이다.

“누가 왔기에 그러는가?”

7장 숲의 요정 아리아니

“그게… 엘프들이 많이 와 있습니다.”

“뭐? 엘프들이……?”

엘프라면 편하게 대할 상대가 아니다. 현재 숲을 현저하게 훼손시키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많이 왔다 함은 적대적인 방문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최후통첩을 위한 방문일지도 모른다.

마법사도 많고 기사도 많다. 하지만 이곳은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적어도 숲에선 엘프들의 기동성이 인간보다 훨씬 낫다.

게다가 엘프들은 원거리 무기를 사용한다.

마법사나 기사가 능력을 보일 수 없는 곳에서 공격만 하고 물러나기를 반복할 수도 있다.

만일 전투 양상이 그러하다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그렇기에 모두의 시선이 현수에게 쏠린다. 토리나 백작의 말이 중간에 끊긴 것 정도는 이제 문제가 아닌 것이다.

“로드, 가보시죠.”

“그래야겠군. 자네들은 이곳에 있게.”

“알겠습니다.”

찍소리 않고 고개를 숙인 마법사들은 재빨리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대비한 인원 배치를 시작한 것이다.

보고한 자경대원의 뒤를 따라 걸어가니 30여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보인다. 하나같이 키가 크고 잘생겼다.

뾰족한 귀를 가졌으니 엘프가 분명하다.

현수가 나타나자 긴장된 표정으로 무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기사 및 병사들이 일제히 갈라선다.

모두가 젊어 보이지만 선두의 무리는 연륜이 느껴진다.

그중 전에 만났던 후렌지아 토들레아가 보인다. 그녀의 앞에는 다른 이들과 달리 60세가 넘어 보이는 사내가 있다.

풍기는 인상으로만 평가하면 현자 스타일이다.

손에 들고 있는 긴 스태프는 세계수가 내린 성스런 가지를 다듬은 것일 것이다.

아무튼 장로인 후렌지아를 거느리고 있다면 이 사내는 족장 내지는 그에 준하는 신분일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하인스 멀린 킴 드 셰울입니다.”

첫인상이 나빠 좋을 일 없기에 정중히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그러자 모든 엘프 역시 정중히 고개를 숙인다.

모두들 말이 없고 선두의 사내만 입을 연다.

“숲의 일족 트렌시아 토들레아입니다.”

듣기 좋은 묵직한 저음이다.

“혹시… 족장님이신가요?”

“그러합니다. 토를레아 일족을 이끌고 있지요.”

“아! 그렇군요. 일단 안으로… 아닙니다. 아공간 오픈!”

안으로 가봐야 편히 앉아 담소를 나눌 공간이 없다. 하여 아공간에 담긴 컨테이너를 꺼내다.

“죄송합니다. 저쪽은 공사 중인지라 먼지만 풀풀 날립니다. 불편하시겠지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그러시죠.”

트렌시아 토들레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얼른 공간 확장 마법, 항온 마법 등을 인챈트했다. 아울러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소파 등을 꺼내 배치했다.

아늑하고 포근한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현수의 손짓에 따라 엘프들이 컨테이너 내부로 들어선다.

항온 마법 덕에 실내 온도는 대략 23℃ 정도 된다. 외부 기온이 3℃인지라 확연한 온도 차이를 느끼는 모양이다.

“앉으시죠.”

소파를 손짓으로 가리켰다.

가죽으로 된 것도 있지만 일부러 천으로 된 소파를 꺼내놓았다. 반감을 갖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다.

“오! 아주 좋습니다.”

아무런 기대 없이 소파에 앉은 트렌시아 토들레아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린다.

“우와! 엄청 푹신하네요. 이거 뭐로 만든 거죠? 마른 풀을 집어넣었나요? 아닌데……. 아무리 잘 말린 풀을 넣었더라도 이러진 않을 텐데, 뭐죠?”

후렌지아 토들레아 역시 탄성을 낸다. 현수는 대꾸 대신 빙그레 웃고는 차례대로 자리에 앉도록 손짓했다.

모두가 착석하자 트렌시아 토들레아 앞자리에 앉았다.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연다.

“하인스님께서 이실리프 마탑의 탑주시라 들었습니다.”

“네, 미흡한 제가 2대 마탑주 직을 계승 받았지요.”

“저보다 화후가 높으신 듯합니다.”

엘프 족장인 트렌시아 토들레아는 세수 800이 넘었다. 어려서부터 마법을 익혔으며 현재의 화후는 8서클 마스터이다.

9서클을 이루고자 참오를 계속했다면 100년쯤 전에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여 현재의 화후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트렌시아는 현수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 보았다. 그런데 확신할 수가 없다.

심장의 마나 링은 달랑 한 개인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공간 마법을 펼쳤다. 1서클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여 대놓고 물어본 것이다.

“라수스 협곡의 지배자인 라이세뮤리안의 말에 의하면 10서클 마스터쯤 될 거라고 하더군요.”

“아! 10서클 마스터……!”

엘프 모두 입을 딱 벌린다. 기대 수명이 1,000년이나 되는 엘프의 역사에도 10서클은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이세뮤리안님이라고요?”

바세른 산맥은 드래곤 로드인 옥시온케리안의 영토이다. 이에 못지않은 거대 협곡 라수스는 라이세뮤리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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